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영화관람.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둘이서 영화를 봤다.
꽁꽁~얼어붙은 날씨탓에 외출을 꺼려하는 아낙네들 탓인지 시내의
모든 도로가 텅..차도 순조롭게 빠지는 날이다.
제 아무리 추운 날도 나의 경우는 뭐 그닥 상관않는 스타일이다.
추워서..라든가 추운데 무슨..이라는 토를 다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추우면 밥도 안 먹나요?
차라리 겨울은 쨍한 날씨가 더 외출하기에 좋다.
추울 때 끼려고 사둔 장갑도 껴야겠고 두터운 코트도 제 물을 만나 빛을 내야하고
추울 때 제량을 뽐낼 것들이 때로는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차가운 날씨가 좋다.
여름엔 더운대로 겨울엔 추운대로 그렇게 사는 게 내 스타일이다.
마다하는 게 없는 전천후이다.
단,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외출을 꺼린다.
후륜구동인 내 차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잘 미끄러지는 체질이다.
K가 교보에 가자고 아침일찍 전화가 왔다.
망설임없이 나갔던 이유는 와인 미라클을 보려고 마음먹었던 까닭이다.
매생이국과 고등어조림으로 주린 배를 거나하게 채우고 시내로 나갔다.
매생이국은 굴을 넣고 팔팔끓여서 매생이를 씻지않고 그냥 넣어서 아주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쌀을 씻은 쌀뜻물로 끓인다면 더욱 맛이 구수하다.
요즘부터 2월까지가 매생이의 제철이라고 하겠다.
정수기 휠터를 갈러 온 사람과 시간을 조율해 빨리 끝내고 교보로 갔다.
그리고 미로스페이스로…
시간이 남아 근처의 골목길을 춥지만 즐겼다.
본래 골목길을 좋아한다.
잘 지어진 집들과 대사관들을 구경하며 건축을 논했다고나 할까.
그 골목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의 대사관과 체코의 대사관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둘이만 보는 영화는 참 괜찮았다.
약간 지루할 때는 이야기를 마음 껏 하면서 봤다.
어머..저기 저기 있잖아….나도 저기서 와인 마시고 싶다야~
어…..저 프랑스의 야외식당진짜 멋지다.
저 샤도네이 정말 맛있겠다.
흡스….(혀를 다시며)
저 여자 몸매는 환상이네.
저 사람 변호사야..세상에 나도저렇게 뭔가에 미치고 싶은데, 사람은 저래야 해!
야야~~저 노래 있잖아…알지?
우우우…리슨투더뮤직~~♬
야–너 있찌,영화관에 아무도 안 들어올 때 영화 상영하게? 안 하게?
크크크—- 와인 마시면서 보면 진짜 끝내주겠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보니다행이지?
얘얘얘..나 저기 가봤어, 어머 저랬구나, 과거에는….
내 방에는 분명히, 틀림없이 블랙홀이 존재한다.
아무리 찾아도 며칠 전 미국서 온 편지와 연말정산 카드명세서 두어 장이 안 보인다.
그때까진 내 탓이려니 했다.
어제 본쬐끄만 수첩이 안 보인다.
와인에 대한 메모를 하려고 하니 안 보인다.
블랙홀이라는 게 내 방에도 존재한다는 건 엄청난 이슈다.
그러고보니 안 보이는 게 많다.
내가 성격이 좋으니까 망정이지 모르긴해도 없어진 게 한두가지는 아닐 것이다.
그 많던 옷핀들과 동전 몇 개..그리고 메모지들조차.
분명히 그래~~
그랬다가 어느 날 단물 다 빨아먹고는 어디선가 나타나곤 했던..
컴퓨터 밑에도 전화기 아래도, 쓰레기 통에도 없는 걸 보니 분명하다.
등이 가렵다.
그래 등긁개도 안 보인다.
구정에 홍도를 가려고 예약을 해볼까..하고 사방에 전화를 했다.
이미 두 달 전에 예약은 끝이 나 있었다.
그렇다고 외국가기도 그렇고…심심하다.
시댁도, 친정도 없으니 아주 외롭다.
가고파도 갈 곳이 없다는 건 분명히 외로운 일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명절을 싫어한다.
오늘 오드리님도읽고 울었고, 네잎 클로버님도 읽고 엄마를 생각했다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건네 받았다.
어제 나랑 친한 친분의 K모씨가 경비실에 읽으라고 맡겨 놓았다.
신경숙과 친한 그녀가 신경숙의 친필이 있는 책을 빌려 준 것이다.
신경숙의 남편은 시인 남진우씨이다.
꽃미남 남진우는 이혼하고 신경숙을 택했다.
