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1일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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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문마다 손잡이 아래로 얼핏얼핏 때가 묻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언제 시간이 나면 저 걸 닦어야지…한 지가 몇 달 지났다.

오늘 드뎌 수건을 들고 세제를 뿌려가며 박박 닦았다.

어떤 집들에 놀러가면 스위치부분들이 까맣거나 때가 덕지덕지 묻은 경우를

보게되면 이 집 주부가 세심하지 못하구나..하고 생각한다.

비교적 그런 부분까지 깔끔하게 하는 주부를 잘 보질 못했다.

손잡이나 문의 앞뒷 면 외에 세로로 좁은 부분들에 때가 많이 낀 집들도 많다.

냉장고 손잡이라든가, 창틀 같은 부분을 눈여겨 보게된다.

그런 나를 보고 일부는 보기와는 다르게 까칠하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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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주책이 되어간다는 걸 섬뜩하게 알게 된다.

다른 일에서라기보다는 무턱대고 웃을 때 전원주 스타일이 된다거나

뭘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빨에 낀 걸 뽑는다던가..뭐 그런 부분들이다.

아침에친구 옥이랑 전화를 30분 정도 했는데 온 몸에 힘이 다 빠진다.

그녀가 어찌나 입에 힘을 주고 목청에 기브스를 빡세게 하고 말하는지듣는 나도 너무나

힘이 들어 시간이 갈수록 듣기에도 지친다.

‘얘~친구도 잘 만나야지, 너랑 얘기하니가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진다, 너랑은 이제 밤에 얘기하자’

라고 내가 말하니까 그래도 좋다고 마구 웃는다.

겨우 화장실 간다면서 끊었더니 5분 뒤에 바로 전화가 온다.

하여간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니까…

정말 하루의 힘이 다 빠졌다.

그래서 꼴라파스타에서 일일 바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나가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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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찍으려고 생각도않았던 새가 눈에 들어온다.

창 밖에서 지지배배, 뾰로롱~우는 새들을 바라보며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나도 새를 찍어볼까..였다.

간이 커진 것이다.

순전히 카메라 때문이다.

자신감도 장비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산을 탈 때 좋은 의상을 갖추고 있다면 아마 약간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의상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스키나 골프나 우리나라처럼 의상에 신경을쓰는 사람들이 없다는데

그렇게 준비하는 의상말고 정말 필요한 기능적으로 의상을갖추었다면

절로 실력이 발휘될 지 모른다.

난 뭐든 시작하게 되면 의상이나 기계를 먼저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딱이라는데 가끔 틀릴 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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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같이 걸어주고 손이 시릴까봐 주머니에 넣으라고 하며

관심을 갖고 나를 대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비록 누군가가 쳐다보고 이상한 관계로 오해할지라도 가끔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을에..아니 초겨울에 시린 뺨을 느끼면서 이유없이 무조건적으로

단 20분동안이라도 같이 걷는 자가 있다면 그대는 행복하리라.

알게 모르게 나는 내가 아닐 때가 자주있다.

그리고 그 때조차 내 속의 나이기때문에 거부할 필요가 없다.

뭐든 주어진 대로 즐길 수 있다면 그게 곧 자연스런 행복이지싶다.

힘들 때는 작은 따스함이라도 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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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있었다.

문화중독증이라고 과감히 말 할 수 있는 친구다.

아마 리움이나 예술의 전당이나세종홀이 없다면

먼지처럼 꺼질지도 모를 친구다.

가끔 골목길도 걷고 낙엽이 떨어지는 고궁도 걸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먹고 사는 게 힘든 친구가 아니라서 더 그렇게 말해 주고프다.

비교적 문화적인 인간들에게서 느끼는 오류는 자신이 가장

느낌에 있어서 정답이라고 여기는 거다.

다른 사람의취향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내가 가난해지는 기분이다.

14 Comments

  1. 네잎클로버

    2008년 11월 21일 at 3:42 오후

    리사님, 오늘 꼴라파스타 못가셨구나….
    궁금했었거든요. ^^

    근데 저희집 거실 벽지가 새하얀색이라
    스위치 주위가 까매진 것을 아무리 박박 닦아도
    잘 지워지지를 않아요.ㅠㅠ
    좋은 방법 있으면 갈켜주세요~
    세심하지 못한 주부로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ㅎㅎ   

  2. 벤조

    2008년 11월 21일 at 7:19 오후

    리사님, 우리집 올 땐 선글래스 끼고 오세용~

    정답을 말하는 사람 앞에 서면 문득 가난해 지는 심정,
    그거 나도 아는데…
       

  3. 김진아

    2008년 11월 22일 at 3:17 오후

    이사가서 제일먼저 하는일이..
    손잡이, 전등켜는스위치..그곳을 제일먼저 닦아냅니다.
    이삿짐 보따리는 잔뜩 제쳐놓구..그렇게 시작안하면,
    아무것도 손대기 싫어져요..ㅎㅎㅎ
    아주 오래되고 낡은..시멘트집에서..유독..눈에띄는 하얀곳..
    벽지엔, 온통 아이들 낙서와 군데군데..빈곳인데두요..
    성격 참, 이상타 소리..제가 많이 들어요 ㅎㅎ

