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와 T,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히히닥거리고 있는 가게로 척봐도 무시무시한
십 년간 절여진 때묻은 털빵모자를 대충 눌러 쓴 남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었다.
괴물이라는 영화에 송강호가 입고 나온 늘어져 쳐진 회색 추리닝바지를 입고 윗도리는
항공잠바 사촌쯤 되는 걸 걸쳤었지 아마…
어쨌든 나는 순간적으로 얼음 땡~으로 쫄았다.
앉는 자세도 거의 파묻히다시피 삐딱하게 박혀 앉았다.
충혈되었으리라 짐작되는 눈으로 맥주를 좀 달라고 했는데 웃기는건 첫 마디가 항상
"매담~~" 이었다.
대답을 하지않으면 "김매담~~" 이라고 했다.
나는 이빨이 딱딱 소리가 나게 떨면서 으슬으슬 추워서 공연히 난로의 온도만 올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놈팽이에 노숙자 위치에서도 금방 감방에서 나온 형국에 보아하니 정신도 50%는
외출을 시키고도 멋도 모르는 인생같았다.
또 그가 "매담~~" 이라고 하면서 버드와이저를 시켰다.
두 병.
나는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서 고개 숙이고 땅에서 동전찾기를 하고 있었다.
비교적 차분한 S가 분위기를 보면서 관망하는 자세로 카운터에서 서서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한 번 휙~둘러보는 듯 하더니 " 야~뚱땡이~이리와봐" 라고 하였다.
깜딱 놀란 나는 나를 가르키는 줄 알고 아이고 죽었다 하고 있는데 T가 "저 불렀써예?" 한다.
그러고보니 T가 나보다는 쫌 나가게 보인다.
그런데 웃기지도 않고 어찌나 무섭던지 계속 이빨이, 그 놈에 이빨이 쩍쩍 달라붙는 것이었다.
"그래~뚱땡아"
어디선가 오십 년간 걸친 땟국냄새가 진동을 했다.
S가 돈 안받을테니 나가달라고 했는데 버드를 더 갖고 오란다.
T는 손님인데 초저녁부터 뭔 일이냐며 밥하러 가야하는데 언니인 내가 하도 떠니까 못가고
눈치로 자기남편 부를까> 하고 묻는다.
‘오라.그래.무조건 다 오라그래..덜덜’
S가 날더러 나가있으란다.
자기가 이야기해보겠다고..그러더니 가서 손님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
결국 하느님, 예수님..다 나오다가 잘 데가 없으니 돈을 달란다.
내가 주자고 눈치를 하니-S가 안된단다.
그러면 또 온단다.
내가 살짝 나와서 경찰에 전화를 하고 밖에서 덜덜떨고 있었다.
경찰이 2분만에 왔는데 그 2분이 얼마나 길던지.
경찰차를 보고 용기를 내어서 안으로 들어와 경찰 불렀으니 나가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경찰이 자기보다 한 수 아래라는 둥~
경찰 다 잡아뭉개버린다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 생각하니 진짜 웃겼다.
T는 매서운 눈으로 ‘저 거 어째 족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눈치다.
자기보고 뚱땡이라고 했으니 한 번 쏘아주고플께다, 성격상.
경찰이 들어와서 "야–나와, 가자" 라고 하니까 꼼짝 못하고 일어나더니
"덤벼~~다 덤벼, 너네들 오늘 주것쓰~~" 라며 권투선수 트레이닝 전에 몸 풀듯이 한다.
록키영화는 봤는지 너무 웃겼다.
그러더니내 발로 나간다면서 나가다가 현관에서 발라당 넘어지고 자빠지고 난리다.
낡고 늘어진 츄리닝이 벗겨질까봐 겁났다.
경찰이 넘어 진 남자를 뒷덜미를 낚시하듯 올려서 차에 집어 던졌다.
그래서 그날의 에피소드는 30여분만에 끝났다.
엄청 떨은 관계로 어깨와 목이 뭉쳐버렸다.
연예인들도 스토커에 시달리고, 기업인들도 파리떼에 시달리듯이 문만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가게들이란 무방비 상태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다음 날부터 털빵모자랑 낡은 츄리닝 비스무리한 사람만 지나가도 경끼 할 뻔 했다.
가난한 자들, 갈 데 없는 자들, 배고픈 자들, 외로운 자들..
내 힘 밖이라 미안하다.
T가 뒤에 그 개그스타일 특유의 몸부림으로 웃기는 바람에 울긴 했다.
"어이~ 뚱땡이"
"매담~~킴매담~~"
이틀 정도 화두였다.
<언젠가 올린 글이지만 생각이 나서 다시 쓴다>
광혀니꺼
2008년 12월 3일 at 1:25 오전
기억을 한다는것은
가끔 슬프기도
가끔 즐겁기도
그래두 기억할게 있으니
이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훌~
훌~
왕소금
2008년 12월 3일 at 2:34 오전
그것 참…손님이라 두들겨 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금을 확 껸질 수도 없고…
참 곤란하지요.
