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친구따라 가게에 오게 된 뺀질뺀질한 형으로 아버지 잘 만나서
종로에 빌딩 한 채 갖고 그걸로 제법 우려먹는 사람이었다.
빌딩 두 채만 있다가는 대한민국의 모든S라인은 몽땅 대쉬할 지경이었다.
처음부터 상당히 거만하고 외곬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몸집은 야위고의상은 약간 튀게 입는 스타일이었다.
오자마자 다짜고짜 나보고 외모가 너무 아니라는 거…부터 시작해 사람
깔아뭉개기를 시작했다.
눈은 좁고 긴 동굴처럼 생겨 가지고서는 눈동자를 보려면 30분은
그 동굴 안으로 파고 들어야했다.
가진 게 돈 밖에 없다는 둥 시덥잖은 소리를 같이 온 친구들이 해대었다.
내 경험상 돈밖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돈 더 안 쓴다.
성격이 화끈한 사람들이 돈을 잘 쓴다.
어느 날 혼자 다시 찾아 온 그는나에게 여자 한 명만 소개해달라고 했다.
포주도 아니고 뭔 내가 여자를 어디서?
그것도 그스타일에 맞는 여자를 어디서 구하나?
그러면서 명함을 두고갔다.
주변에 아는 동생 중에 친한 건 아닌데 아주 미인이 있다.
전형적인 S라인에 백치미의 대명사 쯤 되는 여자다.
혼자이고 늘 남자에 목말라있는 여성이라 어느 날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기로 했다.
李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 나오는 주인공 친구와 같은 폼으로 나타났다.
숱이 텅 빈 자리에는 살짝 가발을 얹고 핑크색 티셔츠(몽탁)를 안에 받쳐 입고
상의는 가는 체크가 든 콤비에 바지는 베이지색같은 바지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길에서 춤을 추면 딱 맞아 떨어질 모습이었다.
웨스트사이드에서 나오는 골목에서 단체로 추는 춤 말이다.
드뎌 S라인이 나타났다.
절대 백치미의 강자답게 그녀는 멍한시선으로 나타나더니 날더러
"어머, 언니…저 분이야? 언니가 대머리에 할아버지라고 했잖아~~그런데
아니네—-이 분 맞아? 왜 그랬어? 후지다고 했잖아, 잘 생겼는데…"(약간의 콧소리)
라고 하는 것이었다.
오 마이 갓~~
갑자기 李의 근육이 경직이 되면서 나를 쏘아보는데 죽는 줄 알았다.
홍당무가 된 내가 아니야, 이 분이 아니고..내가 언제..? 왜 그래?
라고 했지만 이미 모든 수습의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대로 둘이서 앉아 있는데 미인 앞에서 약한 모습의 李.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묵묵부답, 둘 다 빈곤한 대화속에 오가는 침묵이었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말은 안 통하는 모양이었다.
그걸로 마무리되어 버린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루는 그 동창생들이 몰려왔다.
어디서 밥먹고들 우리가게로 온 것이다.
갑자기 커피 만들랴, 맥주도 달라는 사람 갖다주랴, 부랴부랴~
아마 7-8명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李가 나를 꼬나보더니 결심했다는 듯이
"야—뙈지, 이리와봐~" 라고 했다.
일순간 정적이 잠시 흘렀다.
커피를 뽑던 (참, 李는 커피를 좋아한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못들은 것처럼
행동했더니 다시 정적은 자리를 찾고 원위치를 하는 듯 했다.
"야—뙈지 이리 와보라니까~"
뙈지….너무 귀여운 말 아닌가?
나 좀 뙈지다.
커피를 뽑아서 옆으로 간 내가 가만있을리가 있나.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이 아니잖아.
게다가 반말로~~크아악~~참아야 하느니라!!!!!아멘.
무표정한 얼굴은 가끔 내가 써먹는 최대의 반발이다.
"왜…. 대머리, 왜 그래?"
라면서 반듯하게 쳐다봤다.
그랬더니 금새 얼굴이 붉어졌다.
"오늘은 가발이 좀 삐뚤어졌네, 내가 바로 해줄까?"
전세가 역전되는 분위기였다.
친구인 하얀 머리의 K씨가 눈이 똥그랗게 쳐다봤다.
남의 약점을 함부로 건드리다니…
나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李는 우리가게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후에 그 동창생들이 평소의 잘난 척에 아니꼬왔는데 나 덕에 속이 후련했단다.
