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을 깨니 짙게 흐린 날씨가 날 맞았다.
등산준비로 김밥을 만들기로 했는데 지난 밤에피곤해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그냥 잤었다.
나나스께와 중국부추, 유부와 우엉, 계란지단을 부쳐 싱겁게
김밥을 만들었다.
물 얼리는 것도 잊었고 제 정신이 아니게 몽롱하다.
낮에 마신 진한 아이스 커피 탓이련가?
제대로 잠을 못자고 몇 번을 깨었는지 모르겠다.
비라도 온다면약속이 취소될텐데…비는 오긴 커녕 등산하기
외려 좋은 날씨였다.
초보등산 탈출이다…아자!!!
팔당에서 검단산으로 올라 용마산으로 넘어가는 코스를 택했다.
용마산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동선이 힘들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내게는 오히려 훨씬 재미있고 아기자기했다.
등산을 할 때는 위로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산 정상을 쳐다보면서 가면 오히려 지친다고 했다.
땅을 내려다 보면서 고개를 수그리고 차근차근..
앞사람이 빨리 간다고 박자를 맞추기보다는 내 페이스대로 가기로 했다.
땀은 비오듯 흘렀다.
척척하게 감기는 땀은 은근히 기분마저 좋게 했다.
노폐물이라도 빠져 나가는 걸까?
중간에 포기하고픈 생각도 들었는데 동행이 잘 챙겨주어 무사히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의 한적한 자리에 앉아 월매 막걸리를 오이와 배추랑 쌈장에 안주해 한 캔씩 마시고
싸 간 싱거운 김밥을 먹고 과일을 깍아먹자 부러운 게 없는 세상이다.
커피도 마시고 부른 배를 적당히 달래면서 다시 온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계곡의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지겹지 않을 뿐 아니라 기운을 북돋운다.
삼삼오오 떼를 지은 등산객들이 간간이 길도 묻고 사람이 어울려 사는 게 이런 거다 싶다.
동행과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로 지겹지 않은 길을 내려왔다.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곳을 지향하는 인간끼리는 말을 한마디만 해도 알아듣는다.
종교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면서 의견일치를 본 건 진정한 믿음은 누가봐도
온화하고 남을 무조건 이해하고 자기 삶을 축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는 결론이다.
남의 종교를 배타적인 종교로 보기 이 전에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건 결국 유일신이라는
점이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지 결국 마지막에 도달하는 건 한 점이다.
한 때 겉멋으로 종교를 믿는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제 진정하게 믿음을 대하면 내가 사고하고 선택하는 모든 언행도 많이 달라지겠지.
팔당댐으로 향한 식당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의 톡쏘는 맛이란.
땀을 흘렸어도 다리는 힘이 들어 뜨거운 기운이 돌아도 마냥 행복하다.
초록이 곁들어진 식당의 풍경 속에 물이 있다.
어디서든 어울리고 얄밉지 않은 일행이 된다는 건 기꺼이 그들을 이해하고
자기를 죽이고 즐거운 순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념이 없이 어울릴 때만 상대도 편해진다.
나를 이끌고 등산을 같이 가주고, 기다려주고 안내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건 복이 많다는 것이다.
항상 그런 고마움을 인식하고 그대로 즐겁게 그 시간을 즐기는 나.
항상 그다지 사람에 거부감이 없는 편으로 늘 무장해제가 되어 있는 유형에 대해
이야기 해봤다.
내가 그런 사람이지 싶다…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등산을 하고 하나의 산을 정복하고 내려오면
늘 느끼는 거지만 오늘 내가 뭘하나 이루어 놓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등산을 가고 자기와의조그만 싸움으로 인내심을 키우나보다.
등산을 하면서 힘들면 아이들은 공부를열심히 하는데 엄마가 이 것 하나 못해내~~?
그렇게 다짐하면서 길을 오르기도 한다.
아무도 생각지 않는 걸 나혼자 사념에 젖어 불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처음에 산을 오르며 조금은 힘들다.
그걸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 연구를 하는 거다.
이러다 점점쉽게 산을 타게 되겠지.
