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봄바람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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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사십이 넘은 사람에게도 온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라고 한 분은 피천득씨다.

참으로 서글픈 말이 아닐 수 없지만 어찌보면 참으로 다행이기도 하다.

그럼 봄은 누구에게 오는가?

청춘에게만 오는 건가?

나이로 청춘을 말 할 수 있는가?

‘봄이면 아직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든다. 육십이 된 지금에도’

라고 한 분은 미국의 시인 에머슨이란다.

그 봄 속의 3월이 흐린 하늘로 저문다.

누군가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는 세월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나는 잠이 들어서 깨어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 와중에 2009년 3월은 다시 오지않을 시간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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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을 타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청담공원 건너 편쪽으로 개나리가 흐드러졌다.

늘 그 길을 지나면 이 즈음엔 항상 그 개나리가 그 자리에 다시 피고 다시

지건만 언제나 새롭게 보이고 가슴이 떨려온다.

꽃은 봄꽃은 항상 우리들에게 그런기분을 주는 존재다.

겨우내 짓밟은 언땅에서도 냉이가 피고, 다시는 생명이 돋지 않을 듯 하던

나뭇가지에서도 움이 트고 곧 싹이 돋고 다시 어느 날 꽃이 핀다.

인간만이 슬프게도 다시 피어나질 않는 존재련가.

어느 이웃이 거울을 보니 주름이 움푹파여 중년의 여성이 들어있더란다.

아무리 몸부림 쳐봐야 소용없는노릇은 주름없애기다.

몇 해 전 주름펴는 돈으로 터어키 여행을 간다고 한 어느 여성의 글이 책으로 나왔다.

주름이 자글자글하던 친구가갑자기 주름이 없어진 채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다시 그 얼굴은 가을모습으로 되돌아 가 있곤 한다.

인간도 봄이면 얼굴이 활짝 피어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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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산제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봄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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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노새는 정말 어떻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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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이성부 시인의 시 중에 일부분이다.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 온 봄이다.

3월의 봄은 가고 이제 4월의 봄이다.

채 가시지 않은 꽃추위를 몰고서.

아직도 산간지방엔 눈이 내린다.

서울은 봄비 예정.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두근댄다.

시도 때도 없이.

연분홍 치마나 찾아 입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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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Comments

  1. 벤조

    2009년 3월 31일 at 4:19 오후

    얼릉, 연분홍 치마 찾아 입고
    청노새 타고 여의도로!
    거기 벗꽃이 만발이라며요? 또 웃기는 아저씨들도 많잖아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   

  2. 흙둔지

    2009년 3월 31일 at 9:11 오후

    이거 보셔요~ 리사님아~
    이제 고마 나이든체 하시라요~
    오학년 육학년 되면 우짤라꼬???
    봄은 칠학년 팔학년이 되어도 올끼마는…

    그란디 산슈유가 아무리 누리끼리 해도 그렇제
    사진에 보이는 산슈유 색감이 영 아니올시다입니다요~
    아웃포카싱이 제대로 되는걸 보면 똑딱이는 아닌 것 같은디…
       

  3. Lisa♡

    2009년 3월 31일 at 11:02 오후

    벤조님.

    그러잖아도 목요일에 KBS갑니다.
    그날 실컷 볼께요.
    KBS에서 연주회있거든요.
    ^^*
    참………..나….알마티에서
    서울보다 더 잘 알다니요.
    세상이 다 이웃이지요?   

  4. Lisa♡

    2009년 3월 31일 at 11:04 오후

    흙둔지님.

    그러잖아도 그 생각했는데 그날 흐린 날인데
    그런 줄 알았어요.
    사진이 이상하더라구요.
    포카싱도 잡혔다 안 잡혔다 자기 마음대로..
    스르륵스르륵 하더라구요.
    당최 아는 게 있어야지.
    되는대로 찍다보니 엉터리로 찍었나봐요.
    그날 찍은 게 다 그러네요—
    히히—–엉터리사진도 구경해봐요.
    맨날 쨍하는 것만 보면 지겹잖아요.   

