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면서는 거의 체념상태에 이르렀다.
환율도, 지구전체가 겪는 전지구적인 경제적인 고통도 잊자..그래 잊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
비행기는 외국인 기장의 스무스한 이륙으로 가볍게 비행을 시작했다.
하와이의 호놀룰루까지는 7시간 30분이 걸린다.
타자 곧 저녁식사를 준비해준다.
비빔밥으로 제법 맛있게(기내식을 싫어한다) 식사를 했다는 건 개운하다.
영화는 이미 다 본 영화라서 관심을 두지않고 잠을 청했다.
아이들은 제대로 올까, 폭설이나 내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는
잠을 자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잠을 자고나니 잠시 후에 내린단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카우이섬과 오하우섬들의 하와이군도는 푸른라군이 깔려있어
보기에도 에메랄드빛의 태평양과 물 속의 산호초들이 절로 짐작이 된다.
진주만을 바라보면서 잠시 전쟁을 생각한다.
약간 더운 기운이 잠시 느껴지지만 그런대로 내 목폴라티와 긴바지도 괜찮게 흡수된다.
호놀룰루 공항은 미국답지 않게 카트가 공짜다.
보통 거의 3불을 받고 카트사용을 하는데 일단 3불을 아꼈다는 안도감이 든다.
바로 옆의 로컬터미널의 카트는 3불을 넣어야 사용하게 되어있어서 몇 발 차이에 다르다.
아이스박스를 들고갔으니 좀 미안한 감도 없잖아 있었으나 짐들을 보니 아이스박스 여러 개
눈에 뜨인다.
아이스박스에는 딸이 부탁한 짐들과 아들이 부탁한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내국 항공편을 이용하는 터미널로 가서 하와이안 항공으로 갈아타는 수속을 했다.
짐 3개..가볍게 통과.(이 걸 적는 이유는 나올 때는 일인당 1개만 가능하고 나머진 페이를
해야한다기에 적는다)
다시 가벼운 검시대를 통과해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들어가니 스타박스가 눈에 띈다.
커피생각이 간절했지만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만이 지배적이다.
4불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이라니..스타박스 커피를 마시려면 차라리 스타박스 주식을
사라고 했던가~ 이제 한국가서도 스타벅스나 커피 빈을 자제하리라 마음 먹는다.
호놀룰루에서 마우이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항공요금은 약 200불로 우리나라 환률로1500원대로 계산했으니 30만원.
공항에 내리자 비가 후드득 거린다.
곧이어 무지개가 반기고시계를 보니 낮 12시50분이다.
아이들이 도착할 시간은 앞으로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미리 호텔에 갔다가 나올까 했지만 조바심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피닉스발 항공편이2시52분 도착인데 도착을 알리는 화면에는 2:00로 뜬다.
잠시 좋았다가 가서 알아보니 잘못적힌 거란다.
그리고도 절대 고치지 않는 이상한 공항이다.
아이들은 뉴욕의 뉴왁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아리조나 피닉스 공항에서 갈아탄다.
2:52분까지 서성이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에 그런대로 시간은 잘 흘러간다.
못생기고 머리가 긴 아들 두 녀석이 드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살이 많이 붙은 딸이 "엄마" 하면서 방글거린다.
아들1이 대뜸 하는 말이 "엄마, 배고파~"
"그래그래~뭐 먹으러 가자"
그 순간부터 돈을 절약하겠다는 나의 계산은 거의 90% 날아가버렸다.
AVIS 렌트카 회사로 셔틀을 타고 가서 약간 큰 차로 업그레이드를 해서
차를 빌리는데 네비게이션 사용료도 따로, 기름값도 자기회사가저렴하니
여기서 넣겠느냐 나가면 조금 더 비싸다고 흔들리게 한다.
오케이~~넣어요, 그리고 올 때는 기름은 어느 정도로 유지하는지 물었다.
완벽하게 비워서 와도 된단다.
좀 좋아보이는 차로 하겠다고 했으니 나중에 나올 계산은 염두에 없었다.
바로 코스트코로 향했다.
5분거리였다…국제 면허증은 렌트할 때 외에는 볼 일이 없다.
네비게이션은 엉터리로 우릴 안내했지만 워낙 길눈에 빠끔이라 바로 찾았다.
GPS(네비)가 잘못되었다는 건 호텔로 가면서 알았다.
코스트코를 가려고 아멕스 카드까지 새로 발급해서 가면서 정작 코스트코 회원카드를
잊고 갖고 가질 않았던 것.
컴퓨터로 찾아도 내 이름이 안나온단다.
배고프다는 아들은 처량하게 서 있고, 긴 치마식 조끼를 입은 알리카가 하루만 쓸 수
있는 데이발급증을 만들어 준다.
나는 그가 인도인이라 여겼는데 아이들이 하와이원주민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예전보다 부쩍 영어를 잘 한다고 느껴진다.
코스트코에서 엄청난 양의 장을 봤다.
아들은 거의 아사직전이라면서 통닭에, 생선회에, 칠면조롤에 피자에
폭식을 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니 행복하다.
엄청 여드름이 극성이고 아주 못생겨졌다.
핑크색 구아바쥬스를 한박스를 사고, 1리터들이 물을 한박스 째 샀다.
나초와 칠리소스, 밤에 같이 마실 모에샹동 샴페인과 호도와 땅콩, 그리고 블랙베리
라스베리, 포도, 체리…등 잔뜩 사버렸다.