소문에는 그가 20대만 상대한다는 둥…시시한 남자들의 너스레는 끝이 없다.
상대를 하던 말던 유유상종이고 무관심밖의 사람은 뭘하던
무슨 상관이야.
다만 여성들이 남자보는 시력을 좀 키우라는 말 밖에…
가끔 나는 나도 모르게 멋진 순발력에 놀래곤 한다.
참나무.
2008년 12월 10일 at 2:28 오전
까르페 디엠..이런 소잿거리 제공했으니
얻는 것도 있네요
유쾌하게 웃고나갑니다아…
벤조
2008년 12월 10일 at 2:31 오전
흐흐흐, 멋진 순발력.
뽈송
2008년 12월 10일 at 2:50 오전
요즘 빌딩가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 다 힘들다고 하던데…
웃다가 갑니다.
김진아
2008년 12월 10일 at 3:04 오전
역시…^^
아무데서나..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그럼 못써요..
ㅎㅎ
도토리
2008년 12월 10일 at 3:48 오전
크크크…
짱이십니다….
순발력과 재치와 배짱..!!
^^*
광혀니꺼
2008년 12월 10일 at 7:10 오전
푸하하하하하~
나 이거 읽다가
눈물이 나서…
푸하하하하하~
정말
할 말이 없고
드릴 말도 없고
해줄 말도 없네요~
푸하하하하하하~
화창
2008년 12월 10일 at 9:16 오전
순발력……. 0.5초의 시차로 타이밍이 늦어도 약발이 안받는 거….
시원하다~~
슈카
2008년 12월 10일 at 9:20 오전
어쩜,,,
그 상황이 제대로 그려져요ㅎㅎㅎㅎㅎ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2 오전
참나무님.
어머나…4마리들은 어쩌고 여기서?
후후후…물론 얻은 것 암청 많아요.
남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남자들이 유치하고 조잔하지만
힘들게 산다는 것도 알았구요.
뭐든 배우는 게 장땡이지요.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2 오전
벤조님.
잘 했죠?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3 오전
뽈송님.
소리내어 웃으시지
그냥 미소만 지었죠?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3 오전
진아님.
첨부터 계속 말을 놓는 거예요.
난 아무나한테 말 낮추는 인간들
별로예요.
그런데 나이도 차이 많이나고 친해지면
얼마든지 괜찮아요.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4 오전
토리님.
짱~~이죠?
그런 건 못참아—-히히.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4 오전
광여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푸하하하……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5 오전
화창님.
타이밍이 중요하긴 합니다.
무조건 받아치면 또 안될 때가 있어요.
그쵸?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0:45 오전
슈카님.
비디오 제대로 보이죠?
ㅋㅋㅋ—–당당하게.
dolce
2008년 12월 10일 at 10:05 오후
세상에 별 이상한 사람들 많지요.
자신도 모르고 오버하는 사람들…
공자 말씀에 있던지 없던지 승질이나 몸가짐이 배운 사람다워야지….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Lisa♡
2008년 12월 10일 at 11:20 오후
돌체님.
건강 유의하시구요.
이상한 사람들이야
쌔고 쌨지요.
오를리
2008년 12월 11일 at 12:47 오전
ㅎㅎㅎㅎ
오늘 택사스의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 쌀쌀해서 방에만 갇혀있다가
너무 재맛어서 추위에 움추려든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확 풀었습니다…
그빌딩가진 대머리 옛날 카페에서
해외사는 여자 회원만 나타나면
몽땅 자기애인인줄 착각하고
헛소리하든 작자와 비숫한면이 있어서
또 한번 웃었습니다~~~~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2:51 오전
아—그런 부류들 많아요.
제가 대머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 사람에게는 드러나는 약점이
바로 보이길래….ㅎㅎ
카페같은데도 그러니 실제로 돈 좀 있네
하는 저런 인간들 얼마나 유치하겠어요.
진짜 밥맛이었거든요.
아니 밥맛보다 못한……ㅎㅎ
엘리시아
2008년 12월 11일 at 1:09 오전
리사님 카르페 디엠의 다양한 에피소드 정말 재미 있었어요.
리사님의 글솜씨 때문이겠지만요. ^^
제 삶을 뒤돌아 보면 그래도 참는게 더 나을 때가 많아요. 피하거나…
왕소금
2008년 12월 11일 at 1:25 오전
호두와 호두까는 쇠뭉치를 보니까
갑자기 대머리와 부지땡이가 떠오르는 것은 어인 일인고…??ㅋㅋ
뙈지님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ㅎ^^
데레사
2008년 12월 11일 at 4:00 오전
리사님
재미있는 일들이 까르페.디엠에서 많이 일어났군요.
