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오벨리스크에 갈 일이 있었다.
여의도를가야 할 일이있어서 간 김에 근처인 마포에 들린 것이다.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을 향해 내려서자마자 좌회전을 했어야하는데
네비가 한 칸 더가서 좌회전을 하라는 명령이다.
어지간하면 네비의 말을 따르는 게 좋다는 결론에 따라 300미터를 나가자
버스 전용에 걸려 좌회전이 다 취소가 된 상황이었다.
아뿔사 P턴을 해야하는데 1차선에 버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놀랬다.
P턴을 하려면 오른쪽으로 빠져야 하는 것..겨우 비집고 필살기로 오른 쪽으로
빠지고 보니 직진이 여러갈래다.
어림 짐작으로 가운데 길로 직진을 했더니 틀렸단다.
또 다시 돌아서 쌩쇼를 하고 5분 걸릴 길을 15분 걸려서 도착했다.
진땀나는, 다시 가기싫은 마포여~~ 흙둔지님 말대로 버스전용차선이 문제였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라는 노래가 있었다.
역전의 용사는 아니라도 의리의 까르페 디엠파들이 어제 약간의 그리움을
안고 다시 뭉쳤다.
1A 3B라는 명목이 거창한 건 4명 중에 1A형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3명은 B형으로 1A를 완전히 제압시키고 적당히 깔아 뭉개면서 이뻐해주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그러는 척 서로 해주는 .. 그러면서 억수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임의 주선은 내가 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내가 모시는 K샘이 했다.
아……….죽었다.
너무 웃겨서~~
즐거웠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건 격의없는 자리에서 주고받는 농담이 격했어도
순수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웃으며 회상하는 어제다.
내숭ㅅㅇ, 매너ㅇㄱ, 소심ㅅㅇ, 욕쟁이 ㅇㄱ…
이름도 대세를 타야하는 법.
4글자로 말하며 얼마나 웃었던지 나이 들어가면서
소탈하게 웃으며 까불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1차선에 U턴을 해야하는데 건너 편 차선이 빠질 기미가 안보인다.
약속시간은 지났는데 앞 차들은 멍하니 가만있고 옆의 건너 차선은 빨간꼬리만을
길게 연결하고 꿈쩍도 안한다.
끝에서 조금만 진행하면 내가 갈 약속장소인데..에라 모르겠다.
중앙선을 넘어서 건너 편에 우회전하는 차들을 피하면서 길게 돌면서 U턴을
억지로 했던 것….씩씩!
약속장소에서 창밖으로 그 꼴을 보고있던 일행들이 웃겨 죽었단다.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뭔 여자가 저렇다냐~~~
올라오니 봤다면서 기가차다는 듯이 쳐다본다.
나 본래 한 터프한다구~~이 거 왜이래?
가끔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의해차선위반, 중앙선 침범, 신호등 무시..이런 거
하는데 절대적으로다가 내가 기발하거나 센스쟁이라서 그렇지 무대뽀는 아니다.
손님이 띄엄띄엄해지자
일행 중에 소심ㅅㅇ이 ‘편지’를 불렀다.
인상을 쓰는 것만 보더라도 눈물 흘릴만치 뒤집어지면서 웃게된다.
한 곡을 부르더니 필 받는다며 2-3곡을 더 부를 참이다.
트로토는 안돼~~카페에서….그러자 K샘이 트로트의 진가를 모른다면서
진정한 트로트를몸소 보여주시는데 술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
낮은 저음이지만 뭔가 서려있다.
분명히.
그리고 ‘연분홍 치마가봄바람에~~휘날리더어라~~’
나직한 노랫말을 곱씹으면서 우리는 즐거워했다.
술과 노랫말이 어우러지는 밤이 있는 시간은 낭만 그 자체다.
취기가 올라와도 꽃제비 넘나들던 성황당길이 그려진다.
옷고름도 씹어 물어보고, 꽃이 지면 같이 울고 할 생각도 났다.
