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갈수록 순발력이 떨어진다.
순발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타일인데도 이젠 멍하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한참을 생각하고 또는 생각도 하기싫다.
사고 그 자체가 싫어진다.
그럼 뇌는 녹이 쓸고 마는가?
인간의 뇌는 70,80 세 까지 갈고 닦으면 성장한다는데 나는 벌써
성장은 커녕 녹이 슬 지경이다.
순발력을 위한 프로그램에라도 들어야 할 판이다.
순발력이 주는유머나 상상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미국에 있는 아들과 통화를 하다가 너 유머가 좀 있다던데..하니
녀석이 "엄마는 엄마아들이 유머가 있는 줄도 몰라?" 한다.
놀래서 아이구 엄마가 그걸 왜 몰라? 좀 유치한 개그라고 생각했지…라고 했다.
그랬더니 당장 그 유치의 끝짱 개그를 하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와 나 사이는 사이다를 같이 마신 사이다"
"이나영이 이 빠지면 이나영?"
그러면서 내가 웃어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참..유치하기는…그래도 너무 재미있다며 맞장구 쳐주었다.
항상 녀석은 다이 아몬드!!라든가 바비브라운!!이라든가 언어희롱에 해당되는
유치개그를 장난처럼 말한다.
너 그런 거 유치한 거 모르냐고 했더니
그런 걸 산티개그(산티유머)라고 한단다.
그러면서 엄친아, 엄친딸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해주며 알고있냐는 듯 다그친다.
처음 유럽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엄청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였다.
지금의 가이드와는 달리 그 때는 여행자유화 초창기라가이드가 전문가이드가 아닌
유럽에서 오래 살았거나 유학생 중에 박사하는 사람이거나 일반적인 사람 중에
유럽에 능통한 사람으로 가이드가 있었다.
그 가이드는 모은행 직원으로 유럽에 40번 이상 출장을 가다보니 이젠 아예 가이드로
나서도 될 정도라 회사에서 보낸 직원이었다.
그때 모은행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88년도였으니까…
그 가이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우머가 있었다.
그가 하는 말 마다 얼마나 강력한 웃음이었으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몸집에 옷은 또 얼마나 잘 입던지 반하기도 했다.
젊은 여행자는 나와 친구 뿐이라 같이 즐겁게 지냈는데 밤이면 밤마다 날더러
자기 룸은 열쇠도 자물쇠도 아무 것도 없으니 열면 열린다고 오늘 밤도 뜬 눈으로
기다리게 하지 말라면서 의미심장하게 윙크를 하면서 룸으로 가곤 했다.
다음 날이면 날 쳐다보며 잠을 한숨도 못잔 척을 하며 힘든 밤이었지…하곤 했다.
살면서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유머러스하고 고급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유우머하면 절대적 강자로 그가 떠오를 거다.
자기는 웃지 않으면서 상대는 배꼽잡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 와중에 그걸 못알아듣는
사람도 있었다는 게 더 웃겼다.
나도 웃긴다고 하면 웃기는 축에 끼는 사람인데 이젠 그런 시절도 가는 모양이다.
웃기기는 커녕 모임에 가면 사람들의 대화의 깊이를 재느라 나혼자 소통에 관한 논문 몇 차례 쓴다.
누군가 유우머를 날리면 까르르..웃어주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그걸 알아들어줘야 다음이 기대되는 것인데 말해도, 툭 던져도 모르는 사람들 많다.
메말랐다고 해야하나? 아님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문화적 차이로 다른 나라에서 살다가 온 사람이 못알아 듣는 경우는 종종 있고 나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유우머가 있는 사람이 같이 있어도 즐겁다.
세계적으로 유우머가 강세다.
화두이다.
자기 생활이 즐겁고 긍정적이어야만 유우머도 나오겠지?
아들병실에서 내가 등장하면 아들이 곤혹스러워한다.
늘 방어적인 태세다.
이 아들은 자기 몸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
늘 만지고 샆어도 거부당하기 일쑤라 내 영원한 수수께끼다.
지금이 기회다 싶어링거를 꽂고 있는 손을 누르면서 기습뽀뽀를 하라치면
온갖 힘을 다 동원해 방어를 한다.
"엄마, 좀 이러지마~~~ㅎㅎ"
왜? 이 때가 딱 기회인데…
"엄마, 엄마땜에 나 못살겠따…"
매일 이러고마니 병실에 갈 때마다 아들이 방어태세 완벽하게 한다.
드럽고 치사해서 안 한다 안 해…하다가 살짝 치고 들어간다.
나는 아무래도 고양이형인가보다.
고양이형은 늘 만져줘야 사랑받는다고 느낀단다.
그런 사람은 상대적으로도 만져줘야 사랑하는 거라고 느낀다니 내가 그 꼴이다.
