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블로그를 폐쇄한 오공과 전화를 했다.
글들이 아깝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과거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며
그 글들은 다시 쓰고싶으면 쓰면 된다고 하였다.
깍쟁이—
과거, 나도 어쩌면 잊고싶은 과거라는 게 있다.
깨끗하게 지워버린 어느 순간의 존재감.
어느 날 하얗게 잊고있던 기억들이 이제는 유추해 내려해도 어려운 과거.
우리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까마득하게 잊고만 지나쳐 간 그 수많은
인연들을 거의 잊고산다.
정말이지 100명의 사람을 알았다면 80명은 족히 잊고 살아간다.
과거에 얽매여 지나치게 오버하는 연기를 하는 종합병원의 김정은역을 보니
우리에게 과거의 기억이란 저리도 사람을 구속시키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복수의 칼날을 파랗게 갈던 날들도 시간이 흐르고나면 잊혀지고 그 결심조차
부드러워지고 물러지던데…
그러니 뒤끝이 없다는 뜻이 되는겐가?
여자에게 있어서 과거란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를 말한다.
특히 잠이라도 같이 잔 남자는 그 여자의 과거라는 올가미에 갇힌다.
실제로 갇히는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그 과거를 못잊고 헤매이거나 평생 그리워하기도 한다.
첫날밤 과거를 물어도 절대 말하면 안된다는 말도 이제는 옛 이야기로
고루한 전설이 되어버렸다.
요즘이야 뭐..그런 것이 문제시 되지 않는 쿨한 세대들의 시대이니
과거땜에 울고불고 쫒겨나고 평생을 괴로워하고 했던 지난 시대가
얼마나 유치하고 시간을 갉아먹는 짓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더 웃기는 건 남자의 과거는 언제나 용서가 된다는 암묵적인 인정.
그 모든 것이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판 여자들의 함정이었다.
엄마들…모든 걸 다 포용하고 이기고 힘이 쎈 엄마들..그들이 파는 함정엔
언제나 다음 세대의 고통이 숨어있다.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피부가 나오면 거기에 순응하듯
살아가면서 늘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놀라움과 동정과 호기심,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들이 그렇게 싫거나 스쳐지나가는 인연만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언제나 걸러지는 망이 존재하는 것 처럼 그 망속에서 건져 낼 알갱이는
반드시 있고 어디서 어떻게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지 모른다.
오래된 내 벗들이 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헤어나질 못할 때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건 이제 10년지기인 K이다.
어쩌면 20년이 된 오랜 숙성친구보다 10년간 내 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한 K가
현재는 더욱 소중하다.
횟수나 기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소통이 가능하고 언뜻 지나가면 모를 나의 포인트를 간단하게 알아 차릴 정도의
인연이라면 우리는 인사를 건네고 손을 잡을 수 있다.
요즘 그런 인연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끊임없는 화두인 친구라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사유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그 이유는 주변에 알고보니 매력적인 인물이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하게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말한다.
한 통의 전화가 이어지는 다른 전화통화를 낳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알아주고 은밀한 부분까지 건드려줄 정도의 혜안이라면
기꺼이 내 순수가 친구라는 굴레로 기분좋게 골인한다.
말이 통하고 의미가 전달되고 눈빛이 따스하고
적어도 인간적이라면 거부라는행사가 필요치 않다.
인간적이라는 건 더 할 수 없는 매력이고 그건 나이가 들수록
절대 무시못할 존재의 뚜렷함이다.
지식도, 배경도..그 무엇보다도 사로잡는 커다란매력이다.
하루 아침에 그리 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상대방의 말을 진심어리게들어주고 그의 입장에 서보고
조언도 가능한 따스한 사람…가슴이 따스한 사람이 되고싶다.
늘 친한 척하고별 말을 다 하고 지내다가 누군가의 앞에서는
갑자기 공손하게 높임말을 하면서 거리감을 두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사촌지간인 우리 시누이도 급하고 대신 뭔가 해야 할 때면 언제나
올캐~~그리고 다정한 눈빛, 친근한 유우머를 구사하곤 한다.
하지만 늘 격을 두는 자리에서의 그 매정하게 느껴지는 거리감.
