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거리며 치울 것 정리하고 그동안 널부러 놓았던 여행가방 정리를 좀 하다보니
뉴저지의 오전이 금방갔다.
근처에 사는 미세스O 가가또의 블루베리 케잌과 던킨 커피를 사들고 방문했다.
누나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이 층에서 짐정리를 좀 하고 계단을 닦았다.
물걸레를 꼭 짜서 카페트에 끼인 개털을 박박 긁어 내기도 했다.
한국서 어지간하먄 카페트를 거부하고 살지만 미국으로 오면 카페트없는 집이 거의 없다.
전체가 카페트로 깔린 집도 있기에 부분 카페트만도 만족해야 한다.
되도록 카페트는 없는 게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사는 편이다.
내게도 10평 정도의 카페트가 있었는데 사서 아이를 낳고부터는 창고에 두었다.
결국 내가 못 쓸 건데 일찌감치 누구주자 싶어서 아이가 다 자란 H집에 선물로 주었다.
카페트의 경우에도 오래된 것이 더 품위가 날 때도 있다.
부동산 잡지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여긴 알파인 바로 경계인 클로스터인데뉴저지에선 알파인이 비교적 비싸고 좋은 집들이 많다.
숫자 계산에 서툰 나는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집값을 셈해봤다.
알파인에는 100억이 넘는 집도 있고주로 몇 십억이었는데 다른 곳에 나온 집들은
3-4억부터 10억 미만의 작은 규모의 집들이 많다.
콘도의 경우 허드슨 강이 보이고 침실1, 욕실1의 경우에 2-3억 정도이다.
렌트의 경우에는 침실 3개 인 경우에는 주로 300 만원은 기본이다.
물론 동네에 따라 다르고 욕실 수나 침실 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동산 중개인으로 나온 사람들의 사진들을 보니 재미있다.
같은 집이 다른 중개인의 사진에 버젓이 여러 번 올라간 경우도 있다.
번듯하지 않고 그냥 소담스런 집을 원한다면 5-7억 정도라도 충분하게 괜찮은 집을
구해서 살겠다고 혼자 위로 아닌 위로도 해본다.
차가 다니는 길가일수록 집값이 좀 저렴한 편이다.
요즘은 집구하기가 적기라는 문구가 여러 번 보인다.
모기지도 여런 방법이 있는지 모기지 상담도 따로 신청하라는 글귀가 있다.
신용도에 따라 모기지의 방향이 다르다는 말인데 그럼 처음 이민오는 경우에는 어떨지 궁금하다.
2시반에 C의 빨간 차가 집 앞에 선다.
나는 부지런히 나간다.
주재원들이 사는 집들은 가봤지만 그녀의 집은 생각대로 소박하다.
비교적 쇼핑이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여기에 사는 게 즐겁기도 하고
바쁘게 시간을 잘 보낸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무관하고 조용히 혼자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갑갑하고
무료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뭐, 책이나 읽고한적하게 산책이나 하고 창 밖의 자연을 바라보면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여유자적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람이 사는 건 결국 사회적인 동물로 더불어 사는 거다.
위스망스의 소설에서는 사람을 거부하는 백작이 나오기도 해 그는 평생 홀로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서재에 박혀 죽지만 범인들이야 그렇게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이다.
내 나라가 아닌 다음에야 주재원 생활도 갑갑할 적이 있고 맨하튼에 나갈 일은 거의없이
그저 뉴저지에서 아이들 학교나 오가는 시간들이 내겐 어쩌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어디에 살든 자기하기 나름이지만 만만하게 자기하기 나름이라기엔 완전딴판인 경우도 있다.
뉴저지에 살면서 맨날천날 맨하튼으로 오갈 주부는 거의 없다.
더구나 널널한 땅인 뉴저지의 편안함은 어디 맨하탄에서 찾아나 볼까.
C의 경우에는 한국 드라마에도 관심없고, 쇼핑에도 무심하니 한국서 교사하다가 갑갑하긴
하겠다.
