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씨는우리집에 온 손님 중에 진상 중에 진상이었다.
방귀뀌려고 잔뜩 힘주는 목소리를 지닌 그는 다른 손님이 있건 없건 늘
자기가 왕이라는 듯 거만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특히 여자손님이라도 있는 날에는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더 크게
삐집고 나오는 소리로 이야기를 해대는 통에 집중이 안되었다.
그렇잖아도테이블 4개짜리 좁은 공간에서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확실해는데 무엘 그리 꼬장을 놓는지 미워서 때려 주고싶었다.
언젠가 우리동네 구멍가게 앞의 음료수 의자에 앉아서 묘령의 여인과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 남자였다.
경상도 사투리를 그렇게 재수없게 쓰는 사람은 처음인데 같은 동향이라는 게
어찌나 못마땅하던지 멀리서 사마귀씨가 걸어오는 게 보이면 문을 잠그고픈 충동을 느꼈다.
어디 고스톱 판에서 돈이라도 땄는지 언젠가 와인을 한 병 시켰다.
그 후 두고두고 그 와인생색내느라 귀를 막아야 할 정도였고
자기의 전례를 떠벌리는 일은 듣기에 구토유발할 정도로 민망한 허풍이었다.
듣자면 자기는 삼성그룹 임직원이었고 현재는 펀드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기 차는 벤즈500CC이고 하나있는 아들은 미국유학 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펀드회사…정말 왕짜증났다.
빈둥거리면서 일이천만원 갖고 증권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인데
얻다대고 펀드회사를 한다는 뻥을 치고 있는지..내 아무리 뭘 모르고
순진하다해도 그 정도는 눈감고 아웅이다.
그러면서 결국 이야기 중에는 아들이 공부를 못해 가면 잘 될려나싶어 유학이라는 걸
보냈는데 골프만 치고 돈만 달라고 한다며..한숨을 쉬며 고민을 내보였다.
아무래도 공부는 안 하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것 같단다.
상대를 하지 않으면 뭐..손님대우를 이렇게 하냐는 둥
뻑-하면 삐져서는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아니 어떤 대우를 바라는지 자기의 되먹지 못한 처신은
생각않고 늘 뭔가 왕대접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4000원 커피 한 잔에 무슨 바라는 게 그리도 많은지.
도라지 위스키라도 파는 다방의 매담(?)인 줄 아는지.
수준하고는~
동네 구석에 찌그러진 수정다방이라도 있다면 그리 보내련만.
하긴 그리가도 소금 뿌리면서 쫒겨날 판이다.
어느 날 자기 마누라에게 전화를 하더니 벤츠를 끌고 가게 앞으로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다.
아니..걸어가면 엎어질 자리에서 500CC벤츠는 시답잖게 왜 몰고 오라는지.
마누라가 몰고 나타난 벤츠가 지나치자 다시 전화를 해서 바로 우리가게 앞에
대고 크락션을 울리면 자기가 나가겠다는 것이다.
내가벤츠를 쳐다보게 하기 위해 별꼬락서니를 다 떨고 있었다.
그 노무 벤츠 어디서 중고하나 구입했는지…
며칠 후 또 나타나서는 예외없이 또 허풍이다.
견디기 힘든 이유를 여럿들어서 잠시 앞에 앉아도 되겠냐고 그에게 물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어서 앉으라고 권한다.
나의 일장연설과 훈계가 시작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
저기요, 어디가서 삼성 다녔다는 말 하지마세요.
삼성이 쪽 팔려해요, 그리고 자기가 다닌 회사라면
나와서도 이름에 먹칠하면 안되지….요.
또, 아들요..돈을 주지 마세요–여기서 새는 쪽박, 거기서도 새 거든요.
하나있으면 더 단단하게 잘 키워야지 어느 여자 망치려고 그렇게 키우세요?
