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지하철 안 벽에 그려진 모자들.
아침에 도착하니 날짜 계산에 좋다.
하루가 없어져 버린다 생각하면 뉴욕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서울엔
아침에 도착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기분이 든다.
가방중에 두 개를 정리하고 목욕탕으로향했다.
온탕에 몸을 맡기고 텅 빈 마음으로정화시켜본다.
추기경님의 소식에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처음에 그 소식을 접하고
잠시 울었다.
나도 모르게 그리 되었다.
목욕탕에서 TV로 그 분의 장례식 장면을 보니 다시금 눈물이 차오른다.
다시 뜨거운 눈물로 화면상으로나마 그 분이 가심을 슬퍼한다.
서울에 있었다면 그 긴 줄의 대열에 끼였을지도.
성당에 가야한다.
소호의 어느 쇼윈도우에 진열된 하트모양의 의자.
개들 4마리와 지내다 오니 내 방도 참 깨끗해 보인다.
마루는 왜그리 넓고 지나치게 깨끗해 보이는지.
난초들은 정갈히도 잘 자라고 있었으며 꽃이 핀 화분엔 그리 생기가 넘치는지.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아줌마가 개어 둔 빨래만이 다른 형태로 새롭게 나를 맞는다.
흐트러진 나의 책상도 반갑다.
복잡한 나의 화장대는 잠시 더 복잡해지지만 그런대로 그 질서가 마음에 든다.
컴퓨터는 방화벽 차단인지 뭔지로 연결이 안되고
읽어야 할 책들조차 정말 꿈처럼 반갑다.
그런 중에 미국이 무거운 무게로 다가온다.
다시 가야할까? 어쩔까?로 며칠 간 고민을 하겠지?
쓰는 돈에 비해 대접을 못받는 아이들에 대한 회한같은 거..
내가 간다고 뾰죽한 수라도 있을런지~
그런 생각들로 오전을 보냈다.
마치 회전초밥처럼 빙빙도는 운동화들이다.
아이디어라는 건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창의력만이 앞으로의 살길이라면 나는 다시 태어나야 하는 걸까?
이미 사회에서 인정받는창의력을 발휘하기엔 너무 멀리있다.
차고 넘칠 정도의 상상을 지금도 수없이 하는 나.
이런 끼가 아이들에게 전해졌겠지?
둘째가 글이나 그림에서나 조금창의성이 돋보인다는 말을 듣긴했다.
살아가는데 창의성과 유머가 화두인 시대다.
큰 애는 유머가 있는데 아직은 유치한 유머를 구사한다.
3개의 城이 있는데 그 성들이 불타고 재만 남으면 그걸 뭐라고 하냔다.
4자로 표현하라면서 맨하탄 19번가를 지나면서 불쑥 꺼내는 말.
알고보니 ‘삼성화재’
웃자니 유치하고 안웃자니 실망할 것 같아서 웃는다.
연이어 내가 낸다.
영 두 마리가 살다가 박터지게 싸우다가 죽어버렸대.
5자로 줄여봐.
-띠용~
정답은 "용용 죽겠지’ 야.
헛웃음이 여기저기서들린다.
모전자전?
니만 백화점의 진열된 상품으로 눈에 확 들어오던디스플레이.
생선가게를 갔다.
생굴과 대함과 멍게를 샀다.
오랜만이라고 좋아들 한다.
생굴은 이제 곧 먹는 철이 아니다.
부지런히 먹어둬야지.
생굴은 알파벳으로 ‘R’자가 들어가는 달에만 먹는다고 치면 편하다.
그러니 4월까지 먹고 9월부터 다시 먹기 시작하면 된다.
약간 불안하면 4월과 9월은 익혀서 먹으면 된다.
굴을 좋아해서 겨울철엔 굴로 반찬수가 늘어난다.
주로 생굴을 먹길 즐긴다.
요즘은 양식이 많은데 양식도맛이 좋고 권할만 하다.
저녁에 반갑다 친구야~로 K샘이 밥먹자로 집 앞에 오셨다.
같이 나가서우럭탕을 거하게 먹고 헤어졌다.
빨리 헤어진 이유는 내가 눈이 스스륵 감기기 때문이었다.
이혼하고 혼자사는 분이 어느 날 밤 12시경에 술을 먹고
지하철에 주저앉아서 토하고 어지러워서 누굴 부르려고 해도
한 사람도 전화할 곳이 없더라는 얘기를 한다.
남의 얘기지만 왜그리 마음이 슬프던지.
남들은 다 가정이 있고, 늦은 밤에 전화하기도 그렇고..
그랬단 얘기에 나라도 서울에 있었다면 했지만 나에게 과연 그 분이
전화를 했을까 싶다.
혼자라는 건 편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필요할 때 아무도 없어주는 거다.
그렇다고 혼자가 싫어서 내키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도 갑갑하다.
오죽하면 이혼을 할까, 자식도 있는데 말이다.
혼자 살아간다는 건 위험하고(아플 때) 늘 냉정하고 강해야 한다.
아니 냉정하고 강한 척 하는 것이다.
