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내 생애 최고로 멋진 고등어를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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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때 손톱, 발톱 깎아 줄 시간이 오면 마치 하나의 축제라도 준비하듯

신문지를 깔고 차례대로 아이들을 불러 들였다.

공연히 자기 손의 살이라도 베일까봐 어깨부터 힘이 들어가던 아이들의 찡그리고 걱정스런 얼굴들..

큰 아이가 손톱이 하나도 없었다..늘…아마 칼슘부족인게야~~

그 다음에도, 또 다음 번에도 그 아이의 손톱만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자라지 않았다.

물어 뜯은 흔적도 없이 도대체 왜 자라지 않는 것일까? 발톱은 자라는데..

병원을 가야겠다고 중얼거리자, 아이 말이 자기가 손톱을 먹는다는 거였다.

아니–혹시나 싶어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언제 다 뜯어 먹었단 말이야?

숨어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할 때나 시험공부를 한다든가, 심각하고 초조할 때 아주 열심히 물어 뜯어서 먹었다.

아직도 그 버릇은 고쳐지질 않고 0.2mm만 자라도 내게 와서 호들갑을 떨며 보여주지만

그 이상은 본 적이 없었다.

뉴욕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휴교령까지 발동했다니 손톱을 먹는 아들땜에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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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손에 뭐가 묻으면 슬쩍 와서는 다른 사람의 옷에 닦고는 했다.

새우깡을 먹어도, 다른 그 무엇을 먹어도 가서 씻으면 될 걸 늘 그 모양이었다.

손톱도 깍기 싫어해서 늘 손톱 아래 때가 새까맣게 끼어있었고 씻으면 물이 꺼먼 구정물로 되었다.

이빨도 무지 안닦아 화를 내며 닦으라고 할 정도였다.

치과에 가면 특이한 건 자주 열심히 닦는 첫 째와 셋 째는 이가 상하고 구멍이 나있기도 하는데

유독 안 닦는 둘 째만은 이빨이 제일 성하고 튼튼하다는 것이었다.

혹시 공룡이빨일까?

걔가 어릴 때 우리가 꼭 육식공룡을 닮았다고 했었다.

육식공룡은 초식에 비해 몸이 날렵하고 작으며 이빨이 촘촘했다.

큰 아이는 행동이 굼뜨고 착한 심성에 장난기가 다분한데 둘 째는 늘 호시탐탐한 표정에

야무지고 재빠르며 못하는 운동이 없는 편이다.

애교 많은 큰 놈에게 늘 엄마에 대한 사랑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을 두 눈에 담아 나를 보면

가시광선을 쏘아대곤 했던 놈이다.

에그..옆에 있어도, 하라고 시켜도 하지 않는 놈인데 이빨이나 잘 닦는지~

손이나 잘 씻는지~ 어젯밤에 꿈에 그 아이가 열이 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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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태생인 MIT출신의 웬을 만나 같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뉴저지의 맨하탄의 야경이 바로 보이는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웬은 MIT졸업 후 리먼브라더스에 취직이 되어 한 때 잘 나가던 청년이었다.

지금은 실업자로 여기저기 들어 갈 자리를 알아보지만 쉽게 직장을 잡기는 힘들 것 같다.

그는 벌어둔 돈으로 몇 년은 살 수 있다고 했다.

우리 큰 놈과 나란히 앉아 수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가 손톱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웬이 갑자기 손을 숨기는 것이었다.

내가 서툰 영어로 손을 좀 보자고 했더니 절대로 안된단다.

웬은 손톱을 물어뜯는 수준이 우리 아이의 수준을 지나쳐서 손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

온 손이 투덜투덜 거칠거칠..난리도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깨끗하게 면도한 손톱을 언제나 가지고 있다.

웬도 어릴 때부터 초조하거니 시험이 있으면 쉴 새없이 물어 뜯었단다.

나는 잠깐 알던 어느 집 아들이 발톱을 입에 넣고 맛있게 물어 뜯는 걸 본 적있다.

그 아이는 앉아서 발이 입에 편하게 들어가는 자세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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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고등어를 만났다.

가락시장 생선가게에 그 놈은 허연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국산 생물이라는 이름판을 내걸고 말이다.

"아줌마, 이 멋진 고등어 얼마예요?"

"12000원인데 10000원만 주세요"

물어보지 않을 걸 그랬나봅니다.

내게 올 그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크고 싱싱하고 잘 생긴 그런 고등어는 처음봤습니다.

마음은 거기에 둔 채 주변을 배회하다 근처에 조금 못생기고 초라하게만 보이는

고등어 중에 그래도 번들거리는 녀석을 3마리 10000원에 샀다.

오메가 3가 제일 많이 든 등푸른 생선은 꽁치와 고등어다.

줄기차게 매일 먹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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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돌문어와 참소라가 먹고 싶단다.

가락시장을 가서 돌아 나올 때면 그런 것들을 쳐다보는 애절한 눈빛을 안다.

10000~15000원이면 그래도 3-4명 먹을만한 돌문어 살아있는 놈으로 살 수 있다.

동네보다 반값이면 수월찮게 산다.

소라는 커다란 놈으로 4개 올라가고 1kg에 만원이다.

두끼는 너끈하게 먹을 수 있는 양에다가 아주 싱싱타.

방금 죽은 광어를 토막쳐서 만원어치 샀다.

애호박을 넣고 광어미역국을 끓였더니 기름이 동동~뜬다.

만원어치면 3-4번 정도 국을 끓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애호박도 드뎌 두 개 1000원이다.

사과도 가락시장의 수산시장 건너 편 난전에 앉아서 청송사과를 파는 할머니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사과로 12개 만원을 주고 샀는데 너무 싸다.

