11월6일 어디 묘약없을까요?

내 마음이 우울한지 세종아카데미 강의 중에 낙서로 그린 그림이 우울해뵌다.

사랑의 묘약을 노래하고, 묘약을 마셔도 오늘 가루가 되어 날아간 내 친구의

영혼이 슬퍼서 종일 마음이 편하지않다.

늘 슬퍼보이던 눈빛의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와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반추하는

걸로 내 아프고 무거워지는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기로 해본다.

같이 담그던 김장김치와 베레모를 쓰고 사진작가들 앞에서 모델을 하던 일.

피우지도 못하던 담배를 꼬나물고 연기를 내뿜던 골목길들과 같이 간 목욕탕.

내가 보낸 편지를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갖고 다니면서 행복해하던 그녀.

고스톱을 즐기는 시어머님과 같이 놀아달라고 나를 부르던 기억들…

그동안 나랑 친구해주고 놀아줘서 정말이지 고맙다, 친구야.

먼저 가서 나를 기다리렴…좀 천천히 갈께,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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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 si puo morir;

di piu non chiedo, non chiedo;

ah! cielo, si puo, sipuo morir;

di piu non chiedo, non chiedo.

하늘이시여, 나는 지금 죽어도 좋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사랑의 묘약 중에 네모리노가 아디나가 자기를 사랑하는 걸 알고

부르는 노래인 ‘남몰래 흘린 눈물’ 중의 일부이다.

이 가사를 들으면서 몇 년 뒤에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하고

부르고픈 가사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셋 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면 눈물을 흘리면서 이 가사를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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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가 뿌리고 지난간 광화문 거리는 오늘따라 처연해보인다.

내 마음이 그러니 날씨도 그려러니, 길거리도 그러려니 해본다.

뜨거운 국물을 찾아서 길에 세워둔 차에서 줄줄이 서서 오뎅을 먹는 사람들.

먹다가 핸드폰을 받고 한 손에는 국물을 다른 손에는 오뎅을, 전화기는 어느 손으로?

머리를 숙이고 지하철 난간에 앉아서 담배를 뻐끔뻐끔피는 젊은 이는 무슨 고민일까?

이런 세상을 등지고 떠나는 생명들은 오늘 얼마나 될까?

갑자기 살아있다는 것이 축복인지 고통인지 분간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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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정독을 한 까닭에 오늘에야 다읽었다.

포르토벨로의 마녀.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소재였다.

세상엔 특별한 사람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클린턴이 휴가에는 꼭 챙겨간다는 작가가 코엘료이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 그런 책이다.

연금술사가 가장 뛰어난 그의 작품이다.

그는 항상 주제를 정하면 넘칠만큼의 정보를거기에 쏟아붓는다.

낮에 집에 박혀있을 때는 못읽고 세종문화회관을 오가는 지하철에서

남겨놓은 분량을 죄다 읽고말았다.

지하철 안에서 것도 볼펜으로 줄까지 그어가면서…

낮에는 촌스럽기로 저리가라하는 약사친구 두 명이 간만에 놀러와서

한참을 머물다가 갔다.

그래서 책을 못읽은 것이다.

내일부터는 미국대학입시 정보에 관한 책을 4권을 정독할 예정이다.

24 Comments

  1. 벤조

    2008년 11월 6일 at 6:22 오후

    사랑하는 리사,

    There is a time for everything,
    and a season for every activity under heaven:

    a time to be born and a time to die,
    ……………

    a time to weep and a time to laugh,

    …………………..

    He has made everything beautiful in its time.

    He also set eternity in the heart of men:
    yet they cannot fathom what God has done from beginning to end.

    I know that there is nothing better for men than to be happy and do good
    while they live.

    리사님, 내가 좋아하는 구약성경의 전도서 3장에 있는 구절들입니다.
    애들 집에 와 있어서 영어성경밖에 없네요.

    솔로몬 왕의 지혜가 들어있는 탄식, 그리고
    누군가 불렀던 노래 가사 …

    뭔가 바뀌는 갱년기이지만,
    "영원"한 것으로 생각의 초점을 맞춰보세요.    

  2. 참나무.

    2008년 11월 6일 at 9:51 오후

    많은 시간 같이한 친구가…
    겨울같은 이 가을에 말이지요…ㅠ.ㅜ   

  3. Lisa♡

    2008년 11월 6일 at 11:15 오후

    벤조님.

    "영원"

    생각의 촛점을 그리로 바꾸려고 예전부터
    많이 노력하고는 있답니다.
    그러나 생각의 소홀로 자주 망각을 하곤하지요.
    하지만 벤조님처럼 이렇게 다독거리며
    힘을 부여해주시는 분이 계시니 다시 마음을 엽니다.
    뭔가 바뀐다는 갱년기이지만 천성은 워낙 쾌활하니
    잘 견디고 지날 것입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4. Lisa♡

    2008년 11월 6일 at 11:16 오후

    그렇게되었네요.
    참나무님.
    그래도 단풍이 상당히 아름답군요.
    단풍을 좋아했던 친구지요.
    오늘따라 희뿌연 안개속에 단풍이
    더욱 빛이 납니다.   

  5. 김진아

    2008년 11월 7일 at 12:26 오전

    보고싶은이들..찬찬히 모두다 둘러보고 가시나 보아요..
    안개가..조금씩 걷히고 있어요..

    가을단풍을 좋아하셨다는 친구분..
    누구이든..먼저 떠나감이..아프네요..많이..