그래도 경찰 불렀다고 다음에 와서 해코지는 안 한 것 같으니 다행.
쫄아붙은 리사님의 모습을 상상하니 우습기도 하공ㅋ^^
지안(智安)
2008년 12월 3일 at 2:51 오전
혼자 쿨한척 씩씩한척은 다 하믄서 완전 겁쟁이넹?
동전 줍는척하면서 구부리고 있는 Lisa님 느무 귀엽다..ㅎㅎ
그딴 폼으루 돌아댕기는 남자들.
내가 말하는 남대문 방화범 스탈 (거무튀튀한 점퍼에 야구모자쓴거)
왜들 그리 밉게 보이나 몰러~
Lisa♡
2008년 12월 3일 at 3:23 오전
광여사.
어젯밤에 특이한 사람들과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정말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라 제일 남네.
그리고 10탄 쯤 있어…생각하니 왜그리
웃기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Lisa♡
2008년 12월 3일 at 3:27 오전
왕소금님.
소금이 있었다면 다른 주인들처럼 소금 뿌렸을 겁니다.
내가 진짜…야~~소금읍냐?
했을 정도입니다.
해꼬지 할까봐..무서웠는데 그러진 않았구요.
요새는 그렇게 못해요–콩밥이 기다리니까요.
웃기는 일 많았어요.
저..하도 쪼그리고 있었더니 ..나중에 다리가 ..ㅋㅋ
Lisa♡
2008년 12월 3일 at 3:29 오전
지안님.
저 엄청 겁쟁이예요.
쌈도 항 개도 못해요.
보기랑 달라요.
그렇지만 남의 일에는 또 앞장서는 또순이.
너무 쪼그리고 테이블 아래서 안 나왔더니
그 T라는 동생이 언니야, 궁상 그만 떨고 나온나~
해서 어엉~~하면서 겨우..바로 앉았지요.
summer moon
2008년 12월 3일 at 4:18 오전
리사님 저 왔어요 !^^
아주 얌전하게 글 읽고
그동안 장기 결석한거 쪼끔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게
댓글 아주 성실하게 쓰려고 결심을 단단히 하고 왔는데….
이 포스팅 읽다가 너무 웃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니 어쩌면 좋아요 ?!ㅎㅎㅎ
저는 나이 탓인지 (ㅋㅋ)
이젠 정말 음식을 쳐다보기만 해도 살이 찌는것 같은데
T 같은 동생이 저와 늘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하긴 그 이상한 남자가 " 아니 너 말고 저기 있는 진짜 뚱땡이 !’ 하면서
저를 가르켰다면 별 도리 없죠 뭐,
뭐든 다 집어들고 놈을 두들겨주는 수 밖에…ㅎㅎㅎ
정말 기분좋게 웃다가 가요.
Have a wonderful day !^^
슈카
2008년 12월 3일 at 4:37 오전
은근한 반전을 기대했어요.
차림이 그렇게 후줄근해도 알고보니 인텔리였더라~~
뭐 이런.
근데 사실이 더 반전스러운데요.
경찰에게 끌려가는 그 사람보다 잔뜩 쫄았다는 Lisa♡님이요ㅎㅎ
Beacon
2008년 12월 3일 at 4:52 오전
가난하고 외롭다고 다 그러진 않아요..
나 지금 무지 가난하고 외롭지만,, ㅎㅎ
타인에게 꼴사나운,, 꼴은 보이지 않으려 애써요..
딱 울 마눌한테만 내 맘대로 해서 이혼당할 지경이지만..
그게 문제에요.. 차라리 남들한테 그러면 파출소 끌려갈 망정 갔다오면 그만이지만..ㅎㅎ
숲. 나무
2008년 12월 3일 at 4:54 오전
리사님의 겁먹은 모습?
새롭고 훨씬 가까운 모습입니다.
지난 이야기로 들으니까, 재미있고 우습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얼마나 겁이 날까 싶어요.
그런데, T님은 아주 용감 무쌍하신가봐요? ^^..
무궁 무진한 이야기를 품고계신 리사님이시라서
사람들에게 엔돌핀을 돌게 하시는 것 같아요. ^^..
무무
2008년 12월 3일 at 6:12 오전
가게를 하다보면 비슷한 경험이 많을겁니다.
저 역시 그런데요…
저는 부랑자가 아니라 동네 주정꾼들이 와서는
진상을 떠는 일들이 종종 있더랫습니다.
처음엔 무서워서 온작 비위다 맞춰주고 이야기 다 들어줬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다음부턴 아예 들어 와서 진상 떨기 시작하면
암팡지게 소리 질러 우선 기선 제압하고
그래서도 안가면 경찰에 신고해 버립니다.
동네사람이고 뭐고도 없이 인정사정없이 신고해 버리니까
자동으로 그후로는 그런 진상 없드만요.
