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3일 살구 한 입 배어 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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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눈으로 시작하거나 입으로 시작하거나

그 사람의 끝으로 간 경지가 귀라면 그 땐 거의 성인의 경지란다.

즉 남의 말을 듣고 경청하고 귀담아 들을 줄 안다면 어른이다..이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하는 말을 즐기는 처지이니 아직 진정한 어른이라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가끔 답답함에 서두르며 남의 말까지 가로막아 결론까지 내어주는 우쭐함이

있었으나 이젠 그것도 나의 어리석은 오해였음을 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우매해도 즐거운 것이지

다 알고 난 뒤의 허탈함이랄까? 또는 무미함이랄까…

그런 종류의 심적 부담도 사실은 겁난다.

인생은 즐거워야하고 일단은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를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없다면, 모든 게 시시해진다면 뭔 맛으로 사느냐 이 거다.

내 합리화일 수 있는 말이라구요?

네에———-맞습니다, 맞 go~~~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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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내가 어느 젊은 이의 키 중간쯤 왔다.

그가내 어깨를 감싸쥐고 그 옆엔 내 딸이 동행했다.

가다보니 러시아의 유적지인데 우리나라란다.

아주 멋진 동네였다.

구석에 상당히 마음에 드는 빈티지스러운 영화관이 하나있고

두 여자가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영화시간이 아직 남았나..했다.

그 두 여자 중에 쉬리님이 있는 게 분명했다.

동네 전체가 대리석으로 조각된 오래 된 유적으로 꾸며져 있고 아주 아름다웠다.

어느 골목길을 돌아서도 다 예술이었다.

그 남자와 내가 찾는 장소는 해거름 수퍼였다.

둘 다 먼지가 많이 나는 방석과 이불이 쌓인 계단으로 빠졌다.

그 애가 먼저 빠져 나오고 내가 나오니 그 애가 없어졌다.

많이 섭섭했다…그리고 그 애한테 삐졌다.

나는 그 애가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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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유방이 자기를 도와서 왕이 되게 해 준 한신이라는 신하를 내친 일화다.

우리나라에도 언제 JP인가? 누가 썼다가 유명해진 말이다.

유방에게는 장량이라는 참모가 있었다.

장량은 치밀한 계획으로 유방이 왕이 되게 도왔으며

볼모로 잡혀 가면서도 유방에게 골짜기로(현, 스촨성)통하는 길을 없애서 태워 버리라고

말하므로서 훗날 유방이 득세하게 되는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중국의 일화이지만 읽다보니 영웅 아래는 그 영웅을 능가하는

참모가 있었고 그 참모를 믿고 알아주는 왕이 역시 영웅이었다.

조잡한 왕 아래는 역시 조잡한 무리들이 득세를 해보겠다고

간언만을 일삼아 왕의 눈과 귀를 막아 버리는 형국이었다.

세상의 모든 이치에 유유상종이 확실히 통한다.

한신을 죽인 유방은 결국 여태후의 치맛폭으로 들어 가 무시무시한

여태후의 잔인성에 불을 붙인다.

어찌보면 여자들이 독하면 더 잔인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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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가마지막 죽음으로몰릴 지경에 이르자 항우의 목에 거금이 걸렸다.

항우의 힘이 워낙 장사라 아무도 그의 목을 칠 생각은 못하고 눈치만 본다.

그의 목에 현상금이 워낙 커야 말이지..

항우는 제일 친한 친구를찾아간다.

자기 목을 베여서 친구라도 잘 살게 하려고 함이다.

그 친구는 당연히 거절한다.

그 친구앞에서 항우는스스로 자기 목을 쳐서 친구에게 바친다.

요즘 그런 친구 있을까?

영웅도 호걸도 … 다 옛말인지.

항우의 참모와 유방의 참모는 친구였다.

유방을 치겠다는 말을 하자 그 참모는 절친인 장량이 위험에 빠지는 걸

못참아 장량에게 피하라고 알려준다.

물론 주군에게 몸을 바친 장량은 유방을 데리고 피한다.

친구라는 존재가 이렇게 귀할진대 우리는 많은 걸 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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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저씨가 지난 번엔 보리수 열매를 종이컵으로 가득 두 컵을

들고와서 아이들 주라고 하더니저녁에 벨소리에 나가니 이 번엔 제대로

떨어진 커다랗고 예쁜 살구다.

동네에 살구나무가 많긴 한데 툭..떨어지고 나면 땅에 닿인 부분은

작살이 나있는 편이라 주로 찌그러진 살구다.

아저씨 손에 들린 살구는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잘생긴 놈이다.

아저씨의 애정까지 담겨서 더더욱 곱다.

별 것 아닌 행동에 마음이 행복해지는 저녁이다.

무감각하게 그냥 받아도되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지…

누군 이 걸 왜 저에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호들갑을 동반하고 받아든다.

