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

D7050-02.jpg

퓰리처 상을 받은 미국작가 필립 로스(philip roth)의 원작 ‘죽어가는 동물(The dying animal)’을

영화로 만든 우아한 작품이다.

감독은 스페인 출신의 여성감독으로 이자벨 코이셋이다.

소설가가 영화를 보고 두 인물의 묘사에 아주 만족을 느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로

주인공을 소화해 낸 벤 킹슬리와 페넬로페 크루즈는 감탄을 금치못할 연기를 한다.

영화 보는내내 연기와 호흡에 끝내준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특히 고뇌하는 데이빗 역의 벤 킹슬리는 완벽함 그 자체이다.

5년 전부터 각본을 받아들고 콘수엘라가 되려고 노력한 페넬로페는 감독에게 다른 콘수엘라는

없을 정도로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노년, 육체, 사랑, 용기, 고독, 책임, 성적 만족..등을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시작에서 나오는 ‘겁쟁이에게 노년은 없다’는 말이 꽤 실감있게 다가온다.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노년이다’-톨스토이-

D7050-18.jpg

문학, 예술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교수인데이빗 케페시(David Kepesh).

실용적 비판이라는 강의시간에 대학원생인 콘수엘라 카스틸로(Consuela Castillo)가

단연 그의 눈에 띈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그게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전쟁과 평화를 10년 후에 읽게되면 그때는 어떨까요?

10년 후 세월이 흘러서 자기가 변한만큼 다르게 다가오겠지…은연 중에 그렇게 나도 생각한다.

비오는 창가…그는 자문한다.

"왜 늙은 남자는 나이에 맞게 행동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대답한다.

나이 든 여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왜 육욕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내 머릿속에서는 아무 것도 변한게 없거든요.

D7050-14.jpg

마야 베스티다의 초상을 보며 그녀와 눈이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그.

피아노를 연주해주는 그의 옆에서 메트로놈을 설명하는 그에게

‘당신 참 멋져요’ 라고 콘수엘라가 말하자

생각에 잠긴 그는 대답한다.

‘그냥 메트로놈을 보여주려한거라면 맹세하지만,내가 메트로놈을 발명한 건 아니야’

멋진 대답을 즉석에서 할 줄 아는 남자 그리 흔치않다.

풀리쳐 상에 빛나는 시인인 조지오언이 그의 절친이다.

그와 모든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과 섹스와 여자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길 나눈다.

오언은 그녀는 결코 너에게 사랑이 아니라며 먼저 떠나라고 경고한다.

3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주는 무게가 시종일관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느 새 사랑하지만 자기가 늙어가면서 그녀에게 해줄 게 없어진다는 걸 아는 그는

젊은 그녀를 붙잡기엔 겁쟁이 노년의 심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늘 머릿속을 지배하는 성적 욕망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여성을 봤을 때 성적 충동을 느끼지 못하고도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고는 그는 또 대답한다.

단연코—" No~"

D7050-20.jpg

시간이란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젊음이란 늘 선망하는 대상이지만 누구에게나 머물러 있지만은 않은 아쉬운 존재다.

"당신에게 있어 나는 도대체 뭐죠?"

흔한 질문하나 그에게 던진다.

그는 겁이 난다고 얘기한다.

그녀는 말한다.

"내가 어떻게 할건지가 아니라 나랑 뭘하고 싶은지를 물었어요"

사랑 속에서도 누구나 다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게 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현재 처지와 미래에 대한 완벽한 결말이 없이는

무모해 질 수 없는 게 또한 노년이다.

어느 날 둘도 없이 모든 걸 터놓던 조지가 졸지에 죽는 일이 벌어지고 그녀와도 작별을 한다.

친구의 죽음과 그녀와의 이별을 벗어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고뇌하고 담담히 일상을 보내던 하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데이빗, 콘수엘라…"

데이빗은 독백한다.

‘아———얼마나 이 순간만을 위해서 살아왔던가’

D7050-40.jpg

뉴욕은 비.

비가 내포한 많은 암시들.

그는 비오는 뉴욕거리를 걷는다.

병원을 향하여…

전체적으로 음악이 너무 좋고 나이 든 뉴요커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도벤 킹슬리는 젊은 여자와 산다.

엘레지의 꽃말로는 질투, 미친 여자..뜻은 슬픈 노래, 슬픈 연가 이런 뜻이 있다.

사랑에 대해 조용히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우아하고 세련되고, 심도 깊은작품이다.

현재 미로스페이스(광화문)에서 상영 중이다.

필립 로스의 책을 읽고싶어진다.

8 Comments

  1. 도토리

    2009년 3월 21일 at 6:35 오전

    오늘 이 영화 보러 갑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건 100% 리사님 덕입니다..^^*   

  2. Lisa♡

    2009년 3월 21일 at 8:31 오전

    도토리님.

    와—그래요?

    잘 보시고 오세요.
    이 영화 정말 괜찮아요.
    근데 부부끼리 갈 거라면
    다른 영화 추천인데..어쩌지?   

  3. 광혀니꺼

    2009년 3월 21일 at 8:58 오전

    보고싶다…^^

       

  4. Lisa♡

    2009년 3월 21일 at 9:34 오전

    봐~~   

  5. 레오

    2009년 3월 22일 at 5:36 오후

    담주 광화문에 가야겠네요~   

  6. Lisa♡

    2009년 3월 22일 at 10:56 오후

    레오님.

    그래요–
    꼭 가서 보시길..
    그리고 한 번씩 광화문 나가는 거
    추천입니다.
    걷기만해도 서울을 느끼니까요.   

  7. 도토리

    2009년 3월 23일 at 2:48 오전

    리사님..
    울 남푠이랑 갔다가 한 방 먹었슴다.(토욜 5시 25분 꺼 봤음..)(리사님 충고 이전..)
    유치하다네요. 헐… -_-;;
    헌데 그 앞에서 영화 좋았다고 말하기가 영 거북하더라구요..
    저는 .. 좋았어요.ㅎㅎ^^*   

  8. Lisa♡

    2009년 3월 23일 at 3:08 오전

    도토리님.

    남편 좀…분위기없네요.
    어쩌면 남자들이랑 여자들이랑 다를지도.
    하지만 중앙일보 기자는 높게 평가했다던데..
    신문에—-ㅎㅎ—그 사람도 남자인데.
    남편이 영화 많이 안보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ㅋㅋ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