  5. 밤과꿈

    2009년 4월 1일 at 12:16 오전

    청노새는 새가 아니라 파란 노새를 일컫습니다.

    암말과 수당나귀 사이에 태어난 교배잡종이지요^^

    그 반대로는 버새라고하지요~ㅎ히

    그러고 보니 해마다 제 블로그에 올리던
    피천득님의 ‘봄’을 재탕 삼탕해서 또 다시 올려야겠습니다.

    리사님도 봄바람 너무 많이 맞지 마셔요. 클 납니다~

       

  6. Lisa♡

    2009년 4월 1일 at 12:42 오전

    밤꿈님.

    그런 노새인 줄은 알았고 지지배배는 아닌 줄 알았어요.
    버새—너무 이름 예쁘당~~~

    봄바람—알았어요~~ㅋㅋ

    아고 전화가 오늘따라 왜캐 많이 오냐?
    후다닥~~   

  7. 마일드

    2009년 4월 1일 at 12:56 오전

    연분홍 치마….콜 입니다
       

  8. 산성

    2009년 4월 1일 at 1:00 오전

    한계령에는 다시 눈꽃세상이랍니다…
    이 사월에…

    힘들여 고개내민 봄꽃들
    잠시 주춤하다…
    따스한 햇살에 다시 올라오겠지요…

    문이 꼭! 닫혀있는 ㅊ님댁에도, 곧
    봄꽃이 만발하리란 생각을 해봅니다.

       

  9. Lisa♡

    2009년 4월 1일 at 1:05 오전

    마일드님.

    콜 받습니다.   

  10. Lisa♡

    2009년 4월 1일 at 1:06 오전

    산성님.

    곧 ㅊ님도 돌아오시고
    산간 지방에도 철쭉소식이 만개하겠죠?
    기다리는 님들 많으니..
    마음이 좀 무겁겠네요.
    어느 정도 책임있는 인기블로거니까요.   

  11. 왕소금

    2009년 4월 1일 at 1:58 오전

    젊을 시절에는 50세 넘으면 봄이 안 오는 걸로 착각했던 적이 있어요.
    머리가 까지고 흰색으로 배가 불룩 튀어나오면 무신 봄이 오겠는가 하면서…
    50을 넘긴 왕소금한테도 봄은 왔지요, 머리도 안 까지고 배가 안 나와서 온 건지는
    몰라도..ㅋㅋ

    마음이란 원래가 늙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것이지요.
    마음으로 통하는 몸이 시간이 지나면서 쇠하면 통과하는 것도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리사님은 저보다 젊으시니 느끼는 것도 더 많고 깊겠지만
    서로 대볼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까 왕소금도 봄을 느끼는 사람으로 인정해 주삼ㅎ^^

       

  12. Lisa♡

    2009년 4월 1일 at 2:24 오전

    왕소금님도 봄을 느끼기는 하는구나….아하~~

    그렇구나………..몰랐쪄요………..음악좋아하는
    사람은 봄을 더 느낀대나 어쩐대나?

    머리 안까졌구나….좋겠다.
    그리고 조블가족들 영원한 청춘아니던가요?
    내 보기에는 그런 것 같은데—-   

  13. 화창

    2009년 4월 1일 at 4:05 오전

    봄비 소식에도 가슴은 두근대지 않는데……..

    곱게핀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면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14. 뽈송

    2009년 4월 1일 at 4:24 오전

    봄이 난 60대 이후에 오는 줄로만
    알았는데 40대도 오는가 보지요?
    난 늘 내 맘 속에 봄이 오는 소리를 사철 듣고 있구만요..    

  15. Lisa♡

    2009년 4월 1일 at 7:24 오전

    화창님.

    봄비도 저는 참 좋아요.
    비중에 제일 좋아요.
    워낙 비를 좋아하지만..
    그리고 진달래를 보면
    어른들은 다 맘 설렐 걸요?   

  16. Lisa♡

    2009년 4월 1일 at 7:24 오전

    뽈송님.

