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1리 58번지.
아산천사원을 찾아나섰다.
날씨는 영하 12도를 오가고 있지만가기로 맘먹은 거..나섰다.
남편도 일할 복장으로 나 또한 솜바지에 장화에 고무장갑과 실장갑등을 준비해
시저(캔먹이)와 각종 먹거리를 시누이가 사오고, 천사원을 맡아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줄
음식과 선물들을 사들고 분당의 정자동물병원 원장님이 주신 산모개에게 먹일
칼슘까지 챙겨든 채 우리는 과감한 마음을 갖고 출발했다.
1시간여 남짓 걸려 도착한 그 곳은 아수라장이었다.
일제히 우리를 향해 짖어대던 울음소리는 낯선 방문객에게 던지는 방어가 아닌
사랑의 손길이 그리운 저마다의 울부짖음이었다.
600마리를 키운다고 했다.
말이 600마리지..그 열악하고 발디딜 곳조차 그악한 환경에서 누군가에 사랑받던
그들이 자라고 있다는 건 비참하고 내 눈으로 쳐다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겨울이다보니 어제만해도 8마리가 죽어나갔다.
여름은 과연 어떨까..차라리 겨울이 낫지 싶었다.
하루에 떼는 연탄이 80장이라고 한다.
일요일마다 다음과 네이버카페 회원들이 교대로 이곳을 찾아서 자원봉사를 하는 일 외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드문..할머니 혼자서 도와주는 할아버지랑 두 사람이 처리하기엔 역부족으로
나 몰라라하고 팽겨쳐두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사는 집인데 안을 들여다보고 너무 놀랬다.
어두컴컴한 실내는 온통 악취가 진동하고 창을 통해 나오는 공기는
훅하고 무겁게 나를 향해 거무티티한 먼지와 소음을 안고 끼쳐왔는데
사실 아직 속이 안좋을 정도이다.
방 안(방도 아니다..시멘트 실내)에는 개들이 빼곡하게 바글거렸다.
사진을 찍으려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도저히 들어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젊은 자원봉사 친구들과 남편은 성큼성큼 들어간다.
죽어서 팽개쳐진 개들과 임신한 개들, 새끼 개들, 열악하다보니 온통 눈병에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도저히 심란했다. 한마디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런지 모르는
도저히 제어가 안 되는 상황들이었다.
젊은 친구들은 안으로 들어가 똥을 치우고, 먹이를 주고…
나는 밖에서 쓰레기나 줍고 얼어버린 얼음을 버리고 마실 물이나 주는 밖에
집인지 우리인지 가까이 갈 엄두도 안 났다.
하나같이 유기견들은 슬픈 표정에 기가 죽어 있었다.
한 마리씩 잡고 옷을 입혀주는데도 다들 도망만 가지 잡히질 않는다.
소위 말하는 잡종보다는 애완견으로 키우던 이름있는 종자들이 많았다.
분당 파랑새병원 원장님이 가끔 수술도 시켜주고 약도 주신단다.
미용사부부는 와서 애들의 미용을 시켜주기도 하는데 손이 모자라 대부분이 털이 엉망이다.
잘만 씻겨 놓으면멋지고 예쁜개로 변신할 개들이 수두룩하다.
할머니는 몸에 화상을 입었는데 이유는 묻지 않았다.
TV에도 몇 번 출연한 적이 있어 후원금이 온 걸로 막사를 지었단다.
현재 카페회원수는 엄청나지만 실제로 자원봉사를 오는 사람 수는
일주일에 10명 남짓한데 그래도 의식있는 젊은 친구들이 주축되어 입양부터
후원에 이르기까지 애를 쓰고 있다.
물론 턱없이 모자라지만…나는 조블님들께 제안을 하나하려고 한다.
돈을 내어놓으라는 것도 아니다.
와서 일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버려지는 신문지들을 모아서 위의 주소로 보내주시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신문지는 요긴하게 쓰인다.