그래서인지 얼굴이 창백하고 힘이 없어 보이고 늘 몸이 아프단다.
열정이라는 게 말라버린 골격만 남은 그런 안타까움을 발견한다.
저녁에 개들을 싣고 다니는 닷지의 뒤칸에 우리가 타고 아이비가 운전을 해서 근처의1달러짜리
쇼핑가게를 가게 되었다.
뭐든99C로 1달러도 채 안되는 물건들의 집합소이다.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1000원짜리 가게인 셈이다.
아이비가 실습나가는 유치원의 꼬마친구들에게 발렌타인데이에 줄 작은 선물을 사러 갔다.
뒤져도 살 게 없어서 그냥 근처의 K마트로 다시 발길을 옮긴다.
1달러 가게에는 유해한 기운이 나오는지 나는 눈이 아팠다.
싸구려 플라스틱 제품들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민감한 내가 지나친가 싶기도 하다.
개들이 타는 차의 뒷칸에 앉은 우리는 차가 돌거나 스톱을 할 때마다 뒤집어 졌다가 엉크러졌다가
앞 뒤 분간없이 발라당, 훌라당 엉긴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거린다.
결국 약간의 물건을 고른 우리는 조금 더 나가서 고바우라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 식당은 거의 한국인 손님이었는데 음식이 맛있는 편이다.
아이비는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세트를 나와 누나는 생갈비를…아침에 얼굴 부었다.
고바우라는 식당은 C랑 친한 친구가 하는 식당으로 C의 말에 의하면
주인여성이 아주 고운 마음씨는 가진 분이란다.
C의 이야기를 하자 해물파전을 서비스로 주었는데 배가 덕분에 더 나왔다.
오늘부터 소냐는 방송국에서 밀착취재를 하는 중이다.
지하철을 타고, 지퍼를 사러가도 그 어딜가도 취재를 당하고 있을 소냐.
밤에는 고기를 먹은 탓에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내가 도베르망인 렉시를 맡았다.
혹시나 싶어 차의 불빛만 보여도 일단 멈춤, 다른 개가 멀리서 지나만가도 일단 멈춤.
나름대로 개를 산책시키는 규칙이라는 게 있었다.
다른 집의 잔디를 밟지 않기, 짖지 못하게 윌슨은 입을 살짝 채우는 끈까지…
렉시가 가끔 빨리 걸으면 나는 뛰어야했다.
멀리 있는 집에서 우리 인기척(개척?)을 알고는 작은 개 한 마리가 요란하게 짖기도 했다.
다들 조용하게 불빛으로 주변만을 밝힌채 소리없이 밤으로 잠기는 집들.
나는 개 잡으랴, 집들 구경하랴….소득이 있는 밤이었다.
하늘의 커다란 별들도 가득한 밤.
한참을 돌아서 집으로 오는 길.
마음 속으로는 많은 생각과 질문들이 교차된다.
김진아
2009년 2월 12일 at 3:37 오후
먼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준혁이와 진웅인 특히나..오픈한지 얼마 안되는 가게라든지..
천원마트같은 곳엘 오래 못있어요..처음 호기심으로 가보곤..
눈 충혈되고, 구역질내보이고 해서..ㅎㅎ 참 저희 애들이 유별나구나 했는데..
계산대앞에 서계신 분이..
작은조카 되시는 분이시지요..? 아이비..그죠!
사진으로만 보아도..확실히..입가의 미소..포인트입니다.
Beacon
2009년 2월 12일 at 3:54 오후
묵고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한 일년 쯤은 어디 산꼭대기서나 강가에서나 혼자 살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도베르망,, 사납지 않아요?
Lisa♡
2009년 2월 12일 at 4:31 오후
진아님.
눈썰미는….
입꼬리가 올라가있어요.
민감한 사람들이 있긴 하구나.
눈이 어찌나 아프던지 빨갛게 충혈되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누나도 괜찮다가 바로
그 기운을 느꼈다네요.
