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씨없는 곶감은6개에서 1/3 인 두 개가 날 배신했다.
씨가 무려 6개씩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 일로 소송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맛이 적당함에 그런대로 그냥 넘어가는 수 밖에 없다.
가끔 나의 이렇듯 힘이 없는 무기력함에 기가 팍팍 죽는다.ㅎㅎ
따끈하게 덥혀진 침대 위의 전기담요 안으로 쏘옥 기어들어가서 드라마를
켜놓고 말랑말랑한, 거기다쫀득쫀득한 곶감을 먹는 맛이란 겨울의 진미다.
예전에 곶감을 하도 좋아하니 오빠가 자기에게 들어 온 곶감을 내게 주었다.
펴보지도 않고 곶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내게 건네줬는데 세상에
그 곶감은 까만색 곶감으로 아주 상등품에 속하는 최고품질이었다.
아직도 그 어느 곶감보다도 맛있었던 그 육질을 잊기 어렵다.
아마 조선시대였다면 내게 오지않고 궁중에 상납되고도 남을 상품이었다.
그때 하루에 그 걸 3-5개씩 먹었으니 지금의 이 붙은 살 중에 2키로는
족히 보탬이 되는 노릇이었을 게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 관계로 낮에 이문열의 글이나 읽을 예정이었다.
유혹적인 전화가 온 건 그 계획을 나름 잡던 바로 그 찰나였다.
을지로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가니 가는 김에 같이 가서 씨네큐브에 가잔다.
귀..솔깃~재빨리 준비를 하고 후다닥 뛰쳐 나갔다.
평소에 입은 적이 없는 빨간 BOSS 오버를 입고 나가는데 영 내 것이 아닌 옷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결국 들어올 때까지 그 옷이 주는 불편함은 종일 나의 균형에 대한 평화를 깨었다.
바자회에USED 중에 적당히 입고픈 화려함과 브랜드 네임에 끌려서 기껏 몇 만원주고
샀는데 작아뵈는품새와 즐기지 않는 컬러 때문이다.
아무튼 편하지 않은 옷이란 정신적인 면으로도 확실하게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그래도 시네큐브를 가서 한 방울의 눈물을 아름답게 흘리다가 왔다.
‘굿바이 칠드런’ 유태인 영화는 늘 그렇듯이 마음을 산란하게, 또는 불편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크루즈의 발키리가 기다려진다.
내키지 않는 약속이었지만 7시에 논현동으로 부랴부랴 나갔다.
골목에 숨어있는 식당인데 썩 마음에 드는 집을 가게 되었다.
번듯한 대로변보다는 살짝 숨어있는 가게들에서 쏠쏠한 정을 느낀다.
저녁이라서인지 낮에 여느 식당들에서 보는 아줌마군단들이 아닌
정장차림의 남성군단들이 거의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5명 중에 지극히 웃기는 한 사람의 참여로 모두 화기애애하게 깔깔거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라는 건 보이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주위를 털며 내숭을 떠는 건 참아주기 어려운 밉상이지만
또 속물근성으로 사람을 대하는 건 그 또한 꼴불견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말에, 입에 발린 칭찬에, 외피적인 것으로 사람평가를
한다는 건 상대방에게 그대는 나의 일회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런 모습을 판단해서 상대를 가늠하고 말고는 순전히 각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또 시간을 뛰어넘는 진지함으로 일관한다면 얼마나 지루해질까.
어떤 자리에서 유쾌하고 쿨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갈수록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을 종종 갖는 건 멍석을 깔아줘도 호불호가
분명해짐도 한 몫한다.
미쳤지~
00:38 이라는 시간을 흐릿한 시력으로 10:38로 봤다.
인사동에서 아는 문인들이 모여서 무슨 상 뒷풀이 중이라고 오란다.
안가기도 뭣해서 아까 전화왔지만 별로 시간이 안 갔네..하면서 인사동으로 갔다.
이상한 건 남산1호 터널이 무료통행이고 언뜻 본 시계가 00:57 이다.
차에 달린 시계를 그 때야 봤다.
1:00다.
내 핸드폰을 켰다.
10:59인데자세히 보니 00:59이다.
내가 미쳤찌….정말 미쳤찌….
새벽 3시가 넘은 인사동의 한산한 거리는 간혹 지나가는 택시 외에는 인적드물다.
노래방에서 나올 때 옆 방에 한무리의 패들이 아직은 어두운 밤이라는 듯 정정했다.
