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중부고속도로.
새벽처럼 괴산으로 내려 간 시누이를 따라 우리부부도 열심히 엑셀을 밟았다.
실컷 자고 내려가는 길이다.
라디오에선 고속도로 상황이 막히지 않고 안개가 많이 끼는 날이라고 했다.
이상하게 괴산에는 인연이 많은 모양이 한들가든이 있고, 신토불이가 있고
오늘가는Y언니네가 있는 것이다.
Y언니는 시누이 친구인데 나랑도 친한 사이로 늘 내려오라는 걸 마다하다하다
드뎌 분저울로 첫 나들이다.
K증권회사 대표이사인 Y언니 남편의 고향으로 거기에 시골집을 지었다.
주말마다 내려가는 편인데 내가 원하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친구들과 주말을 보내고프면 우리가 미리 말하고 쓰면된다.
오늘은 미리 심어서 잘 기른 유기농 무우와 배추를 수확하러 가는 것이다.
본래김장을 하지 않는다.
식구도 없거니와 필요할 때마다 사서 먹다보니 으례 김장은 하지 않았다.
작년의 경우엔 주변에서 하두 많이 주는 통에 오랫동안 두고 먹은 기억이 있다.
늦게 도착한 우리를 반기는 시누이부부.
세상에 멋쟁이가 시골아줌마 차림새로 좋다고 손을 흔든다.
미리 잔뜩 뽑은 걸 정리하는 중으로 우리더러 한 이랑을 뽑아가라고 가르킨다.
배추는 미리 뽑아서 절이는 공장에 갖다 맡겼단다.
같이 불교선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멤버들도 와서 한무더기씩 마무리 중이다.
Y언니는 엄청나게 큰 밭은 일구어서 감자, 배추, 무우등을 주변에 그냥 선심쓰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가만보면 남편의 출세도 그렇게 베푸는 인심에서 나오나보다.
시누이 역시 출세한 남편과 함께 늘 주변에 베풀거나, 지나치게 자상하다.
그 옆에 붙어만 있어도 떨어지는 고물이 많다.
두 친구가 다 그런 성격이니 우리는 편하기만 하다.
왼쪽 덮어 둔 밭은 시누이가 마늘을 심어놨단다.
물론 나도 줄 것이지만 사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오늘도 무우갖고 가라기에 시큰둥했지만 가서 직접 뽑고 다듬고하다보니 신났다.
무우는 그냥 쉽게 쑥쑥 뽑힌다.
배추는 칼로 밑둥을 잘라서 꺼내지만 무우는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늦게 도착한 내가 뽑는 무우씨알이 크니 난리들이다.
받을 복 많은 것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나?
대충 둘러보니 내 무우가 제일 굵다.
무농약이다보니 아무래도 시중에서 파는 무우들보다는 알이 작다.
하지만 맛은 고구마같다.
그 자리에서 뽑자마자 칼로 썩썩 베어서 남편과 나누어 먹어봤다.
해본 사람은 알지만 직접 심은 농작물을 거두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을 준다.
나도 몇 년 전에는 농작물을 거의 재배해서 먹었다.
그 재미가 제법 쏠쏠했었다.
점심상이다.
무우와 배추전을 들기름에 지져내는 명화씨.
친절한 그녀덕분에 우리일행들 모두가 행복한 점심상을 받았다.
마다않고 식사준비를 하는 그녀를 보니 공연히 미안해서 설겆이를 도왔다.
무우전과 배추전이 이렇게 맛난 줄은 정말 몰랐다.
내일은 나도 무우전과 배추전을 들기름에 구워서 먹어야겠다.
이렇게 하나씩 배운다.
족발도 하나집었다.
깻잎 두 장, 돼지불고기 약간, 김장김치, 생두부 2쪽..그리고 두부 배추국.
행복하고 소박한 점심상이다.
정원의 한켠에서 먹는 점심은 오랜 만에 근사했다.
Y언니부부는 이 동네에 좋은 일을 많이한다.
근처의 B초등학교가 없어지지않고 학생숫자가 많아지도록 장학금도 만들고
자기의 땅에 동네 경로당도 자비로 만들었다.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우러나는 행동이다.
돈을 많이 벌면 저렇게 사회나 고향에 환원하는 것 찬성이다.