그러니 그런 걸 만드는 공장에서는 오죽 할까..
Lisa♡
2009년 2월 12일 at 4:34 오후
비컨님.
다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저 또한 훌훌 벗어던지고(현실을)
그냥 어디론가 가고픈데 가서
걍..쳐박혀 살고 싶거든요.
엄청 행복하고 단순하게 살거예요..그쵸?
도베르망요?
보통 도베르망들이 사납고 주인도 물어죽인 에도 있어요.
이 렉시는 실제로 보면 엄청 순둥이로 생겼어요.
아주 귀여운 얼굴에 아기같아요.
덩치는 송아지만 한데 하는 짓은 아이예요.
아주 영리해서 말을 다 알아듣고 훈련이 기가 막히게
잘 된 그런 개이지요.
하나도 안무서워요.
말하라면 약간 짖구요…손 발..다 하고
앉으라면 앉고 기도해야 밥 먹고 웃겨요.
신기하구요.
ariel
2009년 2월 12일 at 9:36 오후
부동산 가격 알려주셔서 감사…^^
허드선 강 보이는 곳에서 살면
좋겠네요. 그런데 한국 떠나는
팔자는 아니라.. 그런데 젊어서는
추운 곳이 좋은데 나이 먹으면
더운 곳이 나으니 미국에서
산다면 남쪽이 나을지도 몰라요.
Florida 같은 곳..
미국에서 먹는 한식 더 맛있지
않아요? 저는 미국 한식 좋아서
여쭤보는 것..
즐거운 시간 되세요~
김삿갓
2009년 2월 12일 at 11:10 오후
요위 인어공주님 말씀에 동의 합니다.
나이 먹어선 날씨가 추운곳 보다 더운곳… 그라곤 큰집 보단 콘도가 훨
편할것 같다는.
아마 서울의 부동산 시세와 이곳을 비교 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이국 먼리 떨어진 땅에서 아이들 학교 때문에 당분 간
이나마 정착을 하시려는 리사님의 맘속의 많은 생각들과 궁금증 이해를 합니다.
그래도 리사님은 벌써 자리 잡으신 친인척분들이 계시니 어느정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아무쪼록 원하시는바 잘 풀려 나가길 바라겠습니다. 구~우벅!!!
^________^
데레사
2009년 2월 12일 at 11:13 오후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뉴욕쪽은 많이 싼것 같지는
않네요.
매일 예쁘게 하고 동분서주하고 있을 리사님 모습 그려보면서
킥킥 웃어봅니다. 이 세상에 있는 예쁜짓은 다 해보고 돌아오세요.
ㅎㅎ
광혀니꺼
2009년 2월 13일 at 12:17 오전
오늘 아침
아홉편의 뉴욕기 읽으면서
리사하트님~참 대단하다 생각햇거든요.
그 뜨거움과 치열함을 좋아해서
까르페디엠의 왕팬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리사하트님 보면서
좀 충격으로 들렸던것은
밥 한톨도 안버리고 끓여드신다는 얘기
아주 큰 충격이엇어요.
그냥 잘 사는분이니까 입은거나 보이는것은
그정도 누리고 사시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아끼는 살림들과
손으로 직접 만든 파우치백…
가족에 대한 사랑
옆에 사람이 조금 어려워 보이면 이것저것 주고 싶어하는 헤픈(?) 마음
어떤 사람들은 시댁 얘기와 시댁 식구 싫어서
시금치도 싫어졌다는데
우리누나우리누나 하면서 늘 말씀하시는 부분
솔직히 리사하트님 부러웠는데
그옆에 저렇게 잔잔하게 웃으며
항상 계시는 누나님 때문인가요?
혹시 누나님은
블로그 안하세요?
누나님 블로그 열면
다시 열혈팬이 되겠는데…
의사타진 좀 해 줘 보세요~
멋지다 멋지다 하시더니
바로 그런 누나님이기 때문에 멋지다고 하시는것이라고…
Lisa♡
2009년 2월 13일 at 1:51 오전
아리엘님.