당장 돈을 끊어버리고 오더라도 돈을 주지 마세요..뒤에 후회말고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예요, 아셨죠?
또, 어디가서 벤츠 이야기 쫌 그만하세요.
저–그 정도의 벤츠 살 수도 있고 못 살 수도 있지만 별로 관심없구요~
당신이 벤츠를 타던 무슨 상관이 있으며 걸어서 다닐 길을 뭣땜에 과시를
위한 어리석은 자기 깍아먹기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펀드이야긴데…우리오빠 펀드매니저인데 쪽 팔리니까 뻥치는 행동은
그만해주실래요?(이 부분 거짓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집 오지마세요.
어디가서 그런 유치가 통하는 곳으로 가서 떠드세요, 손님이 있건 없건 소리를 크게
하는 언행을 봐주기가 힘들고 내 자유를 침범하는 행위예요.
————-
나이가 나보다 한참 많은 사람에게 못할 짓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견딘다는 게 더 힘들었다.
사실 겁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나한테 겁주는 사람은 아직 못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1cm라도 바로 잡아주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사마귀씨는 정말 깜짝 놀라게도 날더러 내 말이 다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경상도 가시나..똑부러지기는 ..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머——?
자기 아들은 내 말대로 해야겠다면서 아무도 자기에게 이런 말 해준 사람이
없다면서 진짜 돈을 끊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였다.
자기 아들은 미국서도 헤매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하며 자기는 삼성을 다닌 건
사실이고 펀드는 웃으면서…나보고 귀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지 말라는 건 쫌 너무 심하다면서 자기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소리는 크게 내어서 미안하다면서 직원에게도 사과를 하였다.
어리둥절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 맞다.
그리고도 사마귀씨는 한동안 여전히 힘주는 목소리로 들락거렸단다.
그때는 이미 나는 손을 뗀 뒤이고 듣자하니 그러다 나 없다고 안오더란다.
아……….사마귀요?
얼굴 한 쪽에 커다란 사마귀가 하나 있지요~
오를리
2008년 12월 6일 at 2:38 오전
가여운 사마귀,
가여운 사마귀 닮은 남자들~~~~
래퍼
2008년 12월 6일 at 4:24 오전
똑 부러지는 경상도 가시내..문디~
그 분이 받으셨을 감동이 느껴지는 부분이구요.
그렇게 조목조목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실천하시는 리사..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ㅎ
산성
2008년 12월 6일 at 4:33 오전
이 글들 너무 재미나서 바로 단행본으로 엮어도^^
아무튼 누군가 이어서 가게를 하면 좋을텐데…
철거한다니 마음이 짠합니다.
언젠가 예술의 전당에서
‘우리 카페나 할까’ 하는 책을 사 본 적이 있거든요.
네 남자의 카페 비하인드 운영기였지요? 아마.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었던데…
달콤 쌉싸름한 추억기 잘 읽고 있습니다^^
힘내소서…
summer moon
2008년 12월 6일 at 6:07 오전
사마귀씨가 누군가의 애정,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는거 진작에 눈치챘어요
그런데 사마귀씨 같은 사람들의 문제는
관심을 받으려는 노력이 자신들을 더 관심 밖으로 밀어낸다는걸 모른다는 거에요.
리사님처럼 ‘똑부러지는’여인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벤조
2008년 12월 6일 at 7:02 오전
근데, 방구 뀔려고 힘을 딱 주면
소리는 어데로 나오능가요? 위로? 아래로?
Lisa♡
2008년 12월 6일 at 7:19 오전
오를리님.
여자들고 사마귀 닮은 사람들 있어요.
왜냐하면…꼭 같지는 않아도, 밉상들 있어요.
자기 잘났다는 표시 꼭 내는 사람들…ㅎㅎ
Lisa♡
2008년 12월 6일 at 7:21 오전
래퍼님.
흐흐흐…
경상도 가시나.
그런데 이상한 건 화를 내시지 않는 거예요.