그들은 언제나 기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괴산군 청천면 부흥리다.
안개 낀 시골의 풍경이다.
빨리 끝나면 한들가든으로 가서 메기찜이나 먹고 올까 했는데
식사까지 준비하는 통에 호사를 했다.
미리 절여 둔 배추가 다 되었다는 전갈에 다들 김치절이는 곳으로 몰려갔다.
나도 덩달아 한박스를 얻는다.
본래 배추를 가져올 생각도 없었는데 그만…
박스에 포장을 착착 해두었다.
30 박스.
10포기 한 박스를 나도 가져오고보니..김장을 담아야 한다는 현실이 닥쳤다.
오는 길에 슈퍼에 가서 찹쌀가루를 빻고, 잔파랑 미나리, 갓, 새우젓 등을
사고 생새우와 굴은 아침에 배달해달라고 주문했다.
조금 전까지 무우를 자르고 청을 매어서 달고, 일부는 삶아서 묶어서 널고
아주 부지런하고 현모양처처럼 무우정리를 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찌감치 김장을 마무리해야한다.
배추는 씻을 필요도 없고 바로 속을 버무리면 된다.
생새우랑 새우젓이랑 섞어서 넣고, 굴은 따로 담을까한다.
무우에는 본래 설탕을 넣으면 안된단다.
거품이 생기고 질질 늘어지는 국물처럼 변한단다.
아는 것도 까먹다보니 김치 담는 생각이 안나 헤매는데 하나씩 배운다.
찹쌀가루도 첨엔 그냥 뿌리나..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엷은 풀을 쑤어서 버무려 넣어야 한다는 걸 잊은 것이다.
자주 일을 하지않으면 쉬운 것들조차 잊는다.
아이들도 자라고 나이도 들어가니 이제 모든 걸 손수 슬슬 해야겠다.
만두, 김장, 잡채…뭐 이런 것들.
저녁에 잘 생긴 재첩이 보이길래 5000원어치를사다 끓였더니 정말뽀얗다.
슈카
2008년 11월 16일 at 9:22 오후
저 안개 낀 시골 풍경 보니까 좋은데요.
시골서 나고 자란 저는 저런 풍경만 봐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이예요.
김장 맛있게 하세요~
shlee
2008년 11월 16일 at 10:18 오후
벌써 김장철?
감장 포기했는데……..
맛있겠다.
^^
데레사
2008년 11월 16일 at 10:45 오후
리사님.
나도 저 상앞에 앉게 해줘요.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뿐이네.
나도 이번 토요일 평택으로 배추가질러 가는데 저런 상 차려줄려나
모르겠네 ~~~ 퇴직한 후배가 농사지어서 해마다 배추를 주거든요.
그래서 아침일찍 가서 배추뽑아놓고 콧구멍에 바람도 좀 넣고
올건데요.
배추 해봤자 나는 열통밖에 안 가져와요. 식구가 없어서.
아, 저 밥상 내가 통채로 들고 와버릴까보다.
Lisa♡
2008년 11월 16일 at 11:07 오후
슈카님.
풍경이 고즈녁하니 조용하니 좋치요?
시골이야말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편이지요.
평화로움..
앞의 강에서 고기도 엄청 잡힌대요.
비록 작은 고기지만.
후후후—-
Lisa♡
2008년 11월 16일 at 11:08 오후
쉬리님.
어쩐지 간만같네요.
김장철인가봐요.
배추, 무우들을 저리 실어 나르는 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ㅎㅎ
쉬리님
김장 가지러 오세요.
특별히 쉬리님만 두포기 드릴께요.
단, 맛은 책임안짐.
Lisa♡
2008년 11월 16일 at 11:10 오후
데레사님.
저 밥상요?
소박한 밥상..ㅎㅎ
웰빙에 정성이 담뿍 깃든.
우리팀은 언제든 저런 밥상 받을 수 있는데
클났네….데레사님.
불교팀에 드실래요?ㅎㅎㅎ
집에서 무우랑 배추전을 지지세요.
아셨죠?
저도 배추는 10포기인데 많은 양이지요.
오공
2008년 11월 16일 at 11:12 오후
오늘이나 내일 갈께요~~~~
고마와요~~~~
Lisa♡
2008년 11월 16일 at 11:19 오후
오공…무우는 그리 오래놔두면 안된다는 거..
