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 神 과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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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해 그다지 맹목적이지 않다.

성스러운 분위기가 좋고 뭔지 모를 힘에 감화를 받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 겸손해지는 이유가 신실한 종교에 진정으로 자기를 온전히 바치면

누구보다도 겸손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만이 할 수 있는 세상사에서 자기는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식으로 겸손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겸손해지는 이유다.

나의 종교관을 되짚어 볼 시기이다.

과연 나를 이렇게 인도하는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난 비교적 조용히 혼자서 즐기는 종교를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소홀해지는 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기도…….기도가 주는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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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파이(Duplicity)라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를 보게 된이유는 남편에게는말하지 않았지만 클라이브 오웬 때문이다.

다소 터프하고 강하고거칠게 보이는 그를 요즘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 명 더 추가되었지만…하비에르 바르뎀이…후후.

더블 스파이의 원제에서 보듯 서로 다른 마음을 갖고 견제하면서 겨루고

사랑에서조차 믿음을 위험하게 지켜봐야했다.

머리 좀 쓰느라 영화보는 내내 힘들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반드시 있다.

남을 속이다보면 나도 속고만다.

클라이브 오웬은 가끔 눈동자가 보기싫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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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에 베이커리를 들렀다.

예전에 500원 하던 빵이 이제는 1300원까지 올랐다.

케잌 조각도 1800원 정도 하다가 2300원 가량하더니 이제는 조각에 4800원 정도이다.

언젠가 케익 전문점이 생겨서 라리같은 곳에서 케익값을 올려 놓더니 이제는

그가격이 버젓이 여늬 빵집들에서 파는 가격이다.

서글프다.

밤 크기의 조그만 빵도 1000원이 넘는 건 기본이다.

동네의 슈퍼 옆 빵집에서나 좀 저렴하게 팔려는지.

무엇을 하나 사려고해도, 먹으려고 해도 물가가 너무 올랐다.

고급화되어가는 사회현상이 이유도 있겠지만 가격을 너무 올려놨다.

빵 하나 사먹고 즐거워 하기에도 이젠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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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방랑식객을 보고 예고편으로 존엄사에 대해 방송한다는 걸 알았다.

일부러 그 시간을 기다려서 봤다.

소위 안락사라고 하는 존엄사에 대해 나는 찬성이다.

경제적 능력도 있고, 고통이 덜하거나 보기에 죽음을 맞기엔 안타까운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난 찬성이다.

암의 고통에 끔찍하게 당하고 있는 환자들이나 더 이상 아무런 연명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과 살아있는 게 차라리 고통인 사람들이 있다.

의식도 없는데 목숨만을 연명하기 위해 목에 구멍을 뚫고 해서 지탱할 필요가 있을까?

미리 환자 본인이 자기의 막바지에 대한 형식의 글을 써놔서 의식이 없어지고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일부러 생을 연장하지 말라는

글이나 서명을 남겨서 법적으로도 허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위스에서는오래 전부터 허용했으며 국민의 87%가 찬성이란다.

단 정신이 있고 자신이 편하게 원할 때만 자의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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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쯤부터 아기처럼 변했다.

치매형식의 노인성 치매가 잠시 왔다갔다했다.

그 때 참 예뻤으며 엄마랑의 시간이 즐거웠다.

그렇게만 계셔준다면 치매라도 오래 살았으면 했다.

하지만 나중에 너무 힘들어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나는 고통없이 가시기를

마음속으로 매일 기도했다.

본인도 원했고 나도 원했기에 나중에 호스를 목에 꼽자고 할 때 내가 거절했다.

오빠들도 물론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3년간 내가 모시고 있었기에

내가 결정을 했고 식구들도 다 나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나 자신도 그렇게해서 구태여 몇 달을 더 살고 싶지도 않고 그럴 때는 이미 회생불가능이다.

그래도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경우가 있다.

본인도 그리 고통스럽지 않고 자주 가서 놀아줄 수 있고 경제적 능력만 되면

정말이지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그런 경우도 당연히 있다.

인간의 종말은 절대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일까?

