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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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라면 언제나 신이 나고 항상 들뜬다.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조차 잊은 채 마냥 하고픈 말이 많아진다.

모든 엄마들이 다 이럴까? 상대의 의중은 이미 물건너 가고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몰입하고마는 나의 어리석음에..ㅎㅎ

세련된 사고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세련된 취향의 사람을 알게 되었다.

학문적인 것 외에 살면서 소통이 되는 그런 사람을 만나 즐거웠다.

충분히 나를 이해하고도 남을 그런 사고의 소유자를 보면 내가 편해진다.

막무가내인 내式의 대화에도 유려하게 따라오는 사람을 보면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흔한 귀절이 떠오른다면 내가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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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나 명절엔 항상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껴보곤 했었다.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 즐길 줄 아는 쓸쓸한 멋쟁이가 되었다고 본다.

화려함이나 번잡함을 그냥 여유롭게 봐줄 여유가 생긴 중년인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또 한 해는 저문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성장해 온 모든 나의 인프라가 한켜 더 성숙해지는 거라는 얻음을 인정하고 묵묵히 세월을 가는 수 밖에 없음이다.

일 년동안 나를 즐겁게 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먼저 간 친구를 기억하고, 수많은 전화와 문자, 그리고 일기들에게 감사한다.

멍하니 정리조차 뒤로 한 채 지내는 시간들이지만 그래도 새로 생긴 런던의 친구라든가, 보스톤의 친구, 그리고 샌프란의 감동을 주던 믿음직한 친구, 연말에 기꺼이 만난 뉴페이스들..그들이 있기에 충만하다.

난 감동도 잘 하고 자주 인간에 반한다.

그래서 내가 좋기도 하다.

연말 토요일 오후의 강남은 거대한 길거리주차장이라 할 만하다. 약속다운 약속을 위한 외출은 짐짓 설레는 마음도 충분하다.

어쩌다보니 화장도 못하고 나가게 된 리츠칼튼 호텔의 커피숍..오랜만이라 낮설다.

먼저 도착, 오늘은 누가 늦게와도 거의 다 용서되는 분위기다. 사람을 만나 기분좋게 헤어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비교적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 난 행운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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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이던 내부던 멋진 건물을 만나면 참 기분이 좋다. 잘 꾸며진 실내를 걷는 기분은 자신이 격상되고 어떤 사회에 속한 기분을 들게도 한다.

강화유리로 정리된 고급화된 계단을 걸으면 싸구려 힐조차 마놀로블라닉으로 변신한다.

구태여 명품의 레테르를 달지 않아도 품격화할 수 있다는 건 무엇에든 가치를 알아보는 심미안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힘일 것이다.

조잡함과 고품격의 차이를 알아보는 시력은 어릴 때부터 많은 경험을 통해 길러야한다.

번들거리는 겉치레를 보고 반하는 그런 부류를 보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을까에 촛점이 맞춰진다.

결코 비싸다고 그리고 이름이 유명하다고 격조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내제된 가치와 녹아있는 연륜과 그걸 선택한 이들의 조용한 대응이 인간이던 상품이던 그레이드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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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1. 김진아

    2008년 12월 21일 at 2:20 오전

    난 감동도 잘하고 자주 인간에 반한다..
    그래서 내가 좋기도 하다..

    리사님을..그래서..
    좋아할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것…

    단한번의 만남에도..감동을 남겨주는 사람이라는것..
    잊혀지기엔..너무 진한 느낌을 남겨주는 사람이라는것..

    올한해..

    정말 감사합니다..

    *^^*   

  2. Lisa♡

    2008년 12월 21일 at 2:38 오전

    진아님.

    제가 그렇다고요?
    그럼 성공했다는 건데
    앞으로 나의 유치함을 안들키려고
    무지 노력해야겠어요.
    암튼 진아님 눈이 높으시네요.ㅎㅎ
    올해 저도 감사해요.
    내년에는 아이들도 부쩍 자랄테도 덩달아 진아님도
    더 바빠지겠군요.
    갈수록 더 신경쓸 일이 많아지는 게 아이들이죠.
    우리도 한 때는 아이들이었지만요.   

