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4일 짧지만 바그너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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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를 보러 갔다.

끝나고 모든 사람이 다 나갈 때까지 앉아있었던 건

바그너의 발퀴레곡이 성스럽게 푸르게 지성적인 울림으로

연주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목이 바그너의 곡이라 공연히 관심을 끌었다.

히틀러가 좋아한 바그너이다보니 작전수행 암호명이

발키리이다.

남편은 역시 네티즌들의 영화평점은 그대로 말해준다고 했다.

영화는 생각보다는 긴장감이나 박진감이 덜했다.

히틀러 암살계획이 15번이나 발각되었단다.

마지막 암살작전이 발키리란다.

바그너 곡 이해가 어려웠는데 오늘 쉽게 다가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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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누군가 먹는 팝콘과 콜라가 먹고싶었다.

영화보러가도 그런 걸 사는 일은 아이들이 없을 때는 거의없다.

줄을 서있는데 뒤의 여학생인 듯한 목소리가 엄청난 욕설을

섞어서 계속 말을 하길래 자동으로 뒤돌아보았다.

뚱뚱하고 지독히도 못생긴 초딩 5-6학년생이었다.

충격받았다.

초등학교 학생까지 그 정도로 욕설을 내뱉는단 말인가.

그 아이의 엄마는 알기나 할까?

혹시 우리아이들도 내가 모르게 욕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정말이지 사람들만 많지 않았다면 싸우더라도 야단쳤을 거다.

그 아이들 뒤로 줄이 엄청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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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을 굽고 만두를 좀 크게 빚었다.

만두피를 큰 걸로 재래시장에서 사다놓았었다.

오늘 먹을 빈대떡은 굴을 넣고 부쳤다.

우리동네에 임아트만 있었는데 홈+가 생겼다.

고사리를 샀다가 무게를 달아서 값을 쳐보니 근에 8000원이었다.

그냥 놔두고 나왔다.

역시 고사리나 도라지 같은 종류는 재래시장이 저렴하다.

올리브유나 포도씨유의 경우는 백화점에서 세일할 때 사면 유리하다.

오전에 TV에서 쇠고기편을 찹쌀에 살짝 지져서 파프리카에 싸서 소스에

찍어서 먹는 게 나왔다.

바로 수입육을 8000원어치사서 파프리카와 깻잎과 파채를 해서 살짝

무쳐서 접시에 곁들여 내었다.

약간 느끼한 맛이 나기는 했지만 어쩌다 먹는 것이다보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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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동안은 집에서 책과 영화와 함께 하기로 혼자 결정했다.

그림이 그녀에게 곽아람기자의 책을 거의 다 읽어간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되게 하는 책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살짝 내렸다.

솜바지에 두껍한 등산화를 신고스웨터에 오리털 패딩파카를 입고 나갔다.

아무 생각없이 머리도 감지않고 산으로 사진기 들고 올라갔더니 찍을 게 없다.

다시 내려와서 그 길로 영화보러 갔으니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편 옆에서

눌린 머리에 맨얼굴의 유니콘화되어버린 내 몰골..

뭣도 모르고 영화관가서 입구유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랬다.

추하기도 해라~~세상에~~~

워낙 그러니 남편도 그러려니 했나보다.

원래 계획은 모자를 쓰고 나갈 생각을 하고 나간 것이었다.

이 나이엔 창피함도 모르는 나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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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온 윗집은 아무래도 부자인가보다.

방금 딩동~해서 나가보니 갈비를 한바구니 포장해서 갖고왔다.

세상에——놀래라.

부잣집 아래사니 이런 일도.

우리집에는 아무 것도 안들어오는데웬일이람.

옛날에는 은행에서 저금많이 해두었다고 선물도 갖고 오더니

그거 헐어서 애들 유학자금하느라 없앴더니 이제는 국물도 없다.

이런 거 받으면 나도해야하니 부담스럽다고하자 겸손하기 그지없는

윗집 아줌마는 사래짓을 하면서 절대 아니라는 뜻을 전한다.

내가 까칠하다고 소문이 났나?

아무래도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갈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포식하게 생겼다.

언젠가 L에게 콩자반을 해서 갖다주니 ‘왜 이런 걸 저를 주세요?’ 했다.

그때 되게 재수없다고 느꼈다.

그 이후로 누가 뭘주면 고마운 마음으로 받는다.

