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5일 클래식과 전시회를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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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의 바람이 차다.

샘터 갤러리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전시회를 오픈하는 날.

일찌감치 나와서 지하철을 탔다.

누군가 요즘 인기많은 모카번이라는 빵을 샀는지 냄새가 솔솔난다.

그 빵은 로티보이라는 작은 가게로 시작해 히트를 치더니

여러가지 이름으로 유사한 가게가 난립하는 인기짱인 빵이다.

버터가 잔뜩 든 몸체에 윗부분에 모카생지를 얇게 얹어서

부드럽게 구워 낸 빵으로 칼로리 덩어리지만 맛있다보니 인기가 그만이다.

처음엔 커피냄새가 구수하더니 지하철 한 칸이 모카냄새로 터진다.

임신도 아닌데 역하게 느껴지더니 급기야는 어서 내리고플 정도로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구토가 날 것 같아서 내리려는 순간 그 빵의 주인공인 아줌마가 커다란

빵포장 박스를 들고 내린다.

덕분에 혜화동에서 내려서 그 잘 아는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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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늦도록 국제전화를 한 까닭에 오후가 되면서 눈이 충혈된다.

나름대로 할 일이 많았던 날이라 공연히 마음만 바쁘다.

날씨는 바람이 쌩쌩하게 불지…

아침에 클래식 강의를 마친 후 란이랑 이태리 식사를 했다.

고급 샹데리어를 그냥 준 까닭인지 그녀가 내쳐 식사를 하잖다.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승마를 하다 온 차림이다.

멋부리는데는 도통했는데 그 멋 부리고 갈 곳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연말이면 씀씀이에 따라 나누어주는 백화점 상품권을 좀 받았단다.

공짜라는 기분이 들어서 버버리 매장으로 가서 셔츠 하나샀단다.

요즘도 백화점에서 명품사는 사람이 있구나…했다.

나는 백화점 매장에서 명품을 사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서 누가 사나했더니 너구나~그랬더니 겸손한 척 한다.

백화점에는 미안한 말인데 그런데서 그런 걸 사는 사람–이상하게 보인다.

백화점 봉투를 모아 둔 걸 갖고가서 환전하려했더니 귀신같이 공짜봉투를 안다.

나만 몇 백원에 목숨 건 거짓말쟁이처럼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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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누나이고 독일에서 유명한 상도 타고 책도 5 권째 내고

해서 급작히 등록한 진회숙씨의 강의를 부푼 가슴으로 들으러 갔다.

첫 날이다.

호두까기 인형인 발레를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레파토리는 호두까기랑 라보엠이다.

백화점에 문화강의 들으러 오는 사람을 무시하는건지 강의가 너무 성의가 없었다.

1시간 20분동안 하는 강의시간동안 3번 정도만 짧은 멘트를 했으며 그 멘트조차

아주 기초에 속하는 초딩수준의 멘트였다.

예를 들면 " 여기는 꽃의 왈츠, 독립된 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누가 몰라?

" 이 번에는 행진곡인데 유명하지요" " 남자가 혼자 독무합니다"

화질도 안 좋은 DVD를 보러 거기까지 간 것 아니다.

그래도 진회숙의 이름을 보고 뭐라 해설이 곁들여진 클래식을 듣고 배우러 간 것이다.

무시당한 기분이 들고 상당히 불쾌했다.

것도 15분이나 시간이 남았는데 가타부타 말도없이 피날레가 끝나자 바로 마스크를 꺼내 쓰더니

자기 책을 보여주며 선전을 하고는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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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로 가서 강의를 반납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첫 시간이고 다음엔 잘 하겠지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그녀의 스타일이 그렇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그렇단다…들을게 없다.

요즘 우리주부들 수준이 옛날의 아줌마들과는 다르다.

그래도 클래식을 따라다니며 들을 정도면 오늘같은 경우는 정말 아니다.

또 포기못 할 이유는 15명의 수강생 중에 10명 정도가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리웠고 한 때 같이 지낸 사람들이 아닌가?

다들 클래식 공부를 몇 년씩 한 사람들이다.

분명 진회숙 이름을 보고 온 것인데 아무도 말을 못할 것이다.

내가 다음 주도 이렇게 진행하면 한마디해 볼 요량이다.

무식한 여자가 뭘 다..그럴지도 모른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자기한테 돈주고 가는 걸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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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위의 사진 중에 파란 옷 입은 분이 강현구화백이다.

자기는 털을 잘 그려서 털로 먹고 산다고 하신다.

아주 유우머스럽고 이번에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그림이 2억이 넘게 팔렸단다.

이 불경기에 그런 행운이—-

화가들은 거의가 화가스럽다.

나도 화가부류인 것 처럼 하려고 모자에 파카를 걸치고 갔다.

의상에서 느껴지는 많은 부분들이 비록 외피적이긴 하지만 차지하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이하게 차려입은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저녁을 안 먹을 생각이었는데 삼겹살 집으로 인도받아서 기어코 또 칼로리를 보충한다.

주인공은 뛰어난 인간관계를 잘 하는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북적인다.

S라인 그녀는 단연 인기짱이다.

대학로의 밤은 빨리 깊어가고 바람은 갈수록 매섭다.

어디는 눈이 내린단다.