ㅎㅎ
앞으로 책한권 내도 대박날것 같아요.
김선경 보나
2008년 12월 11일 at 7:46 오전
왜… 대머리. 하고 무표정하게 말하시는 리사님 얼굴이 그려집니다.
생각만 해도. ㅋ ㅋ
멋진 응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광혀니꺼
2008년 12월 11일 at 8:46 오전
아무리 짱구 굴려도
그렇게 시원하고 멋진 답은
제머리론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역쉬~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0:04 오전
엘리시아님.
저도 거의 참고말지요.
그러다가 결국 참을 수 없을 때는 지르고 말지요.
후후후…그런데 분위기 봐 가면서 뭐든~~ㅎㅎ
엘리시아님.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해야해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0:05 오전
짠돌이님.
아랐쪄요….
ㅋㅋㅋ
너무 재미있어요.
왕소금님한테는 제가
뙈지라고 부르는 거 허락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부르시길..짠돌이님.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0:06 오전
데레사님은 안 사실 거지요?
미리 다 읽었으니까—요.
그래도 산다구요?
네—고려하겠습니다.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0:07 오전
보나님은 절대로
따라하시면 안되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눈빛만으로~~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0:08 오전
광여사.
자기는 李보다 키가 크니까
쌔리 때려버리면 된다요.
알았찌요?
왕소금
2008년 12월 11일 at 10:45 오전
어이~뙈지님!!!
댓글 그대로 있는데 왜 지웠다고 그랬어여?
한번 더 보고 싶으면 솔직히 얘기해도 되는뎅ㅋㅋㅋ
저녁 시간 편안하게 잘 지내시고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0:49 오전
아……짠돌이이이이님.
댓글이 아니고
미안….댓글란을 왜 없앤냐구요.
겨울비
2008년 12월 11일 at 11:44 오전
퀸다이어리에만 중독되는 게 아니라
다들 이제 에피소드까지 기다리겠어요.
책임져요^^
지안(智安)
2008년 12월 11일 at 1:32 오후
대머리..왜그래?..압권이다!!
순발력 쥐긴다~
앞으로 Lisa님 앞에선 조오~심 해야쥐~~ㅋ
Lisa♡
2008년 12월 11일 at 2:03 오후
겨울비님.
중독되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돈주고 팔겠습니다.
그럼 어쩌나…….
채금집니다.ㅎㅎ
겨울비만큼은~~누가 뭐라캐도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2:04 오후
지안님.
제가 아무나 그러나요?
너무나 밉상이니까요.
그리고 지안님 같은 분께는 저는 깨갱~~입니다.
일단 사람은 알아보거든요.
hannah▒
2008년 12월 11일 at 3:02 오후
미운 짓 하믄 약점만 보이고,
이븐 짓 하믄 허물이 다 가려지지요.
때로는 미웃 짓 해도 안 미운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경우 친구가 되는 것 같아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3:20 오후
한나님.
미운 짓해도 안 미운 사람…
되고파요.
광혀니꺼
2008년 12월 12일 at 1:32 오전
그럼
손바닥으로 때릴가요?
주먹 쥐고 때릴가요?
아님
메뉴판으로?
허걱~~~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삼~
Lisa♡
2008년 12월 12일 at 1:41 오전
광여사.
아래로 내려깔고 보면서
주먹쥐고 정수리부분을 살짝
쥐어박으면 되지….
나는 보통 배를 가격하는데.
다 좋아해.
여자가 살짝 때리는 거..써먹어.
onjena
2008년 12월 12일 at 4:00 오전
내 속이 다 씨~~~언 합니다.
참 잘했어요~~~~~.
리사 백 쩜!!!.
Lisa♡
2008년 12월 12일 at 7:42 오전
언제나님도 100쩜!!
칸토르-이상화
2008년 12월 14일 at 2:01 오후
리사님!
아주 재밌게 보고 갑니다
근데 글 읽다가 호두까는 기계보구 깜짝 놀랐어요
순발력.
저도 그런 재주 있음 얼마나 좋을까나…
부럽삼!
Lisa♡
2008년 12월 14일 at 2:21 오후
내 상화님이 그럴 줄 알았지요…
순발력은 타고 나는 것 같더라구요.
공연히 순발력 만들 생각접고
예쁘고 청초한 상화님은 그렇게 그냥~~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