1A와 3B는 배꽃이 번성하게 피는 5월즈음 다시 뭉치기로 합의했다.
오리구이집에서..
왜?
그 오리구이집이 배꽃밭에 있기 때문에.
1A가 술잔에 배꽃잎이 떨어지며 저 건너 아파트 두 동 사이로 석양이 지는
모습을 꼭 봐야한다고 떼를 쓰면서 멋진 척 했기 때문이다.
나는 늘 A형과 연애를 했다.
살고있는 건 B형이지만 A형을 선호한다.
소심한 A형 말은 누가뭐라캐도꼭 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배꽃이 하얗게 날리는 날 오리철판구이를 먹기로 합의했다.
헤어질 때 "배꽃 필 때 봐요~~" 란다.
나는 술을 많이 먹는 편이고 쎈 편이다.
술이 취해도 별로 표시가 나질 않는다.
얼굴색도 그대로일 때가 많고 아니면 하얗게 변할 때가 많다.
약간 핑크빛이 돌면 예뻐 보이는데 내가 예쁘다고 하면 소심A가 성낸다.
술버릇은 거의 없다.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어지간한 남자보다 술이 세다.
그건 가족력이다.
아침부터 몸의 상태가 안좋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술이 들어가니 아주 편해졌다.
때론 거부하기보다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약속은 이미 되어있고, 마시지 않을 순 없을 때는 즐겁게—이왕이면—
얼마 전부터 술이 취하면 다음 날 아침 기억력이 말소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알콜중독의 시초라고 누군가가 그랬는데…
흙둔지
2009년 2월 27일 at 1:14 오전
험험~ 지두 A형인디유~ ^_^
에~ 또~ 기억이 안나는건 알콜중독의 시초는 아니고
술을 마실 때 너무 기쁘거나 기분이 나쁠 때는
뇌에 입력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게되어 기억이 안날뿐…
그때 그때 상대방에 따라서 달라질겁니다.
알콜성 치매는 술만 마시면 늘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거구요…
그런데 술이 쎄다구요?
그거이 꽁 아니지라?
지는 술 쎈 뇨자들 무지 좋아하걸랑요~ ㅋㅋㅋ
김진아
2009년 2월 27일 at 1:25 오전
사진속의 병구경 하느라..글을 안읽다가..
이제사 쭈욱..읽어 내려왔어요..
막내동생도..저도..예쁜 병이나, 통, 종이박스 ..
죄다 버릴것 같은 것들을 참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너무 싫어해서..저 없을때 틈만나면 갖다 버려서요..
ㅎㅎㅎ
그래도..몇개는 내어보이지도 못하고 꽁꽁 박스속에 숨겨서..놓았지요..
저만 보여요..제눈에만..^^
…핸들을 돌리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합니다. ㅎㅎ
Lisa♡
2009년 2월 27일 at 1:29 오전
흙둔지님.
저요—-술 쎈 척해도
제 주량을 넘어가면 무너집니다.
그 전에 상대가 먼저 무너지지만.
그런데 이젠 끄떡없을 정도만 마시야지요.
나이도 있는데..말이죠.
그런데 술 쎈 여자들?
복수?
한 명도 아니고…어쩌자는 거에욧~~~?
Lisa♡
2009년 2월 27일 at 1:30 오전
진아님도 병 좋아하는구나.
저도 병이랑 종이박스 양철통 이런 거 무지 좋아해요.
저 병 들은 스타벅스에서 사먹은 병 두개하고(아들이)
일본 수퍼에서 훔친 우유병 두개
그리고는 벼룩시장에서 산 것 들이지요.
1불씩 주고…
다음에 넓은 집 가면 초대하세요.
병 1개 사갈께요..ㅎㅎ
t루디
2009년 2월 27일 at 1:50 오전
정확하게 어디서 P턴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실수 할때는 돌아 삐리지롱~~~
네비 넘 믿을게 못되요…
어제 통쾌한 일 없었어요?
