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E1447-01.jpg

홍상수감독.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감독이다.

처음엔 그저 별 일없는 일상이 계속된다.

대사에 눈여겨 볼만하다.

제일 마지막에 그가 전하려는 메세지가 불쑥 튀어 나온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요즘 내가 하고픈 화두였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이지만 너무나 천연덕스러워 그냥 지나치는 걸

그가 쏙 끄집어 낸 그런 화두를 풀어서 쳐버렸다.

유행처럼 이름이 주는 암시가 묘하다.

E1447-16.jpg

구경남(김태우).

위의 사진은 육체파 애로배우와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공현희가 서로 술겨루기 하는 중이다.

영화는 두 편으로 분리가 되는데 제천과 제주도에서의 에피소드이다.

제천음악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구경남이 우연히

옛날에 포장마차에서 만난 부상용(공형진)과 마주치면서 그의 집까지 가서 하룻밤을 자면서 그의

천사표 아내 유신(정유미)과의 어처구니없는 관계로 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홍상수 감독은구경남을 통해 자신의 영화와 빗대어 인물들의 캐릭터와 예술영화에 대한

견해를 은근슬쩍 말하기도 한다.

3편의 영화로 갑자기 떠 버린다른 감독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E1447-20.jpg

제주로 내려 간 구경남은 영화공부하는 학생들과 영화에 대한 토론을 한다.

학생들을 주관하는 고 국장(유준상)과 제주의 노화가인 양천수를 만나는데

그의 아내인 고순(고현정)을 만나는 순간 자기의 후배였으며 한 때프로포즈를 한

여자임을 한 눈에 알아본다.

20살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노화가와 잘 살고 있는 그녀는 구경남이 남편을

이용하는 거냐고 묻자 "너보다 나은 사람이야" 라고 대답한다.

왜 그런 남자랑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사느냐고 불행하게 보는 그에게 고순은 말한다.

"너보다 낫다니까—잘 알지도 못하면서…아는만큼만 보고 그만큼만 받아들여"

그냥 네가 보이는 부분만 보라는 것, 아는만큼 그만큼만 보고 그 정도만 판단하라는 거다.

구경남이 묻는다.

"나랑 잔 건 뭐야? 왜 잤어?"

고순은 이렇게 대답한다.

"너네 남자들은 젊은 여자랑 안 자니? 그런거야..젊으니까"

구경남이 고순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는 결코 모를 것이다.

그럼 잘 살아 ~ 무감동하게 말하고 그는 떠난다.

미친 놈, 나는 남자들의 그런 부분이 아주 싫다.

E1447-19.jpg

학생들이 만든 영화처럼 꾸며지지 않은 실험영화처럼 흐르는 화면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현정은 1/3 마지막 부분에 등장해 불쑥 감독이 하고픈 말을 집어 던진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인물들이 속물근성을 갖고 있으면서겉으로는 아닌 척 한다.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특이한 성격들에서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속물경향들이 보인다.

고순은 잘 살던 남자에게서 자기의 속물화가 싫어서 헤어졌다고 말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의 경지까지 아는 척 하는 유순과 짝에 대한 말을 하는 부상용.

끝부분에 노화가의 동네후배로 나오는 하정우조차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륜현장을 낱낱이

화가에게 알리는 헤프닝을 만든다.

유준상의 연기도 하정우의 연기도 그 인물 그 자체다.

배우들이 모두 노개런티로 응했다고 하니 홍감독을 인정하는 그들의 이유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늘 버둥댄다.

어쩌면 내가 보는 부분이 다가 아닐진대 그게 다 인양 말하고 전달하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럼 잘 아는 건 뭘까?

없다.

그냥 보이는 부분만 보자.

그게 쉽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면 그게 더 어려운 일이니까–

끝에 좀 통쾌하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10 Comments

  1. 아리아

    2009년 5월 22일 at 1:01 오후

    리사님

    고현정 전남편 정용진씨가 좋더라구요^^ 그냥 느낌으로^^   

  2. Lisa♡

    2009년 5월 22일 at 2:03 오후

    아리아님.

    상당히 특이하시네요.
    후후후..
    그렇게 말하시는 분 첨 봤어요.
    아리아님.
    이름도 정확하게 아시고..ㅎㅎ   

  3. 레오

    2009년 5월 22일 at 4:30 오후

    우리 다 속물근성 있잔아요 ^^

    리사님 사진이 중독성이 있나봐요
    혼자가 좋아~그 곳이 눈에 밟히네요..
    노랑과 파랑..
    또 칠 벗겨진 의자들 있던 곳.. 딱 취향과 맞기도 하구요^^    

  4. 테러

    2009년 5월 22일 at 10:06 오후

    저는 저 사람 김태우…가 참 마음에 안들더라구요…ㅎㅎ
    잘 알 지도 못하면서…말이죠…ㅎㅎㅎ   

  5. Lisa♡

    2009년 5월 23일 at 1:43 오전

    레오님.

    맞아요.
    저도 가끔 제 속물적 근성이 고개를 들면
    스스로 몸서리쳐지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구요….저기요?
    서울오시면 연락줘요, 모시고 갈께요.   

  6. Lisa♡

    2009년 5월 23일 at 1:44 오전

    테러님.

    김태우요?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래요? ㅎㅎㅎ   

  7. Hansa

    2009년 5월 23일 at 3:44 오전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8. Lisa♡

    2009년 5월 23일 at 3:51 오전

    아…………..한사님.

    홍감독을 인정하시는군요.
    마지막에 짱~하는 울림을 줍니다.
    아침에 기분이 상당히 이상하네요.   

  9. 정원사의아내

    2009년 5월 23일 at 12:48 오후

    아~~ 근데 살 맞대고 사는 사람은 어째야 하나요?
    그래도 보이는 거 말고 조금은 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것도 쉽지 않지만.. 후후    

  10. Lisa♡

    2009년 5월 23일 at 2:17 오후

    이름도 이쁜 정.아님.

    살맞대고 사는 사람도 그냥 보이는 부분만 보세요.
    더 알려고 해봐야 보이겠습니까?
    그렇게 잘 보이면 벌써 봤겠지요.
    첫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벌써 50%는 보인다고 봅니다.
    살았으니 거의 다 봤다고 보구요..모르는 부분은
    살면서 조금씩 더 신선한 부분으로 남깁시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