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의경 독주회를 갔다.
남편은 지겨운지 약간 몸을 뒤틀기도 했다.
쇼팽의 스케르조야 자주 듣던 곡이라 그런데로 잘 지탱한다싶더니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가 나오자 졸고픈 모양이다.
주인공은 마침 옆에서 하고있는 클림트의 물뱀을 연상시키는 라벤더색의
멋진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본래 그녀는 의상에 탁월한 관심과 선택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내면의 열정을 담은 훌륭한 연주자’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녀의
연주하는 모습 또한 열정적이고 평소 그녀에게서 느끼는 감정 그대로
시원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주다.
옆의 버적거리는 옷을 입은 여성이 핸드폰이 울리자 당황해서는
더욱 방향을 잃고 만다.
그러더니 졸고 있었다.
4월의 예술의 전당은 참으로 분주하다.
마침 여러 개의 전시회와 연주회 등이 겹쳐서도 그렇지만봄을 즐기러
나온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분수대를 중심으로 화사하다.
주차장이 만원이라 빙빙 돌아서 차를 세워야만 했다.
나야 좀 번잡스러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내세우는 이 예술의 전당에
모여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해사한 마음이다.
남편도 모처럼 예전에 오더니 그리 기분이 지루하지 않나보다.
어쩌다 한 번 신은 이태리신발을 맨발에 신은 모습이 안스럽다.
편하다고는 하는데 키가 작아보인다.
워낙 굽이라는 게 없는 신이다보니 선입견에 키가 걸린다.
남편은 아이같은 때가 종종 있다.
sbs에서 스페셜로 하는 방랑식객 임지호씨를 보다보니 흐뭇하다.
버들도 먹고, 이끼로 국도 끓이고 백년초 선인장으로 무침도 만든다.
그가 경영하는 ‘산당’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따로 있다.
비진도의 시금치에 반하기도 하고, 오래된 돌담의 돌옷(이끼)에 눈이 커진다.
우리 것에서 찾을 게 많다는 그를 보고있자니 애국자가 따로 없고 자연에 대한
애정이 줄줄 흘러 넘친다.
멋있는 남자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를 보자니 정말 절로 애정이 생긴다.
진정 사람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조만간 그의 가게로 찾아가봐야겠다.
시간만 나면 전국팔도 숨은 곳을 찾아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그가 존경스럽다.
순수한 열정을 강하게 소유한 남자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기를 쓰고 있는 나..눈을 떼기 어렵다.
에밀 아자르는 45세에 21세인 미국의 여배우인 진 세버그와 결혼을 했다.
8년 후 그들은 아들을 하나두고 이혼을 했고 1년 뒤 그녀는 자살을 한다.
뒤이어 일 년 후에 에밀 아자르도 입에 권총을 넣고 자살을 하고만다.
아들에 의하면 진 세버그의 죽음을 두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마돈나는 얼마 전 새로 생긴 28세의 연하인 브라질 모델과 헤어졌다.
사진 한 번 찍을 때 15만원 정도를 받던 그가 마돈나의 애인이 된 후 일약 대스타가
되어서 15명 밖에 안되는 최고 모델의 대우를 받아 일 회에 22억을 받는 스타로 변신했다.
세상에 여자 잘 만나고 볼 일이다.
그러던 그가 젊은 모델에게 한 눈을 팔았다는 이유로 바로 마돈나에게 차였다.
그녀가 용납할 수 없었던 건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일 게다.
독재자 성향이 있는 마돈나답다.
마돈나와 그가 사귄지는 한 달도 채 안되는 걸로 안다.
이 두 연인들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사랑이 어느 팀인지는 쉽게 구별이 가지만
과연 누가 현실에 충실한지는 모르겠다.
구태여 선택하라면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
오랜만에저녁을 외식으로 먹었다.
양곱창과 대창을 먹었다.
따끈한 국수도 오랜만에 맛있었다.
부른 배를 주체할 길이 곤란해 오는 길에 공원에 들렀다.
공원에는 여러 사람이 베트민턴을 즐기고 있었다.
막내와 아빠, 장남과 엄마가 편을 먹고 베트민턴 경기를 하고있었다.
흐뭇해서 바라보게 되어 한참을 보자니 아이들이 퍽 보고싶다.
하지만 한 켠에선그 아이들이 어떤 길을 정해서 나갈 것인가 부담이 온다.
그들이 가야할 길을 알아서 정하겠지만 부모로서는 늘 노심초사다.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 만족할만한 일, 혼자서도 할만한 일.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잔딧가에 포장처럼 자리한 꽃들의 모습이 화려하다.
인위적으로 꾸며 논 정원보다는 자연스러운 정원이 나는 더 마음이 간다.
아이들도 물론 자연스레 제 갈길을 찾아가겠지.
김진아
2009년 4월 19일 at 3:36 오후
이 모두가 추억이라고..
여든이 넘으신 할머님의 그 말씀이 참 따뜻하게 느꼈어요.
방랑식객의 임지호씨와 함께한 발길 닿는곳마다,
눈에 보이는 내 땅의 그 모든 자연스러움이 곧 생명이라는것..
곶감을 찹쌀떡속에 담아,맛있다던 버들강아지도 함께
멋스럽게 만들어내고, 이가 다 없으신 할아버지에게 연신 꼭꼭 씹으시라는
조금 더 긴 시간이였으면 싶을정도로 오늘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일 아쉬웠어요..ㅎㅎ
데레사
2009년 4월 19일 at 10:10 오후
나도 어제 방랑식객 프로 봤어요.
그가 먹을거리에 쏟는 정성과 시골마을분들에게 음식 해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천사같다고 느꼈지요.
세상에는 그렇게 사는 분도 있다는게 희망을 갖게 하는 그런
프로, 참 좋았어요.
리사님. 이준간도 행복하게 !!
Lisa♡
2009년 4월 19일 at 11:01 오후
진아님.
그를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연구자가 되어 우리동네 모든 걸
맛보고 음식에 조미를 해보고픈
충동이 생기는 거 있잖아요.
조그랑방탱이 할머니 너무 귀엽죠?
"지혜가 뭐랑가?"
얼굴에 아이같은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더라구요.
Lisa♡
2009년 4월 19일 at 11:03 오후
데레사님.
보셨군요.
나이가 들면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난다더니
데레사님은 나이를 거꾸로 먹나봐요?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 그대로 보입니다.
푸른 눈의 이방인들도 청보리랑 같이 한 국수를
맛보면서 처음먹어보는 이국적인 맛이라는 그 느낌.
정말 그 남자 대단하지요?
꾸몽
2009년 4월 21일 at 12:16 오전
리사님
저도 양곱창과 대창….ㅋ 아침부터 확 땡기네요!!!
클림트전 보러 예술의전당을 오랜만에 갔더니
입구가 변해있더라구요!
더 좋아졌던데…
카쉬전이 끝나기 전에 함 더 가고싶어요!!!
벌써 끝났나….?
예술의전당…
공연뿐만아니라
봄이랑 초여름에 산책하기 참 좋은것 같아요!!
Lisa♡
2009년 4월 21일 at 12:29 오전
꾸몽님.
그러니까요.
산책하기 딱인 곳 같아요.
카쉬전 아직 안끝났어요.
카쉬전 보라고 말해주고프네요.
입구가 현대식으로 바뀌었고’지하에
쉴곳(아이스크림집)도 생기고 로라애슐리 제품 파는 집도
생겼더라구요.
루부르를 벤치마킹 하는 느낌이…
양곱창 비오는 날 더 땡기죠?
저–어제도 어쩌다보니 오발탄에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