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하늘이 찢어진 게 틀림없나봐.
어지간하게 오는 비는 무서워하지 않거든…
그런데 오늘 밤엔 무서운 거 있잖아.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저녁 길이 왜그리 무서운거야?
그 와중에 하얀 우의를 입은 남자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거야.
나도 사실은 이런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거나 뛰고 싶더라구.
나 변태 아니야?
앞만 열심히 바라보며 운전을 신중하게 했어.
물이 고인 저지대쪽으로 지나갈 땐 여지없이 물보라를 일으키더라구.
내가 그 물보라를 보며 좋아하자 딸이 엄마는 아이같다고 한마디 하더라구.
한강은 온통 황토색이라~~
창에 오전내내 붙어있던 저 잠자리는 비를 피해서일까?
인형만들기 하는 날이란 걸 깜빡 했지 뭐야?
여름방학 운운하며 엄마들답게 몇몇이 마지막 여름학기 수업이라는 둥
엄포를 놓는거야.
다들 방학하면 집에서 안나오는 건가봐~~
나랑은 많이 다르게들 살더라구.
눈을 그리려고 열심히 걸어서 비를 마주하고 갔었어.
비는 줄기차게 끝장을 보더군.
세상에 쏴악!!거리는 그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자니 눈 앞이 뿌옇게 끼더라구.
그런 걸 안습이라고 요즘 신조어로 말하곤 하지?
인형을 만드는 일은 몰두가 주는 완벽한 몰입을 즐길 수가 있어.
난 그런 몰입이 공부에서는 잘 안되니 천상 공부랑은 이제 담쌓아야겟어.
에스프레소를 진하게 마시면서 바느질을 하고 창밖으로 비를 즐기는 날이라고
말해도 될만한 날이었어..
집으로 걸어서 들어오는 길엔 빙 둘러서 좀 더 걸었어.
빗물이 넘치는자리들은 여러가지로 우리행정의 현실을 말해주더군.
얼마 전에 깔은 보도블럭의 패임현상과 각종 쓰레기들이 산에서 물을 따라
흘러내려오더군…한심했어.
차도도 움푹움푹 파이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거든..
일시적인 눈가림식 공사가 주는 폐해이고 손해막급의 세금누수현상이지..
동네 개구리인지 맹꽁이인지 3000마리 정도가 우는 것 같애.
지금도 말이야.
엄마 개구리들이 많이 죽었나봐.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그런 거라며?
지하에 창고가 있는데 그 벽을 타고 물이 줄줄 흐르는 거야.
창고문을 열기가 무섭더라구.
그래도 용감하게 열어봤더니 세상에 신기하게 안은 뽀송뽀송 한 거 있찌…ㅎㅎ
이럴 때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아져.
저녁에 미술학원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갔거든
근데 아들놈이 얼굴이 핼쓱한 거야.
냉방병인지, 혹은 체한건지…감기인지..
정말 짜증이 마구 나더라구.
어쩌자고 그리 약한지 내 머리를 마구 쥐어뜯고 싶었어.
엄마를 닮았으면 일 년 내내 아픈 일은 없을텐데 말이야.
정말 약한 자식이 불쌍하고 뭐고 해도 짜증나는 건 확실해.
나 성격 급해…
저래서 체력이 상당한 미국아이들과 쨉이나 되겠냐구..
체력은 국력이라는데 걱정이고 대학가서 제대로 공부나 할런지 미리
걱정을 하게 되는 거야.
조용한 혼돈이라는 영화가 있어.
거기서 주인공이 말하는 거야//독백으로///내가 절대 보고싶지 않은 건?
난 말이야.
아이가 빌빌거리며 밥도 못먹고 그러는 거 진짜 못쳐다 보겠어.
참..조용한 혼돈, 괜찮은 영화야.
오를리
2009년 7월 14일 at 7:36 오후
서울은 비가 무지막지로 내리고
택사는 연일 여름기온 깨기라도 작정을 했는
온도상승 렐리가 계속되다가 어제는 기어이 이동네
수은주가 화씨 104도를 기록해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자
앞집, 뒷집, 옆집에서는 짜증을 이기지 못한 부부들의
싸움 소리가 그치지를 않습니다…
서울에 오는 그많은 비…택사스에 조금만
왔으면 좋을테지만….
희망
2009년 7월 14일 at 8:00 오후
여름철 장마때만 오면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의 제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아침에는 분명히 우산도 잘 쓰고 학교에 도착하지만 하교길에는 제 모습이 달라지거든요
그당시 등에 메는 네모난 가죽책가방에 우산은 옆으로 길게 끼어 넣고 학교 운동장에서 부터 집까지 그 많은 비를 다 맞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에 가다가 기와집 처마아래로 지붕물받이가 터져 폭포처럼 쏟아지는곳이 있으면 일부러 그밑에 가거 그 빗물을 다 맞고…. 물이 고인 웅덩이란 웅덩이는 죄다 찾아다니면서 이미 물이 가득차 버린 장화 발로 물을 걷어 차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지나가던 어른들이 한마디들 하십니다..
