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4일 안동하회마을과 수레실(서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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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그녀를 위해 안동하회마을을 지겹지만 가기로 했다.

시간이 나면 영주 부석사도 보여줄 생각을 했다.

하회마을은 늘 가면 참 볼 것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뚜렷하게 건질 게 하나도 없다.

그런 장소를 절대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번만은 달랐다.

소소한 햇살 아래, 그녀와 속닥거리며 봄을 만끽하는 즐거움은 뭐에 비교할까.

평일의 한적하고 조용한 관광지에서 경상도 큰애기 둘이서 진지하게 지나 온 이야기를

주고받는 여유란 여행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는 가족사와 막내와 딸에게 엄마의 위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오공의 4남매는 이름이 갑, 을, 병, 정으로 지어졌다는 말에 그녀의 아버지가 얼마나

코믹한 성품이지를 알겠다며 웃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바깥에서 옷을 벗게 해서 먼지를 털고 들어오게 하던 울엄마이야기도

참 가당찮은 옛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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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은 류씨 일가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는 것쯤은 거의 다 알리라.

낙동강이 동그랗게 주머니처럼 감싸고 도는 독특한 지형의 동네다.

지나치게 자연스런 맛이 사라진 일부러 형성해 놓은 민속촌의 기운이 넘치는

그래서 가도 크게 감흥이일지않는 그런 곳으로 여기고 있다.

안동 간고등어, 탈, 헛제사밥, 영국여왕방문등이 유명하다.

넉넉하게 출발한 건 신혼부부 그들이 아침에 출근을 하고 우리끼리 빈집에 남아

수다를 떨다가 보니 그만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간 것.

그때서 출발했으니 우리가 영주로 가는 건 무리였다.

내게 있어 부석사는 각별하다.

갈 적마다 늘 새로운 기분과 놀라움과 그윽함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량수전을 그냥 넋을 놓고 바라만 봐도 좋은..

하지만 가보지 못한 채 말로만 생색을 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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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서 오포를 네비게이션에 찍었다.

마지막 만찬을 나와 함께 하고 헤어지겠다는 그녀를 어째 그냥 보내~

게다가 10시에 아점을 먹고 말았으니늘어난 위는 채워야겠고

그녀에게 마지막 감동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 아닌 책임감에 오포로 향했다.

언젠가 소개한 수레실가든.

미리 전화로 예약을 했다.

올라오는 길은 3시간30분이 걸렸다.

저녁시간이라 경기도에 접어들면서는 막히기도 했다.

오는 차 안.

오공의 에피소드를 듣는 재미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녀는 재간군이다.

피아노 잘 쳐~ 이야기 잘 해~ 글 잘 써~ 목소리 커~ 긍정적인 마인드에~

서로의 칭찬에 깔깔거리면서 파이가 아주 부러워 배가 아프겠군~ 하면서

날아왔다.

이 코스를 외국에 계신 분들이 한국을 찾을 때 안내하는 코스로 올리자는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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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서 삼겹살 3인분을 먹었다.

그리고 복음밥 구어서 일인분.

졌다.

오공은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더 이상 맛있다는 감탄을 창피해서 못하겠다면서 큰 눈을 더 치켜떴다.

아…이 만족감!!

참으로 작은 것들에 만족하는 나의 이 착한 심성을 어찌할꼬.

군고구마만은 절대로 결코 먹을 수 없었다.

아줌마의 근성을 발휘 싸달라고 했더니 바로 싸준다.

각각 3개씩 포장~~

거기서 우리집까지는 30분..

우리가 쓴 돈은 일인당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푸지게 먹고

남아서 공금으로 빵까지, 곶감까지 살 거 다 사고 일인당 169000원.

남는 장사인가?

둘 다 계산에는 젬병이니..총무도 같이 했다면 말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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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도 많았다.

동전 던지는 출구 앞에서 동전이 없어서 쩔쩔매던 일.

다음 출구에서는 동전을 바꾸고는 낸 줄 알고 그냥 지나려고 했던 일.

처음 보는 내 친구 내외 앞에서 오공의 목소리가 너무 커져서 꼬집던 일.

먹는 것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던 우리.

그냥 구경하러 들어 간 영하누비에서는 여름인견 이불을 다 사고만 일.

오미사꿀빵 집에서는 꿀을 바르지 않은 빵은 안판다는데 굳이 그 빵을

팔라고 성화를 해대던 오공.