논현동의 깔끔한 노래방에 비해 하나밖에 없는지 인사동 초입의 노래방은 진짜 후졌다.
어제의 Song-Code는 우울하고 찢어지게 슬픈 노래를 부르라는 주문이었다.
늦게 온 죄로 10곡을 부르라기에 5곡 불렀다.
슬픈…그래서 ‘무정블루스”그대 먼 곳에”그대생각”등불”귀거래사’
모두의 입장은 나에겐 결국 슬픈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데 동의다.
이문세 노래 슬픈 거 하나있는데 깜빡했다.
J 가 자기는 충분히 섹시해서 더 이상 섹시하다가는 남자들이 쓰러진단다.
특히 자기의 외모는 유럽, 그 중에도 북유럽 사람들이 보면 뿅 간단다.
그녀의 눈은 약간 돌출형으로 소위 찢어진 눈을 약간 변형시킨 눈동자가
약간 뜨는 형국이고 얼굴형은 포니테일이 어울리고 이빨은 약간 돌출이다.
성격이 좋으며, 거의 모든 대화를 소화해내는 상대관계의 대식가다.
늘 내가 자기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자기를 견제한다고 말을 하곤한다.
나의 라이벌?
글쎄 라이벌의식을 갖고 살아보지 않아서인지 그 말조차 신선하다.
쓰러지는 섹시함에 무슨 라이벌을 느낀다고서리….ㅋㅋ
일시적인 섹시함과 실제적인 섹시함에는 차이가 있는데 그것 또한 상대적이다.
그녀는 키가 173인데 구두굽의 높이는 미니멈 12센티는 넘는다.
이 사회에는 섹시함에 쓰러지는 남자가 50 이면 안티도 50은 존재한다고 보면 설득력이
있을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잘 통하고, 감정의 간지가 통하는 그녀가 좋다.
그런 걸 흔히들 매력이라고 말하나보다.
테러
2009년 1월 9일 at 12:42 오전
키가 173 이면 그 자체로 아웃……ㅋㅋㅋ 제가 키 큰 여자들 만나봤는데…
여성미 태부족….
shlee
2009년 1월 9일 at 12:45 오전
우리 언니는 곶감을 못먹었어요.
어릴때 들었던 이야기 때문에
우는 아이 이야기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안 그쳤는데
곶감준다고 하니
뚝 그쳤다는
이야기
듣고
곶감이 너무 너무 무서워서 못먹었다는…
^^
언니가
곶감 먹으면
그 이야기가 부록처럼 따라 다녀요.
노래방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는 리사님
어울리지 않아요…
^^
Lisa♡
2009년 1월 9일 at 12:48 오전
테러님.
그래도 이 여성은 매력적이라니까요.
보기에 따라서는요.
키 크다고 여성미 없시믄 안되는데..
딸이 작아서 고민인데, 이런 말 들으면
은근히 대리만족 됩니다.
오드리
2009년 1월 9일 at 12:50 오전
매력만땅인 여자는 밤에 늦게다니면 안돼요. 그러니 아침에 일기를 쓰지….쯪.ㅎㅎ
Lisa♡
2009년 1월 9일 at 12:50 오전
쉬리님.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이신가요?
정녕..
어제 문인들이 정녕 이라는 말이 참 좋다고 다들..ㅎㅎ
슬픈노래는 정말 저랑 어울리지 않아요.
다들 그렇게 이구동성으로도!!
제가 그렇게 웃기는 건가?
아님 지나치게 명랑한 건가?
아님, 감정이 말랐다는 건쥐?
내 생각으로는 명랑도 병이라서…같아요.
Lisa♡
2009년 1월 9일 at 12:51 오전
오드리님.
지금 뭔가 덜 깬듯…
그래도 어제는 술은 안마셨다는 거.
그런 날보고 천양희 샘이 재미없다고
한 대 쥐어박았음.
광혀니꺼
2009년 1월 9일 at 1:49 오전
인사동의 새벽은 그런가요?
전 그 시간에 깨어나
해소천식 잇는 사람마냥
기침을 해댔는데…^^;;
이번 감기
독하다하더니
바로 즉방…
클럭쿨럭~
오늘부터 한파랍니다.
건강조심^^*
슈카
2009년 1월 9일 at 1:55 오전
곶감 빼먹는 재미는 정말 쏠쏠해요.
