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지나치게 좋더라구요.
기분이 꿀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이 틀어진 날이었지요.
계획과는 다르게 잔뜩 심심해진 날이었답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어요.
여유라는 것이있잖아요.
오전동안은 블로깅을 하다가 책도 주섬거리다가 그랬죠.
식은 밥을 끓여서 호호불며 먹는 즐거움도 촌스럽게 있었죠.
글쎄..날씨가 나를 불러내더라구요.
썬크림만을 조금 펴바르고 슬슬 걸어서 나갔지요.
그러다가 더러운 차를 얻어타기도 했구요.
저기 아래 사진은 더러운 차 안에서 찍은 거라 사진도 좀 더럽지요.
태양과 노란 은행잎들이 그리고 르네의 구름이 나를 못살게 굴더군요.
걔네들이 왜 그랬을까요?
그래서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태양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보다야 훨 나은계획아니겠어요?
머릿속으로 슬슬 준비를 하다보니 가고픈 곳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내일 떠나기로 했습니다.
어디로요?
비밀입니다.
어쩌면 하늘로 갈지도 모르기때문입니다.
구름을 타고 굽어보는 곳이 좋겠어요.
섬이 좀 많이 보이면 더 좋구요, 4월에 청매화가 핀다는 개심사의 가을도 어떨까요?
칼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살인요?
아니요/ 과일을 자르는 칼을 준비해야겠어요.
다람샬라를 여행할 때 사둔 골동품 칼이 하나있긴해요.
껍질이 상아로 되어있어서 좀 주고 샀지요.
눈처럼 은행이 휘리릭 날리며 나목으로변하는 중이더군요.
온천지가 노랑입니다.
송파구 어느 뒤골목 쯤에서 가정식백반이라고 씌여진 집으로 들어갔어요.
5000원이더군요.
그 더러운 차 주인과 같이 백반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더군요..아직 배가 부릅니다.
얼마나 많이 포식을 했으면 아직도 배가 부를까요?
굴무침이 나를 두 접시로 초대하더라구요.
그 골목길 끝에 내 차를 고치는 공업사가 있었답니다.
차를 찾으러 오후에 오라는 거예요.
내 차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는 부서진 몸을 새로 태어난 모습을 하고있더군요.
이 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의 절정기에 차고에서 말입니다.
식사 후라 졸리더라구요.
얼른 집으로 차를 몰고가서 낮잠이라는 걸 잤지요.
잠 속에서 내가 막 헛소리를 하면서 자더라구요.
자다가 할일이 몇 개 생각나서 얼른 테크노마트로 향했지요.
올림픽대교는 언제나 그 꼭대기의 불꽃이 예술이더군요.
몇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낸 작품이지만 그래도 저는 그 작품이 좋습니다.
테크노마트에는 무인양품이라는 가게가 있고 잡화를 파는 코즈니가 있어요.
코즈니에서 퀼트 흉내를 낸 블랭킷을 본 것 같았거든요.
없더군요…차기름값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백화점에서 8000원에 팔던
독일산 오프너를 5000원에 파는 걸 발견한 기쁨이란….당장 샀지요.
감자깍이랑 스쿠퍼랑 같이 싸다는 생각에 그만 다 사버렸지요.
그리고 무인양품에서 부드럽기로 말하자면 클레오파트라의 진주가루만큼 부드러운
블랭킷을 베이지색으로 하나 덥석 사버렸어요.
거기에 모자하나, 슈즈하나가 나를 유혹했지만 모른 척하고 나왔답니다.
많이 착해졌어요.
수퍼에 들렀지요.
손님만보면 늘 90도 각도로 배꼽인사를 하시는 할아버지땜에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기름과 참깨를 샀답니다.
그 할아버지는 쌀가게를 하시는데 눈만 마주쳐도 그렇게 인사를 하고
쌀을 배달할 때는 언제나 쥬시후레쉬 껌을 한 통 주시고 가십니다.
사람이 뭘받고는 그냥 지나가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저 쌀 빨리 더 팔아주려고 밥 많이 하고 많이 먹고 삼시세끼 다 챙겨 먹습니다.
그리고는 굴을 자연산으루다가 사고 꽁치를 두마리만 샀어요.
물미역이 파랗게 싱싱하더라구요.
숭숭 잘라서 초고추장에 찍어만 먹어도 좋고 과매기가 나왔다니 같이 먹어도 좋겠죠?
일단 물미역을 천원어치 샀습니다.
너무 양이 많아서 조금만 달라고 볼멘 소리를 해댔지요.
어묵도 사고, 두부랑 장을 좀 봤는데 아뿔사 집에오니 과일을 하나도 안샀지 뭡니까?
늘 하나씩은 잊고 그냥 오곤하는데 오늘이라고 예외일리가 있나요?
저—이렇게 삽니다.
네잎클로버
2008년 11월 10일 at 3:13 오후
^^ 뫼르소를 닮아가시다니…,
그 눈부신 태양이 문제라니깐요~
살인은 아니라도 무슨 일이든 저지르게 하는…ㅎㅎ
리사님께는 여행을 떠나시게 만들었는데,
어디가시는 건데요? ^^
건강히 잘 다녀오셔서,
기운 충만해지시길 바래요.
오를리
2008년 11월 10일 at 6:07 오후
잘다녀 와요~~~~~
왕소금
2008년 11월 11일 at 3:03 오전
무지 바쁜 하루였네요, 잠자는 시간 말고는 한시도 가만히 계시질 않는…
또 어딜 그렇게 가시려고…칼을 들공ㅎ
하여튼 햇살이 좋으니 여행길도 즐거울 것으로 사료됩니다.ㅎ
재밌는 시간 되시길 빕니다.^^
지안(智安)
2008년 11월 11일 at 5:49 오전
와~ 오늘은 경어체루 대접 잘 받습니다.
