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제작.
프랑스 영화.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감독, 철학하는 감독으로 알려진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다.
영화평론을 써서인지 영화전체에서
내면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녹색광선>은 태양이 질 때 녹색 빛줄기가 수평으로 비쳐지는 아주 얇은 광선이다.
대기가 깨끗할 때빛의 굴절현상으로 생긴다.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 짧은 시간동안 생기는 광선으로 사실은 태양은
더 아래부분에 있단다.
빛의 퍼짐이 가져오는 스펙트럼으로 색 중에 가장 튀는 색인 녹색이 번지며 얇고 길게
쫘악 퍼지는 광선이다.
녹색광선을 볼 때 타인의 진심을 알 수 있으며 흔히 딴사람의 마음을 읽기 좋은 시간이란다.
감각적인 이야기로 쉽게 말하면 같이 발견했을 때 낭만적 분위기 탓에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말이다.
"오! 시간이 시작되니 심장이 뛰는구나~" 랭보.
로 시작되는 영화는 시종일관 지루하게 진행된다.
주인공인 델핀은 여름휴가 계획이 어긋나면서 자신이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낭만적 분위기 깨기, 친구들과 이야기 중에도 혼자 뛰쳐 나오기.
남들 멀쩡하게 남자들 만나 놀 때 혼자 재미없어 달아나기.
진정한 남자가 아니면 혼자 있는 게 더 즐거운 20대 여성인 그녀는
매사에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처음 본 남자들과 순식간에 말을 트는 친구들을 보며
자기는 왜 그렇게 안되는지 갑갑하기도 하다.
혼자서 친구네 별장으로 떠나봐도 무엇하나 똑 떨어지는 게 없다.
해변가를 걸어봐도 혼자 여행 온 스웨덴 여성과 수다를 떨어봐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봐도 시큰둥하다.
마음의 빈 공간을 채워 줄 그 무엇이 늘 그립기만 하다.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노릇으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우연히 주운 카드는 킹이다.
카드에 나름 의지해보며 걷다가 할머니들이 모여 쥘베른에 대한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듣고 얘기 중에 나온 녹색광선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혼자 휴양지에 더 있을 이유를 못느낀 델핀은 다시 파리로 떠나기 위해 역으로 간다.
역에서 시간이 남아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읽고 있다.
우연히 들어 온 남자가 그 책을 읽었다면서 대화가 시작되고 그는 휴가차
생장드뤼로 가는 길이라며 목공을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편안함을 느낀 델핀은 자기도 모르게 가보지 못한 생장뒤르는 어떤 곳이냐면서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생장뒤르 해변..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다.
해변가의 잡화점 이름이 녹색광선이다.
행운이 올 것 같은 예감.
해질녁, 그녀는 그와 함께 바닷가 언덕에서 녹색광선을 기다린다.
은근히 행운을 바라면서—
그때 황혼이 물들면서 태양이 기울고 녹색광선이 그림처럼 퍼진다.
델핀의 입가에 퍼지는 미소….그녀는 사랑을 찾은 것일까?
그의 어깨에 기대는 델핀은 여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보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건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캐릭터여서이고
까칠한 성격에 어울리지 못하는 분위기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갈수록 친구들과의 대화가 지루하고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라는 것이 외로울 것 같아도 마음이 맞지 않는 이들과의 시간은 더 고통이다.
그래서 그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잘 표현한 영화였다.
왕소금
2009년 7월 4일 at 1:17 오후
해질녘에 하늘을 보고 녹색광선이 보이는지 확인해 볼게요.
웬지 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ㅎ
그리고…
토요일의 늦은 밤, 편안한 시간…좋은 밤 되시고요^^
Lisa♡
2009년 7월 4일 at 2:39 오후
저도 생기나 보려구요…
그때 거기서 마주치지 않기를…ㅎㅎ
왕소금
2009년 7월 5일 at 1:44 오전
혹시 마주치면 얼릉 얼굴 돌려야쥐~~~ㅎ
Lisa♡
2009년 7월 5일 at 7:58 오전
끝까지 따라가서 얼굴 마주칠까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