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7일 재즈와 와인..그리고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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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창..이 남자가 실내로 들어설 때 예사롭지 않은 넥타이에 거기에 어울리는

남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와인에 대한 20가지 기초질문에 대한 스스럼없이 편안한 이야기를 40분동안 지겹지도 않게

그리고 쉽게 조리있게 잘 한다.

내가 싫어하는 두꺼운 쌍가풀과 다소 촌스럽게 구성된 얼굴이지만 왠지 재미있고

유우머도 자연스레 있을 것 같고 뭔가 알 것 같은 남자였다.

여행칼럼리스트, 음악(클래식) 평론가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10년간 경영.

다양함이란 와인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매력을 갖게 만든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순수하게 와닿는 강사의 매력을 훔쳐보며 신났다.

세종아카데미에서 마련한 짧은 특강을 간단하게 듣는 시간이었다.

12월은 깊어가고 꼬리를 향해 달음질 치는데 나는 자꾸 뒤로 가는 건 아닌지..

밤까지 뿌우연 안개같은 것이 종일 끼어서 사람의 마음을 배회하게 한다.

특히 이런 날을 좋아하는 나는 진지한 아쉬움을 남긴 채 지하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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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자기 주머니 사정에 맞는 와인이 제일 적당한 와인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와인이 제일 맛있는 와인이란다.

글쎄—다양함을 갖고있는만큼 매력을 갖고 있는 과실주.

천, 지, 인의 3가지 궁합이 맞아야 좋은 와인이 탄생한다.

갑자기 와인에 대한 평가들이 높아지고, 와인동호회에 매니아들이 생겨난다.

아기남매의 만화탓이련가?

와인 3-4가지의 이름을 읊을 줄은 알아야 현대인 소리를 들을래나?

빈티지도 외워야 하고 적당한 미사여구도 갖다 붙일 줄 알아야 한다지만

그냥 어디가서 시킬 때는 주인을 불러 먼저 같이 시킬 음식과 가격대와 좋아하는 취향을

말하고는 거기에 맞게 권해주는 와인을 마실 줄 아는 정도면 통과다.

얼마 전부터 떼루아라는 드라마까지 시작했으니 일반인들도 귀만 조금 귀울이면

약간의 상식과 용어들은 주워듣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사람은 아주 많은 와인의 스토리들을 알게 되리라고 본다.

신의 물방울도 인기지만, 오히려 그런 드라마를 통하면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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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재즈뮤지션들이다.

피아노를 치는 이우창교수가 주축으로 베이스기타와 재즈섹스폰과 드럼이다.

보컬 박라운은 연달아 쉬지않고 7-8곡 정도의 노래를 불렀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곡보다는 앵콜 때 부른 귀에 익은 두 곡의 재즈가

오히려 더 감긴다.

창담동의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듣는 분위기를 느끼다가 약간 밝은 분위기의

재즈를 감상하려니 조금은 어색했다.

좀 더 자유로운 자세로 블루빛 조명 아래서 흐느적거림을 보는 재즈맛이 안났다.

그래도 피아노랑 섹스폰 좋았다.

올 댓 재즈를 읽다가 말아서인지 재즈는 아직 잘 모른다.

그냥 재즈가 좋고 분위기가 어울리면 더없이 낭만적이라는 정도, 그리고 몇 곡~

무라카미 하루끼도 재즈 마니아로 책을 냈었는데 재즈에 대해 제대로 읽은 책이 그러고보니 없다.

와인을 마시며 듣는 재즈가 갑자기 그리워지면서 블루노트나 블루문바에

앉아있고픈 충동을 느낀다.

한남동에 분위기 좋은 재즈바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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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밤거리에는 군밤냄새와 길거리 오뎅차에서 풍기는 냄새 등이 정겹다.

구세군냄비가 종을 울리고 기꺼이 지폐를 넣는 이들에게 사과를 건넨다.

구세군냄비에서 사과주는 건 또 첨이다.

과일이 풍년이긴 확실히 풍년인가보다.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광화문엔 인파가 넘친다.

오늘…오전 11시에 집에서 나갔다가 11시간만에 돌아왔다.

긴 외출이었다.

충정로로 해서 광화문으로 두 개의 약속이 있었고, 저녁 약속을 위해 친구들을

억지로 그 시간까지 끌고 있다가 헤어질 생각이었다.

뭐든 뜻대로, 계획했던대로 반드시되는 건 없다.

확실히 인생에서 내가 하고픈대로나, 진행방향이 그대로 직진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박하고 꾀를 모르는 친구가 생각났다.

언제나 가식적이지 않고 꾸밈없고 약지않은 그래서 미련한 친구가 그리워진다.

살다보면 잘 해주고픈 미련밤탱이 같은 인간이 꼭 있다.