멀쩡히 우산은 가방에 끼어 넣고 비 맞고 장난치며 다닌다고…
그러다 집에 오면 집안일을 도와 주던 누나가 기겁을 합니다.. 당연히 엄마에게 그렇게 하고 집에 왔다고 다 일러 바치지요… 그럼 한바탕 혼나고.. 다음날 또 비가 오면 같은 행동을 반복을 하곤 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비만 오면 가끔 우산을 펴지않고 조금씩은 비맞는 즐거움을 갖곤 한답니다… 우습지요? ㅎㅎㅎ
마일드
2009년 7월 14일 at 11:02 오후
오? 리씨양…오랜만이오?
어째…글을 읽다 보니 인형 눈 붙이는 알바허시는 모냥인데…..
럭쥬리어쓰허데 에스프레쏘 마시믄서 비오는 날….
인형 눈 붙이구 있는 리싸라….
쩜 ….디게 우끼는 그림이오. 어? 내가 틀려쏘? 어허…..
오공
2009년 7월 15일 at 12:03 오전
ㅎㅎㅎㅎㅎ.
내가,이러니 마일드님을 떠날 수가 없다니깐.
ㅎㅎㅎㅎㅎㅎ
산성
2009년 7월 15일 at 12:13 오전
역시 엄마같은 딸이구나…^^하고 내려 오다가…
답글…’눈붙이는 알바’에서 넘어 갑니다.
재미납니다.
비 사진 저렇게 찍으니 실감 나는군요…
Lisa♡
2009년 7월 15일 at 1:11 오전
오를리님.
아마 오늘 쯤 텍사스로 이 비가 건너갔을 겁니다.
요즘은 날씨조차 모 아니면 도 거든요.
왜 이렇게 변해 가는지…다 인간들이 만든 함정이지요.
더워서 에어콘 많이 들리겠군요.
ㅎㅎㅎ—전기료 많이 나오겠다…
Lisa♡
2009년 7월 15일 at 1:17 오전
희망님.
저도 그랬습니다.
물이 많이 고인 곳으로 일부러 첨벙첨벙..
비닐에 고인 물 우산으로 툭 쳐서 다른 사람
뒤집어 씌우고…^^*
희망님은 개구장이고 저는 호기심?
후후후….남자 애들 그러면 정말 귀여워요.
고로 희망님 귀엽습니다.
상상가능한 일들을 추억해주셔서요~~
Lisa♡
2009년 7월 15일 at 1:18 오전
마일드…….
마일드………뿌드득~~~
어캐 알았쪄요?
저 인형 눈붙이는 건 아니고 그리는 겁니다.
돈은 못벌고 돈을 주고 이렇게 손해막심하게 으흑~~
그나저나 마일드님.
보고파요—글이–
백수됐다믄서 얼굴도 안 보여주고
그러면 자꾸자꾸 삐잔다.
Lisa♡
2009년 7월 15일 at 1:19 오전
오공님.
떠나는 것 마음대로 안됩니다.
그게 어디 제 맘인가요?
니 맘이지만…그래도 인연이란 건
끈질깁니다.
마일드님을 섭하게 하덜덜 마요.
Lisa♡
2009년 7월 15일 at 1:20 오전
산성님.
어제 가족들 잘 들어오셨나요?
참하게 걱정하시더니….
산골짜기도 아니면서 걱정하시는 폼이
어찌나 여자답던지—
비 정말 겁나더군요.
산성님, 오늘은 해가 납니다.
저는 지금 누구네 텃밭으로 떠납니다.
문학평론가가 텃밭가꾸면 특별할래나?
뽈송
2009년 7월 15일 at 2:29 오전
나도 어제 그 비를 맞으며 업무가 있어 천안에서 과천까지
갔는데 앞이 잘 안보이드라고요. 더우기 옆에서 뻐스가
지나가며 물보라를 뿌릴 땐 아찔하기 까지 했죠.
이럴 땐 안전운전이 최고라고 하면서 천천히 오는데 과천에서
인덕원으로 또 판교로 넘어 오는 길은 온통 산사태로 길이 엉망이더군요.
그런데 Lisa님은 이를 즐기셨다고라 고라…
도토리
2009년 7월 15일 at 3:09 오전
와~~ 마지막 사진 멋지네요…
Lisa♡
2009년 7월 15일 at 2:51 오후
뽈송님.
처음엔 쏴아~ 소리에 시원하고 즐겁더라구요.
워낙 비를 좋아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저녁에 애들 데리고 들어오는데
정말 무섭더라구요..앞이 안 보이니까요.
산사태 난 곳 많으네요–오늘 그리로 지나가보니..
Lisa♡
2009년 7월 15일 at 2:51 오후
도토리님.
사진 비를 표현하는데 있어 성공입니까?
김삿갓
2009년 7월 15일 at 8:34 오후
I want some more pictures please!! ^_________^
지나가가 인사 드리러 왔다 갑니다. 좋은 꿈 꾸셨길요, 담엔 꿈에 지난번 꿈
처럼 그 젋은 남자 보다 제다 대신 나타나 드릴까요?? ㅋㅎ ^_________^
좋은 시간 되십시요??? 구~우벅!!!
Lisa♡
2009년 7월 16일 at 12:54 오전
삿갓님.
비랑 관련된 사진요?
아님 서울시내 사진요?
아님 내 사진요?
종류를…..
삿갓님이 나타나도 좋아요.
어차피 꿈이잖아요.