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클래식 FM 개국 30주년 기념 특별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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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일 KBS클래식 FM 개국 30주년 기면특별 콘서트가 KBS홀에서열렸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회로 보기 드문 연주회라서인지 사람들이 몰렸다.

황수정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해설로 진행된 연주회는

우리나라의 내노라는 피아니스트들 5명이 대거 출연하는 기회였다.

잘 생기고 신선한 마스크의 김정원을필두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허승연과

저력있는 피아니스트인 이경숙, 그리고 수재 피아니스트인 신수정에 이어

마지막으로 황제에 걸맞는 피아니스트인 한동일이 나와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사랑스럽고 충만한 밤이었다.

‘불멸’ 이라는 단어를 빼고 베토벤을 논할 수 없듯이 베토벤은 영원불멸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작곡된협주곡에서 원숙기에 이르기까지의곡들로 KBS측에서

우리에게 기쁨의 선물을 준 셈이다.

늦게 끝났지만 여의도에 부는 꽃샘바람조차 훈풍으로 느껴지는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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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 1번C장조, Op.15

1.Allegro con brio

2.Largo

3. Rondo. Allegro scherzando

훈남인 김정원의 연주는 젊은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서정적인 이 곡은 2번보다 늦게 쓰여졌으나 2번을 늦게 발견해 이 곡이

1번이 되었다고 한다.

핸섬한 외모에 부드러운 손놀림이 보는내내 사랑스러웠다.

빈과 파리에서 오래 공부를 한 까닭인지 어딘지 모를 섬세함과 세련됨이 풍겼다.

김정원은 MIK(made in Korea) 라는 앙상블을 결성해 송영훈, 김수빈, 김상진과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해 더욱 유명해졌다.

빈에서 만난 부부피아니스트로 부인인 김지애는 여전히 빈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막심 쇼스타코비치나 미샤 마이스키 등과 협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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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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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 2번 B플랫장조, Op.19

1.Allegro con brio

2.Adagio

3.Rondo. Molto allegro

허승연의 연주는 한 마리의 백조가 피아노 위에서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카리스마와 함께 듣는 연주에서 보는 연주로 까지 만드는 그녀의 연주는

가히 예술이었다.

발레하는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될만한 분위기로 연주를 헀다.

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그녀는 등이 깊게 파인 드레스로 시선을 잡더니

현란하고 우아한 움직임에서 베토벤의 곡을 더욱 격조있게 했다.

보고 듣는내내 한 눈을 팔 수 없는 연주였다.

그녀는 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허희정, 첼리스트 허윤정과 더불어 허트리오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의 활동과 취리히 뮤직 콘서바토리 부학장이자

클래식 학부의 종신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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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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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 3번 C단조, Op.37

1.Allegro con brio

2.Largo

3.Rondo. Allegro

깊은 연주를 보여 준 이경숙교수.

내면의 연주로 시간이 흐를수록 감동을 주는 연주를 했다.

미리 브로셔를 읽어보지 않고 먼저 연주를 들었다.

시력에 문제가 있긴 했다.

연주내내 오케스트라와 앙상블이 잘 이루어져 조화롭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집으로 와서 안경을 끼고 브로셔를 보니 3 번은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잘 이루는 곡이라고 한다. 이제 나도 귀가 제법 뚫린 셈인가.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연주를 보았다.

이경숙은 딸과 사위와 함께 커티스음대 동문이다.

딸은 바이올리니스트이고 사위는 현 커티스음대 학장으로 칠레 출신의 로베르토 디아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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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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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 4번 G장조, Op.58

1.Allegro moderato

2.Andamte conmoto

3.Rondo. Vivace

신수정은 워낙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피아니스트이다.

서울음대 수석 입학과 졸업으로 유명하고 여성최초 서울 음대 학장을 맡았다.

사려깊고 온유하며 깊고 부드러운 연주로 감동을 주었다.

물 위에서 마치 조용히 그 수면을 들여다 보는 느낌으로 물 위에 반사되는

빛을 만지는 기분이었다.

나이 들어서 새로 맞은 봄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즐거이 음미하는 느낌도 가졌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조용히 흘러가는 철학적인 분위기를 프로인 그녀의

연주로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유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들으면서 베토벤이 갈수록 점점 고뇌와 환희를 느끼는구나…하고 감히 생각했다.

이경숙교수와는 동지이자 친구로 같이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어왔다.

67세이라서인지 유독 그녀만 악보를 그랜드 피아노 뚜껑 속에 넣고 넘겨 가면서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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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이버 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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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협주곡5번 E플랫장조,Op.73 "황제"

1.Allegro

2.Andante un poco-attacca

3.Rondo. Allegro

한동일.

1965년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입상하므로서 더욱

유명해진 그는 현재 울산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예전의 귀골이던 그의 외모는 69세의 나이에 맞게 변했지만 여전히 그 음악의

깊이나 성숙함과 자신감은 나이만큼 더 강해진다.

그와 어울리는 황제를 들으면서 이 곡을 작곡한 베토벤과 그, 그리고 나폴레옹을

생각했다.

