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2일 무슨 일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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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역근처에서 모여서 인형도 만들겸 홍대앞을 구경도 할겸 나갔다.

멀다는 생각에 가는 순간까지 갈까말까를 놓고 씨름하다가 결국은

지갑을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결국 분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바람은 째지게 차가웠다.

그러나 겨울은 모름지기 추워야 하는 법.

도착하니 쥐방울같은 여자들이 고스란히 동그랗게 모여앉아서 누구는

카페에 비치해둔 팀버튼 감독의 굴아저씨 죽이기인지 하는 책을 읽고 있었고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모의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빵모자를 쓰고는 토끼굴에서 각 나온 이 차림으로 올망하니 모여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카페 안을 둘러보는 나를 보더니 아무도 신경도 안쓰고는

각자 제 할일들만 하는 그들.

참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고 심지가 약한 이들은 소외감 느끼기 딱 좋을

모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점심을 간단하고 맛나게 먹고는 홍대 근처를 배회하다가 지하철을 탔다.

수다를 떨다가 한 정거장을 지나치는 헤프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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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올해 하나 밖에 없는 망년회가 있었다.

부지런히 집으로 들어와서는 다시 나갈 채비.

강남구 신사동의 진동횟집.

본래 예약이 안되는 집인데 연말에 예약가능하단다.

예약않고 갔더니 기다리란다.

그래도 빨리 자리를 마련해주니 다행이다.

누가 불경기라고 했더라?

4층까지 들어 찬 이 집은 도대체 불경기의 불이라는 글자도 모른다.

모듬회 3인분.

참이슬 한 병.

그것만 계산했는데 왜….왜…취한 거야?

한 친구가 가지고 온 직접 담근 복분자주.

그거이 사람을 완전히 뇌실종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처음 한 잔 맛보는 순간 내가 그랬다.

"이 거 꽤 독한대"

그 날 그 복분자가 사람 셋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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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리기사

대리기사 아저씨가 말이 많았다.

묻지도 않는데 자기가 예전에 세운상가에서 사업할 때 얘기를 했다.

보기에도 사업가처럼 허우대가 좋아보인다.

사업 말아먹고 밤에 대리기사로 뛰는 모양인데 너무 말이 많은 편이다.

내가 말 안하는데 자기가 먼저 지나간 화려한 이야기 할 필요있나?

그것도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과 말이다.

키도 크고 어찌보면 얼굴도 부티나게 생겼다.

지나간 좋았던 시간들이 가끔 그리운 모양이다.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2)대리기사

차를 타자 곧 잠이 들었다.

은연 중에 눈을 뜨니 집 근처였다.

눈은 오고 있었고 차를 탈 때 약간 미끄러질 뻔 했다.

이상한 건 아무리 술이 취해도 집에는 잘 찾아온다는 건데

예전에는 한밤중에 집에서 내려서 왼쪽이 집이고 오른쪽이 산인데

산으로 올라가다가 경비아저씨가 잡아서 그냥 집으로 온 적 있다.

웃기는 건 내려서 사진까지 찍었다는 거다.

한 장은 2차를 하고 차를 타기 일보직전에 찍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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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보니 아침에 이른 약속이 있었다.

머리도 속도 멀쩡하기는 했다.

컴퓨터가 말썽이었다.

약속에 갈 수가 없었다.

밖을 보니 얕게 내린 눈이 살얼음처럼 냉혹하게 동네를 뒤덮고 있다.

낮이 되어야영상으로 돌아간단다.

하는 수없이 약속을 취소하고만다.

나의 차는 후륜이라 눈길에는 약도 없다.

단 한 번의 망년회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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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소리울

    2008년 12월 24일 at 5:44 오전

    조심조심해야지.
    기분이 늘 사람을 망가지게 한다니까.

    성탄, 새해 잘 보내시고.. 아이들 보러 갔나 벌써?   

  2. Beacon

    2008년 12월 24일 at 5:45 오전

    메뤼 크리스마쓰…

    하와이 안가세요?,,   

  3. 화창

    2008년 12월 24일 at 5:56 오전

    술이 취해서 집에 올 때는 대리 아저씨 살아온 얘기 듣는 거 재미 있더라구요!

    근데 어떤 때는 잠이와요!   

  4. Lisa♡

    2008년 12월 24일 at 6:08 오전

    소리울님.

    쬐매 있닥 갑니다.
    아직 집이서 시간 기다리는 중입니다.
    비오더니 그쳤네요.
    다행하게도…
    아이들도 일기예보 이상없다고 하고요.
    기분이 사람 망가지게 한다는 거
    맞습니다.
    그래도 가끔 기분으로 살 때도 있어야지요.   

  5. Lisa♡

    2008년 12월 24일 at 6:09 오전

    비콩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저는 결혼기념일입니다.
    벌써 20 주년이네요.
    세월이 빠릅니다.
    곧 할머니 되겠다요.
    갑니다, 곧…   

  6. 김진아

    2008년 12월 24일 at 6:09 오전

    산으로 올라가시는 대목에서..
    누가 생각나서요 ㅎㅎ

    리사님..복분자주..굉장히 독해요..
    많이 드시면..아니되오시는데요..^^

    이제…여행길 가실 시간이 되시는것 같은데요..
    세쌍둥이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7. Lisa♡

    2008년 12월 24일 at 6:09 오전

    화창님.

    그러면 제가 제대로 순서를 밟았네요.
    저는 대리기사 별로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늘 동네에서만 마시니까요.   

  8. Lisa♡

    2008년 12월 24일 at 6:10 오전

    진아님.

    복분자주 독한 거 아시는구나.
    저는 몰랐어요.
    어머님이 담아주신 복분자, 복분자…ㅎㅎ
    저는 복분자 엑기스 만들었는데
    몸에 좋을 것 같은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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