Beacon
2009년 2월 21일 at 5:04 오전
돌아오셨네요..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
佳人
2009년 2월 21일 at 12:18 오후
저도 무사귀환을 일단 축하드려요.^^
이혼남과 기러기아빠들, 일단 경계를 하게 되더라구요.
절어있는 외로움에 쉽게 정에 빠질까…
선입견과 편견없는 관계맺음이 진정 자유로운 사람 교류일텐데요…
김영기
2009년 2월 21일 at 9:48 오후
잘 다녀왔네…서울입성을 축하혀~~~
나는 미국을 한번 갔는데도 별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아…
준희는 6년이 넘게 미국에 살면서도
방학마다 꼬박꼬박 나오며 알랴뷰 서울을 외치고 있잖어…
자기 살던 곳이 최고인거지…ㅎㅎ
애들 셋을 훌쩍 떼놓고 오느라 발길이 무겁기도 했겠군…ㅎㅎ
3월7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일단 얼굴봐야겠다…
반주라서 초대하긴 그렇지만
소나타가 2곡정도라 바이올린과의 하모니도 볼만은 할것 같아…
반주자들이 꺼리는 난해한 곡들이 있어서 준희 고생 좀 하고 있지…ㅎㅎ
막바지 시험을 앞두고 자기일도 바쁜데 이 연주회 끝나면 바로 미국행이야…
그날 아마 3시인것 같아…그때 만나요~~~
지금 분저울에서 글 남겨~~~ㅋㅋ
Lisa♡
2009년 2월 21일 at 9:50 오후
비컨님.
무사귀환일런지는 …^^*
아무튼 편안한 도시입니다.
내가 어디를 활개해도 편한..
자신감없는 자의 항명입니다.
Lisa♡
2009년 2월 21일 at 9:51 오후
가인님.
반갑네요.
조용한 목소리 듣고 싶어요.
언제 한 번 들릴께요.^^*
이혼남과 기러기 아빠요?
그 부분에서는 잘 모르지만
뭐든 다 사람나름 아닐까요?
Lisa♡
2009년 2월 21일 at 9:53 오후
언니…실시간이네.
나도 잠이 일찍 깨었쪄요.
3월7일 오케바리.
입력완수합니다.
어제 뭐했어요?
그 동네 손두부 정말 맛있더라.
언니 그 전에 한 번 뵈어요.
준희 박사논문이 마지막 인가봐요?
아무튼 준희도 애국자야~~
순이
2009년 2월 21일 at 10:47 오후
건강하게 잘 다녀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멀리 있어도 블로그에 와서 소식을 읽으니 서울에 계신듯 했습니다.
장면이 바뀌긴 했지만요.
푹 쉬시고 활기찬 모습으로 ~~~
Lisa♡
2009년 2월 21일 at 11:09 오후
순이님.
와…반갑습니다.
세계가 일일권입니다.
저 자신도 뉴욕에 가나 서울에 오나
그냥 서울 부산 오가는 기분이랍니다.
제일 처음만 신기하지 그 다음부터는
그런 기분인게 사람인가봐요.
JeeJeon
2009년 2월 21일 at 11:50 오후
이미 충분히 창의적인 표현을 블로그에서도 만나고
그렇게 올려주신느 사진속에서도 만납답니다.
웬 염려를 하는지요.
뉴욕과 소호와 맨하튼과 창의적인 쇼윈도를 지나
리사님, 우리 모두 좋아하는 리사님이 서울로 도착했다니 반기지 않을수 없지요.
그런데
추기경님의 선종으로 우리는 잠시 허전하기고 하고
그분이 남기신 말씀이 곳곳에 메아리치니
서울에 기적이 일어 났다고들 합니다.
Lisa♡
2009년 2월 21일 at 11:57 오후
지전님.
서울에 기적이 제발 헛되지 않기를 기원하구요.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봄이지요?
마음이 벌써 설레입니다.
봄엔 좀 더 창의적인 인간으로..ㅎㅎ
소리울
2009년 2월 22일 at 1:01 오전
잘 다녀 와서 글까지 남기고 시차 적응 하느라 힘든 줄 아는데…
답답한 마음 있겠지만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유능한 아이들은 자기 할 일을 다 알아서 한다오
Lisa♡
2009년 2월 22일 at 1:17 오전
소리울님.
시차적응 바로..다 해쪄요.
성당가야해요.
추기경 추모미사가 있잖아요.
이만……
Old Bar^n
2009년 2월 23일 at 2:58 오후
삼성화재나 용용죽겠지식의 우리말
재미있습니다.
추기경 할배는 언제 만나시나요?ㅎㅎ
Lisa♡
2009년 2월 23일 at 11:14 오후
올드반님.
늘 만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일요일 추모미사 갔다왔지요.
박산
2009년 2월 25일 at 7:19 오전
후후후
참, 말(言)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리사님 글
맨하탄 지하철 역에서
추기경님 선종
우럭탕 먹고 강하게 살자로 ,,,
Lisa♡
2009년 2월 25일 at 9:05 오전
박산님.
아줌마의 특성이랍니다.
이 말 하다가 저 말로…
그리고 다시 그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