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서전에서나 사석에서도 자신의 힘든 유년시절이나 과거를 이야기할 때
그때가 좋았지요~라고 회상하던가, 아니면 그 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지요~
라든가, 힘들었지만 행복한 때라고 하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를 하고 그 과거를 지탱해 온 힘이나
늘상 마음 속에 연민과 존경을 담고 있는 대상이 주로 어릴 적 자랐던 시골이나 어머니이다.
거의가 다 그렇다고 보는 게 정석이다.
그래서 자서전이나 작가들의 유년기를 보낸 시골의 집들이나 엄마들은 비슷하다.
버트란트 레셀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자서전에서 살아오면서 사랑했던
7명의 여자를 고백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 그의 자서전을 읽지 못했는데 6명은 이름까지 거론되었고 단 한 명만 무명으로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적나라한 자서전이 되는 셈이다.
러셀은 어머니가 디프테리아로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나중에 여성참정권운동에 참여하면서 자기 엄마도 생전에 여성참정권 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자랑스러워하면서 존경을 하게 되었단다.
보통 자서전과 평전으로 나뉘어지는 일대기는 자서전은 본인의 구술에 의해서
본인이 쓰거나 작가가 대필해주는 걸 말한다.
평전은 타인이 그 사람을 평가한 일대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걸 말한다.
내가 읽은 평전으로는 체 게바라와 등소평이 있다.
자서전보다는 평전이 어쩌면 더 감동을 주는 지도 모르겠다.
자서전은 자기를 미화시키거나 어떠한 일도 합리화시켜서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역경을 견디어 내었다던가 이룰 수 없는 업적을 이룬 경우
사람들은 자서전이나 평전을 쓴다.
하지만 미미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하나하나도 모두가 소중한 일대기가 있을 것이다.
주로 내 이야기는 책 열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도 우리 시누이 이야기와 우리 오빠 이야기로는 책 한 두어권쓴다.
그 정도로 인생에는 잘만 다루면 쓸거리가 많은 것이다.
자녀들에게도 자기의 일대기, 즉 살아온 이야기들을 남기면 어느 날 자녀들이 다시
부모가 되었을 때, 또는 대소사가 생길 때 그 이야기들이 어쩌면 위로가 될지 모른다.
그 이야기를 잘 저장해둘 수 있는 곳이 바로 블로그이다.
아침에 7시에 늘 어김없이 일어난다.
아침식사에 대한 몇 가지 정리가 끝나면 반드시 컴퓨터를 켠다.
다녀 간 사람들과의 정겨운 대화, 그리고 나의 하루 이야기.
어느 새 일 년이 지나고 그만큼 이야기는 쌓여간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 부지런히 일기를 쓰냐구?
나의 엔돌핀이기 때문이다.
엔돌핀 도는 일을허구이던 사실이던 내가 좋아서 쓰고 올리고 마구잡이로
올린 형편없는 글일지라도 적어도 가식이나 미사여구에 힘쓰지 않기에
생생하고 언제나 즐겁고 미소가 인다.
좋아서…그저 좋아서 하는 일, 무엇을 바라지도 않고,개입할 그 이상의
의미조차 없는 글일지도 모르지만 아침마다 샘솟는 나의 엔돌핀을위한 일이다.
사람마다 다른 엔돌핀 제조창이 다르겠지만 나만의방식으로 나를 꿈꾸는 귄리이다.
제재도 없는 자유로운 작은 컴퓨터 창에서 내이야기를 매일하고 그러면서 나도 나의
자서전을 하루씩 심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남을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나누는 글이다보니 전혀 의식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그렇다.
하지만 남을 위한 조금의 배려로 하나를 이야기해도 도움이 될만한 끈덕지만한
작은 정성이라면 의식을 좀 한다고해서 뭐 난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보니 이왕이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올리려고 하는 의식적인 건 있다.
나 자체가 재미있고 즐겁고 지루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보니 따라간다.