    …   

  6. Lisa♡

    2008년 11월 7일 at 12:40 오전

    인간은 어차피 떠나야하는데

    언제 어느 시기에 가느냐가 문제네요.

    다만 먼저 가는 것 뿐이지만 공연히 외롭답니다.

    그녀 몫만큼 외로워지는 거지요.

       

  7. 왕소금

    2008년 11월 7일 at 2:55 오전

    저도 지난 3월 18일에 친구를 잃었지요.
    18/19일에 올린 게시물에 검정색이 많은 것은 그 친구를 잃은 허전함 때문이었고요.
    아무튼 내 몸 같은 사람들과 함께 죽을 수도 없으니 누군가는 잃어버린 아픔을 느낄 수밖에요…
    주말 편하게 지내세요^^    

  8. 무무

    2008년 11월 7일 at 3:54 오전

    늦가을이란 계절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거같아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리사님에게도 위안을…
       

  9. 순이

    2008년 11월 7일 at 5:42 오전

    그 촌스러운 두분과 똑같은 한사람 더 추가하셔야지요? ^^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이런 순간이 꼭 오길 바라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좋은 자녀들과 행복한 엄마
    그 기쁨을 나눌 때는 저도 끼워주세요.
       

  10. 테러

    2008년 11월 7일 at 12:26 오후

    음악을 많이 들으세요… 우울할 땐 그게 최고인 듯해요…   

  11. Lisa♡

    2008년 11월 7일 at 1:35 오후

    왕소금님.

    그러셨군요.
    유난히 착하던 그 친구가 자꾸 밟히네요.
    에구…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은 산다구
    저는 오늘도 히히호호 웃으며 지냈답니다.
    그 아이도 좋아할 겁니다.
    나의 밝은 모습을 언제나 사랑했으니까요.   

  12. Lisa♡

    2008년 11월 7일 at 1:35 오후

    무무님.

    가을이 점점 깊어지는군요.
    오늘 나갔더니 완연함이 뾰로롱 제 가슴으로
    눈으로 박히더군요.
    감사합니다.   

  13. Lisa♡

    2008년 11월 7일 at 1:37 오후

    순이님이 촌스럽다니요?
    천만의 만만의 말씀입니다.
    공연히 겸손 쓰는 거 아닌데~~
    아이들이 제게 기쁨을 안겨주는 건 항시이지만
    제가 말한 그날이 오면 반드시 낑가줄께요.
    이미 초대~~장 발부!   

  14. Lisa♡

    2008년 11월 7일 at 1:37 오후

    테러님의 음악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위안이라는 단어가 잡힙니다.
    정말 그 어떤 말보다 위안이 됩니다.   

  15. 네잎클로버

    2008년 11월 7일 at 1:52 오후

    아, 리사님…

    ‘엄마는 외계인’에서 막 웃고 왔는데,
    함께 한 행복한 추억이 많은 친구가… ㅠㅠ
    좋은 곳에서 편안할 거라 생각하며
    슬프고 아픈 마음 푸세요.. 토닥토닥..
       

  16. Lisa♡

    2008년 11월 7일 at 1:58 오후

    네클님.

    그럴께요.
    슬프다고 다 우는 건 나인가봐요.
    어젯밤에 그리고 며칠 전에 잠시 눈시울이 젖다가
    오늘은 차라리 편해졌습니다.   

  17. Elliot

    2008년 11월 7일 at 8:16 오후

    비범한 그림 솜씨가…..^^

       

  18. Lisa♡

    2008년 11월 8일 at 12:19 오전

    오우~~ 칭찬을 다…

    쌩유~(이런 영어있나?)   

  19. 東西南北

    2008년 11월 8일 at 5:26 오전

    혹시 3Q?   

  20. Lisa♡

    2008년 11월 8일 at 8:31 오전

    동서님.

    그럴까봐서…히히히.
    미안합니다.
    ㅋㅋㅋ======ㅎㅎㅎ   

  21. 佳人

    2008년 11월 8일 at 1:16 오후

    심란함을 풀어놓은 그림이나 글이 있어 시간과 함께 아픔이 조금은 풀어지셨겠지요.
    좋은 곳으로 가셨을테지요….

    지금 죽어도 좋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그 말을 할 때가
    저도 꼭 왔으면 좋겠구요.
    리사님처럼 뛰어난 기억력이 부러운 건
    읽은 책 내용이나 작가를 잘 기억을 못해요.
    저도 코엘료의 작품을 좋아하고 특히 연금술사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어요.   

  22. Lisa♡

    2008년 11월 8일 at 1:27 오후

    가인님.

    저도 요새는 기억력의 한계를 느껴요.
    어딜가도 메모조차 않고 다 기억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물이 가나봐요.
    코엘료의 새로나온 책 흐르는 강물처럼을 사서 읽어보고
    재미있으면 추천할께요.
    아니 드릴까요>ㅎㅎㅎ
    연금술사는 아이들한테도 필독서잖아요.
    좋은 책이지요——가인님, 가을 깊어가죠?   

  23. 제스나

    2008년 11월 10일 at 12:58 오후

    낙서로 그린 그림이 멋지네요.
    그림그리기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24. Lisa♡

    2008년 11월 10일 at 2:22 오후

    저 그림 벌써 시작했다가
    말았답니다.
    이사하다가 작품을 20개 정도 있는 걸
    다 잃어버렸지 뭡니까?
    에공..개인전 열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잘난 척 하는 소리고
    약간 배운 적 있어요.
    본래 그림에 취미가 있고 미대가고파 했거든요.
    커다란 상도 타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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