       

  4. 오드리

    2008년 11월 22일 at 3:59 오후

    오늘 제목이야말로 무제구나………….ㅎㅎ   

  5. 화창

    2008년 11월 22일 at 8:14 오후

    손잡이가 때가 많은지 깨끗한지….전혀 무심한 사람이라서리~~~~~

    글을 읽으며 손잡이에 눈길을 돌려보니…….이사온지 얼마안되는 새집이라~~~ ㅎㅎㅎ   

  6. 와잇맨

    2008년 11월 22일 at 8:36 오후

    먹고 사는 게 힘들지 않은 친구
    옛날에 판잣집에 살면서도
    아침에 분단장 곱게 맆스틱 짙게 바르고
    다방으로
    문화생활 즐기는 마담이 생각나네요
    먹고 사는 문화 생활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복잡한 곳… ㅎ   

  7.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16 오전

    네클님.

    아주 성황리에 끝났다는 후문이…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바람에 물건이 금방 동이 났다는데요?
    아까워라~~하지만 어중간한게 갈 수 밖에 없어서 못갔답니다.
    네클님이 나 오신다면 기를 쓰고 가봤겠지만~
    사실 저도 잘 못 해결하는 부분인데 요즘 잘 나오는 세제있잖아요.
    그걸로 뿌려놓고 잠시 후에 깨끗한 면 수건으로 꼭꼭 눌러 보세요.
    아니면 락스도 분무기로 살짝 뿌렸다가 물수건으로 닦아 내는 방법–
    사실 이 건 나도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지요.   

  8.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19 오전

    벤조님.

    썬글래스끼면 더 잘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요.
    멀리 있는 잘 안보이는 부분들…ㅎㅎ
    제 친구는 다 괜찮은데 지나치게 문화광이라서
    어지간해서 만족이 안 되니 어지간한 것에 만족하는
    저는 늘 가난하게 느껴지는 허기에 허덕이는 건
    아닐까…하는 초라함이 들어요.
    벤조님–그 느낌 아시지요?
    어쩌면 저 또한 타인에게 아니면 아주 가까운 이들에게
    그런 느낌을 알게 모르게 주었을 겁니다.
    저도 앞으로 조심해야겠습니다.   

  9.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21 오전

    진아님.

    한동안 벽에 달린 현관용 전화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다가 어느 날 전화 중에 살펴보니 때가 새까맣게 보이더라구요.
    깜짝 놀랬답니다.
    그 후로 수시로 닦아내고 어쩔 땐 분리까지 해서 닦아요.
    요즘은 애들이 없으니 꺼멍 손으로 아무 것이나 부담없이
    만지는 횟수가 줄어서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오랜 된 스위치나 손잡이의 때는 참 안지워지지요?   

  10. 김현수

    2008년 11월 23일 at 1:22 오전

    리사 님은 까칠하다 ?

    지나친 깔끔함이 까칠하다로 와전되기도 하지요.ㅎㅎ,   

  11.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22 오전

    오드리님.

    제가 제목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고 순간적으로
    휘리릭 적는 편인데 이 날 따라 고민이 되더라구요.
    적당한 제목감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그 날 별로 이벤트가 없는 날이었다고해도 되는..ㅎ
    무제라는 제목이 전시회가면 많은데 이유가 있겠죠?   

  12.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23 오전

    화창님은 그런 부분에 무심할 것 같습니다.
    비교적 남자분들이 무심하고, 또 무심해야하고
    그러니 같이 살지 맨날 그런 것만 따지면
    같이 못살지도 몰라요~   

  13.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26 오전

    와잇맨님.

    제가 말한 친구는 뭐든 최고급이고
    연주회를 가도 VIP좌석으로만 끊어요.
    부부가 그런데 앉아서 보고 나와 다른 친구는
    제일 저렴한 좌석에서 보고 인터미션에선 같은
    휴게실에서 만나서 커피마시고 다시 제 자리로~
    그리고 화장같은 건 전혀 하지않는 옷도 눈에 전혀
    띄지않는 골동품같은 옷만 입어요.
    선생님 출신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는 생을 대하는
    모든 관점이 달라졌답니다.
    일본 여행도 나는 5-60만원으로 다녀오면 그 애는
    1000만원하는 엄청난 고급여행을 가지요.
    뭐..능력되고 자기가 추구하는 삶이 그런 것이라면
    누가 뭐래요?   

  14.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28 오전

    현수님.

    저는 아주 시원시원한 성겨의 소유자라고 다들 그러는데
    사실은 은근히 까다로운 부분이 있답니다.
    친구도 아주 많을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구요.
    처음엔 다 성격이 좋아서 쉽게 다가오고 다가가지만
    그 다음엔 좀 고르는 편이랍니다.
    ㅎㅎㅎ——그리고 남 못한 건 모르고 남한테 잔소리를
    좀 하는 편이랍니다.
    ㅋㅋㅋ——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말하는 스타일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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