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1일 갈수록 푸근함이 주는 따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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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리니 날씨가 꽤 쌀쌀하다는 정보다.

짐을 찾는데 아이스박스에 웬 초록색 플라스틱 커다란 열쇠가 달려있다.

식물검역을 다시 하란다.

원인은 호두였다.

미국산 호두만 반입이 안된단다.

호두호랑나비의 유충이 있을 수 있단다.

먹다가 아까워서 갖고 온 것인데 아깝다고 하니 뭐 7000원 정도밖에 안하는 건데요 란다.

더 준 것 같은데 1만원은 넘는 것 같다고 하자 그래도 어쩔 수 없단다.

아이들의 라이프자켓이나 스노클링 장비땜에 버리고 오려던 아이스박스는 물론

가방을 하나 더 사서 짐이 올 때는 4개가 되었다. 구명조끼는 어쩌면 다음에 나도

뉴칼레도니아로 갈 때 써야 할런지도 모르고 해서 꾸역꾸역 갖고 온 것이다.

스노클링 장비도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워서 11불 하는 가방을 하나샀던 것.

아무튼 공항에서 큰오빠네로 향했다.

아버지의 제삿날이다.

아버지가 가신 지도 벌써 17년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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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 해에 조카가 서울대 시험을 쳤는데 30일인가, 31일에 발표가 있었다.

발표를 보고 흡족한 상태에서 가셨는데 하필이면 연말이라 참 애먹었다.

그 조카가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에 있는데 이 번에 논문을 쓸 자격을 얻고

비자문제로 잠시 들어와서 같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7개국어를 한다는 조카는 하버드 베이비를 안고 왔는데 붕어빵이 따로 없었다.

우리식구끼리의 제사는 화기애애하게 지냈고 온통 화두는 그 베이비였다.

새로 얻은 손녀가 기특한지 오빠부부는 늦게 얻은 손녀를 쫒아 다니느라 신이 났다.

또 조카 한 명은 자유인인데, 오토바이를 샀단다.

가와사키를 샀는데 요즘 근력운동까지 하느라 헬쓰기구를 다 사놨다.

한 때는 칵테일을 배우느라 온통 칵테일 도구밭이더니 … 취미도 다양하다.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은근히 정이 간다.

혼자서 요르단을 6개월간 갔다 온 아이이기도 하다.

30살이 넘었는데 결혼은 생각도 않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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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들에서 발하는 불빛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제 나라가 편하기는 하구나.

차는 밀리고 밀려서 아우성이지만 그래도 편하고 느긋한 마음이야 어딜 따라?

음식이 주는 교묘함이라는 거, 여행지에서는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라고 하지만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저렴하고 값싼제 나라 음식이 최고다.

5000원이면 아무데나 가서 먹을 만한 걸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교통방송을 듣느라켜둔 라디오에서는 김흥국이 흥얼거리면서 정다운 얘기 중이다.

대전의 어느 김밥 아줌마를 연결했는데 한 줄에 500원이란다.

겨우 말문을 연 아줌마가 어찌나 말을 할 줄 모르는지 웃겨서 혼났다.

긴 한숨같은 말만 계속하면서 계속 어울리지 않는 말만 한다.

대화의 기법을 배울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우이독경의 말에 어찌나 웃기는지 한참을 웃었다.

서둘러서 끊어버리는데도 계속 한숨섞인 말도, 같은 말로 계에에에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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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오니 밤 11시다.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새로 산 하드웨어 조작법을 실행해보다가

너무나 잠이 와서 그대로 꼬꾸라져서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오드리언니가 딸과 함께 나왔다.

서영언니도 멋진 밀짚모자를 쓰고 나에게 다가왔다.

여행 중인 게 틀림없거나 여행을 꿈꾸고 있는 것일 게다.

아……………참.

새로운 계획이라는 거 세워야 하나?

언제나 새해가 되면 수첩에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 걸로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이라는 편리한 매개체로 인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자마자 복이 터졌다.

2000만원이 생겼다.

생각지도 못한 돈이 굴러 들어왔다.

시누이가, 사랑스런 시누이가 남편 케익값으로 보냈단다.

큰아버지 일로 동분서주 했는데 별 일도 아닌 걸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미안하기만 하다.

어쨌든 복이 굴러 들어온 것 맞기는 하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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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1월 2일 at 4:02 오전

    계산없이 마음으로 열심히 보태신일에 대한..나눔이신걸요..
    복이세요..그럼요…

    로또 당첨된것 처럼..제가 다 덩실거리게 되네요..ㅎㅎ

    ^^
       

  2. Lisa♡

    2009년 1월 2일 at 4:17 오전

    진아님.

    남편이 하나도 못 쓰게 하네요.
    쳇~~~   

  3. 지안(智安)

    2009년 1월 2일 at 11:50 오전

    럭셔리하게 여행하고 와서 또 대박두 터지구..
    어찌 불공평하게 Lisa님만 신나는 거냐구요오오~

    이 재미나는 여행기가 연말년시 특수땜시
    이웃들이 많이들 놓지구 있어요.
    마우이 Lisa님 덕에 맛은 봤네요.   

  4. Lisa♡

    2009년 1월 2일 at 12:18 오후

    지안님.

    후후후..가족모임 좋아보이더군요.
    부럽습니다, 다시 한 번요.
    럭셔리한 여행이었는데 남의 옷을 입은 듯해서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답니다.
    내 옷이 아니었 거든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왔으니 즐길 건 즐겨야지요.   

  5. 佳人

    2009년 1월 3일 at 11:40 오전

    김밥 한 줄에 500원이라니…
    에구…..말이 안되는 사회에 살아서 그 김밥아줌니 말이 못 나왔나봐요.ㅠㅠ

    리사님은 복도 많아요.
    이천만원~ㅎㅎ   

  6. Lisa♡

    2009년 1월 3일 at 2:21 오후

    가인님.

    그러니까요.
    우리 시누이도 참 간도 크죠?
    언제나 신세만 지네요.

    김밥 아줌마..말하라면 계속 같은 말만 한숨만 쉬면서..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답니다.   

  7. 산성

    2009년 1월 3일 at 2:34 오후

    기어이 일년치 일기를 마감하시네요…
    여행가신 동안 일기를 어떡하나…
    제가 괜한 걱정을…^^

    아무튼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잠과 시작하다…
    자면서도 쓰시다니…^^
    (사진까지…!)   

  8. Lisa♡

    2009년 1월 3일 at 3:15 오후

    흐흐흐..

    진짜 자면서 졸면서 썼답니다.
    일년치가지고 뭘 그러세요.
    저 20년 넘게 쓰던 사람인데요.
    ㅋㅋㅋ—   

  9. t루디

    2009년 1월 4일 at 1:17 오전

    글도 재밌구 사는 모습도 재밌어요. ^^   

  10. Lisa♡

    2009년 1월 4일 at 10:07 오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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