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라온제나(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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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 H 가 울며겨자먹기로 펜션을 샀을 때 과연 쟤가 펜션을 할 수 있을까..했다.

자기랑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표현을 들을 때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펜션.

내 오랜 그녀, 결벽적인 그녀, 자질구레하게 깔끔한 그녀가 하는 펜션 라온제나.

오공이 딸을 대학에 넣고 이제야 살 판 났다며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가자.

바로 그녀의 펜션이 떠올랐다.

거제도에, 근처에 통영까지..오공아, 우리 거제도갈까?

어떻게 자기의 마음을 아느냐면서 예의 그 시끄러운(?) 목소리로 지저귄다.

친한 분이 얼마 전 통영을 다녀왔는데 자기도 근처로 가고팠다는 것.

느긋한 아침에 우체국도 다녀오고, 나름 서두르면서11시30분에 출발했다.

물론 10시부터 떠나자고 기다린 오공은 늦어서 초조했겠지만 난, 그날 아침에 계속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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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살짝 라면으로 휴게소 신세를 진 우리는 3시 반 경에 거제도에 도착했다.

모르긴해도 숨어서 찍던 경찰의 속도계에 한 번 정도는 걸렸을 걸?

처음엔 버스를 탈려고 그랬다.

그런데컨디션도 안 좋고 남부터미널까지 간다는 게 여간 번거롭지 않을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차를 탄거지…

마냥 신난 오공은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면서 자주 자제를 하는 듯 가다듬는 모습이 자주..

오른 쪽 귀가 아팠다면 누가 운전을 했는지 알고도 남는다.

뭐..허리가 아프다는 그녀는 신경통은 신경을 쓰면 그 부위가 아파온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래서 운전을 못한다는 거다)

120-130을 기본으로 밟으며 좌석을 따땃하게 하면서 남쪽으로 향하는 길엔 봄이 와글와글

숨어서 지네끼리 떠들고 있었다.

아마 소근소근~와글와글하면서 올라오고 있을 거라고 오공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남의 이야기를 절대 건성으로 듣지않는 오공은 아마 내 얘기를 귀담아 다 들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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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잔디를 깔고 있는 라온제나.

보는 순간 오공과 나의 동공확대,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면서 흥분의

강도를 약간 더 고조시키는 그녀의 펜션이었다.

츄리닝 바지에 합성털이 달린 청자켓을 입고 할머니형 니트모자를 쓴 그녀는

비시기 쪼개면서 나타났고 순디 중에 순둥이 결정체인 그녀의 남편은 허름하고

인상좋은 농부가 되어 예쁜 베짱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 부부에게선 그 어떤 악의 기운도 사라져 버릴 분위기다.

다같이 핑크, 주황, 연두, 파랑, 보라..등등으로 꾸며진 방을 구경하고 아직

성글은 창고같은 느낌의 까페를 놓고 오공마저 머리를 조아리며 연구에 들어갔다.

가자마자 연구라니…쉬러간 거 아니야?

여기엔 캐노피를 씌우고 저기엔 다시 액자형의 메뉴판을 그리고…단지를 놓고..

그러면서 그녀의 딸 고은이가 타주는 카라멜 마끼야또를 홀짝 거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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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쪼갤수 있는 한 다 쪼개서 쓰기로 유명한 내가 버럭 나가자고 제안.

그녀와 오공을 달고 걍~ 나왔다.

청마생가는 문이 잠겨있고 바다의 첫대면 바람은 세찼다.

인적마저 드문 길 위에서 폐교가 갤러리로 서있는 걸 발견.

월요일은 휴관이라는 걸 달콤한 언어들로 허락시켜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두자매가 하는 갤러리.

확연하게 다른 두 자매의 그림 앞에서 잠시 싸아한 느낌을 받다.

브로셔를 챙겨주시는 엄윤숙 화가의 무표정한 유우머에 살짜기 웃다가

그녀의 시큰둥하면서도 따스한 설명을 듣고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바람속으로 나왔다.

장작이 쌓인 허름한 담벽을 찍으려고 차를세우고 굴껍데기 쌓아 논 어촌의

막바지길을 가다가 돌다가 꾸부리다가 우린 다시 원위치하기로 한 언덕배기로 오른다.

