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드리언니랑 같이 나눈 음식들이다.
어지간하면 주말엔 외출을 않는다만 오늘 아침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이들 문제로 골치를 썩이던 나의 우유부단함이 시간을 좀 먹다가
드뎌 오늘 보고픈 오드리, 그녀를 만나러 삼청동의 바람을 맞으러 갔다.
운현궁 앞에서 경복궁 쪽으로 돌던 나는 감사원 앞에서 내렸다는 그녀의 말에
급히 차선을 바꾸어 감사원 방향으로 직진을 한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돈복에 별 볼일없는 우리들의 현실감각 부족을 성토하기 시작해
급기야는 점심시간을 훨 넘긴 2시가 넘도록 얘기꽃을 피웠다.
왜이리 만나자마자 할 얘기가 이렇게도 많은지.
교육문제로 시작한 우리의 질높은(?) 대화는 경제문제를 거쳐 언론(조블)문제까지..
주로 떠드는 건 나—Aroo 사장님이 엄청 떠든다고 나를 바라봤을 거다.
에스프레소 룽가로 시작한 우리의 커피는 두 번째 리필을 아메리카노로 실속의 끝을
보면서 뭐? 피앙…치즈인가 하는 케익 한조각까지 한 푼, 리도 남기지 않고 해치웠다.
2) 튀는 낙엽인 플라타너스의 꺼칠한 느낌을 발로 부시며 삼청동 칼국수를 먹고픈
그녀를 끌고 삼청동 수제비로 안내를 하고야 마는 나의 스무스함.
밀가루를 호호 한다는 그녀는 빠른 솜씨로 두어번 그릇을 마무리하더니 딱 수절 놓는다.
요즘 천천히 먹는 습관이 베인 나는 끝까지 고군분투.
계속 떠드는 나를 무심히 그리고 신기하고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는 로마촌언니.
주말의 삼청동은 사진동호회 대학생들이 유행병처럼 DSLR들을 들거나 메고는
무리지어 사방의 골목들을 점령하고 다녔다.
절대 유행이라면 뒤지지 않는다는 아줌마 리사도 당근 카메라를 부담스레 들고는 출래출래
뒤뚱거리며 시린 손을 불어가며 찍사노릇을 한다.
새로 아비가 된 그녀의 사위가 필카를 10대 정도 갖고 있다는데 장모는 컴팩트 디카로
간간이 한 두 컷을 찍는다.
성형수술한 사람맞히기는 언니는 통 몰라~형이고돈 안 되는 일에 똑똑한 내가 선수다.
3) 학고재가 보이는 길까지 걸어내려오던 우리는 다시 턴을 하여
거슬러 올라간다.
단팥죽 집에서 실컷 떠들다가 밖에 서있는 이들도 있는데 오래 앉아있다고
눈치를 줘서 할머나 등쌀에 쫒겨나고마는 우리.
그때까지 온갖 이야기를 줄곧 하면서 낄낄거리는 두 여자…아이고 재미있어라.
오드리언니랑은 진짜 손뼉이 딱딱 맞다.
엄청 웃다가 둘이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이다.
의기투합이라는게 이런 건가 싶은 정답같다.
현실감없는 부인에 이은 더 현실감부족의 남편을 똑같이 둔 우리.
서울에도 살고 로마에도 사는 동시존재가 없을까?
순간이동처럼 필요에 의해 금방금방 나타나는 그런 인간이 없을까?
지구는 왜 이렇게 넓은거야?
4) 온갖 박물관을 여기여기 손가락으로 짚어 주기만하고 오늘은 통과만.
북촌을 안 가 본 그녀를 위해 기꺼이 골목을 조금 돌아본다.
그녀가 금새 좋아하는 눈빛이 보인다.
나이가 50 이 되어도 17세 소녀랑 뭐그리 다를까..
나이도, 경제도, 정치이념도 다 잊을 수 있는 그런 사람과의 만남.
북촌을 돌아 삼청동을 위에서 내려다 보기도 하다가 다시 원위치.
돌아오는 길에 소나무 갤러리에 그녀의 따스한 발길이 머문다.
서둘러 집으로 가야하는 나를 위해 그녀도 친정으로~
그녀를 종로에 내려주고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생태 한 마리랑 굴이랑 조개랑 두부 한 모 사와줄래?"
차는 밀리는 편이었다.
기분이 깔끔한 날이다.
내가 구사하는 어줍잖은 언어를 다 알아듣는 여성이 있다는 건 즐겁고 우쭐하다.
* 의견일치 하나 – 진주여고는 좋은 학교가 확실하다.
왜?
두 여자의 해박함과 명석함에 절래절래 하니까~
두 여자 알아맞춰 주세요.
