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던 어느 영화에 머리 위로 대한항공 마크가
선명한 여객기가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고, 스파이더맨에서는 맨하탄의 그 유명한
광고판에 삼성광고가 그대로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다 일련의 광고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들었다.
요즘 심심찮게 한국말이나 한국조연들이 미국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더 레슬러에도 그렇고 얼마 전 보게 된 죽음의 핑퐁에서도 한국말 제법 나온다.
007에서 그랬듯 약간의 악의 무리에 끼는 한국인은 주로 북한군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오는 걸 보면 은근히 북한을 그렇게 여기는 모양이다.
별로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만 북한이 개성공단을 차단해버렸다니 거기에 남아있는
사람들 걱정이 된다.
이유없는 소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언젠가 일본여행에서 본 TV에서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오직 북한 뿐이다’
라는 남자 출연자의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낮으막한 산을 올랐다.
바람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다’ 라던 도종환의 시처럼 나무들도 흔들렸다.
내 마음도 바람따라자주 흔들리지만 언제나 확고한 건 변하지 않는다.
그 확고함의 바탕엔 교육과 내력과 명작들과 우정이 자리하고 있다.
고전 명작 외에는 읽지 않는다는 타블로라는 연예인의 말 인터뷰를 보았다.
자기가 출연하는 TV조차 보지 않는단다.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답하고 마주하진 않았지만 당당해뵌다.
스탠퍼드 대학이 주는 위력때문일까?
책은 진짜 고전명작만이 책이라던 어느 교수님 생각도 난다.
많이 멀어져 있는 현실에 나오는 요즘 소설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시대를 반영하는 소설도 읽어줘야 하지않을까?
흔들리는 나는 생각도 개념도 이성도 자주 흔들린다.
확고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
산에서 그 남자를 보았다.
거대한 체구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는 남자.
옷이라면 대형사이즈만을 입어야 하는 남자.
내 친한 친구의 남편이다.
부인이 나가는 게 싫어서 약사임에도 약국도 못하게 하는 남자다.
나와 만나는 몇 시간동안에도 전화가 불이 난다.
어디냐고? 누구랑 있냐고?
온 몸을 금으로 칠하고 100불짜리 달러로 도배를 해봐도 아무도 안데리고 갈 거다.
라고 내가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사업을 하다보니 술자리가 많고 그런 결과로 몸이 띵띵부알라가 되어있었다.
사업한다고 다 그러면 누가 사업한다고 나서랴?
암튼 그를 보면 괜히 심술이 난다.
평소에 마누라를 하도 가둬두니 그런 기분이 드는게다.
그 마누라도 가끔 짜증나게 한다.
부부는 닮아가는 부분이 있으니까—
경상도에서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밥알을 밥떠꺼리라고 하기도 한다.
밥떠꺼리 떨어졌다..머 이런 식!
나는 화가 나는 상대나 밉상이 있으면 귀여운 욕으로 밉상밥떠꺼리라는 말을 쓴다.
‘밉상 밥떠꺼리 같으니라구~’
이렇게 말이다.
아는 친구들은 알아듣고 까르르 뒤집어진다.
서울내기인 시누이가 그 말을 어디가서 써먹으며 나한테 배웠다고 하니 다들
웃느라 정신을 못차리더란다.
‘밉쌍 밥떠꺼리"는 되지 말아야한다.
그렇지만 아주 친한 주변사람들이나 오래된 친구에게 가끔 쓴다.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내색을 하지 않았거나, 무슨 뜻인지 몰랐거나 둘 중에 하나일 수도 있지만.
이쁜 아기를 보고 경상도에서는 아이고 밉쌍아~ 그런 말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말이지…적어도 밉쌍은 되고싶지 않다.
주로 하루 먹을 건 그날 사다가 다 소진하는 편이다.
미리 만들어 논 밑반찬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남편이 밉상?ㅎㅎ)
즉석요리를 해서 먹는 스타일이다.
오늘은 산에 다녀오니 시간이 어중간해서 그냥 냉동실을 뒤져
있던 매운탕거리랑 이것저것 끄집어내어식탁을 차렸다.
호박을 잘게 채썰어 일본게맛살을 실처럼 분질러서 계란에 섞어서
부침개도 하고두릎도 엮어서 부침가루를 묻혀서 전으로 두릎모양
그대로 부쳐서 반으로 잘랐다.
명란젓갈도 해동시켜 가위로 대충 썰어서 올리고 하니 그런대로
제대로 반찬 몇 가지는 갖추어졌다.
이렇게 하면 될 걸매일 수퍼를 드나드니 수퍼에서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인기는 내가 쓰는 주머니 사정과 비례할 때가 많다.
八月花
2009년 3월 15일 at 2:46 오후
명언이요..
그런데 주머니 아니구 얼굴보구 좋아하는 줄 알구..
ㅎ 그런 사람 여럿 봤어요.
Lisa♡
2009년 3월 15일 at 2:55 오후
팔월화님.
그런 사라미 많은데
자기도 잘 알면서
자기최면이랄까..그런 겁니다.
인간이란 게 본래 나약해서 그런가봐요.
저 자신도 자주 그런 꼴을 취하지요.
오드리
2009년 3월 15일 at 10:00 오후
주머니와 얼굴을 적절히 써서 인기를 얻으면 최상이지요.
리사는 둘 다일걸요.(웬 아부 ㅎㅎ)
Lisa♡
2009년 3월 15일 at 10:43 오후
오드리님.
때로는 아부가 더..진실같은 걸요.
오늘같은 이런 말은요~~
흙둔지
2009년 3월 15일 at 11:55 오후
꽃이나 나무나 흔들리지 않으면 바라다보기나 하겠습니까?
사람도 적당히 나이에 맞게 흔들려야 제격이지요.
그런데 밥떠꺼리? 재미있는 사투리입니다.ㅋ~
그리고 밉상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_^
왕소금
2009년 3월 16일 at 1:19 오전
책을 안 사는 것은 돈에는 왕소금이라 그런게 아니고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맨날 책이나 사면 돈만 없어지는 것이라
그렇지요.
고전…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책들이 명품인 셈이지요.
한 권을 잡고 세번 째 읽고 있는데도 아직도 가물가물하니
다 이해하기는 글러먹은 것 같고…
그래도 명품 책을 잡고 있으면 겸손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배우게 돼요.
그리고 지금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상들이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인지도 알게 되고
그것에 매달린 ‘나’ 자신이 얼마나 형편 없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도…ㅎ
Lisa♡
2009년 3월 16일 at 2:39 오전
적셔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적당히 적셔져야 그만큼 따스해지겠지요?
흔들려보지 않고 어찌 남의 마음을 알겠습니까?
햇볕에 그을려보지 않은 이가 햇볕의 소중함을 알기나 할까요?
사람에겐 다 거치고 지나야하는 과정이 있고 그래야 익어가는거지요.
흙둔지님 ..내 말 맞지요?
Lisa♡
2009년 3월 16일 at 2:41 오전
왕소금님.
제법 진지하게 책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시는군요.
왕소금님은 보아하니 꽤 완벽주의자이시군요.
뭘 하나를 알아도 엉성하게는 못지나치시는..
그러니까 깊다는 뜻도 되구요///좋습니다.
저도 한 권을 붙들고 3번 정도 내리읽는 미록 천천히라도..
그 정도의 애정을 소유하고 싶습니다.
오드리
2009년 3월 16일 at 2:53 오전
이런 밉상밥떠꺼리같으니라구…………..ㅎㅎ
Lisa♡
2009년 3월 16일 at 3:00 오전
언니——–
밉상 밥띠기는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좀 귀여워야 한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