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인형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멤버들이다.
가운데 연필 든 여인이 쌤이다.
굴밥과 무우청과 두부 된장국을 준비했다.
다들 연신 맛있다면서 식사에 대한 즐거운 찬탄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를 즐겁게 해준다는 건 내게도 행복이었다.
나는 새로운 인형을 시작했다.
키다리 롱다리 아가씨를 만들기로 했다.
버섯파우치 두 개랑.
바느질도 하다보니 실력이 느는 모양이다.
광목에 금방 바느질을 끝내고 염색에 들어갔다.
런던서 비싸게 주고 사온 포트넘 티로 염색하니까 되려 염색이 약하다.
염색은 그저 싸구려 홍차티백이 제일이다.
커피를 조금 넣고 다시 염색해야 할 형편이다.
여자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기자기함을 좋아한다.
우리 퀼트멤버들은 전부 내추럴하고 아기자기한 일본취향을 좋아한다.
직접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호하고 내가 읽은 책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곧바로 메모들어간다.
사서 읽겠다는 의지이다.
나도 늘 뭔가를 적는다.
필요에 의해서 적은 걸 찾을 때 어디에 적었나를 까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쩔 땐 영수증 뒤에, 때로는 편지봉투에, 또는 휴지에..
그래서 언제나메모장 하나쯤은 가방에 갖고 다닐 필요가 있다.
교보문고에 가면 예쁘고 쓸만한 메모장세트를 많이 판다.
그런데 좀 비싸보이기도 했었다.
내가 직접 조그만 가방이나 수첩 겉싸개를 만들어서 갖고 다녀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꺼낼 땐 반드시 이거 내가 만든거야~하고 자랑할 게 뻔한.
이 호두바늘 쌈지는 슈카님을 위해 올린다.
호두먹고 껍질이 생기면 이렇게 만들어 보라는 의미이다.
아주 쉽고 귀엽다.
뭐든 이렇게 활용하면 세련되고 멋스럽고 센스쟁이가 된다.
나는 바늘쌈지는 내가 다 만든다.
그런데 요즘은 갑자기 옛날식의 비단(공단)으로 만든어머니들이
쓰시던 스타일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헌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볼까 고심 중이다.
인사동에 가니 그렇게 만든 북한산이라는 쌈지를 15000~20000원 정도에 팔고있었다.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내가 만들자 싶어서 그냥 참았다.
갑자기 알뜰하게 생긴 앞치마와 프릴이 두 겹으로 달린 보닛을 만들고프다.
이 아트적인 본능~~룰루랄라다.
내가 이러면 사람들이 날더러 진짜 웃긴다며 생긴대로 놀라고 말한다.
종일 집에서 인형과 씨름하다가 밤에 달려나갈 일이 생겼다.
좋은 사람들이 우리동네까지 몸소 나셨다.
우리는 7시에 만나서 새벽 두 시에 헤어졌다.
일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하다가 내키면 여러 번도 보는 사람들이다.
이제 나의 한계를 느낀다.
12시만 넘으면 절로 눈이감긴다.
2시에 포장마차에 앉아있는데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다.
날밤을 새고도 끄덕없던 내가, 담 날 또 새어도 끄덕없던 그녀가 끝장났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들이 더 많은 그들이 왜?왜?왜? 아무렇치도 않은 거야?
더구나 둘은 담 날 대학강의까지 맡아야 하는 사람들 아니던가.
대단해요~~
특히 맨날 꼬랑꼬랑하는그녀는 모야?
나이도 나보다 10살넘게 많으면서 이해불가다.
내 친구 중에 매일 자기 죽는다고 119 부르고 난리치는 영이도 아직 안 죽고있으니..
꼬랑꼬랑 숨넘어갈듯 한다고 금방 죽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많이 웃었다.
엄청나게 웃었다.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환율로 우울했던 기분이 일소되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낄낄거림은 언제나 권장이다.
그런 사람들만 만나고싶다.
우리는 여행을 모색했다.
어쩌면 12월초에는 해인사로 갈런지도 모른다.
가야고분군을 포함한 일정을 넣어서.
일행 중에 한 명이 해인사랑 관계가 있는 이라서
해인사에서 잘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기대만땅…대기조 여기있습니다.
김진아
2008년 11월 25일 at 2:28 오전
웃으셨다니..엄청나게 많이 웃으셨다니..
덩달아 기분 좋은 날이예요..
신문마다..환율 이야기..기러기 이야기..