그리고—–무우청은 바로 누렇게 되거든.
광혀니꺼
2008년 11월 17일 at 1:13 오전
흡~
묵고잡다~
^^;;
와잇맨
2008년 11월 17일 at 1:29 오전
한 폭의 동양화 속의 주인공같습니다
여기 쇼핑 몰에 보면 젓가락이 걸어다니는 거같은
동양 여자들이 많이 걸어다니는데
못 봐주겠더라구요
딱 키에 맞게 알맞게 뚱뚱하십니다 …
박산
2008년 11월 17일 at 1:49 오전
그림 보니
꼴깍 침 넘어 가요!
왕소금
2008년 11월 17일 at 2:39 오전
김장하실 때 이번에는 왕소금, 살살 다루세염, 막 집어넣지 마시공^^
차린 음식, 맛있는 것만 보이네요, 꾸~ㄹ~꺽~ㅎ
황세현
2008년 11월 17일 at 3:54 오전
어디서 본 풍경인가 했더니, 청천면 부흥리군요,, 거기는 해마다 벌초하러만 갔었는데, 정말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속리산도 가깝고요,… 근처에 양식장 송어 맞도 일품입니다,
쏠비치
2008년 11월 17일 at 4:54 오전
어릴적 시골 밥상이 생가나네요
조홍순
2008년 11월 17일 at 7:15 오전
우리 언니도 괴산 사는데…..
김진아
2008년 11월 17일 at 7:41 오전
리사님 푸른색장화도..함께했으면 딱인데요 ㅎㅎ
환하게 웃으시는 두분..시누이부부이신분..너무 밝으셔서..
보는이도..참 웃게 만드세요..
^^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1 오전
광여사..
담에 같이 가자요.
내 집이나 마찬가지거든…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2 오전
와잇맨 아조씨.
저 안뚱뚱해요—
ㅎㅎ
통통해요—
알랐쬬?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3 오전
박산님.
언제 기회가 되면 저기 있는 무우전, 배추전, 족발..
기회를 드릴께요.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4 오전
짠돌이님.
제가 오늘 김장을 약 15포기 정도를 했는데
멸치젓갈과 새우젓과 꽃소금으로 했기에
왕소금은 덜 썼어요.
미리 절여오니까요.
ㅎㅎ……에고 굴과 생새우 넣고 5통 담아 놨어요.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5 오전
황세현님.
반갑습니다.
부흥리랑 관계가 되는 분이시네요.
저 거기 자주가요.
속리산도 가깝고 화양계곡도 가깝고
칠성 저수지도 있지요?
거기 한들가든이라고 우리 조블가족도 살구요.
반가워요…다시 한 번!!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6 오전
쏠비치님.
양양?
반가워요–
어릴 때 밥상요?
그렇죠?
먹고싶지요?
무우전도 드셔보셨나요?
진짜 저런 게 웰빙이지요?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7 오전
홍순님.
괴산은 자고로 사과랑 옥수수랑
배추랑 다 유명하네요.
또 홍순님 언니도 살구요.
자주 들어오세요—ㅎㅎ
Lisa♡
2008년 11월 17일 at 9:07 오전
진아님.
저기서는 빨간 장화를 신었어요.
안보이나요?
누나 남편이 신었던 건데 제가 가니
벗어주어서 신고 무우뽑았답니다.ㅎㅎ
김진아
2008년 11월 17일 at 12:58 오후
아아, 맞구나…무우 뽑을때요..
빨간 장화는 안보이고..리사님 얼굴만 보였더래요..ㅎㅎㅎ
참…^^
Lisa♡
2008년 11월 17일 at 1:06 오후
워낙 나를 좋아하니까?
아님
워낙 미인이라서?
ㅋㅋ
사진빨없죠?
낙타
2008년 11월 17일 at 4:35 오후
침 넘어가는 소리가 거까지 들리시지요?
겉저리 정말 최고인데요
Lisa♡
2008년 11월 17일 at 11:12 오후
낙타님.
반갑습니다.
침 넘어가는 소리 당근 들립니다.
꼴깍~ 맞죠?
저는 꿀꺽~ㅎㅎ
뭐든 자연식으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최곱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