갑자기 밤탱이님도 생각난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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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소리울

    2008년 12월 17일 at 5:16 오후

    따스한 겨울을 지내시는구랴. 하긴 자네 컨셉이니…
    전화 안된다고 미워하지마. 워낙 정신을 놓고 다녀서리….   

  2. Lisa♡

    2008년 12월 17일 at 9:38 오후

    소리울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리울님을
    상당히 야무지고 정신 항개도 안놓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미리 발설마시길~~ㅎㅎ
    따스한 겨울?
    비자문제로 조급하고 상당히 불안한 이틀을
    보내면서 그래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3. 광혀니꺼

    2008년 12월 18일 at 12:22 오전

    빨강냄비…
    저기에 지폐넣어야 하는데…

    와인에 대한 이야기엿군요.
    늘 대상에 대한
    좋은것을 볼줄아는
    리사하트님의 글.
    따뜻해요~
    저 빨강냄비처럼…

       

  4. Beacon

    2008년 12월 18일 at 2:18 오전

    난 정말로 스폰지였더랬는데 지금은 스폰지는 커녕… 비누같아요..

    와인이나마나 별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식선에서 조금 알아둬 볼래도 당최 머리속에 남아나질 않네요..   

  5. Lisa♡

    2008년 12월 18일 at 2:27 오전

    광여사.

    빨강냄비….ㅎㅎ
    지폐넣으면 사과줘요.
    빨리 넣어요.
    동전넣어도 되요.
    ㅎㅎㅎ
    따뜻함—땡큐~   

  6. Lisa♡

    2008년 12월 18일 at 2:27 오전

    비콩님.

    괜찮아요.
    와인 마실 일이 얼마나 있다구.
    소주가 더 가찹잖아요.
    몰라도 충분한 조건입니다.   

  7. 산성

    2008년 12월 18일 at 3:36 오전

    그런데 재즈와 와인 분위기가 좀 딱딱(?)한데요…
    양초 한자루도 안보이고^^…상상 플러스
    그래서 좀 어색하게 느껴진 것 아닐까요?^^

    맨 아래 사진이 송년 분위기입니다…
    구세군냄비랑 반짝 불빛

    우연히 포스코 앞 나무 장식 작업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그냥 간단한게 아니었어요.
    많은 인부들이 며칠씩이나 온갖 사다리를 갖다 놓고 작업을 하더군요.
    아침마다 그 곳을 지나가느라…
    완성했다는데 불 켜진 것은 아직 못봤어요.
    밤에 못나가봐서…^^   

  8. Old Bar^n

    2008년 12월 18일 at 6:34 오전

    나도 우리처때문에……….
    전에 저혈압일때, 까무러치다가도
    적와인 한잔 마시게 해주면 깨어나서 또 일하던때……….

    지금은 수술하고 거의 없어졌는데
    아직도 와인은 자주 마십니다.
    물론 싸기도 하고 애들도 자주 사가지고 와서리……

    요즈음 떼루바인지 빠떼루인지……….@#%%^???
    드라마 나오더니 못잡아 오게 막아 놓았다고해서
    못보는데 …….송승환이 나오는거…….

    아뭏튼 와인강의 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ㅎㅎ

       

  9. Lisa♡

    2008년 12월 18일 at 8:21 오전

    산성님.

    저 분위기는 그냥 와인강의 분위기구요.
    와인파티는 로비에서…
    사람 많아요.
    그리고 재즈는 저 분위기로 했는데 영 아니더라구요.
    신이나 뭐 녹아든다던가 그런 건 없구요, 그냥
    뻣뻣하게 좋아해야하는 그런….ㅎㅎㅎ
    그럼요–트리만드는 거 장난 아닙니다.
    지금쯤은 불 밝혔겠지요?   

  10. Lisa♡

    2008년 12월 18일 at 8:22 오전

    올드반님.

    그 드라마요?
    김주혁과 한혜진 나오는 겁니다.
    송승헌 나오는 건 에덴의 동쪽입니다.
    드라마를 왜 막아요?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다 보세요.
    다음에 와인강의 같이 들으러다닐까요?
    참….캐나다시죠?ㅎㅎ   

  11. 바위섬

    2008년 12월 18일 at 8:55 오전

    퀸 다이어리–타인의 일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볼 수있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읽을거리 만들어주셔서 감사..

    올해는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손길이 예년같지 않다고 걱정이던데
    사과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 놓치지 말아야겠네요   

  12. Lisa♡

    2008년 12월 18일 at 10:01 오전

    바위섬님.

    놓치지마세요..처음에 놓치고 말겠네요로 알고
    깜딱 놀랬답니다.
    퀸다이어라고는 하지만 실은 공개적인 일기죠.
    매일 일상을 나누고 저로서는 그날 뭐했나를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저 이것보고 많이 도움이 된 적 있답니다.
    바위섬님…겨울치고 날씨가 너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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