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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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은 겹쳐서 오고 그런 시간에는 어김없이 오랜만에 걸려오는 전화가 있다.

무시하기엔 어쩌다 온 반가운 전화라 안받기도 그렇고 시간은 없는데 상대방은 예외없이

느긋하고 그간의 소식을 전하려고 애쓴다.

거두절미하고끊어버리기도 뭣하고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게 영 곤란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침에 그런 형국이 벌어졌다.

11시까지 마포로 가야하는데 가기 전에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떼어야 했으며

같은 시간대에 경희대 병원에는 남편대신 고혈압약을 받으러 가야했다.

일단 병원에 전화를 해서 오후로 시간을 변경하고 막 나가려는데,평소에는 오지도 않는 전화

두 통이 연달아오는데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건 가뭄에 콩나듯 걸려오는상대들의 전화다.

상대는 나의 상황을 알리가 없으니 빨리 끊으면 어쩌면 멍하니 기분 잡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가면서 차에서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는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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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대교를 건너서 강북을 타느냐,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강북을 타느냐, 라는 문제를 놓고

잠시 고민한 후에 88대교를 선택한 건 신호등이 없이 바로 강북으로 빠진다는 이유였다.

선택을 하고난 후 그 선택이 효과를 볼 때 잠시지만 으쓱해진다.

비교적 강북은 잘 빠지는 교통상황이었다.

무난히 20분만에 마포쯤에 도달했다.

공덕동 5거리경에는 차가 밀리기 시작해서 5분거리를 30분이 넘게 걸리는 상황이었다.

서로 빨리 가려는 차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나가있는꼴이다보니 늘 신호가 바뀌어도

상대방의 차선을 막아버려 서로 얽키고 설키다보니차가 더 이상 매끄럽게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 늘 벌어진다.

이런 상황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로 자기 신호의 파란불이 켜져도 앞의 차들이

밀려있으면 공동구역으로는 나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언젠가 내가 나가지 않고 가만있으니 뒤의 차들이 빵빵거리며 난리를 쳐댔다.

그럴 때 흔들리면 안된다.

요즘은 그래도 그럴 경우에 대체적으로 가만있는 매너꾼들이 제법 발견되어 날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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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던 식당에 갔는데 반찬도 그대로 집도 그대로인데 뭔가 낌새가 허접하고 이상타.

그럴 땐 주방장이 그만두어서 새로운 주방장이 왔거니 가격에 변동이 있을 경우다.

웃기는 건 가격이 올랐는데 느낌과 반찬이 주는 뉘앙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반찬, 똑같은 그릇인데 손맛이랄까..뭔가 다르긴하다.

계산하러 나오는데2000원이 올랐단다.

물가산출상 오르는 건 이해하지만 이 경기에 올리는 심보는 무언지.

그 식당이 늘 가격대비 만족할만한 식당이고 수준에 비해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2000원이 뭔지 기분이 묘해진다.

‘이 건 아니잖아~’ 하는 식의 느낌//나만 가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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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타야하는 번거로움은 습관이 되면

나아지겠지만 자주 병원을 가지 않는 나로서는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내가 이런 말 하면 파이나 도토리님이나 소피아님이나 순이님이 떼끼~그러겠지만

바로 병원에서 약을 받던 시절이 편하긴 했다.

주차권을 들고가지 않아 처방전으로 나올 때 보여주고 확인하면 되겠지 했더니

무인주차시스템으로 바뀌어서 미리 주차확인을 하고 나와야지 그러잖으면 내가 내려서

다시주차증 확인 받으러 들어가서 확인을 받고 나와야 한단다.

그러면 주차장에 입구나병원과 통하는 엘리베이터에 주차증 갖고 올라가라는

눈에 띄는 문구하나 붙여놓던가…

좁은 땅에 주차장 만들기도 어렵겠지만 이왕에 만들거면 왕복 상하선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던지

겨우 내려가고 올라가게 만들어 놓은 주차장도 참 웃긴다.

건물의 구조나 지어진 형태를 판단하자면 제일 먼저 계단이나 주차장의 상하선의 넓이나

세련됨을 보게 된다.

계단이 좁고 편하지 않거나 주차장시설이 미비하면 그 건물 허접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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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구수하다.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려는지 늘 그렇지만 반갑다, 봄아!!

나무들에 생기와 물이 오르는 모습이 연하지만 찾으면 보인다.

대기는 온순하고 착한 양처럼 편안해지고 비라도 내려준다면 바랄 게 없다.

동네를 청소해주는 일하는 아줌마들이 작은 차를 타고 같이 모여 퇴근을 한다.

아마 같은 동네에서 서로 소개해서 일하게 된 인연인가보다.

바라보는 시선도 흐뭇해진다.

어쩌든지 산에 밭을 갈아 농산물이나 유실수를 심어 가져다 팔겠다는 아저씨도

자기땅도 아닌데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채비를 한다.

저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선뜻 제지를 못하는 건 생계를 위한 그의 노고탓이다.

문제는 그 아저씨 생계를 위해 나무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건데 어떤 판단이

나를 편하게 할런지 고민 중이다.

밭을 못갈게 해야하나 나무가 죽어가는 걸 봐야하나..

적당하게 밭을 갈리라는 마음속의 믿음은 늘상 깨지고 산에서 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넓어만 간다.

그런 가운데 이상하게 목욕을 막 마치고 나온 기분이다.