"어머…맛있게따, 예쁘네요~~~캄사함미당~~~~~"

28 Comments

  1. 노당큰형부

    2009년 7월 13일 at 11:28 오후

    좋은 이웃을 있으므로
    행복한 사람들이
    아직은 많이 있습니다

    리사님의 삼국지 통달에
    찬사를 보내며
    비피해 없으시기 바래요^^*.   

  2. 바위섬

    2009년 7월 14일 at 12:10 오전

    엊저녁 동료들과의 정기모임자리에서 리사님얘기가 나왔어요..

    다들 평판이 좋던데요…지적이고 애교,발랄,좌중을 압도하는 포~스등등
    다음 시 낭송회가 기대된다며 흥분(?) 하는 동료도 있었어요

    경비아저씨의 배려지심에서 평소에 리사님의 성품을 읽을 수 있네요
    살구 정말 맛있겠다~~   

  3. 밤과꿈

    2009년 7월 14일 at 1:11 오전

    퀸다이어리를 읽노라면 掌篇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밖엔 그악스럽게 내리는 비와…
    밤새 내리고도 무엇이 그리도 부족한지
    좋아하는 비도 적당히 내리면 좋은텐데~~~

    요즘 삼국지를 읽고 계시나봐요?
    여자분들은 그런 거 별로라고 하던데
    암튼 리사님은 별나요^^*ㅋㅋ   

  4. Lisa♡

    2009년 7월 14일 at 1:41 오전

    노당님.

    오랜만이죠?
    비 피해요?
    지하에 물이 좀 새네요…
       

  5. Lisa♡

    2009년 7월 14일 at 1:43 오전

    바위섬님.

    어머나…부끄러워요.
    애교, 발랄 부분은 맞아요—ㅎ;ㅎ;
    위의 표시 땀 표시입니다.
    다음 시낭송회가 걱정이 됩니다.
    모쪼록 멋진 낭송회가 되도록
    노력해봐야지요..다같이..   

  6. Lisa♡

    2009년 7월 14일 at 1:45 오전

    밤과꿈님.

    십팔사략이라는 만화책 보고 있답니다.
    고우영요—물론 삼국지는 만화로 책으로
    다 봤어요.
    삼국지 이 전이 십팔사략 즉 춘추전국시대입니다요.
    맞죠?
    이제 슬슬 조조나 유비가 살고 있는 시대로 옵니다.
    저 별난 거 맞습니다.
    요즘 느끼는건데 모시냐~~역사가 갈수록 좋아지고
    관심이 가거든요…   

  7. 오공

    2009년 7월 14일 at 2:27 오전

    토사구팽의 제 2의 전성기^^가 얼마전에 있었어요.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남편에게 화가 나서 잔소리 하던 중에
    "토사구땡"이라고 했죠….제 배꼽이 떠나갈 준비를 하더군요.

    김남주에게 꼼짝 못하는 남편은
    토사구땡…은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김남주의 서설에 눌려
    아이방에 가서 양반다리하고 앉아서는 하늘을 쳐다보며
    "토,사 ,구,팽,팽,팽,팽…",이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죠.
    그 장면은 제가 내조의 여왕 왕팬이 되기 위한 화룡점정이었어요.   

  8. 도토리

    2009년 7월 14일 at 4:20 오전

    에어컨 없던 시절에 더운 여름마다 삼국지 읽어가며 찬물 샤워하고 그러면서 더위를 쫒고..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생각도 잘 안납니다.
    기억의 토사구팽..ㅎㅎ^^*
       

  9. Wesley Cho

    2009년 7월 14일 at 6:01 오전

    HARES ARE KILLED, THEN THE DOGS ARE COOKED! ^* ㅋㅋ   

  10. shlee

    2009년 7월 14일 at 6:26 오전

    두 여자가 차분하게 차를 마시고
    그 중 한 사람은
    쉬리?
    감짝 놀랐어요.
    저 이웃분과 만나서 차를 마시며
    리사님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사카에서 정호승 시인
    만났던 이야기를 하면서…
       

  11. Hansa

    2009년 7월 14일 at 6:50 오전

    오, 고우영씨의 십팔사략에 빠지셨군요..
    제 아들아이도 9권까지 읽고 10권 사달라 조릅니다. 하하

       

  12. Lisa♡

    2009년 7월 14일 at 7:21 오전

    오공님.

    토사구땡…이히히히..
    정말 귀여운 멘트이군요.
    우리 아들 한참 말 엉터리로 할 때
    유식한 척 하느라 전화위복을
    전복위화라든가, 구구절절을 절절구구라고
    하더니…후후후.   

  13. Lisa♡

    2009년 7월 14일 at 7:21 오전

    맞아요.