모든 게 하면 할수록 느는게 당연하니까–
노곤하다.
이제 자야한다.
어제 푹 잠들지 못한 나머지 잠까지 합쳐서 잠으로 고고~~
안영일
2009년 5월 30일 at 3:40 오후
좋은 상행을 하셨읍니다, 다음산행에는 꼭 양모의 속옷한벌은 꼭넣으십시요, (우천시 체온을유지하는 제1의 주의사항입니다 ) 상온에서 비를 몇시간 맟는다면 동사를 함니다,팔당인근의 양수리쪽 강가에는 요새강물이차서 소라(다슬기가)가 지천일것입니다 (앞으로 한두주?) 다슬기를 된장에삶아서 잡수시면 별미 다른하나 어항이든 (비닐)없다면 큰 물명 주둥이부분을 짤라서 꺼꾸로 끼우로 바닥에구멍몇개뚫어서 주중이안쪽에 된장조금묻혀서 강가 잔고기있는데 물속에 떠내려가지안게 막대기꼿아놓고서 한 반시간마다 첵크를하면 많은송사리가 들어감니다, 그것을 후라이에 튀기든 기름에 밀가루반죽하여 튀기면 세상에 별미및 술안주입니다, 그리고 지금쯤강가모랫턱에는 물가에 큰구멍속에는 자라가 있읍니다 (보리이삭이 누래질때) 집안에 남정네분들을 채금하여서 천렵을 해보시는것도 또다른 일미로 팔당아래 양수리쪽천호동 건너편쪽에는 말조개도 많습니다, 지난날을 생각해보면서 만약에 카약이라도 구입하시어 또다른 레크레이션을 권해봄니다,즐거운 일요일 의 망중한을 즐기십시요
jhkim
2009년 5월 30일 at 8:57 오후
역시 대단하십니다
많이 힘드실텐데
주일 예배 오실꺼지요?
은혜와 축복이 함께하소서
밤과꿈
2009년 5월 30일 at 9:35 오후
^^*
이젠 산행의 묘미에 점점 빠져들어가시나 봅니다.
열심히 산행하시면
몸과 마음이 모두 다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하게 한 주를 시작하셔요~
그리고 교회에 꼭 참석하시길…
김삿갓
2009년 5월 30일 at 10:44 오후
조금 혼동 되서 그러는데요??? 저는 검단이 김포쪽에 있는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죠?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
주주
2009년 5월 30일 at 11:23 오후
ㅎㅎㅎ
아침에 비왔으면 하는것,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지난 주말에 힘든 자전거 타기가 약속되어 있었거든요.
잠을 설쳤더니 아침에 얼마나 일어나기가 싫던지요.ㅎㅎ
Lisa♡
2009년 5월 30일 at 11:37 오후
ㅎㅎㅎ
안선생님.
요즘은 그런 거 하면 잡혀 갑니다.
그리고 다슬기가 팔당 쪽에 있을리가 만무하지요.
이미 다수의 인간들이 자연을 거의 훼손하였기에
그런 게 다 힘들어졌구요.
팔당 쪽은 상수원 구역이라 된장 이런 거 큰일 납니다.
예전하고는 거의 달라져서 …^^*
안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니 한참 지난 옛날이라
지금의 자연에 대해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미국하고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아침에 UPEN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 해봤는데
선생님 댓글보니 펜실바니아 생각에 젖어 봅니다.
Lisa♡
2009년 5월 30일 at 11:38 오후
jhkim님.
아이고 오늘은 조저히 못가겠네요.
온 몸이 욱신거리고 못 일어나겠어요.
요 며칠 아주 피곤했거든요.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서너 번 깨구요….ㅎㅎ
Lisa♡
2009년 5월 30일 at 11:38 오후
밤과꿈님.
제거 머지않아
조용히(씩씩거리지 않고)
산을 타는 여성이 될 겁니다.
아좌———
Lisa♡
2009년 5월 30일 at 11:39 오후
삿갓님.
검단이라는 지명은 김포 쪽 맞아요.
