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미우나, 고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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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고우나 큰엄마가 캘리포니아로 가셔서 2-3달을 지내다 오신다는

전화를 하셨다.

그냥 잘 다녀오시라고 말로만 하기가 뭣해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안색이 훨씬 더 좋아지시고 마음도 편하게 보인다.

남편과 나와 큰엄마 셋이서 송파구에 있는 취영루로 갔다.

그렇게 잘 되던 취영루가 문을 닫았다.

이유는 실내수리 중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세련된 인테리어라서 손댈 곳도 없는데

아리송하는 하다만 요즘 하도 난리를 치는 시대라 그렇거니 한다.

건너 편의 굴밥을 먹으러 갔으나 영 성에 안찬다.

그래도 그런대로 끼니를 때우고 그간의 안부를 묻고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한다.

70세가 넘어도 영락없는 친구같은 젊은 분위기다.

인생의 동반자가 먼저 갔어도 남은 사람은 어찌어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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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도 쓸쓸하다.

느낌인가?

온통 추스려 안으로만 오므라드는 기분이 드는 건 라디오나 TV 에서 떠드는

인플레이션에 따르는 디프레이션까지 갈 것이라는경기 탓인지 고요함 마저돈다.

누구는 내년에 30%만 남고공장들이 다 부도가 날 것이라는 둥

누구는 미국이 일부러 경제사정을 이렇게 만들어서 더욱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짓이라는 썰까지 돌고있다.

카더라 통신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현재에 일어나는 모든 사정이 그야말로 전대미문,

전무후무한 일들 투성이이다.

월급쟁이가 제일 안전하다고 하지만 40이 넘은 사람들로서는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여러가지로 뒤통수가 뻐근하다.

그동안 참 잘 먹고 잘 살아왔다는 지구촌.

IMF때 나는 한때 거만하게 살아 온 죄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금은 위로만으로는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방향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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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맛사지를 하거나 피부관리를 받으러 다닌 적이 없다.

어디서 표가 생겨서 한두어 번 간 적은 있지만 내가 스스로 열심히 체크하고

신경써서 돈을 내고 다니려고 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피부가 많이 거칠어지고 잡티 투성이다.

반신욕 후에 모공이 따끈하게 열려있을 때 팩을 하기로 했다.

청정곡물팩이라고 따로 백화점에서 파는 걸 사다 놓았다.

내추럴 야쿠르트에 섞어서 얼굴에 얹었다.

20분 후에 씻어 내었는데 뽀송뽀송한 얼굴로 변했다.

흑설탕을 와인에 재운 걸로 각질제거를 해도 반짝거리는데 이 팩을 하니까

느낌이 더욱 좋다.

요즘은 따로 팩용으로 조그만 통에 넣어서 팔기도 한다.

2만원 정도하는데 그 정도면 약 30번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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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믿고 먹을 것이 없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샐러드를 먹고 죽은 미국여인을 비롯 얼마 전 난리를 일으킨 멜라민 파동

플라스틱 제품에 열을 가하면 나온다는 환경호르몬.

점점 아이도 잘 안 생기고, 알 수 없는 병들이 생겨나고

패스트푸드를 떠나서 이제는 모든 식료품에서 겁을 내고 먹어야 한다.

스스로 길러먹는 습관과 밭이나 논을 가져야 할 판이다.

예전에 간식을 고구마를 말려서 먹거나 감을 말려서 먹었고

보리빵을 쪄서 먹었으며, 산과 들에 나는 버찌나 싱아를 먹곤 했는데

아예 그런 것들이 그립기만 하다.

모든 식습관과 에너지를 대하는 태도로 시작해서 농촌에 대한 사고까지

다 바꿔야 할 싯점이다.

금융위기가 이제 서서히 에너지위기, 식량위기 등 모든 위기로 다가올 모양이다.

하긴 에너지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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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밍밍하고 별 움직임을 반기지 않는 편이다.

늘 몽롱하게 사는 기분이다.

될대로 되라는 식의 어떤 사고방식이 만연해있다.

나는 포기도 빠르고 뭐든 성급해서 저지르고는 후회가 없다.

그래서 늘 피해를 보고 뒤에 알고도 그냥 묵살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 묵살만 모아도 많은 낭비는 줄일 수 있었을텐데—

이제 습관조차 다 바꾸어야 할 때이다.

아니다싶은 습관은 과감하게 체인지해야한다.

체인지—오바마만 부르짖는 게 아니다.

정말 나는 바뀌어야 한다.

발품 파는 걸 비롯, 뭐든 재확인해보고 또 비교분석도 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진짜 나는 바꾸어야 할 게 많은 사람이다.

16 Comments

  1. 참나무.

