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7일 서울서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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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아는 사람과 마주칠 확률은 아주 적다.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영기언니의 딸이 친구가 하는 귀국독주회의

반주를 맡았는데 반주이긴 하지만 시누이랑 같이 가기로 했다.

마침 옆의 콘서트홀에서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연주가 있어서 비교적

복잡해뵈는 예당이었다.

연주회는 3시이지만 우리는 12시반에 미리 만났다.

클림트와 카쉬전을 함께 보기로 했던 것.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 선택한 것이 카쉬전이었다.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가서 두가지를 다 보거나 넓은 클림트전을 본다는 건 좀 무리였다.

나중에 보니 카쉬전만 보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카쉬전에서 오빠내외랑 마주쳤다.

오빠네도 클림트와 카쉬와 세종을 같이 보러왔단다.

중광의 사진 앞에서 웃던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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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는 예술의 전당에 있자니 많은 젊은 이들과 사람들의 모습에 흐뭇해진다

간간이 노랑머리도 보이고 점점 서울도 문화적으로 되어가나 싶어 즐겁다.

문화적인 구성요소가 많아지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가는 길같아서다.

리사이틀 홀에서 인터미션 시간에 밖으로 나오니 시누이의 둘째 동서부부랑 마주쳤다.

진짜 이상한 날이네~~

두 분은 서예에 남다른 조예가 있으신데 서예를 배우러 왔다가 공연이나 볼까하고

살피고 있던 중이시란다.

카이스트대 교수이시기도 한데 부부가 문화를 같이 즐기시는 게 취미란다.

^^*

이렇게 만나지는 게 참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마치고 누나랑 헤어지고 나는 다시 카쉬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까 제대로 못본 게 있어서 나오면서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인상착의를 잘 설명하고 나온 것.

감동을 받은 부분이 있는데 나혼자 그걸 다시 즐기고 싶었다.

사진에서 받는 감동이 이리 마음을 흔들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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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짜리?

그 정도 보이는 아이가 아슬아슬하게 걷는다.

예술이 따로없다.

아름답다.

퍼지는 주변의 웃음들도..

산들이 기지개를 편다.

바람이 차가운지 산들거리는지 구분이 안간다.

햇살은 퍼지는 모습조차 화사하다.

썬글라스를 낀다.

나를 다시 한 번 추스려본다.

헬렌켈러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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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책읽어 주는 남자를 봤다.

견디기 힘든 영화다.

도저히 나를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감정에 빠진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만은 그 속에서 주인공도 되었다가

그들 마음 속에 들어갔다가 젊으면 젊은 감정에 빠져 보기도 하다가

늙으면 나이가 주는 그 중력(?)과 거기서 얻는 평화에도 빠져 보다가.

내 친구가 그랬다.

랄프파인즈 조금밖에 안나오고 조연급이라고.

보는 눈이나 이해의 영역이 이리도 다름이 또 신기하다.

휴지 10장 정도 썼다.

잠이 쉬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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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을 빠져 나오는데 주차권에 도장을 안찍어 왔던 것.

P3 주차장이다.

티켓만으로 8000원이란다.

도장찍어오면 얼마죠?

4000원이란다.

높은 굽.

도저히 못간다.

그냥~~낼테니 조금만 더 깍아주는 방법이 없을까요?

주차하시는 여자분이 그럼 잠깐만요…

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어 나에 대한 설명을 한다.

4000원으로 낙착봤다.

"어머..서울서 이렇게 친절하게 시간걸려서 알아봐 주시는 분 처음이예요.

정말 감사드리고 그 친절에 놀랬어요"

활짝 웃으며-진짜요? 어머 감사합니다. 다음엔 꼭 도장을 찍어 오세요~~네에~~

돈도 아끼고 일부러 전화를 걸어서 알아봐주는데 진짜 속으로 놀랬다.

미국의 경우는 그런 일이 자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었다.