그들 사이에는 아이는 없다.
그들은 평창동에 어떤 화가가 짓다만 집을 사서 다시 지어서 산다.
주변에서 듣자니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아주 특별한 부분이 있는데
충동적인 부분이 적잖게 있다는 것이다.
나도 적당히 소설적인 부분을 갖고 사는데 왜 소설 한 편 못쓰는 것일까?
누구보다 버라이어티하게 사는데 말이다.
어디까지나 노력의 부족이다.
신경숙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쓰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김진아
2009년 1월 12일 at 1:28 오후
리사님 맞으시죠..^^
사진보고..우와 그랬다구요..이렇게 추운날..
저도 솔직히 나가보곤 싶어도..딸린 입들이 무서워서요 ㅎㅎ
추우니까..입만 쫙쫙..꼭..새떼같다니까요..^^
얼음만 신나게 깨고..힘은 드는데..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구요..
요령도 생기고..중학교때..조소실에서 밤새워 만들던 생각도 나구요..
다시 그시절로 갈순없겠지만..
머리 허연 할머니가 되어서 다시 시작해 볼만 하다 그런 생각 들어요..
신경숙님만의 글은 분명..그분만의 특색이 있겠지만..저 아직 그분 책
안읽어봤는..엄마를 부탁해..라는 그 책만은 읽어보려구요..
리사님의 글은요..
엄마같기도 하구, 언니 같기도 하구, 누나 같기도 하구..
조금더 나이가 더 올라가시면..박완서님의 글과 같은..그 느낌이..
더 가까우실것 같아요..지금도 그렇지만..^^
Lisa♡
2009년 1월 12일 at 2:45 오후
네–접니다.
생얼로 나갔지만 표시 안나죠?
추워서 꼭꼭 껴입고 오리털 오버에 모자까지
달린 것 쓰고 ..후후후.
커피마시는 곰돌이라고나 할까나?
저 영화관에서 박완서 샘 봤어요.
오늘말고 라벤더연인 볼 때요.
저는 추운 거 좋아합니다.
신경숙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봤다구요?
네잎클로버
2009년 1월 12일 at 4:15 오후
아휴, 사진 속 귀여우신 리사님~(이런 말 해도 되나요? ^^;;)
유기견 이야기 때문에 마음 아파하다가
여기 와서 또 피식 웃습니다. ^^
저도 ‘카핑 베토벤’ 볼 때
영화관 객석 정가운데 남편과 딱 둘이서만 앉아서 봤었지요.
그 합창 나오는 부분에서 둘이 똑같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
그러더니 남편이 참으려고 했는데도
눈물이 막 나왔다면서 겸연쩍어해서
또 웃었답니다. ^^
玄一
2009년 1월 12일 at 4:19 오후
…커피 마시는 곰순이로..ㅎㅎ
다음엔 좀 더 Close-up 하시지요
그리고 나름대로
매일 재미난 글들 blogger들 위해서 올려주신다 쿠이….
Lisa♡
2009년 1월 12일 at 4:38 오후
네클님.
카핑 베토벤 합창부분 저도 막 울었는데 그런 분위기라면
당연히 울어야지요.
황제 영화를 보신 분 여기 또—후후후.
소화가 늘 잘 되는데 오늘은 신경성으로(어제 개들)
소화가 안되어서 아직 잠을 못자고 쉬는 중입니다.
이제 괜찮아져서 (약먹었거든요) 잘려구요.
슈카
2009년 1월 12일 at 4:39 오후
어맛! 너무 귀여우세요^^
저희 집에도 블랙홀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블랙홀이 일 년에 한 두번씩 토해내는 것도 같아요.
잘 안 보게 되는 주로 책상 뒤나 책장 뒤로 토해놓더라구요..;;;
오늘 임아트에 들렀다가 매생이를 보고 살까말까 망설이다 집에 끓여놓은 미역국 생각나서 안 샀어요. 조만간 매생이국 맛 볼랍니다^^
Lisa♡
2009년 1월 12일 at 4:40 오후
현일님.
클로즈 업은 절대 못합니다.
생얼은 실제로는 괜찮은데 사진은 영 아니거든요.
아셨죠?
매일 블로거들을 위하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서이지요.
체질에 맞거든요.ㅎㅎ
Lisa♡
2009년 1월 12일 at 4:40 오후
슈카님.
임아트 매생이 조금 비싸요.
동네 시장에서 사세요.
매생이 많이 사다가 얼려놓으면
계속 먹을 수 있잖아요.
귀엽긴 하지요–제가!!!