*의견의 일치 둘 – 정치, 종교에만 치중하는 블로그는 가기시러.
왜?
그 부분에 아는 지식이 없으니 자연 관심 밖..
*의견일치 열 셋 – 너무 재밌다.
왜?
소설을 쓰니까.
소리울
2008년 11월 29일 at 7:19 오후
잘났어 증말들….
싫컷 노닥거리고선 남의 흉도 봤구먼.
추운 날 따땃하니 구둘막에 앉아 놀지 로마 촌놈 데리고
많이도 돌아다녔네 그랴. 쌤통이다. 그래 가며…
골프사랑
2008년 11월 29일 at 7:41 오후
It is cold here in New EnglandIt. That makes me feel that we have rather a long Thanksgiving holiday; spending some time in surfing jobeul and enjoying your essays. Found out that you and your friend strolled Bookchon which is a new gallery district. I remember visiting a cute and little jewely museum. And stopped by the Locksmith(soettae) museum in daehakro. And coffee museum in Yangsoori. Any other good museum and gallery?
decimare
2008년 11월 29일 at 10:19 오후
진주여고… 참나무님…소리울님…
슈카
2008년 11월 29일 at 10:21 오후
동행하듯 재밌게 읽었어요^^
테러
2008년 11월 29일 at 10:31 오후
삼청동 수제비…..ㅠㅠ
빨리 좋은 여자랑 가서 나쁜 기억을 다 지워야겠어요….ㅎㅎㅎ
Lisa♡
2008년 11월 29일 at 11:40 오후
소리울언니.
귀 마니 간지러벘쪄?
ㅋㅋㅋ….진주여고 똑순이 두 사람.
절대로 치매 안 걸릴 사람들이죠?
언니—-좀 쌤도 나지?
어찌나 재밌던지, 그러잖아도 같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거라고 말했찌..후후
쌤통이라니—-모가?
로마촌놈은 확실하더만..어디어디? 하면서
마구 신기해하더라니까~~ㅎㅎ
데레사
2008년 11월 29일 at 11:41 오후
즐겁고 행복한 만남이었군요.
두분 오래오래 행복한 시간 많이 갖기를 바래요.
삼청동 수제비를 먹을려고 점심시간 땡하자 말자 뛰어나갔던
기억이 새롭네요.
그집 여전히 손님 많지요?
Lisa♡
2008년 11월 29일 at 11:42 오후
골프사랑님.
나도 안 가본 쇳대박물관도 가보시고 양수리의 커피박물관?
왈츠앤닥터만을 말씀하시나봐요?
가보실만한 곳은 다 가보셨네요.
삼성동 코엑스에 김치박물관도 있더군요.
다음에 서울 오실 때 안게판에 남기면 제가
가볼만한 곳을 가르쳐 드릴께요~공짜로.
Lisa♡
2008년 11월 29일 at 11:42 오후
마레님.
100점!
당첨.
뭐..상품없나?
Lisa♡
2008년 11월 29일 at 11:43 오후
슈카님.
동행했잖아요.
마음으로……
Lisa♡
2008년 11월 29일 at 11:43 오후
나쁜 기억……..이라?
테러님, 그런 기억이 존재하나봐요?
저의 경우는 그런 기억은 하루지나면 바로 지우개로 쓱싹..
수제비집 그저그렇던데–
Lisa♡
2008년 11월 29일 at 11:44 오후
데레사님.
우리는 2시쯤 갔더니 줄은 안섰더군요.
보통 때는 점심시간이면 줄 서잖아요.
손님은 여전하더군요.
저도 그 정도는 만드는데..고추빼고.
수홍 박찬석
2008년 11월 30일 at 12:36 오전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오공
2008년 11월 30일 at 12:48 오전
오드리님!
리사님이 후기 쓰셨으니
바통 받으세요~
김진아
2008년 11월 30일 at 2:07 오전
맨아래 계단이..좋은데요…
그위에 계신분이 누구신지요 ~! ㅎㅎㅎ
소리울님,참나무님..두분모두..대단하신 분들이시죠..
많은것들을 알려주시고..남겨주셔서요..
리사님,오드리님..
두분의 이야기가..오늘따라…더욱 따뜻합니다. ^^
골프사랑
2008년 11월 30일 at 2:51 오전
Wow, Lisa, you are right on! I am taling about Waltz & Dr. Man. There is one more coffee shop just like that in Kangneng. You’ll like it. They have pretty good pasta menu as well. Any other good places for me to visit? I will be in Korea from December 14 to 22. Thank you in advance.
Lisa♡
2008년 11월 30일 at 3:20 오전
골프사랑님.
제가 12월 24일에 마우이를 갑니다.
연초에 옵니다.