시골 집 추녀밑에 실로 줄줄이 묶어 늘어뜨린 감이 천천히 말라가면
윙윙 날아드는 벌이 있건 말건 하나씩 빼먹는 맛이란~
인사동의 새벽은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이예요.
왠지 가로등도 다른 데보다 어둡다는 느낌이 들고요.
근데 인사동에서 밤늦게까지 있어본 지가 언제였는지….(지난 여름?ㅎㅎ)
Lisa♡
2009년 1월 9일 at 4:56 오전
광여사.
감기를?
주변에 감기환자 급증이네.
엄청 독하다고들 난리던데.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목에 수건 감고
그러면 훨씬 도움되니까 그렇게 해요.
기침을 많이 하면 기관지부터 부으니까.
당분간 가까이 오지 말기요~~ㅎㅎ
Lisa♡
2009년 1월 9일 at 4:57 오전
슈카님.
저는 추녀밑에 곶감 만들어 매달아
하나씩 빼먹어보고픈 게 어릴 적 희망이었지요.
어릴 때부터 곶감을 좋아하다보니
.
.
말린 것 중엔 곶감하고 새우 말린 안주같은 포
제일 좋아합니다.
요즘은 미역도 말린 것 뜯는 재미가 좋아요.
어릴 때 고구마 말린 것이 간식이었는데….
지안(智安)
2009년 1월 9일 at 8:11 오전
어제도 바쁜하루 보내셨네요.
난 하루에 두탕이면 넉아웃..ㅠㅠ(젊음이 부러버..)
요깡처럼 까만 곶감 맛 좋죠.
나두 좋아하는 노래:무정블루스(강승모가 부른거) 그대먼곳에.
조기위 테러님 말대루 키큰여자들 별 매력없어요.
우리올케가 172…항개두 이뿌지가 않아요.
광혀니꺼
2009년 1월 9일 at 8:26 오전
예~~~
애에취~~~~
쿨럭쿨럭~
Lisa♡
2009년 1월 9일 at 9:56 오전
지안님.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키에 대한…저는 키가 162 예요.
까만 곶감 드셔 보셨구나~~ㅎ
무정블루스 좋아한다구요?
와…………..좋은 노래지요.
올케한테 일러 줄 겁니다.
Lisa♡
2009년 1월 9일 at 9:56 오전
에구구…물러나라~~
에취—감기라니~~
무서워라.
호수
2009년 1월 9일 at 11:59 오전
그러구보니
곶감의 계절이네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요즈음은
곶감의 변신도 아주 다양해요
갈켜 드릴래니
원체 모르는게 없으셔서….망서려짐 ^^
Lisa♡
2009년 1월 9일 at 12:45 오후
호수님.
곶감의 변신요?
가르켜줘요~
뭐든 망설이지 말구요.
아는 것이면 다행이고 모르는 것이면
좋아서 시도해보고 그런 거잖아요.
진정한 지식인을 실천해 주세요.^^*
김진아
2009년 1월 9일 at 2:54 오후
대추사다놓고, 씨빼어놓아둔 것들..
녀석들이 홀라당 다 먹어버렸어요..
그거..약간물렁하게 만들어서..곶감 비스무리요..
또 사와야 되게 생겼답니다.
곶감은..친정아버지도 좋아하시는건데..
오죽하면..손주들 먹성에 손들어서..말씀을 안하셔요 ㅎㅎ
아..겨울엔..곶감..좋지요..^^
리사님..석찬이 키가요..162가 넘었어요..한달도 안되어서, 1,5센티 자랐더라구요 ^^
남자애들도..여자아이들이 키가 너무 크면 무섭다고 해요..아직 어려서리..
onjena
2009년 1월 9일 at 9:54 오후
궁금한 이 문세 노래가
"사랑이 지나가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
아니면 "광화문 연가" 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무정 블루스"는 제 애창곡 중 하나입니다.
Lisa♡
2009년 1월 10일 at 1:38 오전
언제나님.
사랑이 지나가면..입니다.
그 중에 제일 슬픈 노래같아요.
제가 언젠가 그 노래를 불렀더니
제 친구 영희가 울더라구요.
그 후로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슬프게 부르지요.ㅎㅎ
Lisa♡
2009년 1월 10일 at 1:39 오전
진아님.
대추를 물렁하게?
그래도 맛있나요?
씨를 빼어 둔다구요?
난 대추 씨를 빼어 아주 얇게
채 썰어 음식에 넣느라고 만들어 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