동피랑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낀다고하자 여기에 살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허영이라고 면박을 주던 오공.

수다를 떨다가 지나칠 뻔 했던 수많은톨게이트들.

환율얘기만 하면 귀를 막던 나.

그녀의 추억을 진정으로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은 좋은 것이다.

집에 드니 밤 9시다.

23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09년 3월 5일 at 6:33 오후

    사진에 있는 분이 리사님~~~ 앉아 계시는 모습이 넘 초롬이 예쁘보이시네요,ㅎㅎ
    역시 멋있어요.삼결살 3인분은 심하셨다,ㅎㅎ
    글을 읽다보면 저도 따라갔다 온 듯,…. 해요.
    담에 저도 꼽시리 좀 안되나…..요   

  2. 나를 찾으며...

    2009년 3월 5일 at 6:36 오후

    안동 하회마을을 저도 한 번 가본적이 있어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가고 난 뒤에요… 아마 시골 내려가다 시간내어 일부러 울 아이들 보여 줄려고요…담 또 들러서 재미난 애기 많이 보고 가겠슴돠~~~`   

  3. 흙둔지

    2009년 3월 5일 at 8:48 오후

    아무리 시간이 없었어도 부석사는 들렀어야 금상첨화였을텐데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움 절을 꼽으라면
    아마 부석사가 1등하지 않을까요?
       

  4. Lisa♡

    2009년 3월 5일 at 11:02 오후

    나를….님.

    저 사진 저 아닙니다.
    오공이라는 사람이구요.
    참고로 저랑 조블에서 친해진 아줌마지요.
    오공하고 파이라고 약사있어요.
    우리가 3총사지요.
    온라인을 통해 친해지기 어려운데 딱! 보는 순간
    인연이 될 줄 알았던게지요.
    오공과 저는 비슷한 부분이 많고 동향이고
    둘 다 목소리가 크고 시끄럽다는 게 공통점이랍니다.
    ㅎㅎㅎ….   

  5. Lisa♡

    2009년 3월 5일 at 11:02 오후

    흙둔지님.

    당연하지요.
    제가 젤로 좋아하는 절이 부석사이고
    그 다음이 선암사거든요.
    정말 가고싶었고 오공한테 보여주고팠지요.
       

  6. 八月花

    2009년 3월 6일 at 1:17 오전

    동피랑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자 여기에 살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허영이라고 면박을 주던 오공.

    절대공감한다고.
    나중에 전해주시믄…
       

  7. Lisa♡

    2009년 3월 6일 at 1:31 오전

    지금 이미 전해졌을 겁니다.

    봤을 거예요.

    그리고 날더러 시장에서 살맛을 느끼다고 하니
    직접 시장에 살으라고 그러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 한다고 또 면박을~~

    아—예~~그런 말도 못합니까.
    언론의 자유 아닙니까?

    저는 진짜 옛날 골목이나 허름한 판자집
    오래된 시장 그런데서 삶의 기쁨이나 유년을
    느끼고 힘이 나요~~어쩌라구요~~ㅋㅋ   

  8. Beacon

    2009년 3월 6일 at 2:25 오전

    오공님두 경상도 아짐이었어요?,,

    글구 옛날에야 아이들 이름에 갑을병정,, 많이들 썼어요..
    일이삼사도 있는데 뭘,, ㅎㅎ   

  9. 왕소금

    2009년 3월 6일 at 3:25 오전

    저기 앉아 있는 여성이 리사님 아닌 것은 확실하고…
    그라믄 본드걸 오공인감?ㅋㅋ

    즐거웠던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늘 그렇게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 되시길…^^   

  10. 김진아

    2009년 3월 6일 at 5:32 오전

    오공님…이쁘세요…소녀같으세요…*^^*

    꿀을 바르지 않은 빵을 팔라고 하시는 모습에서..
    사차원의 소녀같은..ㅎㅎ

    좋은 여행이셨어요…   

  11. Lisa♡

    2009년 3월 6일 at 9:19 오전

    비컨님.

    부산이예요.
    시끄럽고 솔직하고 순수한 부산여자.
    일이삼사 ?
    일식, 이식….?
    크크크—   

  12. Lisa♡

    2009년 3월 6일 at 9:20 오전

    왕소금님.

    어디 보낼 사진이라 컨셉 잡는데
    시간 좀 걸렸는데 저 사진만큼은
    내가 살짝 찍은 거지요.   

  13. Lisa♡

    2009년 3월 6일 at 9:21 오전

    진아님.