12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1월 24일 at 3:03 오후

    진웅이가 아가때, 제일 많이 들었던 음악들이..
    베토벤과 바그너 음악이 주류였어요..
    모짜르트를 틀어놓으면 징징 거리고..
    베토벤과 바그너의 음악을 틀어놓으면..용하게도 잠도 잘 잤거든요 ㅎㅎ
    그래서 아이들마다..성격이며..그 모든것이 틀리다는것..
    아이 셋을 낳고도..늦게서야 알았답니다..무지 바부탱이요..

    누군가 선물을 주면..정말 다 감사하고 그런데도..
    실은..마음보다 말이..다른 뜻으로 느낄정도로 나올수도 있다고 보아요..
    리사님 말씀처럼,
    누가 어떠한 것이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야 됨을..다시한번 느낍니다.

    갈비..냉동실에 넣어두시고, 조각조각..
    매운 양념도 해서 드시고, 버섯많이 넣어, 국물 자박하게 해서..
    반조림 형태로..해서도 드시고..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좋은 음식들이 줄줄이 나올것 같아요..
    맛나게 하시는 음식들..올려주세요..포인트라도..메모하게요..ㅎㅎ

    눈 와요..리사님..

    전..얼음 오늘 절반 깨어놓고..이제사..들어왔습니다. ^^   

  2. Lisa♡

    2009년 1월 24일 at 3:06 오후

    아………….눈와요?

    갈비는 저는 조림과 국을 끓인답니다.
    오늘 아침 TV에서 전복넣고 조리던데
    저도 그래볼까 생각 중입니다.
    낙지도 넣고 말입니다.

    갈비탕은 시래기넣고…
    맑은 국으로 시원하게요.

    진웅이 아무래도 영웅이 될래나봐요.
    잘 봐주세요.

       

  3. 흙둔지

    2009년 1월 24일 at 8:43 오후

    바그너는 많이 무겁지요…
    그래도 쉽게 다가섰다니 다행이네요…

    아이들은 대부분 욕을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배우더라구요.
    그러니 가정에서는 욕설도 삼가고
    언어 사용도 조심해야 하는데
    너무 소홀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리고 같이 사는 분에게도 신경 좀 쓰시기를…
    그리 무신경해지다가는 곧 후회하기 마련이니까요…
    리사님이야 조그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상큼해 질 수 있잖아요?
    리사님은 아직 나이티 낼 나이는 아니거든요… ^_^

    설 명절 잘 보내시기를…
       

  4. 아로운

    2009년 1월 24일 at 11:55 오후

    명절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 리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 모두 건강하세요.
    “갈비” 얘기가 나와, 몇 자 끄적거립니다.

    기숙사에 들어가 있는 아들녀석이 꽤 좋아하는 음식이 갈비찜인데, 어부인 각하께서 그걸 좀 잘 만들거든요. (전 갈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어딜가나 한국 음식점엔 갈비찜이 있는 줄 알고, 녀석이 한 동안 학교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갈비찜을 찾아 다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시간도 오래걸리고 정성껏 만들기도 쉽지않은 전통 갈비찜을 잘 하는 음식점 찾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결국은 포기하고 크리스마스 휴가때 집에 왔을때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결국 평소에 먹던 마미표 갈비찜에 담긴 정성을 이해하게 되더라는 얘기를 하면서 아주 행복해 하던 어부인 각하 생각이 잠시 나서요.
    그렇쟎아도 설날에 갈비찜 해 가지고 내려간다고 전화 하는 걸 들었는데, 아무래도 운전기사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바그너 음악에 대해서는 좀 뭐랄까, 호 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하고 또, 그 양반의 인종차별적인 색깔땜에 장엄이 많이 흐려지기도 하지만, 마크 트웨인 형님이 하신 말씀이 전 맘에 와 닿는거 같습니다.

    I have been told that Wagner’s music is better than it sounds.
    — Mark Twain, Autobiography (1924)
       

  5. 테러

    2009년 1월 25일 at 4:32 오전

    발키리 미국에서 흥행은 별로인 것 같은데…
    저는 케빈 제임스 나오는 코미디가 더 기다려집니다…ㅎㅎ   

  6. summer moon

    2009년 1월 25일 at 5:29 오전

    그런데…..L에게 콩자반을 주셨어요?
    저는 그냥 바람 소리나게 돌아서서 왔을것 같아요
    콩자반을 절대로 주지 않고서…ㅎㅎㅎ
    선물 주기도 힘들지만 제대로 받는것도 쉽지가 않지요.