지나가는 택시 아저씨가 차를 세우더니 아주 맛있고 싼 집이라며 자기도 단골이란다.

만원어치 내친 김에 더 살랬더만 남편이 잡아끈다.

썩어서 버리는 게 하도 많아 그만사고 다 먹고 사란다.

흥~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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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광혀니꺼

    2009년 5월 2일 at 3:37 오전

    아!
    담장에 연등 그림자…

    고등어 놓쳤어도
    그 그림자가
    마음을 열게 해주네요.

    우리집 짱구는
    다행히
    손톱깎는걸 아주 좋아합니다.
    손가락 돌려가면서
    대주는걸요~
    ㅎㅎ

       

  2. Lisa♡

    2009년 5월 2일 at 4:48 오전

    광여사.

    시골안가쓰?

    연등 그림자가 아주 마음에 든다구요?
    줘?
    ㅋㅋㅋ…

    찡구가 손톱깍는 걸 좋아한다니
    더 귀엽네.   

  3. jhkim

    2009년 5월 2일 at 7:04 오전

    고등어 나도 아주좋아하는데요
    애구 먹고싶어라   

  4. 지안(智安)

    2009년 5월 2일 at 7:13 오전

    초딩 육년생 손녀딸 엄지 손가락 볼만 합니다..ㅎ
    정서불안은 아닌것 같은데 여자라 걱정은 돼요.
    고등어 참좋은 반찬감이죠.
    매일 먹으려고 벼르지만 잘 안되네요.
    식탐이 많으믄 잘~산다는데 그래서Lisa님이?
    오늘도 맛있게 냠냠 하시고~
       

  5. Lisa♡

    2009년 5월 2일 at 8:06 오전

    JHKIM님.

    고등어 좋아하세요?
    고등어라고 하니 서민적인 생선같지만
    요즘은 꽁치빼고는 다 비싸서
    마음껏 사먹기는 그렇쵸?
    어디 맛있게 하는 식당있나 찾아볼께요.   

  6. Lisa♡

    2009년 5월 2일 at 8:08 오전

    지안님.

    여자애들은 크면 고치기도 하는데
    우리 딸은 거의 고쳐가고
    울 언니는 아직도 못고치고 있어서
    손톱깍기가 전혀 필요없지요.
    지안님.
    제가 식탐이 말도 못한답니다.
    식탐이 많으면 잘 산대요?
    그럼 부끄러워하거나 억제하지
    말아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주변에 …   

  7. 포사

    2009년 5월 2일 at 8:32 오전

    고등어가 지금부터 제철로 접어드는데맛도 좋고 영양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비린내가나고 ..그래서 간고등어로 거래된다. 싱싱한 놈은 어떤 방법으로 음식 만들어도 맛있죠.
    畜養한 산 고등어 회쳐도 좋고    

  8. Lisa♡

    2009년 5월 2일 at 8:36 오전

    포사님.

    지금이 제철이라구요.
    그럼 곧 가격도 내려가겠네요.
    잘 구운 고등어가 열반찬 안부럽죠?   

  9. 화창

    2009년 5월 2일 at 10:47 오전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등푸른 고증어가 떡하니 들어있네~~~

    아! 나는 내일이면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겠구나!
       

  10. Lisa♡

    2009년 5월 2일 at 11:05 오전

    갑자기 김창완의 노래가사가 생각나요…

    희망님.

    내일이면…훕스~~희망이 보이네요.
    고등어를 구워 먹을 수 있겠다는…
    맛나게 드세요.   

  11. 희망

    2009년 5월 2일 at 1:52 오후

    Lisa♡님은 댓글을 안달고 있어도 블로그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 보이시나 봅니다. ^^

    글을 읽다 보니 저희 집 냉동고에 고등어 자반을 사다 놓은게 있었다는것이 생각이 나는군요

    무우하고 감자를 깔고.. 자반고등어를 그 위에 올려놓고 마늘 다진거와 파를 넣고 고추가루를 솔솔 뿌려서 살짝 국물이 있게 찜을 만들어 먹으면 맛있을거 같아요..

    아… 그런데 어제 만들어 놓은 카레라이스가 아직 남아 있었네요
    그거 낮에 다 먹고 저녁쯤에 만들어 먹으면 될것 같군요. ㅎㅎㅎ

    옆지기님과의 가락동농수산물 시장의 나들이… 참 멋져 보이십니다..   

  12. Lisa♡

    2009년 5월 2일 at 2:16 오후

    어…안경을 안끼고 봤나봐요.

    그럼 화창님.으로..

    히히히…
    가락동 맛들이니까 훨 식탁이 풍부해집니다.
    어쩌냐–캐나다에는 가락시장은 없죠?
    참—-그래도 킹크랩을 저렴하게 실컷…으하..
    먹고싶네요.
    자반을 저는 즐기지 않지만 자반 좋아하는 분들은
    자반을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기도 하더군요.

    안동고등어…ㅎㅎ

    마침 희망님이 들어놔서 얼추 다행이네요.ㅎㅎ   

  13. 오를리

    2009년 5월 5일 at 6:23 오전

    고등어 한마리에 만원!!!!
    미국 한국수퍼 보다도 비싸니…

    CDC(미연방질병 통제국)은 임신부는 하루에
    생선 한마리 이상을 먹지 말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초밥으로 가장 인기있는 참치가 수은 함량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14. Lisa♡

    2009년 5월 5일 at 8:31 오전

    오를리님.

    저 고등어요–
    엄청 크고 잘 생겼어요.
    만원할만해요.
    제가 부담스러워서 그렇지만요.
    아마 저렇게 큰 고등어는 못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갓잡은 싱싱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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