물론 내가 당하는 일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비교적 경험에 의하면이다.

기분이 유쾌해졌다.

뭐든…조그만 일에서 기분은 왔다갔다 한다.

즐거운 주말~~~^^*~~~

26 Comments

  1. 왕소금

    2009년 3월 8일 at 4:25 오전

    리사님과 왕소금이 서울에서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답:꽁
    이유:서로 얼굴을 모르니까ㅎ   

  2. Lisa♡

    2009년 3월 8일 at 5:13 오전

    맞따…..   

  3. shlee

    2009년 3월 8일 at 7:40 오전

    나랑 마주칠 확률…
    당분간 없음
    하지만 난 리사님의 얼굴을 아니까….
    만나면
    아는척 …
    ^^
    책 읽어주는 남자
    휴지 10장 또는 손수건 필요하죠?

    책은 봤어요?

       

  4. Lisa♡

    2009년 3월 8일 at 7:42 오전

    아니요–

    책 못봤어요.

    슬럼독만 사러 갔는데 안나왔더라구요.
    나왔구나…..일거야겠다.

    만나면 꼭 아는 척 하기.   

  5. Lisa♡

    2009년 3월 8일 at 7:49 오전

    쉬리님.

    올리뷰에 떠서 신청 처음으로 해봤어요.
    ㅎㅎㅎ—-   

  6. 슈카

    2009년 3월 8일 at 8:23 오전

    읽어내려오면서 기분이 깔끔해졌어요.
    뭐 그렇다고 읽기 전에 기분이 지저분했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 우연을 가끔 기대해요.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을-누구든지- 만나면 참 좋겠다고요.
    지하철 화장실 앞 이런데 말고 산책로나 전시회장이나 서점같은데서요^^
       

  7. Lisa♡

    2009년 3월 8일 at 9:09 오전

    슈카님 말대로 전시회장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더라구요.

    후후후…..우연이라는게 가만 생각해보면

    참 아름다운 그리고 묘한 것이네요.   

  8. douky

    2009년 3월 8일 at 10:16 오전

    저도 아직 클림트전 보기 전인데…
    카쉬전에도 관심이 가네요…

    예전엔 뭘 보고싶다 하면 바로바로 움직였는데…
    점점 시동이 늦게 걸립니다… 에휴~

    서울도 문화적인 도시가 돼가고 있다는 확인…
    작은 친절의 확인…
    두루두루 흐뭇한 봄날 보내셨네요 ~   

  9. cookie

    2009년 3월 8일 at 10:30 오전

    헬렌켈러 보러 다시 간거였구나,,,
    난 빨간 챙 모자 쓴 소피아로렌 ,, ^^
    카쉬가 소피아로렌 집에서 사진 찍던 날 막 학교에서 돌아온 두 아들에 대한 그녀의
    찐~한 애정에 감명 받았다지??
    화려한 그녀에게서 모성이 느껴지는 그 표정이 참 인상적이었지,
    시가를 뺏겨 잔뜩 찡그린 처칠,
    그 순간을 포착해서 "Life" 표지에 실리게 되고,,,
    카쉬의 인생 대역전!!
    그저 난~~~ 시가를 뺏었을 뿐이고~~~ ㅎㅎ   

  10. Lisa♡

    2009년 3월 8일 at 11:31 오전

    덕희님.

    그렇쵸?

    갈수록 느려지는 건 사실입니다.
    모든 게 느려져요.
    빠릿빠릿하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이젠 물 건너 갔네요.

    흐뭇한 봄날,,,,ㅎㅎ   

  11. Lisa♡

    2009년 3월 8일 at 11:32 오전

    쿠키언니…아니 엄마, 아니 누우나.