오드리
2009년 1월 12일 at 6:45 오후
어쨋든 글에 내가 나오니 그냥 가기도 그렇구,
날씬한 엄마곰 이쁘네. ㅎㅎ
Lisa♡
2009년 1월 12일 at 10:51 오후
ㅎㅎㅎ…
오드리님은 그냥 가지 않게 하는 방법이군..
날씬한 엄마곰~~하긴 옷을 벗기면 거의
날씬도 하겠쮜?
ㅋㅋ——어제에 이어 오늘도 춥다는군.
테러
2009년 1월 12일 at 11:27 오후
저도 잘 미끄러져서 눈 오는 날이 아주 싫어요….ㅎㅎ
자기 돈 내고 미끄러지는 스키장도 정말 싫어하죠…ㅋㅋ
Lisa♡
2009년 1월 12일 at 11:54 오후
테러님.
스키장은 용평서 매년타다가 하루는 그린에서
앞에 가건 사람이 목뼈가 부러져 죽는 걸 본 후
절대로 안 탑니다.
스카랑 모든 장비를 다 남에게 줘버리고 여름에만
콘도를 사용하지요.
산에 눈이 내렸다 녹을 때 갔다가 완전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흙탕물로 뒤집어 쓸만큼 흙사람으로 만들어져 왔답니다.
얼마나 길레 드러누워서 미끄러졌던지…아고 지금도 아찔…
발끝에 힘이 없어서일까요?
박산
2009년 1월 13일 at 5:07 오전
나 역시
최근에 낮에 혼자서 영화 본 적이 있지요
(정말 혼자 아무도 없이)
기분이요,,,
끝나고 나오면서 아가씨가 그래요
"선생님 안 계셨으면 영화 안돌리는 건데"
괜실히 우쭐,,,
Lisa♡
2009년 1월 13일 at 8:03 오전
아—그러면 손님없으면 안돌리는구나..
저는 돌리는 줄 알았어요.
만약에 시간이 지난 손님오면 어쩌나 싶어서요.
아…10분지나면 입장불가라고 써있었어요.
도토리
2009년 1월 13일 at 9:33 오전
아하.. 저 모습… 넘 부럽네요.
자유로워보여서요.ㅎㅎ^^*
초록정원
2009년 1월 13일 at 9:54 오전
맨 얼굴에 파카 둘둘 말고..
너무 귀여워서 스무살로 돌아가신 것 같아요.. ㅎㅎ..
전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다행히 신용카드 현금카드 한 장씩만 지갑 속에 넣어두고
다른 것들은 카드지갑에 따로 분리시켜놓아서 불편하진 않았네요.
며칠 후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얌전하게 튀어나와서 어이쿠~ 했어요.
지안(智安)
2009년 1월 13일 at 11:50 오전
눈밭에 글러두 안춥게 보이네요.
겨울은 겨울 다워야 좋다죠?
참 즐길건 즐기고 사는 Lisa님이에요.
행복해 보여요~
Lisa♡
2009년 1월 13일 at 4:41 오후
도토리님.
자유로움을 느끼신다구요?
맞습니다.
도토리님도 생활속에서의 작은 자유라도
느끼시는 시간을 갖길 바랄께요.
Lisa♡
2009년 1월 13일 at 4:43 오후
지갑을 세상에나…
어쩌면~ 저는 지갑은 거의 잊어버리지 않구요.
차 키도 거의 잃어버리지 않는 거 있지요.
주로 영수증이나 주민증, 운전면허증 같은 거요..
본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구요
또 너무 깊이 잘 넣어두면 오히려 생각이 나질 않아요.
그저 내 시야의 안에 넣아야지요.
Lisa♡
2009년 1월 13일 at 4:44 오후
지안님.
저 옷요..진짜 눈밭에 굴러도 안 추운 옷이랍니다.
군고구마 장사 옷이지요.
즐길 건 즐기고 봐야지 직성이 풀린답니다.
별나죠?
무무
2009년 1월 14일 at 1:57 오전
명절에 갈데 없는 분들 많은가봐요.
하나투어에서 하느 내나라여행에
1월은 거의 손님들이 없는 편인데
구정낀 연휴엔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주가 들어 잇는 코스는 저희집에서 식사를 한답니다.
덕분에(?) 저는 시댁에 안가도 되지만요…ㅎㅎ
Lisa♡
2009년 1월 14일 at 9:36 오전
무무님…그렇군요.
홍도쪽 말고는 손님들이
예약이 없다던데—알아볼꺼나..ㅎㅎ
암튼 고마워요.
東西南北
2009년 1월 15일 at 4:21 오후
요즘은 제 머리가 블랙홀입니다.
아무리 집어 넣어도 훌훌 빠져나가네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7 오후
미투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