8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2월 5일 at 4:39 오후

    바람이..이제서야..잠잠해졌습니다.
    아침부터…간이비닐하우스로 장식을 했던
    국화 화분을 단숨에 엎어버리는 바람때문에..범준이도..
    통 낮잠잘 생각을 못하였던 하루였지요…

    기온이..얼마나 내려갈런지..
    가는소리 없이 지독하게 조용한 새벽입니다.

    ….

    눈과 피의 나라..러시아 미술..이주현씨의 글을 읽다가..
    준혁이 기침소리에..후다닥..가슴에 손한번 대어보고..
    다시 앉았습니다.

    잠을..솔직히 잘 못이루고 있습니다.
    준혁이 그리 아픈후..두세시간..정도…
    내일도, 모레도..애들아빠는 행사가 있어 나가야 하고..
    바쁘면서도 언제나 같은 일상인듯한 하루를 저는 아이들과 함게 보낼것 같아요..

    리사님의 글에선..
    입구와 출구와 너무나 확실해서..
    솔직히..많이 기다려 진답니다…오늘 같은..시간엔 더욱이요..

       

  2. 김남희

    2008년 12월 5일 at 11:53 오후

    자기 답글이 있을까 싶어 얼른 들어 와 봤지.
    답글이 있어줘 너무 고마웠어.
    안 잊혀진것 같아서…
    평생을 단순하단 소리 들었고 나스스로도 단순무식하다고 외치고 살았는데 자기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지독한 내 단순무식을 느껴.
    조금은 쓸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이게 나잖아.
    나는 나일수 밖에 없고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
    기 안죽고 단순무식 당당한 아줌마로 계속 살래.
    흉보지마~~
    그래도 작은 자극을 느끼게 해주는 자기의 글에 감사하고
    내가 본능적인 감이 너무 강한 사람인데 자기글 재미있어.
    내가 재미있다면 히트될 확률이 높아.
    이땅엔 잘난사람도 많지만 나같이 보편타당한 사람이 더 많으니깐 .
    어쨌든 이 아침에 자기의 답글 너무 반가웠어.
    좋은 주말 보내^^   

  3. Lisa♡

    2008년 12월 5일 at 11:54 오후

    진아님.

    입구와 출구 확실하다는 말 제 글에 참으로 어울리는 말이네요.
    멋쟁이가 다 되셨네요.
    그리고 그 말이 기분도 당연히 업그레이드 시키구요.

    준혁이는 곧 나을 겁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이런 저런 걸 앓지만 크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번듯해지지요.
    어릴 때 이런 고통 저런 고통 다 겪고나면 미리 다
    겪은 후라 어른이 되어선 자기 삶속의 고통분이
    많이 없어져서 살기게 편하겠지요?

    마음고생을 좀 하고 있습니다.
    얄팍한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자꾸 마음
    고생을 하게 되네요.
    깔끔하게 잊어버리면 되는데…어찌나 그 걸 못하는지.
    생긱 거랑은 많이 다르죠?
    진아님은 아이 기르랴, 조블도 꼬박 모범생에 책까지
    대단합니다만 계속 그렇게 살면 좋겠어요.   

  4. Lisa♡

    2008년 12월 5일 at 11:56 오후

    아이고 남희.

    너무나 이쁜 소리만 깨알같이 하고있네.
    내가 자기를 왜?????잊는데?
    어제 그러잖아도 이경애샘 전시회갔다가
    J 랑 자기문자보고 같이 웃으며 자지보고싶다고 했어.
    그날 가자고…..약속장소 알려줘—–무슨 꽃?
    하긴 내가 꽃이지~~ㅋㅋ

    암튼 칭찬도 이쁘게 하는군.
    칵—-안아준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라는 말이 아침부터 꽂힌다.   

  5. summer moon

    2008년 12월 6일 at 6:17 오전

    성의없는 강의 또 하면 꼬옥 혼내주세요 !!!! ^^

    제 친구는 안양에서 사는데 시에서 마련하는 음악회가 한달에 한번인가 두번인가 있대요.
    정말 이름있고 실력있는 음악가들을 초대해서
    살림하는 주부들 스케쥴까지 고려해서 오전에 음악회를 여는데
    오천원만 내면 맛있는 쿠키에다 커피, 티, 쥬스까지 즐길 수 있다고 그래요.^^

    다음엔 전시회 작품도 보여주세요 !
    (오자마자 투정입니다 제가…ㅎㅎㅎ)   

  6. Lisa♡

    2008년 12월 6일 at 7:12 오전

    썸머문님.

    그럴께요.
    어제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답니다.
    2주간 하는데 시간이 나면 또 가보려구요.
    그런데 제가 다음 주는 너무 바빠서 시간이 잘 나지않을 듯 해요.
    ^^*
    그림에 관심이 많으시니 역시….   

  7. 佳人

    2008년 12월 6일 at 10:03 오전

    맞아요, 수강생의 수준파악을 못하는 강사는 혼나야해요!.
    공짜로 해주던가…

    화가부류처럼 하려고 파카에 모자, 에서 또 웃음 터트리고.ㅎㅎ   

  8. Lisa♡

    2008년 12월 6일 at 11:11 오전

    가인님.

    다들….날더러 화가인 줄 알더라구요.
    정말 화가가 되었어야 하는데..
    저는 그리는 것과 쓰는 것과 바느질이
    제일 좋은 놀이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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