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 여왕탕은 독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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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기간이 사람에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6개월 정도 긴 잠을 자다가 나오고프다.

그럼 세상은 변해있을까?

주식시장은 상한가 넘칠까?

환율은 900원 쯤 되었을까?

요즘은 세상이 무섭다.

신문도 보기싫고 은행앞으로는 지나가기도 싫다.

텅 빈 식당들도맘 아프고

팔리지 않는 집을 안고 대출이자를 엄청낸다고 한숨쉬는

친구얼굴도 보기가 겁난다.

살다가 함정이 이렇게도사리고 있을 줄 그 누가 알았을까?

개인적인 실수로 인한 함정은 그렇다치고

그 누구의 잘못이라기엔 뭣한 이렇게 걷잡기 힘든 위기상황은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 함정인지..

푹 자고나면 거의 해결되어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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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시간을 때우다가 남편의 부탁으로 고혈압 약을 받으러 경희대

병원을 갔다.

번호표를 뽑으니 411번이다.

잔여대기인 수는 8명.

점심시간이라 직원은 한 사람, 늦게 진행된다.

한 남자가 오더니 바닥에 떨어진 표를 줍는데 그 옆에 또 한 장이 떨어져 있다.

나도 얼른 떨어진 걸 주웠다.

그 남자는 407번, 나는 406을 주웠다.

번호판을 보니 406이 켜져있다.

사람이 볼 일을 보고있다.

금방 407로 바뀐다.

주워도 어쩜 그리 우스꽝스럽게도 창피한 줄 모르고..

내가 하는 짓이 주로 이런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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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나온 나는 은행으로 직행한다.

입금시킬 일도 있고 정리할 통장도 있었다.

신한은행에는 고객을 위한 튀밥이 컵에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어머나…안구돌출.

두 컵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다른 걸 쳐다보다가 컵을 엎지르고 만다.

은행의 조용한 바닥으로 튀밥이 사방으로 소리없이 튕겨져 나간다.

산만한 나의 덕분에 직원인 이대리가 지출지를 상환대출용지를 건네고

그 다음 내 통장을 돌려달라니까 아무 것도 안 적힌 새 통장을 준다.

다 나의 실쑤 때문이다.

환율이 송금률은 왜 더 낮냐고 물으니 보유경비발생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보유경비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이해가 어려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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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나온 후 바로 피곤하다는 핑계를 혼자서 도닥이며

그동안 안 가던 작은 대중탕으로 향했다.

독탕.

손님이 없는 까닭에 혼자만 조용하게 여왕처럼 우아하게 무서워하면서..

며칠 전에 썼던 무지몽매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아무도 없길 다행이지 또 누가 잘못하나를 눈 빤짝하며 봤을텐데..

가까운 동네에 새로운 사우나탕이 생겼는데 공짜표를 이 달말까지

엄청 찍어냈단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그리로 간다고 다들 배반 때린 것이다.

그저 공짜와 새로운 시설이라면 좋아가지고들~

불쌍한 독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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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서 나오는 길로 집 앞에서 희씨를 만나서 구민회관으로 갔다.

오늘 사진전을 개막하기 때문이다.

구 동호회 형식으로 모임이 있는지..

사진들은 비교적 평범한, 늘상 자주보는 류의 사진들이 많았다.

아주 선명한 인물 사진이 눈길을 끌어서 보니 홍순태 선생님 작품이다.

주로 할아버지들의 천국이다.

나이들어가면서 사진은 참 좋은 취미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에 가입 않으면 구 작가회에도 못낀다는 설명을 들었다.

같이 간 희씨는 한국사진작가회 정회원이다.

나는 그냥 따라간 사람.

거리감 느끼는 소외감으로 일찍 나와서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6시 10분 전이다.

의미없는 최소의 공간에서도 작품을 만들 수 있어야 작가라하는지..

주로 작가들이 자주 찾는 장소는 어느 전시회를 가나 다 있다.

새로운 것, 새로운 개성으로 찍어야 할 때다.

18 Comments

  1. 흙둔지

    2008년 11월 25일 at 8:42 오후

    정말 요즈음에는 스님들 동안거를 부러워하는 분들 많습디다…
    6개월은 조금 길고 스님들처럼 3개월만 동안거하면 좋을지도…
    그럴려면 우선 머리부터 깍아야 될겁니다…ㅋㅋㅋ
    삭발한 리사님 모습을 그려 봄시롱… 룰루랄라~~~
       

  2. 데레사

    2008년 11월 25일 at 9:37 오후

    리사님.
    내가 김장하고 허리가 좀 아파서 며칠간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병원도 텅텅 비었어요. 평소 이 정형외과는 노인들로 북적
    였거든요. 노인들 물리치료비는 1,500 원이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1,500 원도 힘이드는 세월을 실감하면서
    나도 동안거에 들어가고 싶어졌어요.