18 Comments

  1. 흙둔지

    2009년 2월 24일 at 12:16 오전

    오잉~? 마포에 그런 싸가지 없는 식당이 있다구요?
    어딥니껴~ 내가 손 좀 봐드리리다… ㅋ~
    공덕동 오거리는 쓸데없이 버스전용차선을 만들어 그 모양이랍니다.
    항상 획일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공무원들이 사라져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2. Lisa♡

    2009년 2월 24일 at 12:39 오전

    아………….흙둔지님.

    마포 아니라요.
    우리동네라요…
    고정하사와요.
    아 버스전용차선땜에 그렇구나..   

  3. 八月花

    2009년 2월 24일 at 2:02 오전

    어제 연대 앞 지나면서
    꽃다발 든 사람들이 많길래
    신촌은 피해와야겠다.. 생각은 잘했는데…ㅠㅠ
    고만 잊어먹고 …

    햇빛이 뜨거워 땀 찔찔 흘렸는데
    에어컨 키구 올 걸..
    내릴 때 다되어 든 생각입니다.
       

  4. 뽈송

    2009년 2월 24일 at 2:19 오전

    요즘은 불경기라서 식당이 파리 날리는 곳이 많습니다.
    내가 요즘 식당을 조사할 일이 있어서 몇 군데 다녀 보았는데 참
    이상하더군요. 모두들 다 값을 올렸으니 말입니다. 재료값이 오른 게
    이유겠지만 예전에 이만큼의 이익이 있었으니 이건 지켜야겠다
    이런 뱃보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나 같으면 조금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옛날의 그 값을 유지한다면
    파리는 안 날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고통 분담까지는 안
    가드라도 망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 들었지요.   

  5. 데레사

    2009년 2월 24일 at 2:41 오전

    병원에 갈때마다 나도 옛날처럼 병원에서 약 타던
    시절이 편했다는걸 느낍니다.
    솔직히 의약분업이 그 소비자들인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알수도 없고요.

    식당이든 어디든 불경기가 보이는듯 해서 마음이 편칠않지만
    가격대비 엉망인 곳은 정말 다시는 가기 싫어지지요.

    여독은 다 풀리셨나봐.   

  6. 왕소금

    2009년 2월 24일 at 4:30 오전

    뒷간에서 일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외양간에 매놓았던 소는 탈출하여 밖으로 도망치고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그럴 때 전화벨까지 울려대면 한마디로 미티지여ㅋㅋ

    아침에 비가 좀 내리는 것 같더니 바로 그쳤네요.
    아마도 왕소금이 세차할 때까지 기다리는 모양ㅎ

    고혈압 약…에구~ 몹쓸 것 같으니라고…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7. 소리울

    2009년 2월 24일 at 10:33 오전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 감탄!   

  8. 화창

    2009년 2월 24일 at 11:40 오전

    데레사님 정독을 하셨네요~~~

    데레사님처럼 정성들인 댓글은 글쓴 이를 기쁘게 하지요!   

  9. Lisa♡

    2009년 2월 24일 at 11:17 오후

    팔월화님.

    은근히 한 유머하신다니꽈요—

    저도 금방 이길은 피해야지 하구선
    그대로 그 길로..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까먹기 대장이라구요.   

  10. Lisa♡

    2009년 2월 24일 at 11:19 오후

    모범생 뽈송님.

    고통분담 차원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금액을 인상하는 건
    간지러운 일일텐데 그쵸?   

  11. Lisa♡

    2009년 2월 24일 at 11:21 오후

    데레사님.

    오는 날 바로 잘 관리했더니
    하루만에 시차적응하고
    잘 돌아다니고 있답니다.

    병원은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아요.
    편하게만 살아서 그런지…불편해요.
    차를 타고 약을 타러가야하는 경우는 더해요.
    ^^*
    좋은 아침.   

  12. Lisa♡

    2009년 2월 24일 at 11:22 오후

    왕소금님.

    아이 깜딱!!!
    워낭소리 보고왔거든요.
    거기에 비오고 외양간의 소는 탈출하고
    외양간은 무너지고…나오거든요.
    나의 눈 속에 들어왔다 나간 줄 알았지 모예요?   

  13. Lisa♡

    2009년 2월 24일 at 11:23 오후

    소리울언니.

    저요–유렵이나 미국갔다와도 바로 시장보러 가요.
    그냥 기본이랍니다.   

  14. Lisa♡

    2009년 2월 24일 at 11:23 오후

    화창님이 더 웃겨요—–   

  15. 광혀니꺼

    2009년 2월 25일 at 5:22 오전

    ㅎㅎ
    어제 강화 다녀왔는데
    제법 연둣빛이 보이더라구요.
    어찌나 반가운지…
    ㅎㅎ

    병원 주차 시스템…
    고객에 대한 배려…
    조금만 생각하면 좋을텐데…
    기계가 좋다가도 정떨어지는 부분이지요.
    기계 덕분에 사람손이 많이 안들긴하겠지만.

       

  16. Lisa♡

    2009년 2월 25일 at 5:28 오전

    광여사.

    강화는 또 애?

    우리 멤버도 만나야지…

    그치?   

  17. 박산

    2009년 2월 25일 at 7:23 오전

    봄타느라 더 하시겠지요    

  18. Lisa♡

    2009년 2월 25일 at 8:44 오전

    박산님.

    모가요?

    ^^*

    저요~~봄뿐 아니라 다 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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