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선 지하철을 탔다.
세상에 우연이라는 건 정말 재미있다.
지하철에서 ㅊ님을 만났다.
우리가 서로 다르게, 혹은 서로 같이 여의도 방송국을 가는 목적으로
같은 차를 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는 ㅊ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도 젊은 나를
자리에 앉으라고 까지…혹시 내가 더 많다고 착각하시는 건 아니죠?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여의도까지 갈 수 있었다.
블로그를 요즘 좀 쉬시는데 마음이 편하고 시간이 많아서 좋으시단다.
그래도 빨리 컴백하세요///이건 명령입니다.
지명수배하기 전에 돌아오세요.(애원)
내가 먼저가서 좌석을 받으려고 마음먹었는데 ㅅ님은 떨리는 마음에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면서 먼저와서 줄을 서 계셨다.
빨강으로 화사한 봄을 누구보다 먼저 표현한 ㅅ님은 여지껏 내가 본 중에
오늘이 제일 예뻤다.
소녀처럼 그렇게 떨려하고 봄단장을 계절에 맞게 할 수 있다는 건
아직은 열정과 매너가 있다는 뜻일 게다.
종일 집에 있다가 저녁에음악회를 간다는 기분은 참 외출스럽다.
아줌마가 감히 이렇게 자주 문화행사를 접하는 기회가 많다는 건
정말 남들이 부러워 할 일이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나면
남 하는 짓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단, 부지런해야 한다.
FM을 듣다가 방청권 응모하라고 하면 선뜻 해야하고 전화하라고 하면
전화도 해야하고 공연의 제일 저렴한 좌석은 제일 먼저 발권예약 개시하자마자
부지런히 좌석표보고 예약해놔야 한다,
늘 제일 비싼 좌석만이 나중까지 남아있지 제일 싼 좌석이 인기가 제일 많다.
예전에는 2만원하는 좌석도 많았는데 요즘은 최하가 5만원이라 경비부담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열심히 인터넷 두드리고 공부해보면(어려운 공부 아니다) 2-3만원에
즐길 수있는 음악회 수두룩하다.
수두룩이라기 보다는 좀 있는 편이다.
부지런을 떨어보자.
청소 열심히 하는 것이 부지런의 대명사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돌체’ 라든가, ‘카메레타’ 또는’하콘’이나 공연의 이것저것을 다 쳐보자.
아니면 예술의 전당 연중계획표나 세종문화회고나, 또는 리움 같은데
일일이 구경하다보면 분명히 자기를 위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마지막 변사의 영화가 덕수궁에서 열렸다.
입장료가 천원이었다.
20만원이 넘는 좌석도 마다않고 가는 내 부자친구가 1000원을 주고 어찌나
행복한 표정을 짓던지.
부자라는 개념은 요즘 돈의 부피가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문화적인 소양과 거기에 돈을 투지하고 즐길줄알아야 한다.
거창하게 뭐 .. 남보라고 거창한 연주회나 다니고 그런 의미도 아니다.
대화를 해보면 상대가 얼마나 문화적이며, 많은 책을 읽었고, 어느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척도가 좀 보인다.
그걸 알아보고 내 취향과 같은 타인을 만났을 때 든든하고 살맛이 난다.
문화적인 사람치고 시시한 일에 목숨거는 사람 잘 없다.
참——–세종에서 한달에 한번씩 1000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있어요.
KBS FM의 방송을 늘 틀어놓고 고정으로 지내다시피 하다가 요즘은 조영남한테
반해서 MBC를 자주 듣게 된다.
KBS FM은 누구나 다 좋아할 정도의 수준으로 뭘 몰라도 자꾸 듣다보면
매니아가 되어버린다.
어제는 황인룡씨가 어린 아이들에게 까지 사인공세에 몰리는 인기를 누렸다.
나이가 들고 살이 빠지고 그랬지만 여전히 멋져 보인다.
자기만의 삶의 방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눈빛이 아직 혁혁한 게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해이리의 카메레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푸근하고 격조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를 우리는 고마워해야 한다.
시인이나 소설가나 작곡가나 화가이거나 또는 그들의 대변자로 우리들에게
많은 문화적인 소양을 전수하는 수많은 강사들에게도 고맙다.
방송국의 로비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아 흐뭇했다.
3시간 45분의 연주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몽땅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곡도 좋았지만 연주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여의도의 밤은 썰렁한 편인데 공연히 흥얼거려지기도 했다.