이러저러한 사소한 다툼의 이야기들이 참 많아지지만,
그럴수록..웃어야 한대요..*^^*
해인사 가시면…꼭..어스름한 저녁..하늘 보세요..
어렸을적..그곳에서..이모손잡고..느리게 저무는 하늘보고..
참 많은 위안 받았거든요..
보고픕니다….
Lisa♡
2008년 11월 25일 at 2:32 오전
해인사는 두어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래도 매번 갈 때마다 팔만대장경을 보며 눈물짓곤
했었답니다.
늘 좋은 곳…뭔가 카리스마적인 사찰.
성철스님.
………부도들과 안개와 연꽃.
진아님.
아침까지 피곤하답니다.
리듬이 조금 흔들렸거든요.
멋쟁이들과 (정신적인) 놀았더니
기분은 괜찮구요.
슈카
2008년 11월 25일 at 3:34 오전
고맙습니다~!!!!
저렇게 예쁜 인형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등록하기 전엔 인형같은 거 만들어서 뭐에 쓰게? 했는데 일단 등록하고 나니깐 살짝 설레기도 해요.
호두바늘 쌈지는 너무 앙증맞고 이뻐요.
저걸 만들려면 우선 호두를 아주 잘 깨야겠어요ㅎㅎ
저도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답니다^^*
ariel
2008년 11월 25일 at 8:00 오전
저는 바느질을 못해요.
소질이 전혀 없네요.^^
겨우 단추나 달고 뭐 그런 것..
여기오면 리사님께서 인형
만드시는 것 보고 부러워요.^^
오늘도 스마일하며 잘 보고 갑니다.^^
shlee
2008년 11월 25일 at 10:45 오전
세상에 버릴 것이 없네요.
호두 반쪽도 저렇게
예쁜 바늘 꽂이가 되니…
반띵한
호두 껍질 어디서 구하나?
^^
남녀노소를 뛰어넘는
폭 넓은 교제
알아 줘야지~
환율걱정 날려 준 고마운 분들이
자주 등장하셔야 할듯…
^^
참나무.
2008년 11월 25일 at 1:15 오후
요담 만날 기회 있으면 커피인형 알려드리리다
리사 님과 슈카 님께…
아주 간단하고 몸통에다 원두커피를 넣어 앉혀놓으면 향도 좋고…
퀼트 동지가 생겨서 좋네요..^^
…
골골구십이란 말 있는데… 모르시나보다…^^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19 오후
슈카님.
호두 저렇게 잘 깨집니다.
잘 해보세요.
나한테 호두 여러 개 있는데..ㅎㅎ
인형을 만들면 사진 올려주세요.
같이 배우게요.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20 오후
아리엘님.
바느질 못해도 돈 잘 벌잖아요.
저는 돈되는 걸 못하니…쩝!
아리엘님.
미소를 짓게 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21 오후
쉬리님.
몬살겠어요.
환유울뗌에—
호두반띵..ㅎㅎ
저 호두쌈지 이쁘죠?
나도 첫눈에 마음에 들었답니다.
남녀노소를 뛰어넘는 폭넓은 남녀교제..ㅎㅎ
속고 있다우~~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22 오후
와…………….커피인형.
참나무님.
기대할께요.
분위기 있는 걸루요.
오드리
2008년 11월 25일 at 1:42 오후
뭐든 생산적인 일 하는 사람들이 좋더라. 놀면서 바느질도 하고 참 괜찮네.ㅎㅎ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45 오후
나 괜찮치?
히히히////
근데 언니 전화 쫌 받찌………뾰루퉁~~
영국고모
2008년 11월 26일 at 10:08 오전
글재주, 말재주, 손재주, 미모….
You must be a queen of Chosun blog~
Lisa♡
2008년 11월 26일 at 10:20 오전
영국고모님.
꾸벅꾸벅 어퍼집니다.
그런데 저….기 미모요.
실은 잘 나온 사진으루다가
올려서 그런 건데요~~
-50% 정도 평가절하하시길..
초록정원
2008년 12월 2일 at 1:06 오후
포스트 뒤로 읽어 나가는 중인데
인형 사진 보고 손수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군요.
퀼트에 인형에 도대체 리싸님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감탄스럽다는.. ^^
Lisa♡
2008년 12월 2일 at 1:22 오후
초정님.
배우고 조그만 시간 투자하면
(예를 들어 시간이 남아 돌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취미가 문제겠지요.
그나저나…드라마 안 보세요?
나 지금 에덴의 동쪽 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