    제가 알기로는 40대부터 봄이 마음으로 온다고 봅니다.
    50, 60대는 더욱 그렇쵸?
    ㅎㅎㅎ—-자기 혼자만 봄을 만끽하려구요?   

  17. 백작

    2009년 4월 1일 at 7:44 오전

    어렷을 적 봄은 생각만으로도 까르르~~풋하하하~~ 웃음이 나고
    마냥 실없이 실실대며 좋아라~ 했었지요…
    어른들이 보시기엔 젊음이 마냥 부러워하실 정도로….

    20대의 봄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것도 당연한 것이도..
    벚꽃이며 개나리꽃이며.. 각각의 꽃들이 피어오르는 것도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요..
    봄의 햇볕이 따사롭고 하늘과 바람이 착하게 구는 것도 무척 당연하다 여겼습니다..

    30대의 봄은 그전의 봄을 느낄까?!!~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이 되어버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바빴지요.. 계절을 의식할 겨를도 없이..
    꽃이 피는 지.. 새가 우는 지.. 바람이 불어 오는 지.. 정말 봄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 더워져버려서.. 간혹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가며 자연을 우롱하기도 하였습니다..

    40대의 봄은 기뻤습니다..
    당연히 40대에도 봄은 다정하고 착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다시 되찾은 봄이라 몹시 흥분하였고..
    그래서 더욱 기뻐서 좀 더 과장되이 꽃을 보며 마~악 웃었습니다… ㅎㅏㅎㅏ ㅎㅏ…..

    50대의 봄은 감사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내게 다시 와서.. 내 마음이.. 내 몸이.. 내 가슴이.. 느낄 수 있어서
    너무도 고맙고 눈물이 찔끔찔끔 날 정도로 감격하였습니다..

    꽃이 피는 것도 고맙고..
    새가 우는 것도 고맙고..
    바람이 부는 것도 감사하였지요..
    진정으로 느끼는 진짜 봄이기도 하였습니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보기 흉하여도..
    머리에 희끗희끗 흰머리가 반쯤은 차지하여도..
    손가락 마디 굵어지고 손등에 검버섯이 군데군데 피어나도..
    이 봄은 반가웠고.. 찬란하였고 .. 황홀하였으며.. 고맙기 그지없었습니다.

    어젯저녁 끓여먹고 무쳐먹은 냉이의 향기가 가득~~   

  18. 광혀니꺼

    2009년 4월 1일 at 8:38 오전

    청노새와 버새라……..

    그렇군요.

    버새~
    청노새~
    결국은 둘 다 후대를 잇지 못하는 동물이네요.

    봄바람~
    맞다 왔어요~
    실컷~
    ㅎㅎ

       

  19. shlee

    2009년 4월 1일 at 10:22 오전

    앞으로도 한 참

    봄을 맞을것 같은데…
    리사님~
    나이 먹으면
    주름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지
    얼굴은 봄처녀인데
    걸음은 60대…
    그럼 이상하죠.
    왜 안 늙을려고 할까?
    벤자민 버튼처럼 거꾸로 가는 삶을 산다면
    고통 일텐데…

       

  20. duky

    2009년 4월 1일 at 1:28 오후

    나이 먹는 일,
    계절을 맞고 보내는 일
    내 나라에 와서 다시 하면서
    난 그저 신비롭기만 하답니다.
    늘 그렇게 지내려 합니다.

    그저 유유자적하게
    시간과 함께 흐르는 일이
    삶의 다른 이름인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랍니다.   

  21. 봄바람

    2009년 4월 1일 at 4:58 오후

    오메! 깜짝 놀랐네. 조블의 유명 블로거께서 나를 찾는줄 알고… 그것도 ‘봄바람 그대-‘하면서… 알고보니 그게 아니네… 휴우~~~ 놀란 가슴 쓸어내리네..   

  22. Lisa♡

    2009년 4월 1일 at 10:53 오후

    아————–백작님.

    아침에 날콩가루 묻힌 쑥꾹을 또 끓였습니다.

    40대의 봄이야기에 슬며시 미소짓다가
    50대의 봄 이야기에 다욱 슬며시 미소 날리다가
    근데
    ………………백짝님 50대예요?
    몰랐쪔다.