그저 새끼들 입에 들어가는 건 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이 거 얼마 못가서 다 먹어치웠다는 사실이 놀랍다.
호텔식 리조트는 아주 럭셔리했고 마음에 쏙 들었다.
프론트의 직원은 해리포터에나 나옴직한 과장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친절하고
음이 높은 소리로 듣는 사람에게 약간의 위압감과 벗어나고픈 충동을 일으켰다.
팁이 문제인데..짐을 갖고 온 이에게 1불을 주려니 뭣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3불을 건넨다.
강호동만한 덩치의 원주민이다.
바로 침대로 쓰러지면서 아들의 구애를 받는 나…여드름 투성의 우리아들.
양쪽 하늘엔 커다란 무지개가 오랫동안 걸려있었다.
참나무.
2008년 12월 31일 at 11:34 오후
대단한 리사 님…
그 말밖에 안나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읽게만드네요
우린 넷이니 먹는 거 장난아닌 거 동감입니다
산호초..진주만…산호랑 진주가 먼첨 나와서 첨부터 관심이…ㅎㅎㅎ
새해 첫날 본 무지개…압권입네다아~~~
해피뉴이어 ! 리사 님 가족들과 이웃분들께…
玄一
2008년 12월 31일 at 11:43 오후
일년 전 애기지만
너무 리얼하게 잘 표현하시니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착각이 듭니다
무지개.. 코스코, 먹거리들
제일 소중한 아이들
아무튼 소중한 시간 .. 즐기고 누리시며
새해입니다(하와이는 아직 2008.12.31일이던가요?)
douky
2009년 1월 1일 at 1:14 오전
무사히 도착하셨네요 리사님…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많이 많이 보내셔요 ~
행복하게 시작하시는 New Year~
일년 내내 행운이 따를 겁니다~
리사님과 가족 모두 내내 건강하시고…
"Happy New Year"
Lisa♡
2009년 1월 1일 at 2:50 오전
참나무님.
제가 무지개 걸은 거 일단 성공이네요.
아이들이 많으니 그 사정 뻔히 알겠죠?
후후후—–
산호, 진주…ㅋㅋㅋ
새해 복된 한 해 되세요.
Lisa♡
2009년 1월 1일 at 2:51 오전
현일님.
일 년 전에 가셨군요.
물가가 비싸서 정말 놀랬습니다.
맨하튼 물가에 멍든 제가 다시 한 번
마우이에 멍듭니다.
새해입니다.
북극의 눈물 보는 중입니다.
Lisa♡
2009년 1월 1일 at 2:52 오전
덕희님.
아이들도 조금 전에 무사히 갔다고 하네요.
남편 말이 이제는 아이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다네요.
못미더워서 카드까지 주고 왔거든요.
혹시 비행기 놓치먄 호텔서 자고 비행기 다시 예액하라고..
지나친 걱정이지요?
왜냐하면 눈이 하도 많이 온다고 하니까요..동부요.
잘 지내셨지요?
같이 좋은 일로 이 해를….맞이 합시다.
오현기
2009년 1월 1일 at 4:42 오전
정말 겨울철 휴가로는 최고로 좋은곳 다녀오셨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경제도 잘 챙기세요..
김진아
2009년 1월 1일 at 6:51 오전
정말 무지개..^^
배고프다는 소리에..당연..돈 계산이 날라가 버리지요..ㅎㅎ
잘먹고, 잘자고..정말 건강한것이 제일인것 같아요..
리사님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요..
못생긴 아들이라니요..ㅎㅎ
리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isa♡
2009년 1월 1일 at 8:12 오전
현기님.
저 마우이에서 현기님 생각 조금했습니다.
이야기 해주고 싶었 거든요.
오는 길에 옐로우스톤 프로보면서 질문도 하나 생겼구요.
그 침묵과 고독이라는 책을 혹시 아시나해서요.
와이오밍 주가 나오니 현기님 포스트 생각이 나더군요.
경제 잘 챙기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무 것도 남아있질 않아요.
현기님도 새해 경제 잘 챙기세요.
그 쪽 아파트 값이나 안떨어지길 기대합니다.
Lisa♡
2009년 1월 1일 at 8:14 오전
진아님.
배고파..하는 한마디에 그냥 마음이 약햐지고 말았지요.
제가 본래 아이들 먹는 것에 엄청 신경쓰는 편이 거든요.
그저 좋은 것 먹여주고파 하는 모정이라고나 할까요.
다 필요없는 모정이지요.
아이들 강하게 키워야겠더라구요.
이 번에 느낀 건데 제가 너무 느슨하게 할 것 다 해주고
키운 것 같아서 실수한 느낌이랍니다.
지금이라도 군대보내던가~~ㅎㅎ
산성
2009년 1월 1일 at 2:05 오후
새해 첫날 무지개…
그냥 마음 설렙니다^^
올 한해도 기쁜 일만 가득하시기를…
하와이 스토리에 집중합니다…
언젠가 가 볼 곳이어서…^^
Lisa♡
2009년 1월 1일 at 8:22 오후
산성님.
제게 묻고 가셔야 해요.
시차적응 하느라 어젠 계속 잤어요.
새벽에 깨어서 컴퓨터를 하려고하면
도통 컴퓨터가 말을 안듣네요.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