  3. ariel

    2008년 12월 21일 at 2:44 오전

    나는 감동도 별로 안 하고 인간에게 자주 반하지도 않고..
    뭐.. 거이 안 반하죠.. 우리는 극에서 극..
    그래도 우리 만나면 재미있네요. 그리고 좋은 것은 끝난
    후 집에 돌아올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나는 유난히
    예민해서 그런지 사람들 만난 후 기분이 별로 안 좋을
    때가 더러 있어요. 뭔지 가식이었던 기분이라.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을 안 만나려고 노력해요. 시간 낭비
    인생 낭비라고 생각해서..
       

  4. Lisa♡

    2008년 12월 21일 at 3:06 오전

    아리엘님.

    ㅎㅎㅎ..예민아씨.
    그래도 우리 만나면 즐겁게 웃으며
    해어지잖아요.
    저랑은 반대맞아요.
    저는 어지간하면 사람들이 다 좋아요.
    그러나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저도 극히 일부예요.
    가만 생각해보면 지나간 사람들 중에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도
    아주 많아요…그쵸?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 요즘엔 틀린 듯..
    필요할 때 써먹는 말 같아요.   

  5. 광혀니꺼

    2008년 12월 21일 at 3:22 오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는
    독특한 향…
    그걸 가진 사람이지요^^*
    리사하트님~

    오늘 당직근무라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추운가 봐요.
    사람들이 다 움츠리고 걷네요.
    내일은 다시 한파랍니다.
    옷도 따듯하게 입으세요^^*

       

  6. 화창

    2008년 12월 21일 at 6:19 오전

    사노라면 리사같은 사람을 가끔은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는 거의 행운이 들어오는 날이다~~~   

  7. Lisa♡

    2008년 12월 21일 at 7:20 오전

    광여사.

    칭찬이 과할 때는 그냥 가만있으면 되지?
    독특한 향이 마음에 드는 girl~~

    내일부터 한파면 어때요?
    어치피 겨울인 girl~~   

  8. Lisa♡

    2008년 12월 21일 at 7:20 오전

    왜 이러쎄요?? 화창님.

    혜풍화창님.

    행운이 들어오는 날 이긴해요.
    제가 마수(첫손님) 하면 그날 박 터진대요.
    후후후   

  9. 오드리

    2008년 12월 21일 at 10:23 오전

    리사님의 촉수가 글로발해지는군요. 그런걸 느껴요. 런던, 보스톤, 샌프란……..ㅎㅎ   

  10. Lisa♡

    2008년 12월 21일 at 11:04 오전

    글로벌화되는 분위기에 맞춰서

    이 기회에 더 밀고 나가뿌러요?

    으히히히—–촉수가 엄청 많이 뻗네요.

    아무렴, 촉수가 로마꺼정~~   

  11. 지안(智安)

    2008년 12월 21일 at 11:27 오전

    쓸쓸한 멋쟁이 Lisa님.
    오늘 항개두 안쓸쓸 헌디요?
    지난 일년이 풀성해 보이기만 해요.

    복잡한 년말에 여유가 느껴지는 포슽이에요.
    아이들 만난다는 기쁨이 절로 우러나죠?   

  12. Lisa♡

    2008년 12월 21일 at 11:45 오전

    지안님.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제 뉴욕에 폭설이 내려서 로컬항공기들이
    500대가 결항이 되었다고 하네요.
    수욜에 아무일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지요.
    지안님.
    저 잘 다녀올께요.
    내년에 밥 살께요.   

  13. t루디

    2008년 12월 21일 at 2:45 오후

    자신을 사랑 하라 그리하면 남도 사랑 하리라..
    어디서 귀동냥 한 말인데
    얼추 맞는말 같습니다….   

  14. Lisa♡

    2008년 12월 21일 at 2:52 오후

    트루디님.

    갑자기 웬 명언을..ㅎㅎ
    내일부터 엄청 춥다네요.
    꽁꽁 쪼매고 다니세요.   

  15. 오를리

    2008년 12월 21일 at 3:40 오후

    바쁘게 살다보면 세월도
    두손들고 지나처 갑니다~~~   

  16. Lisa♡

    2008년 12월 21일 at 11:11 오후

    오를리님.

    그렇죠?
    두 손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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