멀리 갈색들의 논들이 꿈틀대며 땅에서 솟아오르는 기운을 가라앉히느라 열중이다.

바다는 바람만을 내몰며 조용히 평화를 내세운다.

양식을 하느라 쳐놓은 부산물들이 빽빽하게 떠있는 바다에게 미안하기까지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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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올리겠지만

뿅~간 거제도 식당.

한 끼에 두군데 식당을 갈 수 없게 만든 건 누구야?

막썰이횟집을 그녀의 식구셋과오공과 나..이렇게 5명이 갔거든..

7만원짜리 회를 시키길래 누구 코에 붙이려고..? 했다.

남을 뻔 했다.

무자비하게 먹어치우는 나와 오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는 남을 뻔 했다.

100% 자연산을 목에 힘주며 외치던 그녀의 남편은 대작할 기회가 왔다면서

소주를 연거푸시켰다.

거기에 술마시는 사람 둘 밖에 없었다.

곁들여 나오는 음식 이 집와서 안먹어 본 사람은 말하지마—–진짜다.

본래 맛집이라면 빼먹지 않는 내가, 먹성좋은 내가, 맛을 밝히는 내가 (랩으로 읽어주삼)

사냥개적인 미각본능으로 말하건데 앞으로 내가 추천할 집 5군데 정도..별 5개다.

착한 가격이다.

소개하는 시방도 33하게 떠오르는 눈웃음.

만족시런 밤이었던 건, 바로 식당이 주는 만족감 때문이라면 내가 먹보라는 게 들통나는 건가?

암튼 여행의 만족도 중에 하나는 먹거리인 걸~~

그날밤 초록방에서 오공은 뜨신 방다박에서 나는 공주처럼 침대 위에서 따로 잤다.

32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3월 5일 at 1:28 오전

    그럼요..여행의 만족도에 음식도 있는걸요..것도 비중이 큰것이지요 ㅎㅎ

    거제도..음식맛집..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열심히 메모해야 하거든요..
    석찬이,준혁이 통영,여수,담양 캠프다녀왔는데..통영에서의 식사도..여수도..
    남해 ..그곳 식당에서 했다는데..접시깨끗하게 비워왔다고 자랑했답니다.

    오공님과의 봄여행..이제 시작이신거지요..ㅎㅎ   

  2. Lisa♡

    2009년 3월 5일 at 1:32 오전

    진아님.

    거제도 가실 때 말씀하세요.
    제가 친구네 소개해줄께요.
    그리고 버스타고 가면 마중나오라고 할께요.
    맛집은 기대하세요–메모 준비하시구요.
    통영도 소개할 집이 또 있구요.
    오미사꿀빵도 소개해야하고…..잔뜩 사왔는데
    언제 다먹나…에휴!~~~가까우면 좋은텐데.

    댓글 기다리고 있다가 준비땅~하고 다시는 것 같이 빨라서
    —-ㅎㅎㅎ—–깜딱이야~~수준이예요///캄사!   

  3. 슈에

    2009년 3월 5일 at 1:48 오전

    펜션이름이 특이해요…ㅎㅎ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혹시 알아요?

    연두색 룸이 정말 상큼하네요……!!

    요즘은 환율로 국내여행을 많이 한다니 펜션사업하시는분들 괜찮을것같아요.

       

  4. Lisa♡

    2009년 3월 5일 at 2:02 오전

    슈에님.

    라온제나라는 이름은
    순우리말로 ‘즐거운 나’ 라는
    뜻이랍니다.
    제 친구도 저 닮아서 아주 독립적 사고를
    가졌지요?
    자기 위주이니까…이름이요.

    방마다 색이 이쁘고 전경이 좋아서
    흠뻑 취했었답니다.
    거제도 여행 추천하고프네요.
    한국오시면요.   