여기 조블의 래퍼님이 사시는 쪽이지요.
검단산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팔당 쪽입니다.
Lisa♡
2009년 5월 30일 at 11:40 오후
주주님.
마쪼?
특히 잠을 설친 날은 얼마나 힘든지.
컨디션이 좋아야 갈 기분도 나고
몸도 가볍고….헤헤—-사람은 다 같은가봐요.
와..자전거….요즘 괜히 자전거가 자꾸 눈에~~
Lisa♡
2009년 5월 30일 at 11:42 오후
참..주주님…저요..스틱 래키로 손잡이
코르크로 된 것으로 샀답니다.
두 개 150불 정도 주었습니다.
원래 한 개 그 정도 것 사려고 했는데 잘 부러지기도 한다더군요.
좋은 걸 고르다보니 좀 전에 나온 스타일인데 가격 안 보고 골랐는데
다행이 좀 저렴하더군요.
douky
2009년 5월 31일 at 1:00 오전
산에 가기 전에는…
늘 ‘뭔 일 안생기나…’ 안가도 될 구실을 찾아요.
그래서 혼자 산행은 절대 실천 못하고…
약속을 정해 두고 ‘약속’ 때문에 나서면…
그 다음부터는 또 늘 ‘잘 왔어~’ 이렇게 되지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산행…
다른 부담 없이 오로지 산과 접하게 해주니 더 유쾌한 것 같습니다 ~
Lisa♡
2009년 5월 31일 at 1:23 오전
덕희님도 그런 마음이 있다구요?
후후후—은근히 사람들 마음엔 그런..
ㅎㅎㅎ—유쾌한 산행을 위해—아자.
오를리
2009년 5월 31일 at 3:25 오전
좋은나라 좋은 곳에서 사십니다~~~
내가사는 곳은 약으로 먹고 죽을려고해도
산이 없으니,,,오늘도 내일도
가자 가자 고향으로~~~~중얼거리며
화씨 90도의 여름 날씨와 싸웁니다…
Lisa♡
2009년 5월 31일 at 3:37 오전
오를리님.
거기는 산이 없나요?
그렇군요.
어서 오세요–ㅎㅎ
호수
2009년 5월 31일 at 6:59 오전
산행에서의 땀내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듯 합니다.
나도 산에 갔다가 방금 왔어요
그래서 더 실감이 나네요^^
Lisa♡
2009년 5월 31일 at 8:56 오전
아..호수님도 잘 다녀오셨어요?
어느 산인지 높이는?
요새는 괜히 그런 게 궁금해지더라구요.
저 티내는 거 맞죠?
추억
2009년 5월 31일 at 11:09 오전
등산을 하면 몸과 마음이 싱싱하게 젊어지겠습니다. 추카합니다.
참나무.
2009년 5월 31일 at 2:25 오후
도봉산자락 살 땐 등산 참 많이 다녔는데
애들 어릴 땐 매일 도봉산장까지 날아다니고…
아들 고등학교 때 용마산 아차산도 많이 다녔어요…^^
요즘은 가본지 한참이네요…
김밥에 나나스께 넣는 센스…배워갑니다
당장 실시해야지…^^
Lisa♡
2009년 5월 31일 at 2:47 오후
추억님.
그래요–정말.
더 싱싱으로..
계속 다녀야 할텐데요.
Lisa♡
2009년 5월 31일 at 2:48 오후
참나무님.
그러셨군요.
등산 많이 다니셨군요.
나나스께요?
제가 원낙 좋아해서요.
또 단무지가 몸에 안좋고 해서..ㅎㅎ
이병식
2009년 6월 20일 at 2:05 오전
산은 정복 한다는 말은 사용하지 않지요..산을 정복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산은 오르고 또한 산속의 숲속과 나무들과 산새들과 벗하고 내려옴이죠 산은 오르고 내려오며 산을 공경 하고 의미를 되새기며 다녀오는곳이기도 하다 합니다
Lisa♡
2009년 6월 20일 at 2:07 오전
맞아요–
절대로 그 말 안쓸께요.
나폴레옹도 아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