거 하늘이 늘 말썽이군요.
구름은 르네구름보다는 너무 직선아닝가요?
아 아래사진이 또 있군요.
뫼르소에 비교를 하시다니요.
너무 낭만적인데.
가정식 백반은 현실적이지만.
이영혜
2008년 11월 11일 at 6:45 오전
어느 가을날의 하루 일상과 마음을 잘 표현하셨네요.
Lisa♡
2008년 11월 11일 at 10:00 오전
네잎 클로버님.
여기 진도랍니다.
정말 평생 잊지못할 낙조를 조금 전에
보고 왔어요.
여기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고 진짜 편해요.
처음 본 사람들도 다 부탁하면 잘 들어주는..
진더가 정말 마음에 드는 한적한 섬이네요.
어쨌든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드는 길도 ㅎㅎㅎ
사해안의 다도해…넘 아름다워요.
이것 순전히 태양탓이지요.
추양~
Lisa♡
2008년 11월 11일 at 10:01 오전
오를리님.
밥짓는 마을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일품입니다.
밥짓는 연기는 아니구요.
Lisa♡
2008년 11월 11일 at 10:01 오전
왕소금님.
어제는 비교적 편히 있은 날인데요.
보통 때는 엄청 빨빨 88 거리거든요.
저…지금 진도에 와 있습니다.
가득 보고 올라갈께요.
Lisa♡
2008년 11월 11일 at 10:03 오전
현실적인 가정식 백반….ㅎㅎ
지안님.
뫼르소는 태양하면 늘 떠오르지요.
눈으로 태양을 쳐다보게 되는 날요.
진도에 와 있는데 한적하고 고즈녁합니다.
작은 산들로 둘러싸여있는…
내일 갈께요.
Lisa♡
2008년 11월 11일 at 10:03 오전
영혜님.
그래요?
잘~~?
땡큐.
영혜니임…저 지금 남도에 있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동네랍니다.
Elliot
2008년 11월 11일 at 11:54 오전
리사님두 참….
날씨가 좋은데 왜 기분이 꿀꿀해지고
기분이 꿀꿀한데 밥은 왜 그렇게 많이 드셨으며
부른 배로 왜 낮잠은 자고
자다말고 왜 벌떡압(up)해서 샤핑은 다니시고
결국 과일은 빼먹었데여?
완벽한 삶을 사시네 ^^
Lisa♡
2008년 11월 11일 at 1:01 오후
엘님.
아까 엘님한테 갔다가 그냥 왔쪄요.
남의 집이라 눈치가 보여서요.
완벽한?
생산적인 일이 없는 걸요.
돈 벌고 싶어요.
오공
2008년 11월 11일 at 1:17 오후
어머머,
나도 오늘 굴이랑 꽁치 샀어요.
근데 깜빡하고 굴을 안먹은 거에요.
이 밤에 신선실에 얼른 넣긴 햇는데..
내일 굴을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야하나?
리사님 여행가시면 어따가 물어 보남?
八月花
2008년 11월 11일 at 1:42 오후
언제 진도까지..
좌간 못말리는 기동력.
잘 다녀오시구요..
hannah
2008년 11월 11일 at 5:31 오후
뫼르소와 같은 한 친구가 있는데..
정말 오늘 그 칭구 생각나게 하는군여..
광혀니꺼
2008년 11월 12일 at 12:12 오전
ㅜ아아아아아~~~앙~~
거기서 10분거리에
우리 모동할매 잇는데~
^^;;
어제 한강의 일몰이라도 볼까 하고
아산병워 앞으로 죽기살기로 뛰었어요.
5시26분에 진다하길래
5시 넘어 출발하엿지요~
근데 도심은 훨씬 더 빨리 진다는 사실을 망각햇어요.
한강에 도착햇을때
해는 이미 퇴근했더군요.
ㅠㅠ;;
푸욱 쉬셔요^^*
김진아
2008년 11월 12일 at 1:53 오전
리사님이 바라보는 진도를 곧 볼수 있겠네요..
…
전 왼쪽무릎이 펴지질 않아서요..절름발이형태로..
어제부터..그러고 있어요..ㅎㅎ
에고..
Lisa♡
2008년 11월 12일 at 11:57 오전
굴은 하루정도는 괜찮은 걸…요.
오공님요.
신선실—-야무지게 들린다요.
굴을 맛있게 먹으려면 식초 탄 물에
씻어서 탱탱하게 하면 더 낫지 않을까요?
Lisa♡
2008년 11월 12일 at 11:58 오전
팔월화님.
기동력이 제가 생각해도 끝내줍니다.
후후후….
맘 먹으면 가야하는 제 성질하고는..
그런데 거기에 맞춰주는 친구가 있어요.
프리랜서 거든요.
시간이 딱딱 맞아요.
Lisa♡
2008년 11월 12일 at 11:59 오전
한나님.
그 친구 한국인입니까?
멋질 것도 같고 피곤할런지도 모르겠네요.
평범하진 않을테니까요.
Lisa♡
2008년 11월 12일 at 12:00 오후
아…
나는 넘넘 끝내주는 일몰을~~
카메라가 아쉬웠지.
내 카메라로는 도저비—무우리데쓰!
Lisa♡
2008년 11월 12일 at 12:00 오후
진아님.
찜질해보셨나요?
안펴지면 어떡하죠?
지금쯤은 나아졌겠지요?
에구 아이들이 많아서 안되는데..
진도 잠시 후에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