옛날부터 누가 만져주는 걸 좋아했다.
김진아
2009년 7월 4일 at 12:05 오전
오렌지 비치에서,
네가지 사랑표현방식…^^
고양이형 인간 그러시니 읽었던 글이 금방 생각 납니다. ㅎㅎ
아직 받으신 책은 못읽으시겠다 싶으니, 웬지 제가 더 궁금해져요.
^^
Hansa
2009년 7월 4일 at 12:16 오전
하하. 리사님 덕분에 아침부터 웃습니다.
아침이 상쾌해졌어요..
색연필
2009년 7월 4일 at 1:03 오전
유모어는 배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답니다.
아이들에게~
노인들에게~
또 가족들에게…^^
배려 없는 사람은 이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리사님은 완전 친절한 배려형~^^
도토리
2009년 7월 4일 at 3:07 오전
강아지도 만져주기를 애타게 원한다고 봐요.
우리집에 있는 애들도 스킨쉽을 무쟈게 원하지요.
저는 고양이보다는 강아지형 인간이고 싶구..ㅋ^^*
shlee
2009년 7월 4일 at 3:19 오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
손수 그린 카드
너무 귀여워요.
딸의 솜씨일까?
터치하는 걸 좋아하는 나머지 두 아이들이 있으니..
^^
우리 아들도 중2 정도 되니까
옆에 오는거 싫어하던데요.
더구나
사람들 있는데서는…
비싸게 굴어요.
벤자민
2009년 7월 4일 at 4:29 오전
중간사진여자분은 아직 늙음을 걱정해야할나이가
아닌것도같은데 ^^
그 유럽에서 만난 그못생긴 가이드가 바로접니다
그때 잠못이룬버릇이 아직도남아 고생합니다 ㅎㅎ
Lisa♡
2009년 7월 4일 at 4:48 오전
진아님은 무슨 형?
혹시 카나리아형?
아니신지…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ㅎㅎ
Lisa♡
2009년 7월 4일 at 4:48 오전
한사님.
크게 소리내고 웃으셨지요?
Lisa♡
2009년 7월 4일 at 4:50 오전
색연필님.
언젠가 오공님이 저와 함께 여행을
다녀 온 후에 절가르켜 일본사람보다 더
배려를 많이 하는 스타일로 표현을
했더군요…혹시 그래서 더 피곤하나?
아버지가 남을 너무 배려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그만!!
Lisa♡
2009년 7월 4일 at 4:51 오전
도토리님.
강아지형 인간은 칭찬을 해주길
바란다고 하지요?
저는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양이형이더라구요.
Lisa♡
2009년 7월 4일 at 4:53 오전
쉬리님.
그죠?
너무 비싸게 굴지요..
그런데 큰 아들은 절대 그러지 않거든요.
그 녀석은 해달라느대로 다 해주고
뽀뽀는 물론 손도 늘 잡고 걸어주고
그러는데 둘 째는 더러워서…못만집니다.
딸 솜씨 맞을 거 같아요.
Lisa♡
2009년 7월 4일 at 4:54 오전
벤자민님.
진짜 너무 재미있어요–
흐흐흐ㅡㅡㅡㅡ
그랬구나?
그 후로 이민가셨나요?
옷 되게 잘 입던데 아직?
뽈송
2009년 7월 4일 at 6:03 오전
누가 Lisa님 보고 수퍼우먼이라고 하길래 나도 맞다고
맞장구를 춰 주었는데 오늘은 왠 순발력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맥빠질랑 말랑한 말씀을 하시는지요?
무엇보다 Lisa님은 끼가 넘쳐나고 그 자체가 에너지라고 해서 말이지요.
그런 말씀일랑 앞으로도 하지 마이소.
그라면 우리 같은 사람 어디 서러워 살겠능교…?
아로운
2009년 7월 4일 at 6:44 오전
촌철살인의 위트나 유머를 즐기신다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이미 읽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쓴 해학적 소설인데, 고양이를 닮고 싶은 분이면 충분히 좋아하실만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쓰고나니까, 나도 위트와 유머의 차이가 항상 궁금했는데 (대충 아는거 말고), 여기 명쾌하게 정의를 한 말이 있기에 옮겨봅니다.
"Wit is the lowest form of humor."
– Alexander Pope
Lisa♡
2009년 7월 4일 at 10:39 오전
뽈송님.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기운내서
영차영차…차차차…
무지막지한 순발력을 발휘하갔습니다.
Lisa♡
2009년 7월 4일 at 10:41 오전
아로운님.
유우머의 가장 낮은 폼이면
그럼 위트는 어떤 겁니까?
다시 제자리 걸음이네요.