    2008년 11월 23일 at 4:38 오후

    이진용이네요
    저기 한 번 가본다는 게 왜이리 힘든지…
       

  2. Elliot

    2008년 11월 23일 at 4:51 오후

    남편과 애덜만 빼고 다 바꾸자@!

       

  3. 벤조

    2008년 11월 23일 at 8:02 오후

    리사님 저력을 믿습니다.
    바꾸면 바꾼다! 는…

    리사님 방에 왜 자꾸 오고싶을까, 궁금했었는데
    오늘 소리울님 방에서 보니 "리사는 따듯해서" 그렇다네요.
    바로 그거구나…마음이 따스한것 그건, 바꾸면 안 돼고.   

  4. 흙둔지

    2008년 11월 23일 at 9:13 오후

    작금의 모든 경제상황은 신뢰부족에서 기인한 것 같습디다
    고도의 심리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역이용하는 무리들이 문제지요
    정부도 국민의 신뢰를 못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여튼 잘 버티다 보면 좋아지겠지요…
       

  5.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1:27 오후

    참나무님.

    저기 저 작품은 꼴라가 아니고
    이진용 개인소장품이랍니다.
    언제 이진용씨가 자기 화실이 있는
    부산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가게되면 같이 가실까요?
    메일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 사람이래요.
    그런데 내게는 연락처가 있어요.ㅎㅎ   

  6.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1:27 오후

    엘님.

    다 바꾸어야 할 것 같네요.
    우선 내 사고방식과 어줍잖은 마음부터요.
    내가 우선 바뀌어야 할 듯..   

  7.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1:28 오후

    벤조님.

    후후후..
    소리울님이 그러셨다면 분명히 그럴 겁니다.
    제가 저를 잘 모르는데 소리울님이야 하도
    똑소리나니까 아마 정확할 겁니다.
    그 따뜻함이 오래 지속되어야할텐데–
    걱정입니다.
    그런데 본성이라서 어딜 안 가겠지요?ㅎㅎ   

  8. Lisa♡

    2008년 11월 23일 at 11:30 오후

    흑흑흙흙둔지님.

    믿고 견디는 것….ok!!!
    문제는 환율인데 일이백도 아니고
    천단위다보니 아까워서요.
    그리고 한해두해도 아니고
    앞으로도 10년을 버텨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일단은 내년까지 두고봐야지요.   

  9. 왕소금

    2008년 11월 24일 at 4:17 오전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는데 출구가 있는 진짜 터널인지
    끝에 무덤이 있는 무늬만 터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돈의 시대에 사는 것 같아요.
    이럴 때 건강관리라도 해야겠지요,
    밖으로 빠져나가는 날 또 열심히 움직여야 하니까요.^^   

  10. 오공

    2008년 11월 24일 at 5:33 오전

    리사님 오늘 반성하셨네~

    저도 반성을 잘하는 편이라 그런지
    반성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11. Lisa♡

    2008년 11월 24일 at 7:07 오전

    왕소금님.

    이럴 땐 짠돌이가 제일이지요.
    저도 이제 짠돌이가 될까봐요.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기분이라는 게
    딱 입니다.
    끝이 보이면 뭔가를 결정할텐데 걱정이지요.
    건강관리–진짭니다.   

  12. Lisa♡

    2008년 11월 24일 at 7:08 오전

    오공님.

    매일 반성하지만
    그 반성이 반성으로만
    끝이 나니 걱정이지요.   

  13. 김진아

    2008년 11월 24일 at 7:44 오전

    건강이 제일이세요..
    무슨 일이든지요..
    모든 일들, 리사님의 걱정들..
    잘 풀리시기만을..바랍니다.

    저도 늘 반성하지만, 뒤돌아서면 또다른 반성거리가
    생겨서요..ㅎㅎ
    그래도..아니하는것 보다는 나은것 아닐런지요..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얼마나 많은데요..^^

       

  14. Lisa♡

    2008년 11월 24일 at 8:55 오전

    느긋하게 기다리면 해결될 일이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미리
    미연에 챙길 건 챙겨야 하겠어요.
    경우를 대비해서 늘 최선책을 강구해봐야지 ..
    합니다.   

  15. 호수

    2008년 11월 25일 at 7:49 오전

    이 방에 오면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때문인지

    환율의 널뛰기때문에
    잠깐씩 우울한 모습도
    멀리있는
    삼남매에 대한
    엄마리사님의 걱정도
    왠지
    그다지 큰일이 아닌듯 하니
    너무 걱정 마시길 ^^

       

  16.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24 오후

    호수님.

    그럴까요?
    하루종일 우울했거든요.
    누굴 만나기도 싫은 그런 요즘이랍니다.
    아이들이 더 걱정할 듯…해요.

    이너무 에너지가 글쎄…문제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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