  5. 도토리

    2009년 3월 5일 at 3:00 오전

    가고 싶어요.
    헌데 4시간밖에 안 걸렸단 말이예요???
    ..
    지금 남푠한테 전화 걸어서 가자고 거제도 가자고 가자고.. 그랬음..ㅎㅎ    

  6. 흙둔지

    2009년 3월 5일 at 3:44 오전

    여행시 음식이 마음에 안들면 앙꼬빠진 진빵이지라~
    거제도 여행가시는 분들께 추천 많이 하셔유~
    지는 갈수가 없씅께… ㅠㅠ

    그런데 요즈음 펜션하시는 분들 무지 힘들다고 하던디…
       

  7. 광혀니꺼

    2009년 3월 5일 at 4:14 오전

    올여름 휴가를
    거제로 잡앗는데…

    저기 오래된 그 분 팬션 소개해주세요~
    ^^*

    그리고 은제 올라왓어요?
    ㅎㅎ

       

  8. Beacon

    2009년 3월 5일 at 4:21 오전

    33하게 떠오른다는 그 눈웃음이 내 눈앞에 33하게 떠오릅니다..   

  9. 뽈송

    2009년 3월 5일 at 5:14 오전

    나도 오래 전 그 곳에서 삼성 조선소 만들 때
    한 2~3년 살았는데 다시 가보고 싶네요.
    그 때는 거제도 곳곳을 손금 보듯 했었는데
    지금은 엄청 많이 변했겠지요?    

  10. shlee

    2009년 3월 5일 at 6:17 오전

    ^^
    나 언제나
    가고 싶다고
    라온제나
    마음대로 해석 했는데
    즐거운 나로구나~
    이름도 예쁘고
    집도 예쁘네요.
    봄바람 먼저 맞고
    맛있는거 잔뜩 먹고
    조케따~~~
       

  11. 왕소금

    2009년 3월 5일 at 6:55 오전

    막썰이회라니 군침이 돕니다.
    가지런히 썰어 놓은 회도 좋기야 하지만 되는 대로 썰어 놓은 회가
    더 입맛을 끄는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얼마나 또 불어났는감?ㅋㅋ    

  12. 데레사

    2009년 3월 5일 at 8:00 오전

    라온제나가 그런뜻이군요.
    어쩜 까르페디엠과 어울리는 단어 같아요. ㅎㅎ

    거제를 가셨네요.
    동백은 피었을지도…..   

  13. 보미

    2009년 3월 5일 at 8:14 오전

    좀 쉬지 않으시고
    곧 바로 땡 여행기 출발 하셨네요

    거제도 패션 핑크방 이용 한번 해야징 ^0^   

  14. 佳人

    2009년 3월 5일 at 8:34 오전

    저도 2년 전인가 통영, 거제 다녀왔는데
    보통 거리가 아니던데 그 길을 운전하고 가셨다구요?
    와~ 하여간 대단한 체력이세요.

    친구분이 하는 펜션이 정말 예쁘네요.
    우린 그 때 거제를 비가 와서 드라이브만 했었는데
    돌아오는 내내 바다가 눈 앞으로 밀려오는 기분이었었어요.
    산새도 깊으면서 바다도 함께 있는 거제도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좋은 분과의 여행도 아주 행복하셨겠고
    거침없는 오우케이 리사님이니 주변 분들이 그리 좋아하시나 봐요.
       

  15. 네잎클로버

    2009년 3월 5일 at 8:41 오전

    리사님, 잘 다녀오셨군요.
    근데 몸도 안좋으시면서 장거리 운전까지~!
    그래도 그편이 번거롭지 않아서 편한 것도 있지요.. ^^

    친구분의 센스있는 손길이 느껴지는 초록방도 이쁘고,
    핑크, 주황 등등 다른 색 방들도 궁금하네요.

    언젠가 거제도 가게 되면
    꼭 그 펜션 가볼께요.

    피곤하실텐데도 즐거웠던 여행기 올려주셔서
    덕분에 같이 상쾌한 기분이 됩니다~ ^^   

  16. douky

    2009년 3월 5일 at 8:50 오전

    새글 소식 없으셔서 ‘여행 가셨나…’ 했지요 ~
    역시….

    봄소식이 좀 더 많이 당도했을 남쪽 거제도…
    좋으셨겠다 ~~

    방마다 색을 달리 정하고 따라서 분위기도 다를 아늑한 방들을 떠올려봅니다…
    외관도 깨끗하고 단정해 보이는 것이…
    강추하시는 횟집도 가고 싶고…

    문제는 리사님같은 기동력이 영 부족이라…

    그래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이쪽으로 여행가게 되면 꼭 이용할께요 ~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   

  17. 수홍 박찬석

    2009년 3월 5일 at 12:53 오후

    한 번쯤 가 보고 싶네요.   

