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위한 기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저희는 그리스도를 믿으며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리라 믿으며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하느님 아버지 손에 맡겨 드리나이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에
무한한 은혜를 베푸시어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모든 성인의
통공을 드러내 보여 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하느님 아버지,
저희 기도를 자예로이 들으시어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천국 낙원의 문을 열어 주시고 남아 있는 저희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믿음의 말씀으로 서로
위로하며 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얼굴표정으로 미사를 보러왔다.
모두 조용히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미사를 올렸다.
마음 속으로 뜨거운감정이 솟구치기도 했고 차분해지기도 했다.
내 얼굴조차 성녀의표정처럼 반듯해짐을 느끼려는 듯 가라앉았다.
신부님의 목소리도 오늘따라 정갈함, 그 자체였다.
나이가 들어 부름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세상이 다 슬퍼하고
축복하고 하나의 기적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이는 건
생전의 그가 남긴 사랑의 불씨가 지펴지는 결과이다.
주보에서 형님이시던 김동환 신부의 모습도 보고 위대한 어머니의 사진도 본다.
거룩한 주일의 뜻깊은 미사다.
미사 외에는 아무 것도 하고싶지 않은 주일이다.
2월22일2시22분22초에 나는 집에서TV를 보고 있었다.
전기장판을 켜놓은 따뜻한 내 침대 속에 몸을 넣고서 말이다.
그러다 잠이 들까봐 이내 바로 책상에 앉아서컴퓨터도 켜고
잡다한 정리도 약간씩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옆에서 땅콩과 치즈케익과 커피우유를 아이처럼 먹고 있었다.
늘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
그 의미라는 것조차 자기가 부여하기 나름이라 구태여 남들이 봐서
버젓한 의미를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게 의미있는 일을 하고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것이최선 아닐까?
아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TV에서는 재방송 드라마를 내 기호에 맞게 하고 있는 시간대이다.
냉장고를 어서 텅비게 만들어야겠다는 강박증에 늘 시달린다.
누군가 사온 물김치를 먹지도 않고 놔둔지 한 달이 넘었다.
이 정도 보관으로 전기세를 지불했으니 버려도 무방할런지 모르겠다.
모르고 안 먹은, 깊숙이 들어 가서 안 보여 안 먹은 잡다한 음식들이
보인다.
버려야한다고머리는 말하는데 행동은 그렇게 쉽게 되질 않는다.
놔둬도 결국은 버릴 껄..
언젠가 이사벨이 만들어 준 스테이크용 소스도 굳게 덮힌 락앤락에
그대로 있는데 스테이크를 집에서 만들 기회가 없다.
완전하게 다 비우고 깨끗한 유리용기에 이름들을 써붙이면서 새롭게
정리하고픈 충동에 시달린다.
오래 전부터 기획했던 일이다.
냉동실도 마찬가지다.
불탄 고구마도 아까워서 냉동시켜 놓은 적이 있는데 아직 그대로다.
절친한 벗인 H에게 오랜만에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귀가 아파서 전화기를 들고 있기가 거북했다.
누군가에게 호되게 상처를 받은 모양인데 그 곡절을 거하게도, 길게,
끝이없이 이야기하는데 팔도 아파오고 고막은 이제 그녀의 소리에 기절할 지경이다.
누군가 우리의 대화를 들으면 일방적으로 내가 뭘 잘못해서 가만히 그녀의
대성통곡을 들어주는 측인 줄 알게다.
울분이 맺힌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데 언제쯤 끝나려나?
나중에는 배가 고팠다.
그녀는 늘 그랬다.
옛날 엄마들이 뭔가를 한맺히게 말하듯 그대로 흉내를 길게 낸다.
차라리 창이나 가락이라면 다 들어주겠다.
듣다가 "야~~고마해~~"
둘 다 웃고만다.
질린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의 전말을 귀청 따갑게 들어줘야 하는 친구는 나인데
듣다가 중간에 잘라버리니 둘 다 웃겨 죽는다.
나중에 내가 한 말
"1분 이상 하지 말라니까~"
오늘 일요일 맞나?
보미
2009년 2월 23일 at 12:32 오전
냉장고 텅비게 만들고 정리 하는것
어느 누구나 생각 하지만 잘 하진 않지요?
저도 날마다 생각만으로 그칩니다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버리는것도 보통 아니고…ㅎㅎ
저야 그렇지만 리사님은 야무지게 정말 잘 하실것 같은디
건가아하게 돌아 오셔서 반가워요
summer moon
2009년 2월 23일 at 2:34 오전
리사님, 제가 있는 곳은 일요일 밤이에요 !^^
저도 아주 친한 친구 한명이 가끔 전화를 해서 쌓인 불평을 쏟아놓곤 하는데
그럴 때는 무조건 친구편을 들어줘요.