    도토리님.
    그런 시절이 어쩌면 그리울지도.
    지금보다 덜 더웠어요.
    지금은 완전 짜증나는 더위에요.   

  14. Lisa♡

    2009년 7월 14일 at 7:22 오전

    웨슬리님…

    유치한 조크를~~
    토끼가 죽었군요.
    완전 유치해~~(안영미 버전: 모르죠?)   

  15. Lisa♡

    2009년 7월 14일 at 7:23 오전

    쉬리님.

    분명히 쉬리님일 거라고
    꿈속에서도 생각했다니까요.
    확실해..
    완전 확실해~   

  16. Lisa♡

    2009년 7월 14일 at 7:24 오전

    어머..마지막 한 권요…

    한사님.

    10 권에 포청천하구요, 악비랑
    징기스칸 나옵니다.
    빨리 사주세요——   

  17. 오공

    2009년 7월 14일 at 8:53 오전

    왜요,리사님~
    웨슬리님이 초복날 딱 맞는 조크를 하셨는대요?^^*
    우리 오빠는 오늘 개고기 먹겠군요^_______^;;

       

  18. 산성

    2009년 7월 14일 at 11:02 오전

    이 캄캄한 빗속에…
    반짝이는 비단헝겊을 보는 재미.

    한동안 비는 계속 내릴 모양입니다.
    잠시 하늘 한쪽이 밝아지기도 했었는데…

    이젠 천둥 번개까지…
    아직 집 밖에 있는 식구들 걱정…
    올망졸망 베개들 보니 더욱…^^
       

  19. Lisa♡

    2009년 7월 14일 at 11:47 오전

    오공님.

    우리 약골 아들이 또 아프네요.
    저녁도 못먹고…
    아구//속상해.
    개고기를 먹이던지 개소주를 먹이던지.
    초복이라 교촌에서 닭시키자고 해도 절래절래~   

  20. Lisa♡

    2009년 7월 14일 at 11:48 오전

    산성님.

    비오는 날 저 베갤보니 산뜻하죠?
    저는 인견으로 된 이불을 쓰는데
    요즘은 차라리 추워요.
    밤에 불을 때어요.
    습기 탓에…조금 전에 들어오는데
    비가 너무 와서 앞이 안보이더라구요.   

  21. ariel

    2009년 7월 14일 at 2:43 오후

    맞아 리사님.. 가끔 호들갑도 떨어야해요~~^^
    그리고 다니엘 보니 내가 호들갑 좀 떠는
    것 좋아해요. 엄마가 관심이 많다는 것이니..^^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2. 오공

    2009년 7월 14일 at 2:50 오후

    지연이도 장염이라 해서
    종일 배아프다고 뒹굴었어요.
    죽 끓여서 죽과 약만 먹고 지냈네요.
    동명상련입니다.
    리사님 우리 힘 냅시다~   

  23. Lisa♡

    2009년 7월 14일 at 2:57 오후

    아리엘님.

    엄청 바쁘신가요?
    호들갑은 가끔 떨어줘야 할 때가 있지요?
    그래야 반응을 보고 다음 기회가
    또 온답니다.   

  24. 무무

    2009년 7월 14일 at 2:57 오후

    경비 아저씨가
    호들갑 떠는 그 모습에 더 신나서
    다음엔 뭘 드릴가..고민하실거 같아요.

    사람 사는 일이 주고 받는거죠.
    받고 주는게 아닌 주고 받는거.
    리사님은 분명 주고 또 주고 그리고 또 주고 하셨을거에요.
    안봐도 다알아~~~!!(리사님 말투??ㅎㅎㅎ)   

  25. Lisa♡

    2009년 7월 14일 at 2:58 오후

    오공님.

    저는 아이가 아프면 기분이 상당히 나빠요.
    자기관리를 못해서 그런 것 같아서요.
    걱정입니다.
    지금은 체한 건지, 감긴지…
    살 좀 찌우려고 했더니 되려 빠지네요.   

  26. 레오

    2009년 7월 14일 at 2:58 오후

    오랜만에 보는 동그란 네모난 베게가
    새삼스럽네요~ 저 베게 없앤지 하도 오래되어서요..

    칙칙한 이런 날씨에 화려한 색감을 보게하시는
    센스쟁이 사진작가님~~^^   

  27. Lisa♡

    2009년 7월 14일 at 2:59 오후

    무무님.

    너무 잘 아세요—
    제 말투까지 어느새..헉스!!
    우리 동네 경비아저씨들이 제일
    좋아하는 아줌마지요…ㅎ   

  28. Lisa♡

    2009년 7월 14일 at 3:00 오후

    레오님.

    ㅎㅎㅎ…
    줄리안 무어를 사랑하시는 분이신가요?

    저도 그렇긴 합니다…저 베개요~~ㅎ
    센스쟁이..듣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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