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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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는 달라서 요즘은 죄를 지으면 자기 생에서 죄를 받고 간다는 말이 있다.

일반인이던 정치인이던 죄를 지으면 속죄를 해야하고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않을 시에는

본인부터 개운치 않고 찝찝하게 늘 자신의 언저리에서 그 죄라는 게 작던, 크던 맴돈다.

누군가를 속인다는 건 달콤, 쌉싸름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정치인인경우에는 치명타로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정치인이 그렇게 자멸하고, 스스로 자기를 고백하고 정계를 떠나기도 했다.

스캔들이라는 건 세인들에겐 재미있는가쉽과 호기심으로 만발해 일파만파 뒷담화가 퍼져 나가기도 한다.

섹스 스캔들에 뇌물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멋지고 훌륭한 정치 새싹들이 명멸되어가는 이유였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열거하는 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이라면 그 죄를 용서하고도 남겠으며 그에게 모든

내 정치적인 이유와 응원을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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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영국을 떠들썩하게 한 프로푸모 스캔들이 있었다.

존 데니스 프로푸모는 1915년 이탈리아계 남작 출신으로런던의 켄싱턴에서 5대 남작으로 태어났다.

영국육군으로 노르망디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준장으로 진급한다. 군제대 후에

정계로 진출한 그는 순조롭게 정계의 스타가 되어 성공가도를 달린다.

명망있는 귀족가문 출신의 엘리트에 화려한 화술과 준수한 외모, 아름다운 여배우까지 아내로

둔 그는 당연한귀결처럼 육군장관이 된다.

그리고 40대의 젊은 나이로 맥밀런 수상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물망에 오른다.

전도 유망하던 그가 1961년 어느 파티에서 19세의 모델 직함을 가진 콜걸인 크리스틴 킬러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지만 몇 주만에 관계는 끝이난다.

그러나 정가라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소문은 모락모락 피어나고 그녀가 소련대사관 소속의 이바노프와 애인이라는 이유로 인해

첨예한 대립관계에 있던 소련과의 정치 스캔들로 일파만파 퍼져 나간다.

흥분한 언론은 연일 가쉽거리를 쏟아내고 그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의회에 선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부인하는데 그녀의 상당한 미모와 당당한 태도는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결국 조사 끝에 소련과의 기밀누설은 없었다는 게 확인되지만 법정에 선

프로푸모는 콜걸과의 관계를 시인하고 만다.

그때 법정에는 그의 부인도 함께 자리해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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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의 전통은 정치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편으로 이 사건을 덮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모든 자리에서 사임을 하고 정치생명은 끝이 난다.

그 후에 그의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무도 모르게 런던 빈민가 화이트 채플의 자선단체인 토인비 홀을 찾아간 그는 바닥을 닦고

변기청소를 하고 알콜 중독자를 돌보기 시작한다.

그 단체의 자금조달을 맡은 건 물론이고 자기의 전재산도 다 헌납한 채 아내와 함께 자선활동에

투신한다. 배우였던 아내도 죽는 날까지 같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를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충분한 죄값을 치렀다고 만류를 했음에도 그는 죽는 그 날까지 마지막엔

휄체어를 타고도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에 여생을 보냈다.

영국여왕까지 찾아와서 "충분히 속죄가 된 것 아니냐?" 고 해도 "비록 세상이 나를 용서해준다고 해도

자신이 거짓말을 한 스스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했다.

여왕의 70회 생일에 초대받은 그는 여왕의 바로 옆 자리에 함께 하는 명예도 누렸다.

여왕이나 프로푸모나 참으로 감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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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동적인 정치인이 나오는 나라는 국민도 같은 수준이라고 본다.

자기가 가진 유산만으로도 부유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그가 자기 죄를 속죄하느라

보낸 나머지 여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는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2006년에 사망했으니 상당히 오래 살은 셈이다.

닉슨도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살을 점쳤다고 한다.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와 전세계를 경악시키고도 남을 도청사건 뒤에서 그가 당한 고통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노련한 승부사답게 모든 걸 견뎌내었고 그 후 포드는 그에게 아름다운 면죄부를 준다.

그 후 수많은 강연과 인터뷰와 저술로 부를 거머쥐고역사에선죄인이지만 나름대로

당당하게 살면서 자기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프로푸모에 비하면 닉슨은 속물이고훨씬 나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예를 들어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게 된다.

이런 것도 다 교육의 문제다.

