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시다시피 슬럼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제불능의 천민이 일약 대박의 행운을 갖는 이야기다.
간디가 늘 가슴 아파했던 불가촉천민인 자말은 끝나지 않는 이슬람과 힌두교와의 싸움에서 부모를 잃고
형과 함께 집도 없이 떠도는 아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퀴즈대회에 나가 최후의 승자까지 오르면서 그를 시기하는 사회자이자 그 또한 한 때
자말과 같은 천민이었던 남자에 의해 경찰에 이유없이 끌려가 취조를 받으면서 회상하는 어린 날의 이야기다.
약자들은 어디서나 강자들에게 약육강식의 사회를 경험한다.
자말처럼 대박의 행운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현대인들은 이런 이야기나 영화에서 하나의 오아시스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인도 여행을 두어 번 했지만 늘 인도는 가슴 한 켠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박시시를 달라고 처연한 눈빛으로 앵벌이를 하는 꼬마들 무리에 자말이 있었을까?
그 넓은 빨래터를 관광지로 둘러보는 틈새에 자말의 엄마가 한숨짓고 있었을까?
극단의 혐오감마저 주는 곳곳의 오물더미들, 자기 몸이나 버려진 아기들의 신체를
훼손해서라도 1달러를 받으려드는 그 들.
대니 호일 감독은 그 속에서 아름다운 인도의 구석구석을 걸르지 않고 보여준다.
대니 호일 감독은 <더 비치>로 골수팬들이 많은 유명감독이다.
감독은 자말의 과거를 통해 인도를 말하고자 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인도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다.
왜 여기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말하는 자말.
한 여자를 위해..
그녀가 이 퀴즈쇼를 즐겨보니까..
약간의 허황된 스토리지만 인간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동정심이랄지
그런 허영같은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켜 어느 새 자말에 빠져 그가 어서 빨리 퀴즈왕이 되어
그녀를 만나던 말던 우리의 스트레스 해소를 풀어주길 은근히 바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해피엔딩이다.
선이 있다면 그 데깔꼬마니인 악은 그의 형이 맡는다.
결국 그의 형은 돈더미에 묻힌다.
그들이 뛰어놀고 숨바꼭질하던 그 폐허이자 가난의 상징이던 땅에 어느날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고 빈민가에서 부촌으로 변해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타지마할엔 관광객들의 신발들이 널부러져있다.
모두 미국산에다 독일산에..그야말로 외국제품이다.
그들이 타고 온 자동차는 눈깜짝할 사이에 몸통만 남는다.
그 사이에 마음씨 좋은 미국인 부부의 등장도 아이러니하게 나온다.
모든 걸 도둑질하는 인도 아이들과 그걸 개패듯 패는 인도경찰.
거기에서 아이 편을 들면서 보험이 해결해주니 괜찮다며 이것이 미국사람이야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이 영화는 실화는 아니고 소설에 근거한다.
청년기의 자말이 순수하나우유부단해뵈는 모습이지만 보기보다 근성있게 프로를 진행해 나간다면
어린 자말은 깨알같이 단단하고 한 뚝심한다.
뒷말로는 아역배우 엄마가 그 아이를 가둬두고 돈만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인도답다.
어린 자말역의 배우가상당히 귀엽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도에 가고싶은 분들에게권한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인도의 여러 구석들이 많이 나온다.
그랬었지…그래 저 거야…하는 부분들이 많다.
인도에 다녀 온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다시 가고픈 충동을 일으킬런지도.
대니 호일감독은 분명 불가촉천민들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어쩌면 가진 자의 오만일 수도 있지만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건 누구도 안다.
그냥 그대로 보고 말아야지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영화스토리다.
광혀니꺼
2009년 3월 18일 at 4:26 오전
상 받아 마땅한 영화…
지난주 시사회에서 봤어요.
멋졌어요.
우리랑 다른것 같으면서도
살아가는 일 비슷하구나 했던…
멋진 영화^^
광혀니꺼
2009년 3월 18일 at 4:30 오전
광혀니가 시사회 신청했는데
왜 이영화를 선택햇느냐 물음에
감독때문이었다고 대답했다는군요.
대니호일이라는 감독…
엄마 죽는 장면과
형에게 여자칭구를 넘겨줘야 했을때
그리고 형이 죽을때…
가슴밑 명치끝이 싸아~하며
찬바람이 일었어요.
참 사진 젖지 않게 위로 치켜 들고
화장실에 풍덩~하던 장면~ㅎㅎ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Lisa♡
2009년 3월 18일 at 4:36 오전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봤구나.
자기는 왜그리 시사회를 잘 가는고야?
신기해—
대니호일 영화치고 좀 가볍더라구~~
그래도 은근히 볼 거 있어..인도말야.