식구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편한데아버지의 장례식 후에
‘와줘서 고마워~’ 라든가, 딸의 행사장에’사진도 찍어주고 와줘서 고마워’하면
그러고 싶진 않지만 거리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지나치게 매너있고 예의바른 평소의 몸가짐 때문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선 다르다.
때로는 누군가가 올캐냐고 물으면 ‘사촌올캐예요’그럴 때 나는
사실을 말함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벽에 부딪힌다.
물론 내 사랑이 지나쳐서 섭함도 느끼겠지만
한결같다는 것 ..나는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
물론 그렇게 격을 둔다는 건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하다는 지위를 암시한다.
어떤 자리에서든 가장 떨어져 있는 사람을 먼저 신경 써주는 따스함이
가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산성
2008년 12월 11일 at 12:37 오전
누구에게라도 한결같기란
얼마나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이렇게 오랫동안
솔직한 글 쓰시는 것 보면 리사님,
그야말로 끈기있고 한결같으신…
응원합니다…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2:49 오전
산성님.
그야말로 글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수다이지요.
내가 나에게 하는 수다.
ㅋㅋㅋ…낮에도 다 못 떤 수다.
douky
2008년 12월 11일 at 2:09 오전
가슴이 따스한 리사님 ~~~
저의 목표도 이것이예요.
가슴이 따스한 사람…
나이들수록 자꾸 차갑고 딱딱해지려 해서…
경계하자고 메모라도 해가지고 다니려 합니다 ~
summer moon
2008년 12월 11일 at 3:10 오전
뭐 전에도 그리 대인관계에 신경을 쓰며 살지는 않았지만
이젠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아요.
가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면서도
그게 진정한 ‘나’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사실을 말해버려요
있는 그대로 만나자고…
한결같지 않고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사람…너무 싫구요.
사랑은 남녀가 같이 하는 건데, 사랑이 끝나고나면
왜 마치 종속관계였던 것처럼,
누구에겐 감춰야 하는 과거가 되고
누구에게는 술취하면 소리지르면서 자랑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되는건지 ?!
기억, 추억이 지난 시간들을 조금은 덜 허무하게 해주는것 같아요.
때론 아름답고 기뻤던 추억들이 옅은 슬픔을 안겨다 주기는 하지만….
오드리
2008년 12월 11일 at 4:32 오전
오늘 글은 과감하게 솔직하네. 뭐, 항상 그랬긴 했지만………..ㅎㅎ
김진아
2008년 12월 11일 at 5:18 오전
처음 만나는 느낌에..많은 무게를 잡아요..
리사님 글에서도 그렇지만..
처음 전화통화후..복잡한 시내를 돌아서..
멀찌감치에서도..
아~~ 그분이구나…그 느낌이 오는 분..
가슴이 따스하지 않다면..
결코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그 느낌이요..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면서..깜짝 놀랬던 느낌..
아무에게서나..느끼진 못해요..ㅎㅎ
한결같은 사람…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
김선경 보나
2008년 12월 11일 at 6:38 오전
낮에도 다 못 떤 수다… ㅋ
리사님은 글의 내용보다 따스한 사람입니다.
그걸 알게 되었어요… 고맙게도…
Lisa♡
2008년 12월 11일 at 9:51 오전
덕희님.
메모쟁이 덕희님.
그런 메모를~~멋져요.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멘트가 빛나던 커피 선전이 생각납니다.
김은국이었지요? 아마….
덕희님.
남이야 뭐라든 그렇게 살아 봅시다.
Lisa♡
2008년 12월 11일 at 9:56 오전
썸머문님.
대인관계에 엄청 신경쓰고 살았는지 늘 주변에
사람이 바글거렸었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 남은 건 나 혼자 뿐이더라구요.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삶.
친구가 많아도 결코 다 친구라고 할 수 없는 관계들.
많은 상심도 했지만 결국 그게 세상돌아가는 일이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개의치도 않고 그렇게 상심도 하지
않는답니다.
한결같은 사람도 더러는 있더라구요.
그런 사람이 좋아요.
추억요—저는 추억을 먹고 살 노후를 준비해놨습니다.
많은 추억으로 저장하니까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9:56 오전
오늘 좀 과감했지?