황제의 론도로 진행되는 주제가 자꾸 입 속에서 맴돌았다.
지하철은 술냄새로 절여진 사람들로 넘쳤다.
얼굴도 울그락 불그락한 사람들의 표정들이 하나같이 귀여웠다.
나도 술을 마신 날은 저렇게 술냄새를 풍기겠지…싶었다.
집으로 오니 밤 12시30분이었다.
12시 전에 자기로 나랑 합의한 사실을 불이행하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침대 속도 어찌나 좋던지.
책을 하나도 못 읽은 날이다.
(낮에 친구들이 들여닥쳐 엄청 웃기다가 갔기 때문이다.
약사인 친구에게 요리 하나 전수시켰다.)
그래도 좋아~~~~~나처럼 이렇게 즐겁게 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자뻑으로 더구나!
래퍼
2009년 4월 3일 at 8:49 오전
장장 3시간 45분의 행복..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요.
에너자이저 리사님..
부지런하심은 정말 감히 흉내내기도 버겁지만..
저는 본받아야 마땅해요.^^
shlee
2009년 4월 3일 at 8:50 오전
ㅊ님이라 하면
아름다운 참나무님?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죠?
^^
참나무님 두문불출 후유증 ….
어서 문열어 주시길…
리사님처럼
즐겁게 사는 사람도 드물죠,
첨 봤어요.
좋횡무진~~~
^^
Lisa♡
2009년 4월 3일 at 9:52 오전
아이고…
래퍼님.
방가방가~~하이~~~히사시부리데쓰네~~
ㅎㅎ—-왜 절더러 에너자이저라고들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봐도 건강한 것 같아요.
도무지 지치지를 않네요.
어릴 때 멸치를 많이 먹은 탓이려니 합니다.
Lisa♡
2009년 4월 3일 at 9:53 오전
쉬리님.
빙고 ♪
맞아요.
둘 다 깜짝 놀랬다는 거—후후.
너무 좋대요.
저도 좀 쉬어볼까…팅구는 중입니다.ㅋㅋ
첨 본 거 맞죠?
제가 생각해도 기특해요.
사실 성격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엔 식구들도 받춰줘야하고
신경쓰는데가 옶어야 하긴 하죠?
봄길
2009년 4월 3일 at 12:10 오후
그런데 클래식 음악 감상하면 그렇게 좋은가요?
난 현철이나 나훈아가….
(미쳤어 미쳤어 이런말은 왜 하나몰라)
Lisa♡
2009년 4월 3일 at 12:21 오후
봄낄님.
먼저 쫌 웃겠습니다.
푸하하하하—————켁~~
좋습니다.
그런데 현철도 나훈아도 좋습니다.
요즘은 이미자가 그리 좋을 수 없습니다.
내가 미쳤어도 좋습니다.
지지지도 좋습니다.
지지—에비~~
김진아
2009년 4월 3일 at 12:24 오후
참나무님..순이님..
두분다 클라식(어젠 라디오에서..클래식이란 발음보다 클라식이라 말을 해주어서..더 좋았는데..실은 ㅎㅎ)
참 좋으셔요..정말로요..그곳에 가보진 못하였지만..
눈감으면서..떠오르는 모습들을 생각하면서..흘러나오는 그대로..듣는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베토벤….그를 사랑하지 않을수 없지요..^^
Lisa♡
2009년 4월 3일 at 12:43 오후
진아님.
들었군요?
그 김주영샘이 제가 지금 강의를 듣는 샘입니다.
아주 귀티나는 피아니스트지요.
귀티란 귀엽기도 하고 귀하게도 보이는…
베토벤 너무 너무 사랑해요.
레오
2009년 4월 3일 at 2:29 오후
정말 부지런한 리사님~~
책, 영화 ,음악회까지 다 섭렵하시는 열정 ..
Lisa♡
2009년 4월 3일 at 3:05 오후
밀림의 왕자 레오님.
후후후….
왕자가 아니고 왕비님이시네요.
ㅋㅋㅋ—–저 욕심이 많아서 그래요.
데레사
2009년 4월 3일 at 11:03 오후
리사님.
블로그를 쉬신다는 분이 참나무님이시군요.
지명수배하기 전에 돌아오세요. 라는 말 참 잘했어요. ~~
Lisa♡
2009년 4월 3일 at 11:09 오후
데레사님.
지명수배 내렸으니
잡히기 싫으면 자수할 겁니다.
우리는 잡을 준비만 하면 되지요.
수갑은 아무래도 필요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