  18. Lisa♡

    2009년 3월 5일 at 1:52 오후

    도토리님.

    그냥 보통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천천히 가면 5시간 30분 걸리고 리사속도로
    밟으면 4시간~4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저 경우에는 네비가 말하는 곳에서만 속도를
    맞추고 보통 때는 120이상 밟아서 갔어요.
    차는 하나도 막히지 않구요.
    거제 5군데 맛집 올릴테니…꼭 가세요.   

  19. Lisa♡

    2009년 3월 5일 at 1:53 오후

    흙둔지님.

    왜 못가신다는 거죠?   

  20. Lisa♡

    2009년 3월 5일 at 1:53 오후

    광여사 당연하지…

    소개라니 무조건 강추지…   

  21. Lisa♡

    2009년 3월 5일 at 1:54 오후

    비컨님.

    거제도찍고 부산찍고 대구로 갔어요.
    제가 그랬어요.
    비컨님 생각난다고…본적은 없으나
    알고있기에…히히   

  22. Lisa♡

    2009년 3월 5일 at 1:55 오후

    뽈송님.

    그러셨군요.
    대우조선소랑 조선소는 거기에
    다 모여있지요?
    많이 변했을 겁니다만 저는 구 거제시가쪽으로만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ㅎㅎ   

  23. Lisa♡

    2009년 3월 5일 at 1:56 오후

    쉬리님.

    저도 이름이 처음에 나언제나 로 생각되더군요.

    그런데 즐거운 나라고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하니

    더 예쁘게 느껴지지요.

    한국오시면 놀러 가세요.   

  24. Lisa♡

    2009년 3월 5일 at 1:56 오후

    왕소금님.

    2-3 정도?
    오늘부터 도로 빼는 중…   

  25. Lisa♡

    2009년 3월 5일 at 1:57 오후

    데레사님.

    저도 까르페 디엠이랑 이름이 비슷하다고 느꼈답니다.

    동백은 지금 한창…
    3월 중에 동백질 때 지심도가려고 거제도 다시 갈 생각이랍니다.   

  26. Lisa♡

    2009년 3월 5일 at 1:58 오후

    보미님.

    한 편쓰고 약속이 되어있어서
    부지런히 나갔지요.
    지금 들어왔습니다.   

  27. Lisa♡

    2009년 3월 5일 at 1:58 오후

    가인님.

    다음날 비가 왔다는 거….   

  28. Lisa♡

    2009년 3월 5일 at 2:00 오후

    네클님.

    저 오늘 비오는 광화문에서
    프로스트 vs닉슨을 봤습니다.
    아주 괜찮은 영화입니다.
    강추!!!!

    이상하게 안 피곤하네요.
    제가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29. Lisa♡

    2009년 3월 5일 at 2:00 오후

    닥희님.

    이 다음에 남편과 두 아드님 모시고(?)
    다녀 오세요.
    정말 가볼만한 곳이랍니다.   

  30. Lisa♡

    2009년 3월 5일 at 2:00 오후

    수홍님.

    가시면 사진찍을 거 많답니다.   

  31. 김삿갓

    2009년 3월 7일 at 8:00 오전

    와!! 지금도 멋진데 여름이면 더 멋지겠네요. 근데 이런데 남자 혼자 가도 되는건거요??
    숙박 요금은 어찌 되는지 궁금 합니다. 예약은 하루 이틀도 가능한지 아님 일주일씩
    해야 하남요? 와 저 초록방에서 함 자고 일어나 베란다 밖 에서 물가를 처다 보며
    헤즐넛이 살짝 첨가된 코나 커피를 마시며 공상을 하고 싶습니다. 근처에 보트나
    젯스키 렌트를 할수있는지도 궁금 합니다. 그리고 가는 교통편은?? 기차? 고속버스?
    이궁 궁금한게 너무 많죠?? 지송 합네다. 좋은 그림과 정보 읽고 갑니다. 행복한
    시간 되십시요. 구~우벅!!! ^______^   

  32. Lisa♡

    2009년 3월 7일 at 8:40 오전

    아………….삿갓님.

    다 올리거구요.
    나한테 맡기세요.
    오신다면 다 알려드릴께요.
    또 다른 곳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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