시누이가 보면 삐질래나?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지.
나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에게…흐흐흐.
Lisa♡
2008년 12월 11일 at 9:58 오전
진아님.
한결 같아요.
솜 자주 흔들어요.
^^*
멀리서도 알아보는 따스한 사람이라면
괜찮은 인간이고 성공한 사람이지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9:58 오전
보나님.
고맙게도—-
맞아요.
쳴로
2008년 12월 11일 at 10:54 오전
리사~*
참을수없는목소리의불협화음???
카카카~~
(웃음 소리가 너무 컸다, 그자??)
지안(智安)
2008년 12월 11일 at 1:28 오후
에구 Lisa님두 어쩔수 없는 여린 사람이네..
인간 관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두 하네요.
일회성 관계를 넘어서려면 그런 모순도 참아낼줄 알아야 한다지만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우선 섭섭해 지는게 인지 상정인가봐요.
폭넓고 깊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Lisa님이 난 그래두 부럽다우…
Lisa♡
2008년 12월 11일 at 2:00 오후
첼로.
목소리가..좋고 봐야해—-
난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조아~
Lisa♡
2008년 12월 11일 at 2:01 오후
지안님.
제가 또 안 참으면 어쩌겠어요?
주제를 알아야지요…히히
그리고 누구든 다정하면 마음이 약해지잖아요.
저도 어쩔 수 없이..히히.
폭넓고 깊은 대인관계라구요?
전혀 그렇게 생각않는데….꾸벅꾸벅!!
네잎클로버
2008년 12월 11일 at 3:42 오후
리사님은 이미 벌써 가슴이 따스하신데요~
이해심과 배려심도 많으셔서
분위기도 금방 부드럽게 잘 만드시고… ^^
저도 점점 더 솔직하고 자연스러우면서 편안한 사람이 좋아요.
나이들수록 단순(?)해져서 그런지
괜히 복잡하게 이리 돌려 말하거나 포장해서 말하는 사람은
피곤해져요… ^^;;
t루디
2008년 12월 11일 at 6:43 오후
새로운 만남이 있어
우리의 인생에 신선함을
선물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해도 좋을것 같아요.
Beacon
2008년 12월 11일 at 8:55 오후
첫사랑의 추억에 연연하는게 여자보다 남자가 더하다는 통계가 있었지요..
과거.. 추억… 가만 있어도 저절로 잊혀지고 지나가 버리는 과거도 있지만,,
근데 잊고싶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과거일 수록 털어내기가 더 힘이 들지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1:45 오후
네잎클로버님.
칭찬도 이쁘게 하시네요.
맞아요.
이제는 가식이나 지나친 내숭이나
돌려서 말하기식의 태도는 지겹지요.
누구에게나 솔직담백한 태도가 좋고
갈수록 빛나는 건 따뜻한 인간성이지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되면 정말 좋지요.
우리 서로 인간애를 갖추고 있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ㅎㅎ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1:46 오후
트루디님.
맞아요.
선물이지요.
바로 선물.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지요.
Lisa♡
2008년 12월 11일 at 11:46 오후
비콩님.
첫사랑을 못잊나보더라구요.
여자들은 잘 잊는 것 같아요.
저도 첫사랑이 누군지조차 몰라요.
그게 첫사랑이었나 싶은 모호함도 있어요.
암튼 잊을 건 잊는 게 건강에 좋아요.
佳人
2008년 12월 12일 at 1:34 오후
리사님은 거침없고 따셔요.
전화 한 통으로 친구가 되는 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친구는 남녀노소 구별없고 무조건이더라구요.
서로가 소통될 수 있는 한 마음만 있으면 될 듯해요.
리사님의 좋은 친구를 위해 화이팅, 외쳐드리고 갈게요.^^
그리고 나, 살고 싶어요.ㅎ
왜 시선을 잡아가지고 설랑~
Lisa♡
2008년 12월 12일 at 2:03 오후
가인님.
나…..사진 올리는 거 내가 선택한 거 말고는 시러시러..
내가 잘 나온 것만 좋거든요.
나답지 않게 나온 거요…담에 만나면 주글지도 몰라요.
후후후….친구요?
나도 그렇게 생각되요.
정말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