그 전에 오시면 취향따라 갈만한 곳
많이 알려들릴께요.
그리고 제 카테고리 중에 음식남녀를 보시면
갈만 한 곳 많습니다.
서울에 머무시면 근처에 갈 곳 많습니다.
우선 산당이라는 곳을 추천하구요.
연령대와 취향을 알면 적합한 곳을 추천할 수 있답니다.
ㅎㅎㅎ…
마침 제가 하와이 가기 전이라 다행이네요.
Lisa♡
2008년 11월 30일 at 3:20 오전
수홍님.
너무 좋았답니다.
Lisa♡
2008년 11월 30일 at 3:21 오전
오공.
그녀가 친정에 갔기 때문에 오늘 밤이나 되어야 바통을 받어.
엄마랑 있어서 바통받기 힘들걸?
쬐매 기둘려~
Lisa♡
2008년 11월 30일 at 3:22 오전
진아님.
저기 계단에 있는 여자?
그야 뭐..로마의 멋쟁이지요.
모자까지 눌러 쓴….
계단이 예삿 계단이 아니랍니다.
저기 집 주인이 (왼쪽) 콜렉터로 유명한데
계단의 돌들도 하나같이 다 모은 것인가봐요.
저 계단 아래 장대석인가..그것도 좋습니다.
천왕
2008년 11월 30일 at 3:32 오전
두 분은 행복도 하셔여~
세상살이 속에서 궁합맞는 사람과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데요~~
어제 하루는 수제비 만큼이나 부드럽고 따뜻했겠네요 !!!!!
Lisa♡
2008년 11월 30일 at 4:42 오전
맞아요.
우리는 그래도 얼마나 행복한지
사실 그런 점에 감사하면서 살지요.
늘…
천왕님 고맙습니다.
오드리
2008년 11월 30일 at 5:39 오전
오늘 올린 사진이 젤 맘에 들어. 왜, 눈에 쏙쏙 들어오니까.ㅎㅎ
진주여고, 너무 똑똑해서 징그러워라. ^^*
Lisa♡
2008년 11월 30일 at 6:30 오전
긍께..
히히히.
눈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눈에 박아두었다는 말씀?
어디?
혹시 PC방 아니야……?
데꼬 갈데 많은데 클났따.
무무
2008년 12월 1일 at 2:41 오전
진주여고 안 나온 대신 명문여대(누구나 인정합니다.^^) 나온
서울서 시집 와서 진주서 사는 저같은 사람은
여기서는 명함 내밀기 힘듭니다.
살기가 빠듯하다는거죠…
머 그냥 전업주부로 사는건 그런대로 견딜만 합니다만
저처럼 사횔활동을 하는 사람에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진주여고 안, 아니 못? 아니죠…안 나온 이유로 말입니다.^^
똑똑한 건 인정합니다.
특히 소리울님 세대 분들은 확실히 뛰어 난 분들…ㅎㅎ
Lisa♡
2008년 12월 1일 at 3:06 오전
깔깔깔..
진주여고 못 나온 이유로 진주서 고생하시는 무무님.
나…………….E대 나온 여자야~~도 안 통한다 이 거죠?
송파구 올림픽 아파트에선 한동안 경북여고가 판 쳤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진주에선 진주여고, 우리 동네에선 진명여고…에구..
저기 판치면 뭐 합니까—-실속이 최고지요.
우리동네에선 명성교회 안 다니면 간첩이란 소리까지..
저는 안 다니 거든요..그랬더니 모르는 정보가 많더라구요.
봉쥬르
2008년 12월 1일 at 3:13 오전
이고장 에스여고도 명문인디..
부러워라.두사람.^^
Lisa♡
2008년 12월 1일 at 4:03 오전
봉쥬르님.
혹시…
s여고라심은…
SCP여고요?
다 명문이것찌요–
도토리
2008년 12월 1일 at 7:17 오전
진명여고..에 눈이 번쩍..ㅎㅎ^^*
Lisa♡
2008년 12월 1일 at 10:29 오전
엇….도토리님이 진명이구나.
이히히히…우리동네는 진명여고가 최고로 판칩니다.
그 다음이 경기여고..경기는 너무 잘 나서 아예 조용하고
우아한 척 하니까요—
도토리
2008년 12월 2일 at 4:30 오전
학교가 이사를 해서리
아무래도 좀 거시기해요.ㅎㅎ^^*
Lisa♡
2008년 12월 2일 at 9:52 오전
진명이 동창회가 가장 잘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부산여고입니다.
우리학교도 만만치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는 뺑뺑이 세대라 선배들이 안 쳐줍니다.
대학이나 같아야 아는 척이라도 해주지요.
하지만 저는 인기만점이지요…이유요?
개그맨이걸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