24 Comments

  1. 밤과꿈

    2009년 6월 1일 at 11:52 오후

    크리스틴 킬러~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 이름입니다^^

    당시에 무지 많이 오르내렸는데,
    제 기억엔 그 여자 별로 이쁘지 않아요~

    남자 처럼 생겼고 바짝 마른 체구 그래서 중성 처럼 느껴지던 여자인데…

    나도 남자지만 취향을 알 수 없네요.히히

    오늘도 좋은 하루를…   

  2. Lisa♡

    2009년 6월 1일 at 11:55 오후

    밤과꿈님.

    이름이 킬러라서 그런가?
    그 여자분 사진보니까 이쁘던데요.
    좀 중성적이기는 하지요.
    그런데 꼭 인형처럼 이쁘다고만
    매력있는 건 아이다보니
    아름다운 배우를 아내로 두어도
    다른 여성에게 끌리는 걸…ㅋㅋ
    취향이란 때때로 변태적이지요.   

  3. Hansa

    2009년 6월 2일 at 12:07 오전

    "국민도 같은 수준"
    ….. 할 말 없습니다. 하하

       

  4. 테러

    2009년 6월 2일 at 12:23 오전

    한국은 ‘한 건’만 잡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건 간에
    그냥 달려들어 물어뜯은 다음 묻어버리는 집단 쾌감을 즐기는 사회입니다…

    이 전통은 매우 깊어요….    

  5. 안영일

    2009년 6월 2일 at 12:25 오전

    프로모도?(프로프모)이군요. 첫 글을 읽으며 떠 오르는 영국의 장관 그리고 댓글 의

    크리스틴 킬러 (아주 팔 등신의 미인으로 보았읍니다)이름을 듣고서야 생각이 떠 오르

    는군요, 남자들의 실수 가족의 으뜸이라고 자처하는 자신이 항상 (일생)을 부끄러워

    하면서 식구 모두에게 미안 함을 자신은 지니고 살지요, (들킨죄인 안 들킨 죄인 한 추

    기경도 생각이 나 는군요) 자신있었던 삶이라기보다는 부끄러운 삶이었을 저로서 생

    각이 드는군요, 하록의 유월로 퍼지는 나무 그늘에서 서늘한 바람을 받으면서 좋

    고 싱그러운 사고를 얻으시기를 바람니다,
       

  6. 동서남북

    2009년 6월 2일 at 12:30 오전

    리사님, 굿모닝!   

  7. Lisa♡

    2009년 6월 2일 at 12:52 오전

    한사님.

    뭐든 무슨 일이든
    대중의 지지란 거의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그런 모든 자세 말이지요.
    항상 못미치는 수준이 되어 살고있는 내게
    이런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깨우침을 주지요.   

  8. Lisa♡

    2009년 6월 2일 at 12:54 오전

    테러님.

    수많은 일들에 그런 걸 익히 보아 온
    우리들 아닙니까?
    용서의 범위를 왈가왈부하기엔 천차만별의
    의견들이 존재하구요.
    참 가르기, 기르기, 가르치기 힘든 부분들입니다.
    늘 고개 수그리고 있기에도 그렇고 다른 나라 사림인양
    모른 척 하고 있기도 그런…
    한국이란 나라는 악착같은 면이 있어서 좋지만
    때론 외국에서 교포사회에서 간혹 보면
    같은 동포끼리 물어뜯고 하는 걸 보면서
    참 별난 민족이구나…하는 생각들지요.   

  9. Lisa♡

    2009년 6월 2일 at 12:57 오전

    안영일님.

    남자의 실수, 여자의 실수 다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다만 밝혀졌을 때 많은 국민 앞에서 얼마나 떳떳하느냐가 문제지요.
    그렇게 유리알처럼 깨끗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몇 되겠습니까?
    다만 정치인이나 남을 가르키는 입장에 있는 이들은 본보기라는 거
    누구보다 귀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그런 걸 보고 자랍니다.
    그쵸?
    그냥 제 생각입니다.^^*
    나무 그늘 아래서 평상에 누워 책보다가 선잠이라도 들고파요.   

  10. Lisa♡

    2009년 6월 2일 at 12:57 오전

    동서님도

    굿 모닝.

    굿모닝 조지 오웰 생각이 나네요.