이상하게 미국서 한식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낮에 갈비우거지탕 먹는데 영..아니더라구요.
조미료 범벅이라는 걸 당장 알겠더라구요.
그래도 고기집가면 고기들이 너무 맛나요.
돼지고기도 그렇지만 소고기가 너무 맛있어요.
소고기 파동이니 뭐니 해도 값싸고 맛나요.
더운 곳요?
저는 더운 곳 보다는 추운 곳이 좋긴한데 갈수록
그런 날씨에는 무관해지더군요.
추워도 그다지 추운 줄 모르고
더위도 마찬가지구요.
Lisa♡
2009년 2월 13일 at 1:52 오전
삿갓님.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내 성격상
대부분의 사람이 내가 여기오면 아마 지금 드는 돈의
두 배는 들거라고들 하네요.
제 스타일을 잘 아니까 하는 말인데 저도 틀린 말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더 깊어지는 병이네요.
아이들이 잘 헤쳐나가고 있으니까..그나마 다행이구요.
여기저기 다니는 곳마다 집 밖에 안보이던 오늘입니다.
Lisa♡
2009년 2월 13일 at 1:54 오전
데레사님.
예쁜 거요?
워낙 예전에 그러고 다녀서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벗어나질 못하네요,
하지만 챙겨주는 걸 너무 많이 먹다보니 살이 더 쪄서
이쁘긴 글렀답니다.
Lisa♡
2009년 2월 13일 at 1:56 오전
아이고 광여사.
날 잡았나보네—
이렇게 꼼꼼하고 긴 댓글을 달다니.
우리누나야 뭐 내가 자랑할만하지.
가끔 서로 질투 이상으로 째려 보지만서도..
늘 받는 편이라 내가 받을 복이 넘친다고 생각하지.
그러니 나도 나보다 어려운 이들에겐 베풀고 살아야
하는 게 도리아니겠어?
난 그렇게 생각해.
또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구,
블로그하면 안될 걸?
아마 왕팬들 몰고 다닐거야.
ㅎㅎㅎ
긴 댓글과 칭찬 고마워!!!!버버버……
오믈 바람 엄청 분다.
위험한 바람.
shlee
2009년 2월 13일 at 2:43 오전
여기도 바람이 불어요.
그리고
이곳 사람들도 카펫을 걷고 있어요.
이 집으로 이사 오기전에
조건은 카펫을 걷어 달라는 거였죠,.
쓸고 닦는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카펫이 불편하고
불결해 보이죠.
카펫 청소까지 열심이군요.
인터넷 신문을 보니
모마에서 한국 다지인 상품들이 전시 판매중이라고 하던데…
그곳에 갈 계획은?
Lisa♡
2009년 2월 13일 at 5:03 오전
쉬리님.
아…알아요.
모마에 그러잖아돟 가자고는 했는데
어쩔지 모르겠어요.
토요일에 맨하탄에 나가긴 해요.
아이들과 쥴리어드음대에 갈 거 같아요.
그때 시간나면 가야하나…
한국디자인 상품전은 안봐도 되나…뭐 그런 생각했답니다.
후후후…..
거기는 바람이 더 불겠지요.
그리고
카페트 이야기….그렇군요.
화창
2009년 2월 13일 at 6:03 오전
속으로 많은 질문과 답변……..
뉴저지 솔개?
Lisa♡
2009년 2월 13일 at 1:26 오후
화창님.
오랜만이지요?
아직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솔개가 날기나 할런지?
그런데 웬? 솔개?
ㅎㅎㅎ
김선경 보나
2009년 2월 13일 at 1:35 오후
음… 대단하신 리사님…
뉴욕에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12월의 뉴욕은 참 춥던데…
해도 일찍 떨어지고…
Lisa♡
2009년 2월 13일 at 2:21 오후
보나님.
보통 추웠다 지나치게 따뜻했다가
그래요—–
종잡을 수 없는 날이지요.
잘 지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