자서전…성공한 사람들이 쓴다고 판에 박힌 고정관념을 버리자.
성공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배고프지 않고, 자녀들 다 키우고, 빚진 거 없이 남에게 해를 주지않으면서 여태
잘 살아왔으면 반은 성공했다.
그렇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부러워하고 성공했네..라고 말한다.
그러니 자서전을 한 번 쯤 꿈꾸어보자.
오늘…어쩌면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미쳐 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당신의 자서전에서는
깨알같이, 혹은 보석처럼 발견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호수
2009년 1월 15일 at 12:22 오전
작은 컴퓨터 창을 통해서
가식없이 엮어 가는 일상
문학이라는 거창한 표현이 아니래도
그러네요
멋진 권유에 동감을 느끼며 ^^
Lisa♡
2009년 1월 15일 at 12:26 오전
호수님.
문학이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 이야기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그래도 쉬워지겠죠?
어려운 건 별로 달갑지 않다보니…
ㅎㅎ…..자서전을 꾸며보세요.
이 참에 자서전쓰기 운동을 해보나?ㅋㅋ
슈카
2009년 1월 15일 at 12:38 오전
학교다닐 때 친구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면 참 재밌잖아요.
아무도 모르게 남자친구를 사귄다든가 하는 특별한 글을 발견하지 못해두요.
그런 것처럼 리사님 일기 읽는 것도 참 재밌어요.
대학 때 끄적였던 낙서장을 보다가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서 버린 적이 있는데 괜히 버렸어요…ㅠㅠ
데레사
2009년 1월 15일 at 12:39 오전
자서전 쓰기?
내게는 머나 먼 이야기 같아서….
왕소금
2009년 1월 15일 at 1:42 오전
러셀이 7명의 여자를 사랑했었다고요?
에고~~부러버라!!!
계산해 보니까 네 명은 제도권 안에서 사랑했고 3명은 밖에서 사랑했다는 얘긴데…
공부한 30년은 대충 빼고 나면 99살에 죽었으니까 10년에 한 명씩…ㅋㅋ
하늘이 참으로 불공평하도다…
나한테는 한 명만 주시공….ㅎㅎ
앞으로 남은 시간에 6명을 찾아야 하는데 에~구 빨랑 나가서 찾아봐야겠넹ㅋ
테러
2009년 1월 15일 at 6:54 오전
바로 위의 댓글 왕소금님이 참 안타깝습니다….ㅎㅎ
정착하시기 전에 좀 활동하셨어야죠…ㅋㅋ
물론 저는 정착 안했으면서도 활동 못하고 있지만….ㅠㅠ
Beacon
2009년 1월 15일 at 7:14 오전
성공담이 아닌 실패록도 재밌겠지요?,, ㅎㅎ
이영혜
2009년 1월 15일 at 7:43 오전
좋습니다~Lisa♡ 님^^
많은 수양과 소양을 쌓아서 죽기 전엔 꼭 해볼 요량이지요.
나에 대한 평전은 내 자식들이 써 주면 객관성이 떨어질라나?
지안(智安)
2009년 1월 15일 at 11:16 오전
다이나믹허고 익사이팅한
Lisa님 자서전 이나 읽으믄 안될랑가요?
도통 자신두 읎구 출판 된다면 꼭 두권 팔릴 자신 밖에는..ㅎㅎ
남편이 한권 아들이한권 사서 둘이 돌려가며 읽을것이 뻔해서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4:19 오후
슈카님.
저의 일기야 뭐 일기라기 보다는 기록이지요.
개인적인 일기는 이것보다 더 비밀스럽겠지요.
하긴 제겐 그다지 비밀스런 일도 없지만요.
저도 오랫동안 써 온 일기는 버렸는데(놔둘데가 마땅찮아서)
정말 아깝네요.
너무 많은 량이라 .. 왜 버렸는지……바보!!!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0 오후
데레사님.