있었다고 들었는딩… ㅎㅎ
Lisa♡
2009년 2월 27일 at 2:19 오전
트루디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추지 마세요.
후후후…
1차선에 있다가 다시 기어나와야 할 때
대략난감하지요.
佳人
2009년 2월 27일 at 4:28 오전
꼭 배꽃이 떨어지듯 웃음을 쏟아내는 분들이세요.
그 나이에(?) 그렇게 사춘기 소년소녀들 처럼 웃으며 노는 분들
참 드물게 봐요.
한 편^^ 신선했어요.ㅎㅎ
리사님의 팽팽피부 이유를 알겠어요.
억지라도 웃으라는데 절로 그렇게 배를 잡으며 웃으니
웃음도 웃어야 또 웃음이 나오는 가봐요.
어떤 땐 웃음이 힘들 때가 있더라구요.
모쪼록 쓰리비원에이 모임이여 영원하길요~
Lisa♡
2009년 2월 27일 at 7:22 오전
기인님.
척보니 순수헤뵈죠?
참 좋은 사람들이예요.
웃음이 왜그리 나오는지는 겪어보면 알고
또 코드라는 게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알아부는 웃음, 알아주는 이야기, 통한다는 게
그런 거 어닐런지요.
Beacon
2009년 2월 27일 at 10:58 오전
필름 끊기기 시작하면 알콜중독 시초라 그러더군요.. 의학적으로.. !!
뭐 글치만 그리 따지자면 술 쫌 마신다는 사람치고 알콜중독 아닌 사람이 있나.. 걱정마샴,,
네비 그거이 가끔 황당한 짓거리를 할 때가 있지요?,, ㅎㅎ
Lisa♡
2009년 2월 27일 at 11:04 오전
비컨님.
술에 대한 격려인가요?
큭큭..
네비가 제대로 업그레이드가 안된 건가봐요.
노을
2009년 2월 27일 at 11:16 오전
언제 읽어봐도 단숨에 끝까지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낼수 있는지 감탄합니다.
백작
2009년 2월 27일 at 11:30 오전
버스전용차로에서 배째라~그냥 유턴하다가 경찰에 딱 걸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자가운전자들에겐 버스전용차로제가 조금 불편하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빠르고 좋다고들 한마디씩….
요즘은 저두 버스타고 다니는 족이라 일단 버스편…ㅎㅎ
백작
2009년 2월 27일 at 11:32 오전
1A를 3B가 적당히 깔아뭉개면 완존 삐지실텐데..
소심 ㅅㅇ ?
백작
2009년 2월 27일 at 11:35 오전
역시 Lisa♡님….짱..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즐기시라는 명언에 충실하시니….
그래도 술은 적당한게 좋으실듯..후후.. -어느 경험자의 한마디-
화창
2009년 2월 27일 at 12:22 오후
나도 A형 인데……….
Lisa♡
2009년 2월 27일 at 1:21 오후
노을님.
히히히…진짜 일상적인 그냥 이야지 맞아요.
놀라지 마요…
Lisa♡
2009년 2월 27일 at 1:23 오후
백작님.
크크크….
맞아요, 버스전용차로제 저는 당연히 환영입니다.
그런데 그 마포 거기는 좀 실패작인가봐요.
다른데는 다 너무 잘 되고 있어요.
교통신호체제탓인 거 같아여~~
소심 ㅅㅇ이 본래 잘 삐지는데 그게 그의 매력입니다.
삐져도 금방 원위치해요.
술마시다가 먼저 간다하면 그냥 그런갑다 하고 있으면
화장실갔다 바로 들어와요.
요즘 적당히 그러는 중입니다.
Lisa♡
2009년 2월 27일 at 1:23 오후
화창님.
그래서 제가 화창님 좋아하잖아요.
