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a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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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의 진주조개갑이 중 ‘귀에 익은 그대음성’을 들을 때면 아련하게 그리움이 밀려와서

눈물이 고이려할 때가 많다.그럴 때면 눈을 감고 빠져들듯 감상을 한다.

이스탄불에서 성소피아 성당의 데이시스 벽화를 보면서 감동의 눈물이 고여왔다.

언젠가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듣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예술작품 앞에서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간혹있다.

세라핀을 보면서 정말 영화 스토리가 아닌 그녀의 대작들을 보는 순간 펑펑 울었다.

여기에 올린 사진으로는 설명이 곤란하다.

밀려오는 소름끼치는 감동이 눈물로 마구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나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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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보이는 작품은 마치 생생하게 작품을 대면한 듯 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과 꿈과 열정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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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하녀였으면 어때?

그녀가 정신이상자였으면 어때?

그녀의 인디고블루 원피스가 지저분하면 어때?

그녀의 퉁명스러운 손마디가 굵고 거칠면 어때?

아름다운 내면을 볼 수 있게 그림으로 남겨 준 그녀가 거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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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의 계시로 그녀는 화가의 길로 접어든다.

들에서 꺾은 풀과 꽃들,정육점에서 얻는 소의 피, 성당의 촛불에서 얻는기름..

자연색의 감각을 아는 그녀는 아무도 안중에 없다.

사랑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화가의 사랑법은 다르다"고 말하는 그녀.

성당의 마리아상을 핑크로 칠하고 제단에 잠 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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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폴락의 작품 앞에서 카오스의 세계를 경험하고 끝없이 바라본 적이 있다.

세라핀의 작품 앞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꽃과 나무가 아니다.

꽃과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그녀만이 알 수 있는 세계를 나타낸 것이다.

그녀 작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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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란 범인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시각을 갖고 있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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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리스는 파리북동부 지역의 조용한 마을이다.

상리스에 가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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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그녀를 알았고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어디에 가든 유명 박물관에선 그녀를 두리번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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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상리스.

독일인미술평론가겸 콜렉터인빌헬름 우데가 조용히 글도 쓸겸 휴식차 상리스로 내려온다.

피카소와 앙리 루소를 발굴한 그는 우연히 구석에 박혀 있는 세라핀의 그림에서 천재를 읽는다.

신의 계시로 그림을 그린다는 세라핀의 시선은 늘 하늘 어딘가에 있을 천사를 찾는다.

전쟁과 경제위기의 와중에 우데는 그녀를 위한 전시회 준비를 하고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세라핀은 돈이 생기자 막강한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녀의정신이 온전하질 못하다.

상리스의 골목골목들에서 조용하고 향긋한 평화로움이…

마을 어귀마다 시선을 붙잡는내츄럴한 아름다움이 영화내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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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마더>를 보면서 의상상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세라핀 의상 상당히 신경 쓴 부분이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입고 나오는 인디고 블루에 필이 왔다는 친구 ㅎ도 있다.

나의 경우는 우데가 입는 밤색 도트무늬의 잠옷가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지적이고 적당히 부유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옷이다.

세라핀이 늘 입고 나오는 아래 사진 하늘색 줄무늬의 블라우스도 인상적이다.

소리나게 절벅거리며 끌리듯 신고 다니는 오래된 신발도 그녀의 성격을 대변한다.

그녀는 늘 대바구니를 핸드백처럼 들고 다닌다.

그 속엔 훔친 양초기름과 각종 물감들, 풀잎들과 색을 내는 재료들이 담겨 있다.

들판에서 서서 오줌누는 장면에서는 화가 김점선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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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스러움에서 나는 홀딱 반했다.

오래된 전통있는 가게인 만물상.

만물상의 선반들, 문유리에 엷게 조각된 화분.

알게 모르게 감동을 주던 레이스 커튼.

낡은 페인트칠이 된 덧문들.

이상하게 생긴 시골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

고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멋대가리없는 시골 상류층의 잘난 여자들.

얼굴만 달아놓은 듯하게 보이던 어색한 아저씨들.

성격 파탄자의 모습을 나타내는 배우들의 연기.

모르고 지나가면 알 수없게 처리한 절제된 감독의 여러 배치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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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책에서 결국 주인공은 아니 작품은 사람이라고 본다.

아름다운 인간.

속물근성과는 거리가 먼 인간들이야말로 신이 내리신 작품이다.

촬영구도가 아주 마음에 들고 의상, 연기 다 훌륭하다.

무엇보다 세리핀의 작품이 주는 감동은 소름끼친다.

세포가 오그라들면서

귀가 아팠다.

프로방스 부근에 대해 새삼 궁금해지고 바람이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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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중에 글루미선데이 주제가 편곡되어 나온다.

편곡이 아니면 비슷한 음악인가?

6 Comments

  1. 지안(智安)

    2009년 6월 20일 at 11:24 오전

    너무 멋진 영화 같아요.
    세라핀 꼭 보구 말거에요.
    끝났나요?
    프로방스 지방 상리스..
    꼭 가보구 말거에요.ㅎㅎ
    감칠맛 나는 리뷰에 홀딱 반 했어요!
       

  2. 네잎클로버

    2009년 6월 20일 at 12:30 오후

    스크린에 비친 그림 만으로도
    감동의 눈물을 펑펑 흘리시는 리사님… ^^

    세라핀의 순수한 영혼과
    용솟음치는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2미터짜리 대작들이 연달아 등장하자
    불꺼진 영화관 안에서
    터져나오는 탄성의 소리를 서둘러 삼키게 되더군요.

    슬프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그녀…
    영화 참 괜찮지요?
    리사님 리뷰도 너무 좋습니다.
    공감하며 쭉 읽어내려왔어요.
    우데의 땡땡 무늬 가운도 같은 생각이고요… ^^   

  3. Lisa♡

    2009년 6월 20일 at 3:16 오후

    지안님.

    상영 중입니다.
    아마 메가박스나 CGV에서도 할 겁니다.
    꼭 보시길….   

  4. Lisa♡

    2009년 6월 20일 at 3:17 오후

    네클님.

    머리를 빗겨주고프던 여성이었지요.
    저는 사실 그림 외에는 하얀 성모마리아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 생각이 가장 강하답니다.   

  5. JeeJeon

    2009년 6월 21일 at 7:45 오전

    리사님,
    참 좋은 영화보시고 세포가 오그라지고
    귀가 아프군요..
    리사님이 영화보며 울때
    만일 곁에 있었다면..
    그런 리사님이 어떤 장면에서 울었을까
    궁금했을것 같아요 ㅎ~

       

  6. Lisa♡

    2009년 6월 21일 at 8:37 오전

    그림이 비춰지는 장면요..

    대작들을 가까운 이들에게 보여주는 부분이

    있거든요—ㅎㅎ–아!! 감동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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