아마 이 동네선 저 연리 사장 보통이 아니다…성질 드럽다…
정도로 소문나 있을겁니다.ㅎㅎ
김현수
2008년 12월 3일 at 8:35 오전
"어이 뚱땡이" 에
완전히 겁먹은 리사님의 표정이 연상됩니다.ㅎㅎ,
도토리
2008년 12월 3일 at 9:21 오전
후훗.. 재밌어요.
이야기 또 해주세요..^^*
데레사
2008년 12월 3일 at 1:28 오후
하하하
꽁트 한편 읽는 기분.
그래도 그런건 약과지요. 여자들이 경영하는 가게나 여자들만
드나드는 가게에는 강도도 심심찮게 들어오는데…..
우리 고모님 말씀
성질 더러운것도 사는게 한몫한다. 고요.
그럴때는 역시 대차게 밀고 나가는게 제일이고 그 다음에는
신고해버려야지 아니면 더 시달리게 되거든요.
리사님. 글 재미있어서 웃다가 가요.
Lisa♡
2008년 12월 3일 at 1:56 오후
흐흐흐..써머문님 저 삐집니다.
항 개도 안뚱땡이면서 먹는 것 보기만해도 찐다는 새빨간 고진말을?
그나저나 쩜..웃겼어요?
제가 본래 엄떵 웃기 거든요.
기대하삼.
10탄 정도 있으니까요.
와—————웰캄웰캄 썸머문님.
앞으로 하루도 결석하지 말 것을 엄밀히 명령을 하노까?
자주 뵈어요.
조금있다가 이웃신청 들어 갑니다.
Lisa♡
2008년 12월 3일 at 2:28 오후
슈카님.
저는 반전 잘 없어요.
그렇게 반전스런 남자 없었답니다.
여자는 있었는데 조블이었던 관계로 함구합니다.
ㅋㅋㅋ…..궁금?
제게 살짝 오세요.
귀를 가까이 대보삼.
Lisa♡
2008년 12월 3일 at 2:29 오후
비콩님.
전부 뭉뚱그려서 말이지요.
그나저나 비콩님…마누라땜에…
웃지도 못하겠네—-
Lisa♡
2008년 12월 3일 at 2:31 오후
숲, 나무님.
T요…..눈이 작고 보통 아니랍니다.
경상도인데 진주여자 거든요.
진주 여자들이 아주 똑똑하더라구요.
저–그때 정말 무서워서 죽을 뻔 했어요.
아..제가 이런 말도 했어요.
"아저씨, 여기 김매담 없어요"(떨면서)
웃기죠?
나무님 거기 추워졌죠?
Lisa♡
2008년 12월 3일 at 2:32 오후
무무님.
충분히 이해합니다.
호호호.
저도 때론 성격있다고 그런 소리 들었습니다.
가끔 저..기 나가주세요.
손님이 마신 맥주값은 안받을테니 다시는 오지마세요
라고 한 적이 있어요.
무무님의 고충 충분히 알고도 남습니다.
진상들은 항상 있으니까요.
Lisa♡
2008년 12월 3일 at 2:33 오후
현수님.
뚱땡이라는 말 웃기죠?
귀엽기도 한 말인데
그 남자가 하니까 진짜 무섭고
웃지도 못했어요.
머리카락이 놀래서 서버렸어요.
Lisa♡
2008년 12월 3일 at 2:34 오후
도토리님.
조르시는 건가요?
Lisa♡
2008년 12월 3일 at 2:35 오후
데레사님.
많이 웃으셨나요?
흐흐흐…크크크.
제가 봐도 지금은 웃겨요.
진짜 여자들만 하는 가게는 그럴 수 있어요.
근데 경찰들 되게 빨리와요.
비풍초
2008년 12월 7일 at 3:55 오전
실제상황이야 뭐 우스울게 하나도 없는데
리사님의 언어유희가 눈부십니다…. 유머감각이 없이는 쓸수 없는…^^
Lisa♡
2008년 12월 7일 at 4:44 오전
비풍초님.
헤헤헤–
실제상황은 무서웠어요.
우스운 건 지나가고 나서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우스웠지요.
지나고나니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진짜 제가 유우머가 있다고 다들 그래요.
그런데 알아듣는 사람 앞에서만…히히.
담원
2008년 12월 10일 at 2:05 오전
칙칙한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밝게 쓰서 더 재미있습니다.
Lisa♡
2008년 12월 10일 at 2:21 오전
담원님.
그래요?
후후후..
지나고나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라서요.
silkroad
2008년 12월 12일 at 5:29 오전
화려한 에피소드 우선
1편 읽고 갑니다
또 들리지 않을 수 없겠군요
Lisa♡
2008년 12월 12일 at 7:43 오전
실크로드님….ㅎㅎㅎ
또 들리시라고 약바른 겁니다.
고맙습니다. 칭찬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