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작은 도시 어디쯤 있을 법한 이발소를 우리는 기억한다.
여행하다가도 오래된 이발소나 다방을 보면 괜시리 웃음지어지는 건
잊지못할 과거에 우리가 지나간 발자국이라서인지 모른다.
제주도해안가를 돌다가, 전라도 어느 촌바닥에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소도시의 중앙통에서 발견한 반가운 이발관처럼 요시노 이발관은 친구처럼
아버지처럼 다가온 영화다.
아버지는 아침마다 세경(거울)을 비스듬하게 세우고 면도를 하고 뽀마드를 발라서
개미가 미끄러질 윤기나는 머리를 하고 나가시곤 했다.
아버지 따라 가봤던 이발소에서 나는 가리약기라는 머리를 자른 적이 있다.
그때 그 머리가 정말 싫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 그리움이다.
내가 했던 그 가리약기 머리랑 비슷한 바가지 머리가 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발관을 운영하는 고집쎄고
변화를 거부하며 전통을 고수하는 우리의땐땐모찌요시노여사.
그녀는 마을 전체 어린이의 머리를 담당하는 파워풀한 여성이다.
파마라고는 한 번도 한 적 없을 뒤로 질끈 묶은 머리.
30년은 그대로 끼고있으며 잘 때도 끼고 잘 것 같은 오래된 안경.
빨아서 빨아서 다려입은 회색바지.
보무도 당당한 걸음걸이와찢어진 호시탐탐의귀엽고 매서운 척 하는 눈매.
울어도 눈물이 광대뼈 얼굴 가장자리로 흐르는 넓적한 얼굴.
작고 다부진맷집으로 이루어진 체격.
오후 5시만 되면 동네 이장처럼 마을회관에 가서 방송으로 청소년 선도방송을 하는 여자.
예전에 밤 10시만 되면 세레피아~~선전이 나오고 청소년 여러분…하던 생각났다.
요시노여사를 누가미워하랴~~우리의 요시노 여사를.
딱 한 장면 진짜 웃긴다.
너무 웃겨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동네에 남과는 다른 세계를 가진 핑크색 기모노를 입은 상실남이 돌아다닌다.
요시노 그녀와 그의 마주침…정말 참기 어렵다.
웃기는 건 어디서나 그런 차원이 다른 상실인들이 진실을 말한다는 거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도 그랬고..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기모노를 입은 차원이 다른 남자는 늘 사랑니 타령이다.
많이 웃게 된다.
열심히 포르노 잡지를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는 14세 꼬마들.
이 5명의 소년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아주 귀엽고천진난만하며 개구장이들이다.
동네의 바가지 머리에 처음으로 대항하는 아이들이다.
도시에서 전학 온 갈색머리의 소년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밌다.
어린 날의 추억에 잠길 수 있다.
영화의 처음은 동네 전통으로 내려오는 산의 축제를 시작으로 한다.
여러 편의 클래식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래도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구수하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요시노 여사의 남편 요시노씨는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부를때는 누구보다 행복하다.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건가라는 아들의 질문에 좀 멋잇게 말하고 싶다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게 아닐까" 라고하곤 대답에 아주 만족해 한다.
아들과 같은 바가지 머리를 했다.
얼마 전 본 굿바이라는 영화에서는 오래된 목욕탕이 나온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끝까지 장작으로 물을 데우는 목욕탕.
오래 되었다는 것은나이가 들수록 귀하게 여겨진다.
100년 200년 이어서 가업을 지키는 그들만의 전통이 부럽기도 하다.
언제나 찾아가면 그 자리에 그대로 같은 모습으로 있는 장소.
그건 위안이다.
아이들끼리 떠난 숲 속에서 그들끼리의 밤에서는 개구리소년들 생각도 났다.
아이들이란…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으니까…별 생각을 다…
영화 자체가 오래 된 필름처럼 골동품 같다.
몸은 발전을 요구하지만 마음만은 그대로 멈추고픈 장면들이다.
douky
2009년 7월 5일 at 11:59 오후
보셨군요 ~
저도 벼르고 있는 영화여요.
카모메식당, 안경등.. 인상깊게 본 영화였거든요…
어느 장면이, 왜? 그렇게 웃음 터지게 하는지…
궁금해서 얼른 보고 싶어집니다 ~
비풍초
2009년 7월 6일 at 5:46 오전
very interesting
볼 만한 영화같군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혹시 영화보다 리사님 글이 더 재미있는 것일지도… ㅎ
김삿갓
2009년 7월 6일 at 6:50 오전
아 전 요시노 이발관 이라 해서 요시 라는 사람의 이발관 인줄 알았는데
이름이 요시노 였군요.
ㅎㅎ 전 어제 밤 3시 까지 한국영화 나쁜몸? 나쁜 남자?? 나쁜 소년?? 암튼
영어 제목은 벳보이 라 하던데… 마음이 씁쓸해 지더군요. 오늘은 춘향전 을
함 봐 볼까 합네다. 좋은 시간 되십시요. 구~우벅!!! ^_______^
Lisa♡
2009년 7월 6일 at 8:01 오전
덕희님.
비밀입니다.
보면 압니다.
아마 덕희님도 웃음 못참을 겁니다.
Lisa♡
2009년 7월 6일 at 8:02 오전
비풍초님.
보세요.
아마 좋아하실 겁니다.
이런 류의 영화가 좋으시다면
제가 추천해드릴 수 있습니다.
Lisa♡
2009년 7월 6일 at 8:03 오전
삿갓님.
나쁜 남자? 조재현 나오는 것요?
창녀촌 나오고 여자를 차에 싣고 다니는?
ㅎㅎㅎ…지독한 영화지요.
그래도 은근히 매력적이던 조재현이..ㅎㅎ
춘향전요?
갈수록 심오함에 도전하시는군요.
광혀니꺼
2009년 7월 6일 at 11:49 오전
요시노 이발관?
흠…
전 금욜날 [킹콩을 들다] 봤어요.
눈물 찔금…찔금…
킬킬킬~~~
뭐라고?
아!
푸하하하하~
전라도 사투리 구수하게…섞인
보성여중의 배경과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다네요.
웃다가 울다가 하면
똥꼬에 털난다는데
아무래도 그래서 제 똥꼬에 털났는가 봐요…
ㅎㅎ
Lisa♡
2009년 7월 6일 at 1:21 오후
광여사님.
그러셨군요.
역도부 이야기지요?
대충 알기는 압니다만..
재미있었다니–은근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삿갓
2009년 7월 7일 at 4:41 오전
아 네!! 리사님 덕분에 저의 다 죽어 가던 영화 보기 열기가
다시 살아 나는것 같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조 위에 광여사님,
근데 아무리 보려 해도 목이 짧아 볼수가 없네유.
모~어 저는 울다 웃은적이 없으니 없다고 미꼐씁니다.
ㅋ ~ㅎ
그럼 두분들 좋은 시간 되십시요.
구~우벅!!! ^______^
Lisa♡
2009년 7월 7일 at 2:53 오후
삿갓님.
보고싶은 게로군…..흠…..
근데 나도………..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