추운 겨울에 바닥에 깔아놓으면 따뜻하고 용변을 보면 자원봉사들이 걷어주기만
하고 새로운 신문지를 깔면 된다.
신문지 모으기 운동을 해볼까 했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고 모으러 다니느니 몇 푼들여
택배로 보내주시면 좋은 일 하시는 것.
요즘은 신문지도 턱없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큰 희생이 필요하지 않는 뜻깊은 일조를 하실 수 있다.
뭐든 정성이다.
나는 동네의 신문지를 모으기로 했다.
분당에 계시는 분들은 매 번 모아서 갖고 가시는 분도 계시니 그 편으로 보내어도 된다.
서울서 커피숍을 하시던 할머니는 길에서 차에 치거나 버려진 개들을 하나 둘
돌보다가 4-50마리가 되자 집의 옥상에서 키우기가 동네사람들의 원성에 힘들어서
이 시골로 내려오게 되었단다.
하나 밖에 없던 딸이 우울증으로 자실해죽자 할머니는 오직 유기견들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의지는 의지고 너무 열악함에 할 말을 잃을 정도이다.
할머니 자신도 다 헤어지고 떨어진 누더기를 입고 있으며, 위생상태는 엉망진창이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에서 주는 40만원과 후원금으로 들어오는 턱없이 모자란 돈으로
겨우 생활하는 할머니는 땅주인에게 농사를 지어주는 목적으로 땅을 월세 150만원을 주고
세들어서 유기견들을 키우는데 건너편 땅은 주인이 달라서 올해 다시 재계약을 한단다.
이미 모든 운영이 이 할머니의 능력밖으로 밀려난 듯 거대해졌지만 엉망이다.
정부에서 유기견에 대한 제도 자체가 없으니 재력가가 사람들을 동원해서 여기를 부수고
새로 뭔가 위생적으로 만들어야지 눈뜨고 볼 참상이 아니었다.
그래도 젊은 봉사자들이 참으로 기특하게도 말없이 두 손 걷어부치고 일에 열중이다.
일 년에 입양되어가는 수는 400-500마리 정도인데 입양도 일일이 잘 키우는지 확인하는
봉사자들이 있으며 한 달에 한 번은 사진을 카페에 올려서 상태를 알려주는 조건이란다.
보통 입양의 경우에 데려간 지 한 달만 지나면 다른 명견으로 탈바꿈한단다.
사료비는 한포대에 21000원인데 거기서는 19000원에 산다는데 제일 필요한 건 사료비와 신문지이다.
사람 손이 모자라다보니 먹이도 한꺼번에 주고는 며칠씩 주지 못하는 듯 보인다.
어디서 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이 사회의 곳곳엔 이런 어두운 구석들이 너무나 많다.
정부차원이 아니면 일일이 해결이 되진 않는다..다만 작으나마 따스한 손길이 급할 뿐이다.
http://cafe.naver.com/asandog
많은 손길 부탁드립니다.
하라그랜
2009년 1월 12일 at 1:03 오전
내 여기 글 다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읽은 것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찡 하는 글.
남편, 시누이라는 단어도 등장하는^^
Lisa♡
2009년 1월 12일 at 1:31 오전
하라그랜님.
찡~ 하셨어요?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나의 하라그랜님.
후후후…글도 다 읽어봐요.
재밋으니까…히히히.
도토리
2009년 1월 12일 at 7:11 오전
보통일이 아니군요.
우리 덜덜이도 유기견이 딸이예요.
조카아이가 매일 직장 가는 길에서 만나는 추레한 임신부 유기견을 차마 그냥 볼 수가 없어서 데리고 들어와 병원에서 제왕절개하여 낳은 아이가 우리 덜덜이..
처음에 데려올 때부터 덜덜덜덜 긁어서 이름이 덜덜이가 되었어요.
유기견 어미로부터 옮은 이인지 벼룩인지를 온 집안에 다 옮겨서 남편과 나도 덜덜거리며 긁다가 온몸에 다 발라야하는 약도 발라보고..
