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의 집에서 수요문학광장이 있는 날.
섬을 주제로 즐겨 다루시는 이생진시인이 나오신다는 소식이 있었고 초대를 받았다.
시인에 대해 잘 몰랐고 그의 시집 한 권 없는 나로서는알면 보인다라는 말과는 먼 초대였다.
2시간여 시간을 보내고 감동을 주는 시낭송까지 듣고서 그가 상당히 아니 썩 괜찮은인물임을,
그리고 소박하고 유우머가 넘치며 자기를 낮추는 사람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8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청렴한 모습과 깨끗한 성품이 한 눈에 들어왔고 열정을가득 안고있는
내성적인 소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끝으로 그가 낭송하는 그리운 성산포를 들을 땐감정이 격앙되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거의 종교의 수준으로까지 몰고가는 그의 보이지않는 카리스마적 겸손이 좋았다.
예상도 못한 채 그에게 매료되었다.
한동안 그의 시집을 진실로 와서 내게 파묻힐 때 까지 놓지 않을 거라는 게 보인다.
그를 만나게 해준 분께 감사드린다.
20대에 손수 한장한장 시집을 200권 만들었다는 그는 초본을 갖고와서 보여주었다.
다른 시집을 사서 일일이 파헤쳐서 ‘ㄷ’자 못까지 철물점으로 가서 만들어 그대로
만들었다는 그는 시골서 그 당시에는 등단이나 신춘문예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저 시가 좋고 시를 쓰는 즐거움으로 여지껏 산다는 그를 보니 부끄럽다.
하이데거가 말한 ‘언어는 존재의 집’ 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오래 전에 쓴 일기나 시들이
당시 자기존재를 알려주는 하나의 집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건강법을 듣기도 하며 과연 작은 행동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그를 본받을 준비는
되어있는가 하는 내 깨우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나이차가 30 살 이상이 나지만 그런 남자도 사랑하는 감정으로 대할 수 있겠다라는
감정도 생겼다.
어디에 가던, 뭘 보던, 누구를 만나던 하나를 배우면 그날은 성공한 날이다.
약속이 공교롭게도 1개에서 3개로 늘어난 날이었다.
12시, 3시, 8시.
12시 약속을 돌연 펑크냈다.
5-6명이 만나는 자리니 나 하나 가지않아도 그다지 공백이 없으리라는 계산이었다.
3시와 8시는 가지않을 수 없었다.
8시엔 정명화 첼로 40주년 기념 연주회가 있었다.
김대진 피아니스트가 같이 연주를 해주는 독주회인데 비교적 가볍고 봄밤에 어울리는 레퍼토리였다.
아침부터 이상하게 아르페지오가 흥얼거려지더니 기어이 밤에 듣고 말았다.
매일을 이렇게 감동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이렇게 살고 싶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정명화 첼로연주는 첫 곡을 사무엘 베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6으로 시작했다.
연이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 소나타로 분위기를 극히 여성적으로 흐르게 하더니
마지막은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장식했다.
그녀는 첼로는 그냥 늘 손에 익은 자신을 다루듯이 했으며 아주 능숙하고 부드러웠다.
까만 드레스에 커다란 스팽글이 달린 드레스와 인터미션이 끝난 후엔 어깨에 짧은 날개가
달린 귀엽고 우아한 보라색의 드레스를 입고 연주를 했다.
어떻게 우아하게 사느냐를 잠시 생각해봤다.
끊이지 않는 앵콜에 머뭇거림없이 타이스의 명상곡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그리고 마지막 앵콜곡으로는 엘레지를 연주했는데 리스트인지 포레인지 구분이 안가는 나의
한계…..ㅎㅎ..그래도 좋았다.
자기의 확고한 세계를 갖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고 존경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더 깊은 음색의 첼로로 나를 즐겁게 해주는 그녀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사랑받은 느낌이 팍팍 드는 날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늘 사진변환 때 사이즈 조정을 못했는데 어쩌다 이름을 빼는 중에 자동으로 크게 리사이징 되었다.
웃기는 순간이다.
별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지고 이젠 사진을 제법 크게도 보게되었다.
난 역시 운이 좋은 편이다.
누군가 못생긴 나의 손을 보면서 꽤 열심히 살았구나..했단다.
미안타..열심히 살은 적이 없기 때문에..고생과는 거리가 먼 여자인 내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될런지.
그래도 요리는 열심히 햇다.
바느질을 부지런히 하거나 로션을 안발라서 그런 손이 된 걸까?
그래도 내 손더러 예쁘다는 남자 여럿있었다.
다 뻥~~이라구요?
압니다.
바위섬
2009년 4월 23일 at 12:32 오전
리사님의 일상에서 고품격의 삶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엿볼 수 있어서 굳~입니다…
흙둔지
2009년 4월 23일 at 12:37 오전
이생진 시인님 제 아버님과 갑장이신데
약간의 수전증만 빼놓으시곤 무척 건강하신 편이시지요.
순수하시고 아직도 열정을 품고 계신분…
은근히 여성팬도 많이시구요…ㅋ~
그림도 잘 그리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고,
홈싸이트도 열심히 가꾸시고 계시니 한번 찾아가 보셔유~
http://www.poet.or.kr/sj/
사진이 큼직해지니 눈이 다 쎤해지누만요~ ^_^
douky
2009년 4월 23일 at 1:30 오전
정명화씨… 첼로를 빼더라도 참 멋진 분 같지요…
우아하고 기품있게 그러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게 나이드신 모습이…
시와 음악이 있는…
멋진 하루 보내셨네요~
Lisa♡
2009년 4월 23일 at 1:54 오전
바위섬님.
고품격!
입력합니다.
그리 살도록 노력해야 할텐데
자꾸 반대로 가니 걱정입니다.