광혀니꺼
2009년 3월 18일 at 7:09 오전
맞아요…
그랫어요.
실은 대니호일이 누군지 모르고
가자카니까 따라갔어요.
ㅎㅎ
빠르게 스치는 화면을 보면서
심심치는 않더라구요.
엄마의 죽음까지도 순식간에…
피용~~~~
슬픔이란 것도
순간에 지나가는 그런것인가 싶기도 한…
광혀니가 거의 매니아 수준…
따라 댕기기 힘들어요…
그나마 코엑스 아니면 안따라가는데
인도라는 설정이라서
단성사까지 따라갔지요.
나름 좋았어요.
내일도 종로 연강홀에서 하는 뮤지컬이랑
코엑스에서 하는 영화 두고 고르라길래
두말 없이 코엑스…
우히히히히히ㅣ~
제수준은 그렇답니다.
하하하하하하~
볼레로
2009년 3월 19일 at 2:48 오전
서울에서 올린 영화평을 멀리 델리에서 읽었습니다.^^ 세상 참 좁습니다.
아직 영화를 못 봤지만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 안봐도 본 것 같습니다.
글쎄요, 궁극적으로 돈더미에 앉는다는게 승리이고 성공이라는 구도는 서구인 잣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도 알게모르게 그렇게 물들어 있구요…
어제 모임회의가 있어서 저희 마산과 같은 수출공단으로 오전 일찍 갔었지요. 그 공단 안에는 공장도 있지만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입주해 있습니다.
굳이 뭄베이 빈촌을 가지 않더라도 빈부의 격차를 느끼게 하는 광경은 이 공단 안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극명하게 알 수가 있습니다.
길거리에는 도시락 하나 달랑 들고 걷는 출근 행렬이 줄을 이어서 있고 회사 안에 들어가니 직원들 마라톤 대회를 하고 있더군요. 군살로 살찐 직원들이 뒤뚱거리며 뛰고 있는데 건물 안은 대학 캠퍼스같이 넓고 특급 호텔 수준이고 직원들 옷맵시도 여간 세련된 것이 아니고 …
내 머리 속에 순간적으로 스친 것은 우리 부모님이 그런 것처럼 결국 나도 우리 아이들을 이런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살고 생활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뛰어 다니는 것 아니겠나 싶더군요.
어느나라든 빈부차가 없는 곳이 없겠지만, 인도는 너무나 극단적이기에 인도에 사는 한 계속 이런 생각들을 아주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Lisa♡
2009년 3월 21일 at 3:11 오전
볼레로님.
참 골치 아프죠?
이런 사회적인 현상들이요.
정말 해결책이라는 게 없고
그 자체로 그냥 살아야 하나봐요.
천국과 지옥이 동시에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곳이
인도잖아요.
뭐–굳이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도 말 못하겠네요.
범위의 차이니까요.
도토리
2009년 3월 30일 at 8:54 오전
엊그제 이 영화 봤어요.
악다구니같은 고단한 그들의 삶, 등등이 개운치 않아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여운은 길더군요.
어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퀴즈의 정답, 그리고
퀴즈에 연관된 자말의 삶이 끊임없이 떠오르는거예요.
뒤마의 삼총사의 이름은 ? 첫째는 아토스 , 셋째는 아도니스였는데
둘째는 뭐였더라.. 하는 식으로…
그래도 밀리어네어가 된 다음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서
덜 혼란스러웠어요.ㅎㅎ^^*
Lisa♡
2009년 3월 30일 at 9:37 오전
달타니앙~~
흐흐흐…제일 쉬운데–ㅋㅋ
앵글잡은 기술이 끝내주죠?
본래 대니호일 감독이 사진기술자들도
보통이 넘는 대단한 사람들만 쓰는 걸로
유명하거든요.
도토리
2009년 3월 31일 at 3:41 오전
ㅋㅋ. 검색해봤어요.
주인공은 검객 달타냥인데
세 명의 근위병이 있답니다.
첫째, 아토스
둘째는 프로토스
셋째 아라미스..
ㅋㅋ. 프로토스라고 영화에서 두번 나왔는데 그것이 궁금했단말이구요.. 셋째도 아라미스…였네요..
그런데 이딴 거 알아서 뭐하려구 그러는지. 원.. 참..ㅎㅎ!!^^*
Lisa♡
2009년 3월 31일 at 10:19 오전
아 맞다……………
프로토스 맞아요.
저도 인제 생각나네요.
순간적으로 달타냥을..ㅋㅋㅋ
뾰롱났네요.
잘난 척 하다가…ㅋㅋ
학구파 도톨이님…짱!!!
많이 갈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