    어, 말이 다 이상하네요.

    봄보로봄봄은 언제나 청춘의 향기를 몰고오지요?
    그래서 누구나 다 봄에는 봄바람의 냄새를 맡나봐요.

    4월에도 행복하고
    그 빵,,,,근사하던데
    4월과 백작님이 어울려요.

    오늘 KBS가요.
    밤에.
    윤중로도 걸어볼꼄.   

  23. Lisa♡

    2009년 4월 1일 at 10:55 오후

    광여사.

    청노새랑 버새랑..이름이 너무 예쁜 거 있죠?
    다음에 무슨 클럽 이름지어야하면 청노새와 버새 클럽이라고
    지을까봐.
    잡종이면 어때?
    어치피 순종보다 잡종이 우세한 걸.
    자꾸 이쁜 청노새 한마리가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리네—-   

  24. Lisa♡

    2009년 4월 1일 at 10:57 오후

    쉬리님.

    어울리는 모습과 어울리는 나이.
    좀 젊어 보이더라도 절대 인위적이 아닌—
    그런 모습으로
    격조있게 또는 카리스마있게 나이 들어가야
    할텐데…..모쪼록 얼굴도 걸음도
    봄처녀로 살게 하소서.   

  25. Lisa♡

    2009년 4월 1일 at 10:58 오후

    듀키님.

    시간을 세월과 함께 흘러가게 하며 같이 지나간다는 게
    삶과 다른 이름이라구요.
    어려워서 ㅎㅎ………한참을 생각해봅니다.
    삶과 다른 흐름이 몰까?
    하긴 저는 삶보다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사람이지요.
    도대체 뭔가 하겠다는 일념이라는 게 없는 편이지요.
    둥글둥글~~   

  26. Lisa♡

    2009년 4월 1일 at 11:00 오후

    엄마야~~~~~~~~~

    진짜ㅣ 웃긴다.

    봄빠람님.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제가요—갑자기 봄빠람님의 닉이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나의 남성편력란으로 들어가서 말이지요.
    봄바람님의 닉을 확인하는 그런 일이 있었거덩요.
    그리곤 혼자 실실 웃었는데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흔히 말하길
    -필이 통했다거나
    -텔레파시라는 말을 쓰죠?   

  27. 슈카

    2009년 4월 2일 at 12:37 오전

    옆 동네 응봉산도 개나리와 산수유가 노랗게 뒤덮었어요.
    강변 따라 가시다보면 꼭대기에 팔각정 있는 작은 산이요..

    근데 어쩜,
    노랫말이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옛 노래의 노랫말은 한 편의 시예요. 모두.

    근데… 혹시 저 노래가 원래는 시였던 건 아니겠죠?(정말 몰라서요.흑.)
       

  28. 화창

    2009년 4월 2일 at 5:25 오전

    진달레 꽃을 보면 설레는게……

    나만 그런 줄 알았네~~~   

  29. Lisa♡

    2009년 4월 2일 at 7:28 오전

    슈카님.

    원래 시엿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모르지요.
    정말 아름다운 노랫말이지요?
    노랫말이 행수처럼 정말 아름다운 시도 있고
    저렇게 구성진 가락에 맞춘 글도 있네요.
    ㅎㅎ…그 동네 알아요.
    좋으시겠어요////저 방송국에 연주회보러 가야해요.
    나가요.   

  30. Lisa♡

    2009년 4월 2일 at 7:29 오전

    화창님.

    사람은 다 거의 거기서 거기예요.
    혼자만?
    사춘기?   

  31. 오를리

    2009년 4월 2일 at 8:39 오후

    청 노새는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라

    "젊어서 노새" 가 아닐가 합니다…

    이말을 더한번 해석하면

    늘~~봄의 마음 가짐을 갇고
    살자는 애기가 아닐가 합니다~~~~   

  32. Lisa♡

    2009년 4월 3일 at 2:47 오전

    좋은 해석입니다.

    그럼요….봄의 마음으로

    늘 연두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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