울아들 같은 것이 위트인가요?ㅎㅎ
나쓰메소세키는 일본의 대문호이지요.
그 책 못읽었는데 그 제목은 엄청 써먹지요.
꼭 읽어볼께요.
적어야지…사야 할 책 목록.
지안(智安)
2009년 7월 4일 at 11:22 오전
유머는 위트와 달리 날카롭지 않으며
풍자처럼 잔인하지 않다.
비평적이 아니고 동정적이다.
불꽃을 튀기지도 않고 가시가 들어있지도 않다.
따스한 웃음을 웃게 한다.
야비하지 않다.
위트는 남을 보고 웃지만 유머는 남과 같이 웃는다
다정하고 온화하며 지친 마음에 위안을 준다..etc
(수필 문학의 백미-피천득님의 인연중에서)
몰랐어요.
그동안 병원 다닌거..
홈에 온 신고 톡톡히 치루네요.
감기처럼 나아서 앞으론 쌩쌩 할거에요.
담에 만나게 되면 Lisa님 마구 마구 만져 드릴꺼야요~ㅎㅎ
Lisa♡
2009년 7월 4일 at 12:45 오후
지안님.
여자가 만지는 건 쫌…곤란한데..어쩌지?
클났네요…
인연 읽고도 까마득했는데 다시 일깨워줘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요소요소 꼭 필요한 사람이라니까요.
^^*
산성
2009년 7월 4일 at 2:22 오후
저 이쁜 카드 보니
정말 세 아이들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리사님은 정말 대~단 하신 분이에요…
엄마같은 딸아이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전 남자들 틈에서 스스로 딸 노릇까지…^^
치사해서 안한다…하다가도
살짝 치고 들어가야 하는…
엄마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쬐끔 큰 아가…좀 나아졌는지요?
douky
2009년 7월 4일 at 2:29 오후
‘나도 웃긴다고 하면 웃기는 축에 끼는 사람’ <———
이 부분에서 저 웃음 터집니다.
‘으음…. 아시는구나 ~’
제가 리사님 처음 뵙던 날 바로 반했잖아요, 그 유머감각에 ~
많이 웃으시고, 많이 사랑하시는 리사님…
‘How to Live’를 진정으로 아시는 분 ~
그렇게 오래오래 ~~~ 아시죠?
Lisa♡
2009년 7월 4일 at 2:49 오후
산성님.
아들들 뿐이시군요.
어쩌나….
우리 딸 친구 만나서 놀다가 지금 들어오네요.
압구정동에서 버스타고 오는데만 1시간…
학원 마치고 나와서 3시간 놀다가 왔는데 지금이네요.
즐거운가봐요—
우리 아들 퇴원했답니다.
억지로…는 아니고….많이 좋아졌습니다.
전복죽 쓰느라 바쁘네요—내일까지 죽먹이려구요.
억지로 라도 뽀뽀하고야 말지요.
Lisa♡
2009년 7월 4일 at 2:50 오후
덕희님.
진짜로 많이 웃겼는데
요즘은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
덕희님 보면 많이 웃겨줘야 하는데..
앞으로 사명감을 띄고….후후.
Wesley Cho
2009년 7월 4일 at 6:36 오후
저도 좀 어루만져 주세요…
테러
2009년 7월 4일 at 11:27 오후
"헤이, 카를로스…. 산 타나?"
"아니.. 기타 쳐~~"
뭐 이런 개그 말인가요?? ㅎㅎ
저도 저랑 유머 코드가 통하는 여자 만났으면 좋겠어요…
Lisa♡
2009년 7월 5일 at 1:57 오전
웨슬리님도 고양이과?
고양이과끼리 만나면
바쁘겠네요.
Lisa♡
2009년 7월 5일 at 1:58 오전
테러니임…
이런 거 많이 갈차줘요.
울 아들이 이런 산티개그를
구사하는 걸 상당히 즐기거든요.
네잎클로버
2009년 7월 6일 at 2:04 오전
지금도 리사님이랑 있으면 웃느라 실눈이 되버리는데,
그전 유머 감각으로는 주위 사람 모두 쓰러뜨리셨겠네요.ㅎㅎ
늘 분위기 업~시키시는 리사님의 유머감각.. 아주 유쾌하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에게…’
아이들 카드에서 행복감이 폴폴~ 풍겨오네요. ^^
Lisa♡
2009년 7월 6일 at 2:20 오전
네클님.
왠지 책임감이 마구 쏟으면서
앞으로 더 웃겨야겟다는 필이 팍팍~~
아이들이란 참 언제나 행복을 안겨 주네요.
어제 아들 아프다고 공부 안해서 미워했는데
오늘 학원에서 가뿐하게 50문제 단어시험
100점 통과네요–야단친 거 미안케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