    ^^*
    그랬을 뿐이고~~
    맞다맞다 맞을 뿐이고~~
    아………..아버님 제사였어.
    이제 막 지내고 드라마 보는 중…

       

  12. 하라그랜

    2009년 3월 8일 at 12:55 오후

    "시누이랑 같이"란 문구
    뉴욕도 다녀오고
    설득하고 감화시키고 세뇌시키고……. 한 것 같네.ㅋㅋㅋ
    속된 말로 때벗이 하는 것 같은……^^   

  13. Lisa♡

    2009년 3월 8일 at 2:09 오후

    하라그랜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무슨 뜻인지 어려워요~~ㅎㅎ
    쉽게 설명해 주세요.
    네———   

  14. 하라그랜

    2009년 3월 8일 at 2:18 오후

    어려운 말 안 한 것 같은데^^
    전에 읽은 시누이에 관한 글로 내멋대로 생각하고 쓴 글ㅋ
    참 그 글이 사라진 것 같더군.   

  15. Lisa♡

    2009년 3월 8일 at 2:36 오후

    저 시누이는 사촌 시누이예요.

    그 글요..사라지지않앗는데요.

    부산의 시누이가 진짜 시누이구요.
    사촌이 가까이 살고 더 친해요.

    시누이라고 해봐야 부산에 한 명
    여기 나랑 친한 사촌시누이 한 명..

    그게 다예요..ㅎㅎ   

  16. 김삿갓

    2009년 3월 9일 at 2:35 오전

    옛날에 한번은 제가 친구들과 술집에서 무쟈게 취해갔고 술을 마시다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했는데 조명빨 때문에 잘 않보이는 멀리 컴컴한
    입구쪽에서 어느 이쁘여인이 들어 오는듯한…그래서 신나게 송골매가 부른
    "어쩌다 마주친 그대" 노랠 부르면서도 속으로 흐~음 꽤 괘않은 여자구나
    생각 하고 노래를 계속 불러 나갔었 었죠. 그런가 싶더니 이 여자가 점점 무대쪽
    으로 오는데 자세히 보니 옆에보니 어린 여자아이가 손잡고 따라 다니더군요.
    생긴것이 이쁜게 어디서 많이 본 여자 같다 하며 잠시 생각 했는데…. 으악!!!
    바로 제 마눌과 큰딸래미가 무대앞에 서서 제 노래끝나기를 기다리고…
    휴!! 마눌 한테는 비지니스상 관계자들 만난다 했었는데… 휴!! 암튼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당시 음주 운전 함 걸렸던 경험이 있던 저를 마눌이 밤 12시에 술집 앞에서
    픽업 하기로 되여 있었는데… 친구들과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느라 전화를
    해서 한시간 더 있다 오라 했었는데… 허허 마눌이 미리 그것도 술집까지 거기다
    어린 딸까지 들어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ㅋㅋ 머~어 저를 어찌 하려고
    들어온게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냄푠이 어찌 잘노나 그리고 본인은 들어 오고
    싶지 않았는데 딸래미가 들어가자고 했다네요, 언더 21 은 술집 못들어 오는데…

    그럼 좋은 하루 되시고… 낸중에 또 뵈유!! ^______^   

  17. 꾸몽

    2009년 3월 9일 at 3:17 오전

    예술의 전당…

    예전 남자친구의 데이트 장면을
    다른남자 손을 잡고 목격했었지요..

       

  18. Lisa♡

    2009년 3월 9일 at 7:53 오전

    삿갓님.

    갑자기 와이키키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분위기가 그랬을 듯.
    또는 코요테 어글리라든가.
    어쩌다 마주친 그대—-ㅋㅋㅋ
    암만봐도 예쁜 그대여—그대의 이름은 마누라!!
    누가 들으면 팔불출이라고 하겠지만 제 눈에는
    제 집 식구가 아무래도 예쁠 듯….눈에도 익었고
    더우기 딸까지…상상만으로도 즐거워요.
    언덕 21엔 술집이 못들어오는데 왜왜왜 있었대요?

    재미있었겠다….후후.
    갑자기 싫어하는 노래방 가고싶어지네요.   