김삿갓
2009년 2월 27일 at 7:33 오후
리사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는 전용록이 부른 저녁놀 이란 노래 같은데 그딴 노래도 뽕짝에 들어 가나요? 너무 뽕짝 구박 마소. 나처럼 타향살이 하는 사람들은 뽕짝
노래 들으며 음미를 한다오. 그래도 모니모니 해도 뽕짝이라면 이런 수준 정는 되야…
"만지며언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터지는 화산처럼…봉선화아 여언저엉!!!"
"쪼우타!!! 부어라 마시어라! 이별에 공항!!! 밤깊은 마포종점 갈곳 잃은 나…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아롱거려" 암튼 40여년전에 미국 첨 와서 한국이 있는 태평양 끝을
바라보며 나훈아 씨가 불렀던 머나먼 고향 이란 노래를 음미 하면서 마음을 달랬던
적이 있는 저는 현제 까지도 뽕짝을 지지 합네다. 그런데 세월이 약인지 아님 인간이
간사 한건지… 이제는 서울에 있을땐 이쪽을 바라보며 저니스 가 부른 When the night
goes down in the city 란 노랠 들으며 음미를 하게 되였네요. 자고 일어 나시면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요…. 구~우벅!! ^________^
t루디
2009년 2월 27일 at 9:04 오후
그 동네가 바로 "도화동"?
맛있는 곳이 의외로 코앞에 있었나봐요..
건성건성 읽었다가 다시 읽고 있네요.
Lisa♡
2009년 2월 27일 at 11:44 오후
삿갓님.
언제까지나~~언제에까지나~는 해운대 엘레지라고…
트로트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사에 곡이지요.
저는 늘 가사를 다 잊는 통에 제대로 다 외워 쓰기가 그러네요.
트로트 좋아합니다.
상당히// 걱정마세요..마포종점이나 앵두나무는 제가 가끔 부르기도 하지요.
울엄마가 다리미질 할 때 늘 부르던 나훈아 노래도 녹슨 기찻길이던가 그래요.
부어라, 마셔라 하니까 내가 어릴 때 읽던 만화책에 나오는 한 장면이 생각나요.
그 만화책 한 권이 우리남매 6명이 크면서 읽어왔던 한 권의 만화책이라는 거..
몸이 좀 편치 않아서 종일 집에서 몸을 보하고 있답니다.
밤에도 밤새 기침했네요..땀도 흘리면서..
Lisa♡
2009년 2월 27일 at 11:46 오후
트루디님.
도화동에 배꽃밭이 아직 있나요?
우리동넵니다.
그리고 그 집 맛있는지는 아직 확인이 안들어갔습니다.
좀 지저분한 곳으로 보이는 그런…가건물이 있어요.
기대하지마세요.
마포에는 본래 무지 맛있는 집 많아요.
흙둔지님 블로그에 가보세요.
ariel
2009년 2월 27일 at 11:56 오후
어제 나도 마포에서 혼자 쑈 했는데..
여의도 가는데 길이 엄청 막이지..
7시까지 늦지 않고 도착해야 하는데
더 큰 문제는 휘발류가 없다고 빨간
불이 집 나갈 때부터 켜졌는데 전화
받다가 마지막 주유소를 지나고..ㅋ
마포대교위에서 자동차 서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나를 보고.. 아휴
보통 때는 저렇게 애절하게 기도 안
하는데 하며 창피하더라고요..ㅋ
Lisa♡
2009년 2월 28일 at 12:58 오전
아리엘님.
가는 길도 막히는군요.
어딜가나 교통지옥이라
정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단
생각자주 들어요.
그리고 요즘은 자주 그러고 있구요.
ㅎㅎ…
Elliot
2009년 2월 28일 at 2:18 오후
난 O형인데….
누가 묻기나 했냐구여?
아녀…. 술 쎄다구 자랑하시길래 난 머 자랑할께 없나 암리 생각해 바두
떠오르는 건 없구 해서 걍…. ^^
Lisa♡
2009년 2월 28일 at 3:37 오후
엘님.
B형이 O형한테는 꼼짝 못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울 아들이 그러기를 혈액형은 사실 과학적인 근거루다가
아무 입증된 바가 없다고들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