자서전 너무 어렵게만 생각지는 마세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1 오후
왕소금님.
어느 영화(타인의 취향) 보니까
프랑스이 어느 기사(운전) 두 사람이 이야기 중에
여자수를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한 명이 300명인가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계산해보니 바람둥이의 경우 그럴 수도 있겠어요.ㅎㅎ
소금님은 짠돌이로 살아야하니까 이제 그만…
왜냐하면 여자 만나면 돈들잖아요.
아셨지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2 오후
테러님.
지금이 다른 사람 탓할 때가 아닌 줄로 아뢰오.
정신 똑바로 차려보삼.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3 오후
비컨님.
당연 실패록은 재미는 있을지언정
남에게 주는 감동은 덜 하겠지요?
그래도 자서전에는 꼭 성공담만 쓰라는 법은 없지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3 오후
영혜님.
평전요?
자식들이요?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자식들이 쓸까봐 겁나요.
철없는 엄마 거든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4:24 오후
지안님.
저도 살께요.
Lisa♡
2009년 1월 15일 at 11:01 오후
에구..쉬리님.
공책 한 권요?
음…..열렬한 사랑이야기도
마음고생시킨 시댁도, 애먹인 남편도
속 썩인 아이들도 없는 거구먼요.
쉬리님.
그런 경우..(공책 한 권)
잘 살아왔다는 건지….아님 밋밋하단 건지.
음———–
내보기엔 겸손하다는 뜻?
참, 그 할머니 섭섭했겠네요.
shlee
2009년 1월 15일 at 11:02 오후
몇년 전 교회 프로그램중 어르신 대학에서
자서전 쓰기가 있었어요.
신청하신 분에 한해서
제가 옆에서 도우미 역을 하려 했는데
신청자는 단 두사람
그것도 하루 만에 한 분은 포기
한 분의 할머니께서는
부지런히 일주일에 한 번
숙제를 제출해 주셨는데…
그분이 쓰신 글을 교정하여
편집하려 했는데
끝까지
해 드리지 못했어요.
이 글을 읽으니
그 할머니께 너무 죄송한 생각이 ~~
그 할머니는 교회는 다니지 않고
어르신 대학에만 다니셨는데
열심히 운동하고
숙제도 잘 해 오시고
참 성실하신 할머니였는데…
그 원고
한국에 있는
내 책꽂이 어디인가 있을텐데..
이번에 한국 가면 찾아서 정리해 봐야 겠다는~
누구는 자기 이야기가 책 열권이라는데
저는 공책 한 권도 채우기
힘들 것 같아요.
shlee
2009년 1월 15일 at 11:19 오후
오타가 있어서
글을 수정하고 올렸더니…
답글이 위에 있네요.
ㅎㅎㅎ
~
그 할머니
고향은 부산
자녀는 3남매
그중 막내 아들이
신촌인가 홍대 앞에서
한국 최초의 애견 카페를 한 사람이라는 건
기억 나네요.
노총각 막내 아들 수발 들어 주시려고
고향을 떠나
고양에 오셨는데….
그러다 우리 교회 어르신 대학에 나오셨고…
그리고 교회에서 저를 만났죠.
어르신 대학 담당 목사님께서
전도 차원으로
어르신들께 글쓰기
를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잘난척 기왕이면
[자서전 쓰기]를 하자고 하고선 ….
신청자 달랑 한 분의
자저선도 끝까지 도와 드리지 못해 지금껏 양심의 가책이….
교회에는 다니면서
거짓말하는 잘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전도는 커녕…
하지만 먼 발치에서 보니
할머니께서
어느날 교회에 등록하셔서
예배를 드리고 계시더군요.
그 할머니께 너무 죄송해서
교회에 갔다가
그 할머니만 보이면
숨었다는……..
책을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요.
내 이야기든
남의 이야기든~
문성자 할머니인가?
아무튼
새록 새록 생각이….
Lisa♡
2009년 1월 15일 at 11:26 오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