  19. Lisa♡

    2009년 3월 9일 at 7:54 오전

    하이 꾸몽~~

    예술의 전당에는 조심혀서 가야겠네요.
    그런 아이러니한 장면이?
    세상에 뻘쭘했겠다.
    그래 남자친구 손잡길 잘 했네요.
    유치하긴 하지만…..ㅎㅎ   

  20. 도토리

    2009년 3월 9일 at 9:29 오전

    카쉬전.. 책읽어주는 남자…
    기억할 게 많아졌어요.
    자는 시동걸리는 시간이 더더더 많이 걸리는데..
    꽁찌로라도 보고야 말겠슴당..^^*   

  21. 하라그랜

    2009년 3월 9일 at 2:22 오후

    ㅋㅋㅋ
    헷갈려.^^
    내가 상상한 것은 부산의 시누이.^^
    올케란 글이 있었던 같은데. 아닌가? 그것과도 혼돈.
    Lisa가 광범위하게 글을 쓰는 통에 ^^
    이것으로 끝. 댓글 대지 말아요.   

  22. 김삿갓

    2009년 3월 9일 at 3:43 오후

    하이 리사님!!

    아 다시 읽고 보니 표현 부족이였나 보네요. 이쁜이 보다는 눈에 익숙 했던이 맞는것
    같음. 그래도 그때는 취하기도 취했었지만 결혼한지 얼마 않되었서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네다. ^_______^

    그런데 영화 와이키키, 코요테 어글리 무슨 영화 인가요?? 첨 들어보네요. 저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리사님은 와이키키 먼가 요상하네요. 이왕 말 나온김에… 1987년
    와이키키로 신혼여행을 갔었는데 신혼 첫날밤 마눌과 누구나 다 하는 볼일 (?) 을 일찌
    감치 보고 나니 ㅋㅎ 몇칠전 부터 결혼식 행사로 시달렸던 마눌이 피곤 했던지 밤 10시쯤
    되니 깊은 잠으로… 그때만 해도 매일 술을 퍼 마셨던 나쁜 습관이 있었던 제가 심심하여
    슬그머니 일어나 호탤앞 택시 타고 제일 잘되는 코리안 나이트로 가자고 하여 갔더니
    글쎼 송골매 전체는 아니지만 그 리드 싱어 (이름을 모르겠네요) 가 와서 신나게 어쩌다
    마주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이후로 그 노래를 부르게 되였죠. 신나게
    마시고 흔들고 새벽 3시쯤 호텔로 왔더니 마눌은 그때도 깊은 잠에 있어 담날 제가
    말을 해 주었습니다. ㅋㅎ. 파란 만장한 스토리죠??

    주무실때 좋은 꿈 꾸시고 아침에 좋은 시간 되십시요. 구~우벅!!! ^______^   

  23. 네잎클로버

    2009년 3월 10일 at 10:02 오전

    클림트 展도 카쉬 展도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네요. ^^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일단 책으로 읽고
    영화 무척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개봉하면 얼른 봐야겠습니다.

    강추하신 프로스트 vs 닉슨도 봐야하고
    보고싶은 영화가 수두룩하네요. ^^   

  24. Lisa♡

    2009년 3월 10일 at 10:30 오전

    저 슬럼독도 봤어요.

    대니호일감독이고

    정말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 보면 좋은 영화랍니다.

    인도만의 아름다움이랄까..그런 것도

    나오고 인도여행가서 목격한 많은 것이 나오네요.   

  25. 산성

    2009년 3월 14일 at 8:13 오후

    서울서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장소…
    정말 말 그대로입니다.
    희안하게도 오랜만에 만나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쉬는 시간에 일부러 휘~둘러 보기도 하고
    그냥 제 자리에 가만 앉아있기도 하고…^^   

  26. Lisa♡

    2009년 3월 16일 at 3:16 오전

    산성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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