    사람들이 화장 하지않은 리사님 얼굴 보면서
    정말 자연스런 화장이다 ! 라고 속으로 부러워 했을게 분명해요.
    리사님 피부가 예쁘다는걸 오공님이 말했던거 같아요.

    예술이 정치에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바그너는 자주 듣지 않지만 가능하면 히틀러 생각을 제외하고 들어요.^^   

  7. Lisa♡

    2009년 1월 25일 at 5:53 오전

    흙둔지님.

    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정도는 좋구요.
    니벨룽겐의 반지는 좀 무겁기는 하지요—

    무신경요?
    저 거의 매일 화장 잘 하지않아요.
    누구를 만나도 그냥 로션에 비비크림 약간만—-
    볼터치만 약간하면 화장한 기분이 들고 보기에도 그래요.
    남편은 화장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지만 저는 그 반대라
    어쩔 수 없답니다.
    후회요?
    ㅎㅎㅎ——-그런 일은 없어야지요.

    재래시장 갔다가 막 들어오는 길입니다.
    언 발도 녹일 겸 TV 재방송도 볼겸 방으로
    박혀있네요.
    설에 세뱃돈은 세배로 나가서 세뱃돈이래요~~   

  8. Lisa♡

    2009년 1월 25일 at 5:57 오전

    아로운님.

    갈비찜해서 내려가신다구요?
    저는 여태 아로운님이 여자로 알고 있었던 거 있죠.
    이렇게 아둔하답니다.
    마크 트웨인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진리도 척척 맞춰내구요.

    아로운님.
    아드님이 갈비를 좋아하는군요.
    우리 아이들도 갈비라면 침을 흘리지요.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음식인가봐요.
    어부인각하께서 갈비를 잘 요리하시는군요.
    저는 갈비를 그다지…
    아로운님.
    눈와요–   

  9. Lisa♡

    2009년 1월 25일 at 5:58 오전

    테러님.

    코미디는 죽음의 핑퐁인가..하는 영화나와요.
    엄청 웃기겠던데..볼려구요.
    울 큰놈이 보면 기절하겠던데요.
    좋아서….핑퐁땜에//지가 핑퐁 엄청 잘 하는 줄 알아요.
    테러님.
    저는 영화는 어지간하면 다 봅니다.
    안고르는 편이지요.   

  10. Lisa♡

    2009년 1월 25일 at 6:01 오전

    썸머문님.

    그 L요…친구가 저밖에 없어요.
    제가 나이가 더 많은 친구인데 어쩔 수없이
    저랑은 친하답니다.
    아주 깔끔한 성격에 모나고 뾰죽하지요.
    하지만 속은 따스하고 마음아픈…
    여전히 뭘 주는 것 자체를 의아하게 생각하구요.
    튀는 성격이지요.
    저는 완전 반대.

    제 피부요?
    좋은 편이었는데 요즘 별로예요.
    신경써야겠어요.
    화장은 하나 안하나 거의 비슷해요.
    그건 화장을 잘 못하거든요.
    한다고해도 5분이면 끝나요.
    특히 눈화장은 마스카라 외에는 안하거든요.
    쉐도우도 좀 발라봐야 하는데—ㅎㅎ

       

  11. 도토리

    2009년 1월 25일 at 7:09 오전

    저도 이제 만두 하러 일어나야겠어요.
    설은 올해부터 양력으로 하기로 해서 한결 맘이 가벼운데
    내일 친정아버지 기일이예요.
    어느새 12년인데
    아버지 제자분이 오시겠다고 전화를 해설랑
    약간 긴장입니다..^^    

  12. Lisa♡

    2009년 1월 25일 at 7:53 오전

    도토리님.

    만두하시면 그걸로…ㅎㅎ
    제자들은 찾아와도 그렇게 많은 준비는 하지 않아도
    즐겁더라구요—아니면 다과상 정도로.
    그래도 아버님이 좋으신, 훌륭한 분이셨나봐요.
    계시지 않아도 찾으시는 걸 보면.
    만두피를 재래시장에 푸짐하게 쌓아놓고 팔더라구요.
    오늘 재래시장서 장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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