놀랬답니다.
화를 낼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사실 내가 약간은 달랴가면서 말했지만요.
그래도 반성하고 사과하니 나쁜 사람은 아니죠?
Lisa♡
2008년 12월 6일 at 7:31 오전
산성님.
여자들의 대부분이 카페를 해보는 게 소원이래요.
저도 그 중의 하나였구요.
그런데 그 것도 인내심과 차분하게 붙어 있어야하니
저 같은 털파리는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더라구요.
아직 놀고만 싶은 까닭에…ㅎㅎㅎ
아깝긴 합니다.
Lisa♡
2008년 12월 6일 at 7:32 오전
재미있었다니 썸머문님..다행입니다.
그 사마귀씨 관심 받고파 안달하는 사람같죠?
불쌍한 영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겁니다.
Lisa♡
2008년 12월 6일 at 7:33 오전
벤조님.
목소리라고 했짜너요~~~ㅎㅎ
목과 입에 잔뜩 힘을 주고요.
눈과 얼굴에도 진득하게 힘을 주면서
말을 눌리게 해요.
아주 듣기 싫어요.
거기다 혀까지 짧아요—-후후후.
벤조님 재밌죠?
화창
2008년 12월 6일 at 8:56 오전
돈 많으신 분들은 돈 있는 것 티날까봐 전전긍긍하지요!
돈 없는 분들이 돈 없는 것 티날까봐 돈 많은 척….. 아니면 돈 없다가 돈 많이 생기신 분들도……..
다 가난했던 지난 날에 대한 보상심리? 적당히 비위 맞추어 주시지 그랬어요~~~ 알고보면 불쌍한 사람……
화창
2008년 12월 6일 at 8:56 오전
나? 돈없시요~~~
佳人
2008년 12월 6일 at 10:11 오전
ㅎㅎㅎ
이제 리사님을 뵀으니 더 실감나네요.
재밌어요.
전 심장 떨려서 그런 똑소리 잘 못하는데
가끔 한 마디 정도는 살짝 하기도 해요.^^
그런 똑 부러지는 소리하는 거, 필요해요, 다중을 위해.
Lisa♡
2008년 12월 6일 at 11:09 오전
화창님.
절대 비위를 맞추기 힘든 사람입니다.
제가 웬만하면…맞추고도 남지요.
그리고 잘난 척해도 불쌍하고 다 수긍해줄 사람도
있는데 사마귀씨는 절대로 이해하기 힘들어요.
여기엔 안 적었는데 자기 와이프더러 우리가게에서
자기를 자꾸 오라고해서 인기땜에 미치겠다고 할
사람이랍니다.ㅎㅎ..다 보여요.
그런—화창님은 돈 있다는 뜻?
돈이야 있던 없던 뭐 사람만 괜찮으면
—-저는 그래요.
Lisa♡
2008년 12월 6일 at 11:10 오전
가인님.
진상손님오면
순하게만 굴지말고
가끔 은근히 기죽이는 소리해야해요.
하긴 저도 때론 못하지만—ㅎㅎ
오현기
2008년 12월 6일 at 12:09 오후
재밌게 읽어네요. kbs 시트콤 하나 만들면 대박나겠어요. ‘카리페디엠’…
t루디
2008년 12월 6일 at 1:18 오후
가식없이 적힌 글
리사의 트레이트 마크 아닌가 생각드네요.
글만보고 사람을 다 알수는 없지만
글에서 본인이 아닌데두 불구하구 착한 척~ 있는 척~ 지성인 척~ 류들 있잖아요.
실지로 만나보면 200% 다른 분위기… 가관인 부류들 있죠.
당신은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흡사해! 칭찬이야요.