그래도 지금은 요조숙녀가 다 된 셈이지요. 우리 덜덜이…
그나저나 저집은 어쩐대요? 정말 이만저만 걱정거리가 아니군요.
어떻게든 도와야할텐데…-_-;;
Lisa♡
2009년 1월 12일 at 7:45 오전
도토리님.
신문만 보내주셔서 고맙답니다.
덜덜이…후후후.
그래서 이젠 어엿한 숙녀가 되었겠죠?
애완견으로 기르다가 버려지는 개들은
주인이 결국은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건데…반려동물로 안 본다는 뜻도 되구요.
걱정입니다.
광혀니꺼
2009년 1월 12일 at 8:17 오전
에효~
살아잇는것들의 슬픔이고
아픔이네요.
그래서 책임지지 못하는 일엔
아예 손 대기가 두려워져
늘 뒷짐만 지고 보는 스타일이라…
t루디
2009년 1월 12일 at 9:22 오전
어떻해!
저 이쁜넘들을…
Lisa♡
2009년 1월 12일 at 9:27 오전
광여사.
이 기회에 한 마리를 분양이라도.
짱구가 쥐어 물러서 터질 듯…ㅋ
책임감이라는 게 여기서도 필요한 듯..
Lisa♡
2009년 1월 12일 at 9:28 오전
트루디님.
외로울 때 말씀하세요.
슈카
2009년 1월 12일 at 12:22 오후
전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한 번 봤어요.
아유.. 대강 짐작만 해 봅니다.
개들도 그렇지만 저 할머니도 좀 걱정스럽구요..
강아지 키울 형편은 못 되니 신문지라도 모아야겠어요…
Lisa♡
2009년 1월 12일 at 12:28 오후
슈카님.
신문지만 모아주셔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신문지를 모으는 걸요.
TV에 나온 거 봤죠?
저는 못봤어요.
저 할머니 문제예요..가서 보면 더 문제예요.
초록정원
2009년 1월 12일 at 12:28 오후
이분 테레비에 나오는 거 봤어요.
몸도 안좋으신데 개랑 같이 주무시더군요.
동호회에서 도움을 주긴 하는데
곧 집을 옮겨야 해서 그게 더 문제라 했던 것 같아요.
Lisa♡
2009년 1월 12일 at 1:22 오후
어머..초정님 맞아요.
개를 키우시니 유심히 봣을 것 같아요.
개랑 같이 자요..내가 미칠 뻔 했어요.
그 잠자리를 보구요.
지금도 어제의 그 공기를 마신 탓으로 속이
안좋아요.
그 잠자리 방에서 퍼져 나오던 공기가 내 입으로
훅하고 들어왔 거든요.
나도 웃기죠?
아무래도 신경성인 것 같아요.
네잎클로버
2009년 1월 12일 at 4:03 오후
에구, 어떡해요.. 직접 가서 보셨으니 마음이 더 안좋으시겠어요.
강아지를 식구로 맞는 것에도
정성과 책임감이 따르는 것을…ㅠㅠ
강아지 키울 여건은 안되니,
저도 신문지라도 열심히…
Lisa♡
2009년 1월 12일 at 4:42 오후
네–네클님.
신분지 모아지는대로
저기 위의 주소로 택배를 쫌~~
잊지 마시구요.
^^*
벤조
2009년 1월 12일 at 6:55 오후
부지런한 사람은 무슨 일에든지 부지런한가 봅니다.
리사님, 어느새 거기 갔다왔어요?
그나저나, 정말 어떻하나…도와주세요, 멍멍.
Lisa♡
2009년 1월 12일 at 10:53 오후
벤조님.
머엉멍~~
답하는 강아지의 표현입니다.
부지런한 척 하기는 했죠?
가끔가다가 척하는데는 일등입니다.
카작 어때요?
이름이 참 영화스럽고 멋져요.
카작.
알라바마와 카작!
길
2009년 1월 13일 at 1:52 오전
제가 H사에 근무할 적엔 다달이 유기견 센터로 애견사료를 보내는 행사를 했어요.