    사진이 다가 아닙니다~~~흐흐흐.
    4차원은 접니다.
    오공은 꿀빵을 달을까봐 걍 안바른 빵을
    팔라고해서 주인 할머니한테 고함소리
    들었지 뭐예요.
    저는 거기 앉아있는 귀도 안들리는 할머니한테
    말 붙였다가 말을 못알아들어서 혼났어요.
    고함치느라~~크게 얘기해야하니까.   

  14. 슈카

    2009년 3월 6일 at 12:22 오후

    친구들과 학교 졸업 후 안동으로 1박2일 여행을 갔었는데요(10년도 더 된 일),
    다른 어떤 추억보다도 김치찌개를 해먹으려고 어느 슈퍼에서 참치캔을 하나 사고 사정해서 그 집 김장김치 한 쪽을 사서 김치찌개를 했는데
    세상에 세상에 그렇게 맛없는 김치는 처음 먹어봤다는 거예요.
    시내 식당에서 먹은 밥도 맛이 없었어요. 짜고 달고 닝닝하고… 그렇게 다양하게 맛없는 음식은 처음이었다는 슬픈 추억이 떠올라요.

    음식을 떠나서는 괜찮았어요^^   

  15. ariel

    2009년 3월 6일 at 12:55 오후

    3시간 반 운전하고 돌아오는 여인…
    그 에너지가 부러움…^^

    나는 아무리 좋아도 귀찮아서 못 함.^^
    사대문 밖도 멀은데 무슨 안동..?ㅋ   

  16. Lisa♡

    2009년 3월 6일 at 2:59 오후

    슈카님.

    어머…저도 안동에서 밥먹은 기억은 별로예요.

    헛제사밥도 별로더라구요.

    그리고는 그렇게 먹어 본 기억도 없지만요.

    혹시 그때 배가 부르시진 않으셨는지요?   

  17. Lisa♡

    2009년 3월 6일 at 3:00 오후

    아리엘님.

    저는 체력 하나는 짱이지요?

    엄마가 잘 키워 주신 것 같네요.

    그리고 부모님께 고맙구요.

    정말 내가 봐도 대단한 체력이예요.   

  18. duky

    2009년 3월 7일 at 7:13 오전

    참 재밌게, 포근하게, 충실히 사는 분 같아
    리사님 포스트 읽는 마음이 참 좋습니다.
    가끔은 대리 만족도 하고 샘도 내고 그러면서요.

    나도 곧 그렇게 여유있게 내 나라 좋은 곳을
    내 좋은 친구들 하고 다녀야지 한답니다.

    그리고 부지런함
    진짜 감탄합니다.   

  19. Lisa♡

    2009년 3월 7일 at 8:39 오전

    듀키님.

    고맙습니다.
    저 돌아다니는데는 부지런합니다.

    대리만족하시구요..
    메모하셨다가 우리나라 방방곡곡 다 다녀보시길
    바랍니다.

    재미있거든요.
    거대하거나 자연적인 광활함으로 감동을 주는 곳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스럽고 좋아요.

    그리고 인정이 넘쳐요.
    시골로 갈수록~   

  20. 색연필

    2009년 3월 8일 at 1:34 오전

    리사님~^^

    안동에도 가셨군요^^
    저도 안동에는 몇년에 한번씩은 꼭 가게 되더라구요
    그나저나 구시장에 있는 선지국밥집
    <옥야식당>을 거쳐 오셨으면 완전 좋았을텐데..^^   

  21. Lisa♡

    2009년 3월 8일 at 2:18 오전

    앗…………몰랐네요.

    미리 물어봐야하는데.

    갈 줄 알았나…..ㅋㅋ

    담에 꼭 갈께요–하회마을은 다시 가고픈 마음은 없지만
    그 앞에 뭐 살 게 있는데 반드시 사러갈 것 같아요.
    그때 가죠~~   

  22. 비풍초

    2009년 3월 12일 at 5:20 오후

    오공님이 조블탈출하고 자녀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안동까지가서 수다라… ㅎㅎ

    하회마을에 그날따라 관광객이 밀어닥치지 않은 날이었나보군요…    

  23. Lisa♡

    2009년 3월 12일 at 11:00 오후

    비풍초님.

    올해 딸 대학 보내고
    어지간히 내기 어려운 시간낸 거지요.
    그녀 말입니다.
    조블의 글은 읽긴는 해요.
    그날 관광객이 다 도망가고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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