탄 생각 엄끼~
와잇맨
2008년 12월 6일 at 3:02 오후
돈이 많거나 있는 척하는 거
인정을 해주던지 척하던지 …
완존히 봉인데
잘 해서 깝데기를 벗겨야 business 지요
business 에 왜 개인 감정이 들어간데요
담엔 기회엔 부자 손님 포착을 잘 하시길…ㅎ
business 엔 사람 돈 차별을 안 할 수가 없지요 … ㅎ
Lisa♡
2008년 12월 6일 at 3:02 오후
오현기님.
그럴까요?
KBS에서 드라마 쓸까요?
MBC에서 쓸까요?
후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 있으면 됩니다요~~
현기님처럼…
Lisa♡
2008년 12월 6일 at 3:03 오후
트루디님.
감사합니다.
탄 생각 안 할께요.
할 게 뭐가 있나?
후후후…..
저도 자기랑 다르게 글 쓰는 부류들
좀—그래요.
Lisa♡
2008년 12월 6일 at 3:04 오후
와잇맨님.
제가 그래서 돈을 못 버는 겁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에고—언제 돈 좀 만져보나…
하지만 기회라는 건 있고
안 오는 걸 쫒기보다는 쫒아 올 때까지–ㅎㅎ
데레사
2008년 12월 6일 at 11:24 오후
리사님.
글 참 재미있어요. 꽁트 한편 읽는 기분.
지금 학생미사 나갈려고 준비중입니다.
onjena
2008년 12월 7일 at 3:08 오전
삼성엔 그런 사람 없었는뎅~~~~~.어디회사 다녔는지 궁금하군요.ㅎㅎㅎ. 이런 사람 보면 정말 불쌍하지요?
비풍초
2008년 12월 7일 at 3:59 오전
리사님 글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만…ㅋㅋ
단, "도라지 위스키"를 언급하다니….(아니 이분 연세가???)… 도라지 위스키에 2표 드립니다..
Lisa♡
2008년 12월 7일 at 4:23 오전
데레사님.
일종의 꽁트지요—뭐~~
재미있다고하면 저는 기분좋아요.
데레사님.
오늘은 날씨가 좀 풀렸네요.
Lisa♡
2008년 12월 7일 at 4:25 오전
언제나님.
우리집에도 삼성에서 밥먹는 사람있어요.
제 생각에 삼성의 귀퉁이쯤에 있다가
나온 사람 중에 주책바기지에 속하는 사람아닐까..싶어요.
별 사람 다 있으니까요.
Lisa♡
2008년 12월 7일 at 4:26 오전
비풍초님.
도라지 위스키요?
저는 잘 모르는데 음–최백호의 노래에 나오는
빨간 루즈 바른 마담있잖아요.
계락 반숙은 알아요—아버지따라가서 가끔
먹었으니까요.ㅎㅎ
왕소금
2008년 12월 7일 at 6:10 오전
비풍초똥팔…에고..저 위에 비풍초님이…ㅋ
화투라면 제일 먼저 던져버릴 진상 손님ㅎㅎ
Lisa♡
2008년 12월 7일 at 8:07 오전
왕소금님이
비풍초님과 막역한 사이란 걸 몰랐네요.
언제 그렇게~~
버리긴 왜 버려요>
비가 얼마나 중요한데 풍도 청단이잖아요.
초도 초단이고
똥이야말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패인 걸요.
hannah▒
2008년 12월 7일 at 12:29 오후
리사님, 오늘도 잼 있게 읽었어요.
조블의 매력녀라는 이름이 허명이 아니었습니다..ㅜ.
Lisa♡
2008년 12월 7일 at 2:52 오후
한나님.
어머나 그런 허명이…
다행이네요.
다들 속는 수준이..히히.
감사합니다.
Old Bar^n
2008년 12월 7일 at 10:19 오후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조블으니
매력녀……….그것도 맞는말인갑다 합니다.
Lisa♡
2008년 12월 7일 at 11:31 오후
아이고—캐나다에서 여기꺼정..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거기다 칭찬까지….올드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