    리사님은 삭발해도 이쁠건데요.   

  3.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1:08 오후

    흙둔지님.

    다들 그렇군요.
    아마 그럴겝니다.
    삭발이라~
    나 삭발하는 거 보고 룰루랄라~?
    둔쥐님.
    요즘 사는 게 싫어요?(껌은 썬글라스끼고…)
       

  4. Lisa♡

    2008년 11월 25일 at 11:09 오후

    데레사님.

    저 삭발하면 뒷머리가 납작해서 여엉~~아닐 겁니다.
    윽…..생각만해도-
    1500원보다도 그냥 납작 엎드려있느라 그럴 겝니다.
    다들 움츠리고 나 올 생각들을 안하니까—   

  5. 오드리

    2008년 11월 25일 at 11:41 오후

    다들 입만 열면 경제난국이라니 나두 무서워서 못살겟다. 어쩌~~~   

  6. Lisa♡

    2008년 11월 26일 at 12:52 오전

    맞어…나라도 안해야지.

    이런 말들 때문에 소비심리가 더 움츠려 든다니까..

    언니—지송~~이제 다 잘 될거야.
    앞으로만 가는 거야~~그래..가자.   

  7. 2008년 11월 26일 at 2:28 오전

    1,300원 하던 위엔화가 오늘부로 2,300원이 되었습니다. –;;
    중국에 생산라인이나 수입처를 두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하답니다. 저역시 으악~ 하고 있구요.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랄까요. 나침반도 없이 말이지요. -.-
    화제를 돌려서, 리사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   

  8. 왕소금

    2008년 11월 26일 at 2:50 오전

    다음 번에는 407번 줍는 행운을….^^   

  9. 김진아

    2008년 11월 26일 at 4:59 오전

    목욕탕이..숨막혀서..못가요..^^

    널찍한 독탕..
    여기 동네에도 커다란 사우나가 생기고 나선,
    작은 목욕탕이 절반으로 줄었답니다.
    겨우겨우..한곳 정도가..유지라도 되는지..
    그래도 계속 이어가시네요..
    ..   

  10. 백작

    2008년 11월 26일 at 5:17 오전

    신한은행에 가면 고객용 튀밥있어요?
    에이~~ Lisa♡님은 VIP룸에 가서 그렁거죵?!!~

    저는 요즘 대전에 있는 은행에 갔다가 넘 쌀쌀맞은 행원의 어투에 열 이빠이 받고
    주거래 은행을 확~ 바꿀까말까 막하 고민중입니다….
    물론 지금은 부자가 아니어서 VIP는 아니지만 미래의 VIP가 될지도 모르는 일인뎅…흐흐흐..   

  11. 김현수

    2008년 11월 26일 at 7:09 오전

    동면 상상하다가 여왕탕의 주인공 되신것
    축하드립니다.ㅎㅎ,   

  12. Lisa♡

    2008년 11월 26일 at 9:08 오전

    길님.

    위안화가 그렇게 올랐군요.
    세상에..
    중국유학생들 들어온다고 난립니다.
    그렇게 되었구나..난 그것도 모르고
    달러같고 난리치니…미안네요.
    요새 여러가지로 고민의 와중에 있쪄요.   

  13. Lisa♡

    2008년 11월 26일 at 9:08 오전

    역쒸..”’

    왕소금님이 센쓰쟁이.

    알쪄요~~   

  14. Lisa♡

    2008년 11월 26일 at 9:10 오전

    진아님.

    깝깝증있구나…
    ㅎㅎㅎ
    나도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은 사양입니다.
    폐쇄공포증 있거든요.   

  15. Lisa♡

    2008년 11월 26일 at 9:11 오전

    백작님.

    들어가자마자 여러군데 나뉘어 있더라구요.
    그게…점포마다 다르겠지요?
    그리고 ….저 vip맞는데요.
    그 접객실은 못들어 갑니다.
    빚이 많은 vip라 미안해서 지레
    겁먹고 안 들어 갑니다.ㅎㅎ
    대전의 그 은행—뭐꼬?   

  16. Lisa♡

    2008년 11월 26일 at 9:12 오전

    현수님.

    여왕탕~~
    독탕~~
    불쌍한 탕~~   

  17. 화창

    2008년 11월 26일 at 12:59 오후

    환율 900쯤?

    아이고 수출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제잘 1100쯤이라도 되었으면 좋게[ㅆ다~~~   

  18. Lisa♡

    2008년 11월 26일 at 1:37 오후

    화창님.

    잘 못보면 욕하는 거 같으세요.
    잘못쓰셔서 말입니다.
    제잘….(제길)
    좋게[ㅆ다~~(표현불가)
    ㅋㅋㅋ
    미치고 폴짝 뜁니다.
    화창님캉 저캉 비슷한 심정입니다.
    위안화가 그리 올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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