       

  11. 산성

    2009년 6월 2일 at 1:10 오전

    아…리사님 내공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현기증나는 뉴스들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늦게사 클로즈업된 그의 장점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결국 그의 언행이 결정적인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마지막 선택입니다…
    리사님 글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아무튼 이미 이 세상을 떠난 분과 남은 가족들을 위해
    깊은 위로를 보내는 마음입니다…
       

  12. onjena

    2009년 6월 2일 at 2:14 오전

    정치인은 너무 단정적인 말을 하면 안됩니다.
    투표전이라면 표를 의식하여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언어는 성직자나 독립운동하는 분들에게 요구되는 것이지요.

    그 세계가 그렇게 깨끗하지 않은(청결하면 더 괴로운 세상이…) 곳이라는 것을
    알만한 분이 혼자 고결한듯한 표현을 자주하다 보니(남들은 다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본인 스스로 괴로웠겠지요.

    참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13. Lisa♡

    2009년 6월 2일 at 2:15 오전

    산성님.

    그렇죠?

    뭐–언행이라기 보다도 죄를 조사하는 과정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겨서요.
    그리고 죄가 있으면 죄값을 치루면 되고
    없으면 없는대로 또 떳떳하면 되는데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가봐요.
    살아있는 사람들의 차례입니다.
    잘 이끌고 가꾸어 좋은 나라 만듭시다.
    이런 기회에 다시 한 번 정화가 되고 마음속에
    좋은 뜻도 남겠지요.   

  14. Lisa♡

    2009년 6월 2일 at 2:17 오전

    언제나님.

    맞습니다.
    고결해봐야 다 거기서 거기지만
    어느 정도 서민적인 부분들은 인정하고
    가장 인간적인 대톨령이었다는 것도 인정하고
    그래도
    자살은 정말 용서하기 힘들어요.
    누군들 죽고픈 적 없겠습니까…정말 아까운 것 같네요.
    충동이 일어도 나라에 미칠 여파나 더 큰 걸 생각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하고 이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죽으면 그만인 걸.
    장점을 받아들여서 나은 나라나 되게 해야지요.   

  15. 왕소금

    2009년 6월 2일 at 6:45 오전

    존 데니스 푸르모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가진 사람인 것 같네요.
    부엉이하고 비교하면 지하에서 화를 내겠지요?^^
       

  16. Beacon

    2009년 6월 2일 at 7:04 오전

    스크랩 풀어줘요..
    좋구만..   

  17. Lisa♡

    2009년 6월 2일 at 7:20 오전

    왕소금님.

    비교하면 안 될 거 같은데요.
    화는 내지 않을 겁니다.
    이미 그런 차원은 넘어서지 않았을까요?
    명확한 입장 갖고 살기 힘든데—ㅎ   

  18. Lisa♡

    2009년 6월 2일 at 7:20 오전

    비컨님.

    그럴께요.   

  19. JeeJeon

    2009년 6월 3일 at 9:37 오전

    그 당시의 세기가 정치 스파이라면 엄청난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사건이 될것입니다
    프로푸모 사건은 그런 배경을 가진
    스파이사건..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
    그리고
    정치인의 뇌물사건…
    그리고 좀처럼 드문 정치인의 자살사건…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면
    방송국은 너무 바빠집니다.
    .
    .
    .

       

  20. Lisa♡

    2009년 6월 3일 at 1:45 오후

    지전님.

    방송국이야 바쁘면 좋아하지요.
    하나의 이슈거리만 있으면 신나는 게
    방송국이잖아요.
    뭐—언론이 다 그렇지요.
    .
    .
    .

    지전님.

    16일에 뵈어요.   

  21. 김선경 보나

    2009년 6월 5일 at 4:17 오전

    정말 좋은 글입니다…
    올바르지 않은 길로 우르르 달려가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생각했었지요.
    결론은… 아마도 이 지구상에 사람들이 사는 한, 이런 현상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너무나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비관만 하고 있는 것도 비겁한 일이겠지요.

    세상 곳곳에서 침묵하면서 올바로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리사님처럼 작지만 크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희망해 봅니다.
    저 같은 작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22. Lisa♡

    2009년 6월 6일 at 10:23 오전

    보나님.

    왜 부끄럽게스리…

    히히히…   

  23. 이병식

    2009년 6월 20일 at 2:02 오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시는군요 리사님게서..감사드려요 고마웁구요 사랑합니다   

  24. Lisa♡

    2009년 6월 20일 at 2:03 오전

    병식님은 사랑이 넘쳐서
    바이러스로 퍼뜨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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