24 Comments

  1. 레오

    2009년 4월 26일 at 5:09 오후

    짧은 이별이 아름다울거라고 늘 생각해요.

    우리는 미리 서약서를 쓰는 것도 현명할 듯..
    오랜 투병생활과 아픔은 본인 가족 모두 고통이니..
    밑에서 두번째 사진은 지하 동굴교회 앞?..    

  2. 흙둔지

    2009년 4월 26일 at 8:49 오후

    살아있어 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경우…
    그런 경우는 드물겠지만 만약 있다면
    양쪽 다 축복 받은 삶이지요…

    언제가 다녀 오셨던 티베트나 네팔같은 나라에서는
    죽음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맞이하지 않던가요?

    한국처럼 유별스럽게 슬퍼하는 국민들도 별로 없을 겁니다.
       

  3. 슈카

    2009년 4월 26일 at 9:44 오후

    저도 존엄사에 대한 리사님의 생각에 동의해요.
    의미없는 생명연장에 갈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고통스럽다면..
    생각할 거리들이 많은 포슽입니다. 그러면서도 더블스파이 검색하러 쪼르르 갑니당~~   

  4. Lisa♡

    2009년 4월 26일 at 10:57 오후

    레오님.

    동굴앞 맞습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자기들 찍어 달라고해서
    찍고 보여주니 좋다고 하면서 지들끼리 나를
    두고 농담 비슷한 걸 하면서 웃고 그러더라구요.

    고통이 온 몸을 엄습할 때는 그리고 그게 생명의
    끝이라는 걸 알 때는 미련없이 가야합니다. 어제
    스위스의 86세 할아버지가 환자도 아닌데 미리
    자기가 원해서 아들이 심지어는 욕까지 하고 말리는데도
    가겠다고 하며 아름답게(?) 가는 모습에 좀 충격도
    받았습니다.
    그 남자는 아내의 암투병과 여자친구의 알츠하이머 병에
    정말 진저리를 치도록 고통을 맛봤다고 하더라구요.   

  5. Lisa♡

    2009년 4월 26일 at 10:59 오후

    흙둔지님.

    맞아요.
    인도나 티베트 사람들은 울지도 않더라구요.
    담담하게 살아왔고 (욕심없이)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오히려 지나치게 침착해서…ㅎㅎ
    부럽기도 하고 사실 저도 죽음 앞에선 그간
    담담하게 지내왔습니다.
    시어머님의 경우에는 정신이 말짱할 때 편안하게
    여행간다고 생각하라면서 죽음에 대한 책도
    제가 마지막으로 선물했답니다.   

  6. Lisa♡

    2009년 4월 26일 at 11:00 오후

    슈카님.

    더블스파이 그렇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예술적인 영화는 아닙니다.ㅎㅎ   

  7. 서영

    2009년 4월 26일 at 11:19 오후

    치매5년차인 내아버지 시간의간격 사람과의관계 잘아시지못합니다.
    그러나 이세상에서제일사랑한 단한점혈육인 나에관한한
    너무나 정확히 기억하시는 내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이다음에 다른세상으로가시면 너무나 쓸쓸하게될것같습니다.
    과일중에 토마토와 배를 유난히좋아하셨던아버지
    오늘간식 도시락은 대저토마토 와 쑥인절미싸가지고
    자전거타고 양재천이보이는 아버지요양병원으로 고고씽!
    철없는53살딸은 아직도 웃고지냅니다.   

  8. Lisa♡

    2009년 4월 26일 at 11:25 오후

    어머…………..서영님.

    자전거 타고 가세요?
    여러가지로 도음이 되겠다.
    언니에게 너무나 소중한 아버지세요.
    단한점 혈육이시니 오죽할까?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분이세요.
    서영님…힘들지만 철없는 딸은 그래도
    그 분의 존재자체가 행복이지요?^^*   

  9. 박산

    2009년 4월 27일 at 12:18 오전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클라이브 오웬 때문이다’

    이런 면도 있었어요 리사님 !