오케스트라만 연주할 때도 그는 온 몸으로 음악을 느끼고 지휘했으며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했으며 연주는 정말 열정적이었다.

그의 팬이 많은 만큼 열광했고 나는 2악장 attaca부분에선 절로 눈물이 흘렀다.

황제가 느끼는 고독뿐 아니라 화려함이나 번접함 뒤의 그 고요한 고독에 대해 많은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용한 숲으로 피신한 대가가 느낄 이파리의 이슬방울의 낙하, 갑자기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적막을 깨는 새, 서재에서의 쓸쓸한 담배연기, 비오는 날 혼자만의 드라이브 같은 상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태여 규정짓자면 나의 고독함과도 연결된다.

요근래에 연달아 황제를 계속 들었는데 희안하게도 어제의 연주와 연결되었다.

친숙한 곡 중에 황제는 꼭 들어간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곡이다.

계속되는 제 1주제를 듣자면 흥겹고 힘이 나지만 2악장은왠지 모를 광활한 고독이 느껴진다.

기립박수…그리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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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까지 전곡을 듣고나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밤을만들어 준KBS에 고맙다.

12 Comments

  1. 산성

    2009년 4월 3일 at 5:03 오전

    어제 저는 라디오로 들었습니다.
    일하며 들어왔다 나갔다…^^
    환호와 박수소리에 리사님 생각도 잠시 했었다는 것을…^^

    마지막 황제가 끝나니 10시 45분?
    연주자도 청중도 꽤 힘들었겠다…했었는데
    리사님 글 읽으니…행복감만 넘쳐납니다

       

  2. 흙둔지

    2009년 4월 3일 at 5:46 오전

    우와~ 그런 콘써트가 있었군요.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도 모르고 지나가다니…ㅠㅠ
    부자가 된 그 기분 오래도록 간직하소서!!!
       

  3. 네잎클로버

    2009년 4월 3일 at 7:07 오전

    안그래도 어제 아이들 픽업하는 차에서 라디오로 듣고
    반가웠답니다. ^^
    좀 일찍 알았더라면 시간을 어찌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쬐금 아쉽기도 했구요… ^^;;

    우레 같은 박수 소리 속에 리사님도 계시겠다 생각하면서,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으로 충만하셨을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알차게 분위기를 살려 올리신 포스트로도
    그 행복감이 전해져 와요… ^^   

  4. Lisa♡

    2009년 4월 3일 at 7:44 오전

    산성님.

    라디오로 들으셨군요.
    ㅎㅎ…저도 늘 그런 분위기를 라디오로만 듣다가
    직접 가서 생방송에 참가한 기분요—-

    정말 좋았구요.
    다음에 라디오에서 그런 행사있을 때 표받고픈 분들
    인터넷으로 응모하라고 할 때 응모하세요.
    그러면 정말 좋은 공연 볼 수 있어요.
    특히 KBS FM클라식은 믿을만 하잖아요.

    어젠 특히 제가 요즘 강의를 듣는 김주영씨가 해설해서
    더욱 기분이 33했답니다.   

  5. Lisa♡

    2009년 4월 3일 at 7:45 오전

    흙둔지님.

    이크———
    그러셨구나.
    가까운데..그런데 표도 사실 한 장 남았는데~
    어찌나 아깝던지.
    혀를 찾구먼….ㅎㅎ   

  6. Lisa♡

    2009년 4월 3일 at 7:46 오전

    네잎님.

    아쉽죠?
    표가 한 장 남으니 네잎님 생각이 제일 먼저.
    여의도에 사는 분이 제일 빨리 올 수 있다는…ㅎㅎ

    그 다음에 미안하지만 오공생각이 연주회 시작하고나서..
    오공 미안해—–ㅎㅎ   

  7. douky

    2009년 4월 3일 at 8:30 오전

    앗 역시 리사님…

    직접 다녀오셨군요…

    저는 집에서 라디오로만 들었는데…

    좋으셨구나…   

  8. Lisa♡

    2009년 4월 3일 at 8:31 오전

    덕희님.

    들었어요?
    엄청 좋았답니다.
    황제 2악장 끝부분에선 울기까지///흑흑.
    전 가끔 클래식 연주회때 감동 잘 받아요.
    감정이 약한가봐요?   

  9. 래퍼

    2009년 4월 3일 at 8:52 오전

    남았던 귀한 한 표..

    제 집에서도 여의도라면 가까운데..흑, 입니다. ㅡ..   

  10. Lisa♡

    2009년 4월 3일 at 9:56 오전

    래퍼님.

    한 시간 전에 알았어요.
    표 한 장 남은 거……
    그리 가까워요?
       

  11. JeeJeon

    2009년 4월 5일 at 1:13 오전

    뜨거운 밤을 보새셨네요.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렇게 훌륭한 공연을 가면 나는 일 냅니다.
    그만 벌떡 일어날지도 모르거든요^^

       

  12. Lisa♡

    2009년 4월 5일 at 5:07 오전

    일어나야 하는건데..

    여기 공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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