(미리 약속을 했어요 , 언제나 아군이 되어주기로 !ㅎㅎㅎ)
두 사람의 전화기중 하나의 밧데리가 다 떨어질 때 까지 얘기를 해요
그러고나면 정말 귀에서 불이 나는거 같은데
기분은 아주 좋아지구요.ㅎㅎㅎ
피로는 많이 풀렸는지요 ? 2009/02/23 11:33:23
Lisa♡
2009년 2월 23일 at 8:07 오전
보미님.
어머나…기분 좋아라.
야무진 보미님도 그런 면이 있다시니까
저같은 것이야 뭐–당연한 거네요.
그런데 저도 가끔은 야무진 면이 있나봐요.
은근히 그런데 신경 많이 쓴답니다.
버리는 것이 없도록 무지 신경쓰고 얼른 얼른
해치워버리려고 노력하거든요.
건강하게요?
저—-늘 건강해서 건강에 관한 한은 크게 신경
쓰일 게 없네요.
왜냐하면 항상 골고루 잘 먹고 스트레스를 안받으려고 하니까요.
^^*
Lisa♡
2009년 2월 23일 at 8:09 오전
썸머문님.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필요합니다.
언제나 내 이야기 다 들어주고 내가 원할 때
전화하면 끝까지 안자고 다 들어주는 친구요.
저는 그런 친구가 한 둘 있는데 이 친구도 그런 친구 중에
하나예요–어제는 다 들었던 이야기를 또 싸우듯이
왕왕~~대면서 하는 거예요.
제가 그랬죠–다 알 거든…ㅎㅎ
ㅋㅋ…..죽는 줄 알았답니다, 화난 상대는 제가 아닌데
저한테 세상에 어찌나 퍼붓던지…듣자하니 말이죠.
피로는 아직.
요즘은 늘 밤 11시만 되면 꼰덕거려요.
할머니 다 되어가나봐요.
Beacon
2009년 2월 23일 at 11:27 오전
오늘 월요일인뎁쇼?
미겔리또
2009년 2월 23일 at 1:02 오후
자고 있었습죠~
지안(智安)
2009년 2월 23일 at 2:41 오후
생각보다 참을성이 많네요.
왕왕대는거 한참 듣다가는..야 고마해~요기서 ㅋㅋ
장엄하고 슬픈 미사는 다~ 날라갔읍네다.오널..
잘 다녀 와서 반가워요!!
Lisa♡
2009년 2월 23일 at 11:06 오후
비컨님.
맞아요..
밤에는 11시만 되면
꼬꾸라지거든요.
Lisa♡
2009년 2월 23일 at 11:07 오후
미겔리또님.
그 시간이 낮잠자기 딱 좋은 시간이지요?
정말 잤어요?
일요일인데 미겔리또랑 놀아주지 않구~~
울신랑 그 시간에 잘 자요..예전엔 미웠지만
요새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답니다.
Lisa♡
2009년 2월 23일 at 11:10 오후
지안님.
저요—–참을성 많아요.
친구 기다릴 때 보통 2시간은 기다려요.
그리고 어쩔땐 정말 조금도 못참을 때도
있긴 합니다.
그 친구랑은 워낙 허물없어서 다 들어주고
그러는데 같은 이야기 미국가기 전에 다 한 걸
하지 않은 걸로 알고 다시 시작하는 거 있잖아요.
^^*
광혀니꺼
2009년 2월 25일 at 5:23 오전
엊그제 머리 아프다고 한 날…
이거 보다가 나갔었어요.
2월 22일 2시 22분에
뭐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어요.
일본에서 뱅기타려고 움직이는중이었는데
앙마녀석과 흔들리는 모노레일에 있었던가?
ㅎㅎ
Lisa♡
2009년 2월 25일 at 5:29 오전
일본갔었어?
뭐하러 갔어?
엔화도 비싼데…
산성
2009년 2월 25일 at 8:04 오후
아껴둔(?) 일기들
이제 읽어 나갈겁니다.
땟지 하지마소서…
이 글 제목때문에
1977년 7월 7일 저녁 7시의
상황이 기억났습니다…
덕분에
오래 잊고 있었던 친구의 얼굴도…
이 시간대를 말하며 나누었던 대화도…^^
Lisa♡
2009년 2월 25일 at 10:14 오후
산성님.
진짜?
아———기분좋아라.
제 글 때문에 지난 과거의 추억이
되살아났다시는 분들 많아요.
그럴 때 저 기분 뗍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