    이거 누구 보라고 한 면피용(?)은
    절대 아니지요?
    (현재 남편인 남편 생각)    

  10. Lisa♡

    2009년 4월 27일 at 2:02 오전

    박산님.

    우리신랑은 말 안해도 내가 거의
    모든 영화배우를 좋아하므로 알 겁니다.
    클라이브 오웬 스타일을 예전에는 별로라
    했는데 요즘은 그런 터프가이가 좋거든요.
    아마 울남편이 보면 분명히 이렇게 말 할 겁니다.
    "네가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딨노?"   

  11. onjena

    2009년 4월 27일 at 2:33 오전

    저도 의미없는 생명연장에는 반대합니다.
    건강할 때 미리 이런 서류를 준비해야 되지만
    맘대로 잘 안되네요………..   

  12. 왕소금

    2009년 4월 27일 at 7:11 오전

    터키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니 더 정감이 가네요.
    글에 대해서는 위에서 다른 분들이 다 얘기를 해서…ㅎㅎ

    즐거운 시간 되시고요^^   

  13. Beacon

    2009년 4월 27일 at 7:50 오전

    사진이 무지막지 훌륭해지셨습니다..
       

  14. Lisa♡

    2009년 4월 27일 at 8:30 오전

    언제나님.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당연히 앞서 가시는 분이니까요.

    미리미리…그러나 조금 천천히 하셔도 아직은..   

  15. Lisa♡

    2009년 4월 27일 at 8:30 오전

    왕소금님.

    터어키 사람들 진짜로 보면 더 정감이 가요.
    정말 착하거든요.   

  16. Lisa♡

    2009년 4월 27일 at 8:31 오전

    비콩님.

    커다란 사진을 작게 하다보니
    여지껏 제맛을 발휘못한 거구요.
    본래 이렇게 찍었는데 사이즈때문에..ㅎㅎ
    잘난 척..   

  17. 지안(智安)

    2009년 4월 27일 at 12:41 오후

    어제 그 다큐프로 봤어요.
    죽음을 선택할 권리.네델란드가 부럽기두 해요.

    클라이브 오웬 근사한 배우에요.
    킹 아더,클로져에서 반했어요나두..ㅋ
    오늘 사진 참 좋으네요!
       

  18. 佳人

    2009년 4월 27일 at 2:28 오후

    정말 믿음이 강하다면 죽음을 기뻐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약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믿음이 강했던 분들도
    죽음 앞에서 삶에 미련을 보이더라는데
    가끔 편안하게 떠나셨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부럽고 아름다운 종말을 위한 기도를 해요.
    요즘 부쩍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19. Lisa♡

    2009년 4월 27일 at 2:45 오후

    지안님.

    보셨군요.

    스위스나 네델란드가 정신적으로 많이 앞섰죠?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부작용이 많을 거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도를 감안한다면 여러가지를
    법제화 시켜야 할 겁니다.   

  20. Lisa♡

    2009년 4월 27일 at 2:47 오후

    가인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음 앞에서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나도 장담하기는 그렇지요?
    그렇게 대단하던 우리 어머님도 별 수 없긴 했어요.
    스위스의 어느 할아버지랑 스콧 니어링 같은 사람 정말 보통 사람
    아니예요.   

  21. 밤과꿈

    2009년 4월 27일 at 8:58 오후

    상한 갈대를 꺽지 마라!   

  22. Lisa♡

    2009년 4월 27일 at 10:57 오후

    밤과꿈님.

    오늘의 화두입니까?   

  23. 산성

    2009년 4월 28일 at 8:00 오전

    첫번째 사진 속 여인의
    강렬한 눈빛에 놀랐다가
    두번째…에도 깜짝 놀랍니다.
    구름을 배경으로
    이 쪽 세상^^을 내다보는듯한…
    저 눈빛..

    사진들 참 좋습니다.   

  24. Lisa♡

    2009년 4월 28일 at 9:21 오전

    산성님.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사진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냥 찍었는데….괜찮죠?
    첫 번째 여인도 잘 나왔네요.
    칭찬 고맙습니다.
    6월에 뵐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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