바위섬님.
오늘도 화이팅~~
Lisa♡
2009년 4월 23일 at 1:55 오전
흙둔지님.
생진시인님을 잘 아시는군요.
멋지더라구요.
여성팬들이 거의 신앙수준이던 걸요.
그런데 그게 이해가 되어요.
저도 그럴 가능성이…ㅎㅎ
그 분이 그림도 잘 그리고 사진도 잘 찍는다구요?
아이고 좋아라.
정말 멋지시네요.
고맙습니다.
Lisa♡
2009년 4월 23일 at 1:56 오전
덕희님.
아침 일찍 나들이하셨네요.
저는 10시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바람맞고 돌아왔어요.
잠시 후에 또 나가야해요.
오늘도 바쁜 하루거든요.
아무튼 격조있는 여성이지요.
어제 거기 온 강금실도 제가 팬이랍니다.
八月花
2009년 4월 23일 at 5:37 오전
나도 어제
아르페지오네 갖고 나가 내내 들으며 다녔다오.
사람들이
내 손 한 번 보고 얼굴 한 번보고.
나도 일 많이 안했는데
어째 ..ㅎㅎ
마디 없는 긴 손가락이 나의 로망이라오.
그래도 잡으면 보들보들은 하다오..
슈카
2009년 4월 23일 at 6:51 오전
이생진 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리사님께서 표현하신 그 분을 보니 알고 싶어져요.
저는 나이는 많지만 청년같은, 소년같은 사람이 좋아요.
모습만 봐도 감동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데 왠지 이생진 시인을 한 번 보면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 칠순을 넘긴 청년화가 한인현 화백을 보고 그런 감동을 받았었어요.
오공
2009년 4월 23일 at 9:37 오전
오늘 KBS1 아침마당에서 안철수씨가 강연을 했는데,
직업 만족도 조사 결과에
만족도 1위가 작가라고 나왔답니다.
이생진 시인도 그 들 중 한 분이겠지요?
어제 밤에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cello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어이쿠, 찌그덕 하는 걸 듣고,
지연이가 옆에서 이거 실황인가봐,그러면서
이 분 당황되었겠다,하더군요.
그리고,다시 두시간쯤 뒤에 차를 다시 타고 라디오가 켜지면서 박수소리가 들렸어요.
정명화씨의 cello연주회가 앵콜까지 끝난 밤10시더라구요.
아,아까왔었어요…쩝.
초록정원
2009년 4월 23일 at 12:13 오후
이 포스트 열면서 야~ 멋있다~ 하고 탄성부터 질렀어요.
사진 크기 늘려놓으니까 훨씬 작품이 사는 걸요.
낮엔 시인을 만나고 저녁엔 근사한 음악회..
정말 멋진 하루였네요.
파란 표지의 시집 저도 갖고 있답니다.
Lisa♡
2009년 4월 23일 at 2:02 오후
팔월화님 손이 나랑 같나보네..
그럼 담에 손을 서로 비교해서 더 못난
사람이 밥사기 할까요?
Lisa♡
2009년 4월 23일 at 2:02 오후
슈카님은 제가 느낀 의견과 똑같을 겁니다.
분명해요—안봐도…ㅎㅎ
한인현 화백요?
Lisa♡
2009년 4월 23일 at 2:04 오후
오공.
찌그덕 했다고?
어느 부분에서?
그랬구나.
아무튼 좋았다구.
다음엔 연주회보러갈 때
라디오 조그만 것 들고 가야겠어요.
지연이 연습 잘 하고있나요?
근데 문 안열어요?
오공님 문 안 열면 폭파한다.
뭘?
글쎄—–
Lisa♡
2009년 4월 23일 at 2:05 오후
초록정원님.
정말이세요?
대단하네요.
안갖고 있는 게 없으니….
다시 봐야겠어요.
사진크기 미리 알아서 늘릴 걸..
내가 봐도 그러네요.
채원
2009년 4월 23일 at 9:29 오후
어쩜 그러셨구나….
그 분 그림은 이미 프로급이시지요…..
시집 안 컷은 다 당신 작품…..
신앙 수준 까지인 줄은 몰랐는데
첫 느낌이 그러셨다면 그럴 지도….
지금 이 동 시대에 그런 분과 잠시라도 마주 할 수 있음에 진심 감사하고 행복한 것을….
또 가까이 뵐 수 있는 시간 마련되기를 소망하며~~~
Lisa♡
2009년 4월 23일 at 10:59 오후
채원님.
초대감사드립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시낭송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
후후후.
생진님의 호가 만재시라면서요.
만재도 가봐야겠어요.
JeeJeon
2009년 4월 24일 at 8:02 오전
밥 안먹어도 배부를것 같은 리사님 날입니다.~~
감미롭고 통통튀는 첼로연주곡들
으아 너무 좋았겠다..부러워요..
그런 음악..듣고 있으면 공연히 다른세계로 떠나곤 하잖아요 ..그죠~
Lisa♡
2009년 4월 24일 at 9:44 오전
지전님.
그렇쵸?
밥 안 먹어도 당연히 배부르지요–
암요~~
박산
2009년 4월 27일 at 12:12 오전
그럼 난 이생진교 전도사 대장?
리사님은 신입신도,,,ㅎㅎㅎ
낮엔 시
저녁엔 첼로
브라보!
광혀니꺼
2009년 4월 27일 at 1:01 오전
와우~
이생진시인에
정명화 첼로 연주회까지.
@!@
Lisa♡
2009년 4월 27일 at 2:07 오전
박산님.
어쩌다가 그런 날이…
복도 많치…
생진님교도 괜찮죠?
Lisa♡
2009년 4월 27일 at 2:07 오전
광여사.
어쩐지 졸리는 하품이…
일단 하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