기한이 도래하여 시장유통은 버거운 사료들을 매입해서 유기견 센타로 보내는
일이었는데 그땐 그 일에 그다지 보람을 느끼지도 못했던 거 같아요.
이제 막상 회사를 떠나 한 개인으로서 저 사진들을 보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수고하신 리사님에게 따뜻한 차 한잔, 건넵니다. ^^
Lisa♡
2009년 1월 13일 at 2:33 오전
와..길님.
그 사료회사 전번 알 수 있나요?
방법을 좀 생각해 주신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계속 고민 중이네요.
그 예쁜 것들이….다들 참 예쁘더라구요.
차 한 잔 마실 예정이었는데…어젯밤 새벽 2시반에 잤더니
아직도 피곤하네요.
길
2009년 1월 13일 at 3:55 오전
리사님, 제가 방금 확인해 보았습니다.
현재 이 회사에서 아산천사원에 정기적으로 사료 무상지원을 하고 있더군요.^^
제가 근무할 때에도 천사원을 비롯 많은 유기견센타에 무상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지원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담당자에게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나는대로 다시한번 통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Lisa♡
2009년 1월 13일 at 8:36 오전
아..고마워라.
ㅎㅎㅎ…그렇군요.
수홍 박찬석
2009년 1월 13일 at 11:01 오전
참 좋은 일 하네요.
그런데 키우지 못할 생명을 왜 키우다 버리는지…
버리는 사람도 마음이 안좋겠지만…
답답함과 훈훈함이 뒤엉키네요.
Lisa♡
2009년 1월 13일 at 11:25 오후
그러게요..
수홍님.
사람들 마음은 알 수가 없지요?
Beacon
2009년 1월 14일 at 5:58 오전
하여간 마당발 리사님.. 저긴 또 언제 가셨수..
저도 애완견 함 키우다 실패해 봣지만 그냥 버리진 않았어요.. 좋은 집 찾아 입양을 시켰더랬지요.. 그냥 어찌 내다버려요.. 아무렴 지가 키우던 녀석을..
하여간 문제에요.. 지 새끼도 힘들면 내다버릴런지도 모를 사람들..
생활정보신문,, 매일 모아야겠네요.. ㅎㅎ
Lisa♡
2009년 1월 14일 at 11:06 오전
비컨님.
진짜?
모아봐요….택배로 부쳐주면 좋아요.
택배비 4000원이죠?
애완견 키워봤구나..나도 친구한테..ㅎㅎ
東西南北
2009년 1월 14일 at 2:55 오후
600마리면 엄청난데…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들겠습니다.
쌈만하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1명만 줄여도 그 비용과 인건비 충당되고도 남을텐데…
Lisa♡
2009년 1월 14일 at 11:03 오후
동서남북님.
기발한 생각입니다.
요새 어떠세요?
버클리는 잘 지내죠?
만족하던가요?
궁금합니다.
뽈송
2009년 1월 15일 at 7:09 오전
Lisa님 저도 힘이 닿는데로 돕고 싶습니다.
저는 좀 말하기가 그렇지만 강아지들을 사람보다 더 사랑한답니다.
지금 이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메워집니다.
내가 마침 아산 호서대학 근처에 숙소가 있답니다.
현장일이 만만치 않지만 시간이 나면 자원봉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곳의 주소를 적어 놓고요 아마 신문지 모우는 일 그리고 갖다 주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도록 몇 번이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Lisa♡
2009년 1월 15일 at 11:15 오후
뽈송님.
감사드립니다.
진정 마음이 우러나시는 게 보이네요^^*
신문지 모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처음 먹은 마음을 잘 이끌어 나가기가
힘든 일이겠지요.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hannah☆
2009년 1월 21일 at 12:01 오후
스웨덴은 개 천국인데..
리사님에게 좋은 일 많이 있기를..!!
Lisa♡
2009년 1월 21일 at 3:03 오후
한나님.
개 천국이지요?
양로원도 있고 보험도 있지요?
개 엠블런스도 따로 있지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